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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7

       동병상련(同病相憐).

         

       유화연과 신예화가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

         

       이젠 추억으로밖에 회상할 수 없는 그와의 일화를 나누고.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은 채 잠든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짹짹짹-!

         

       머리맡에 놓인 창문 틈새로 들려오는 참새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는 신예화.

         

       가까스로 얇게 뜬 눈에 보이는 것은 잘 정돈된 침상뿐.

         

       익숙한 광경이었다.

         

       유화연은 언제나 해가 채 뜨기도 전에 깨어나 수련에 나서곤 했으니.

         

       “하아암.”

         

       작게 하품하며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는 신예화.

         

       마당으로 나와 물로 적당히 세안한 뒤, 식당으로 향한다.

         

       온갖 군침 도는 냄새들로 가득 차 있는 공간.

         

       그러나 그곳에 음식을 준비하는 숙수 외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

         

       익숙한 듯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자 제 앞으로 하나둘씩 놓이는 음식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연무장이었다.

         

       “하단이 허술하구나.”

         

       퍼억!

         

       “으힉…!?”

         

       혈수마녀에게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빈틈을 공략당하고 바닥을 나뒹구는 동료들.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는 열의와 독기에 주변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질 지경.

         

       연무장 한구석에서 밤사이 굳은 몸을 풀어내던 그녀가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유 소저는…, 아, 우진이랑 수련한댔지.’

         

       그러다 별안간 인상을 와락 구기는 그녀.

         

       “우진이가 아니지….”

         

       그는 자신이 아는 백우진이 아니다.

         

       겉모습은 같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

         

       유 소저가 그를 ‘백 공자’라고 부르듯, 자신 또한 그리 불러야 하는데….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믿기지 않아.’

         

       사랑하는 소꿉친구를 눈앞에서 떠나보냈음에도, 믿기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백 공자.

         

       그를 마주하고 있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

         

       ‘어쩌면 전부 꿈은 아닐까? 우진이가 날 속이는 걸지도 몰라.’

         

       그것이 아님을 안다.

         

       모두가 합심하여 제 속을 뒤집어놓을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쯤.

         

       그런데도 문득 바라게 된다.

         

       차라리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녀는 어젯밤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던 유화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대체 얼마나 혹독하게 수련하기에 그리도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녹초가 되어서도 그녀는 왜 미소를 잃지 않았는지.

         

       ‘…가볼까?’

         

       한 줄기 호기심이 그녀의 걸음을 이끌었다.

         

       백우진과 유화연이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 그의 침소 옆 작은 연무장으로.

         

       “하앗-!”

         

       거센 기합성.

         

       카가각!

         

       이어 들려오는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담벼락 뒤로 제 몸을 쏙 숨겼다.

         

       영혼을 불태우는 듯한 강렬한 외침과 한 호흡에 오가는 수십 차례의 불꽃 튀기는 공방.

         

       그것을 보는 순간 제 존재가 방해물로 느껴졌다.

         

       오직 수련에만 몰두하는 두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의미한 존재.

         

       “하아, 하아….”

         

       저도 모르게 가빠진 숨을 내쉰 그녀가 몸을 돌려 얼굴만 빼꼼 내민 채 그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그 검술은 손목에 절대 힘을 줘선 안 돼.”

       “네…!”

         

       날카롭게 벼린 검으로 서로의 살갗을 노리면서도 오가는 조언과 대답.

         

       그럴 때마다 유화연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제 잘못된 습관을 바꾸어 나갔다.

         

       “어깨 쪽이 비어.”

         

       스걱!

         

       유화연의 허점을 제대로 파고든 백우진의 검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베고 지나간다.

         

       찢어진 무복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핏물.

         

       “읏…!”

         

       얕게 신음한 그녀는 곧장 자세를 가다듬어 한층 더 단단한 형태로 검을 휘둘렀다.

         

       신예화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보는 동안, 한 차례도 감기지 않은 눈동자에 담긴 것은 의문.

         

       ‘대체 왜 저렇게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아무리 실전에 가까운 비무라고 해도 저렇게 상처까지 새겨 가며 수련해야 하는 건지.

         

       도대체 저 의지의 원천은 무엇인지.

         

       ‘어째서 그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거야?’

         

       두 사람은 약속했다.

         

       제 사랑하는 이 대신 가시밭길을 걷는 그를 도와 여정을 끝마치겠노라고.

         

       다만, 거기에 임하는 마음의 무게가 동등하지는 않았다.

         

       유화연은 경주마처럼 내달렸다.

         

       제 앞에 나타나는 수많은 갈림길을 전부 무시한 채 약속 하나에 몰두했다.

         

       심지어 제 온몸을 불살라가면서까지.

         

       그런 그녀와 달리, 신예화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를 돕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쉬이 힘이 나질 않았다.

         

       무언가를 하려 할 때마다 무기력감이 몸을 휘감고, 부질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한다.

         

       ‘노력해서 뭐 해. 어차피 우진이는 더 이상 없는데….’

         

       사랑하는 소꿉친구는 죽었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러한 생각이 그녀의 의욕을 가로막았다.

         

       그녀 또한 이러한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떨쳐내려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어지는 생각이 그녀의 발버둥을 멈추게 했기 때문.

         

       ‘난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정말 몰랐다.

         

       백우진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 삶의 방향까지 송두리째 잃게 만들 줄은.

         

       그래서 더 아프다.

         

       그만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진즉에 알았더라면.

         

       생각은 여기에서 멈춘다.

         

       그 이상 이어가 봤자 의미 없는 망상에 빠져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됨을 알기에.

         

       그리곤 다시 당장에라도 서로를 죽일 것처럼 검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의 업을 짊어지고, 겪지 않아도 될 험한 꼴들 다 당해가며 어찌 그리 걸어가느냐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하는 이는 돌아오지 않는데, 뭐 때문에 그리 안간힘을 쓰냐고.

         

       “하아아….”

         

       짧게 숨을 내쉰 그녀가 담벼락 뒤에 숨겨둔 제 몸을 이끌고 연무장 안으로 들어선다.

         

       느껴지는 기척에 비무를 멈추고 돌아보는 두 사람.

         

       그런 그들을 향해 그녀가 호기롭게 외쳤다.

         

       “나…, 나도 같이할래!”

         

       그녀는 택했다.

         

       말뿐인 물음 대신 몸으로 부딪쳐 묻고, 답하기를.

         

         

       * * *

         

         

       “하아앗!”

       “얍!”

         

       좌우 양측에서 달려드는 두 여인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백우진.

         

       신예화.

         

       그녀의 기척은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구경이라도 온 줄 알았다.

         

       ‘방을 같이 쓰고 있다고 했던가.’

         

       방을 같이 쓰는 그녀는 어젯밤 상처투성이인 유화연의 모습을 보고 놀랐을 테니.

         

       하여 담벼락 뒤에서 적당히 지켜보다가 사라질 줄 알았건만.

         

       ‘설마 다짜고짜 덤벼들 줄은 몰랐는데.’

         

       오랫동안 함께 해온 덕분인지, 두 사람의 합은 굉장히 잘 맞았다.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서로의 틈을 메꿔주어 백우진이 검을 찌르는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이 그 증거.

         

       하나 그 또한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로의 빈틈을 기가 막히게 메꿔주는 두 사람의 움직임.

         

       그 자체에 드러난 바늘구멍 같은 틈조차도 백우진은 꿰뚫을 수 있었기에.

         

       “앗…!”

       “아파아!”

         

       새로이 새긴 상처를 맞이하는 두 사람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짧은 신음을 끝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유화연과 달리, 신예화는 아프다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으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틈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나 고수와의 싸움은 언제나 창졸간에 끝을 맺게 되는 법이기에.

         

       아무리 실전에 가까운 비무라곤 하나, 어디까지나 수련의 일환.

         

       한 번쯤 그녀의 틈을 봐줄 법도 했건만.

         

       스릉

         

       백우진은 가차 없이 틈으로 검을 찔러 넣어 그녀의 목에 서슬 퍼런 검날을 들이밀며 선언했다.

         

       “신 소저는 방금 죽었어.”

       “……!”

         

       싸늘한 한마디 ‘죽음’이라든 단어가 그녀의 귓가를 맴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안일했음을 깨달았다.

         

       몸에 상처까지 새겨 가며 벌이는 비무 아니었던가.

         

       고통을 느끼는 순간조차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진즉에 깨닫고 이를 악물었어야 했건만.

         

       “…….”

         

       분하다.

         

       어리석게 죽음을 선고받은 제 모습이.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돌아서서 연무장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두 사람의 비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카가각!

         

       채앵!

         

       슈카카칵!

         

       빨리 끝날 줄 알았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춰 달려들어도 과감하게 검을 찔러 넣던 백우진이 아닌가.

         

       그렇기에 유화연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하아, 하아…!”

       “더 할 수 있겠어?”

       “얼마…든지…!”

         

       그녀의 예상은 빗나갔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즈음부터 이어진 비무는 해가 떨어질 때까지도 이어졌다.

         

       위태로운 순간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생채기들을 새길지언정 쓰러지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이면서도 투지만은 꺾이지 않았다.

         

       “왜…, 대체 왜…?”

         

       그녀는 궁금했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저런다고 죽은 연인이 알아주는 것도 아닐진대.

         

       저렇게 몸을 불사른다고 해서 아픔이나 슬픔이 가시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지금의 그녀로서는 찾기 힘든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사이.

         

       해가 저물고, 위태롭게 이어지던 두 사람의 비무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피로감에 주저앉는 유화연의 팔을 붙잡아주는 백우진.

         

       “고생했어.”

       “하아…, 백 공자도요.”

         

       신예화는 보았다.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의 입가에 그려진 은은한 미소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신예화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고생했어.”

         

       먼저 건네는 인사.

         

       그리 말하면 제게도 고생했다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건만.

         

       “신 소저.”

       “응…?”

       “오늘처럼 할 거라면 더 이상 수련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어.”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그녀의 정신을 멍하게 만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 며칠 코로나로 글을 못 써서 그런지, 머릿속에 그려둔 감정이나 행동 같은 걸 끄집어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네요.

    조만간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벌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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