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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7

       *** ***

         

       천마전.

         

       천마전 소속 하인들과 무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콰앙!!

         

       츠즈즈즈즈즈!!!

         

       천마전의 문을 걷어차다시피 연 위서련의 흉흉한 기세 때문이었다. 위서련의 분노를 대변하듯이 사방팔방으로 그 흉성을 드러내는 흑룡기까지.

         

       위지천을 향해 걸어가는 위서련의 모습과 기세는 방문이라기보다는 습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지경이었다.

         

       위서련의 발이 위지천의 앞에서 멈추었다.

         

       “이 무슨 변심입니까.”

         

       위서련의 비난에도 위지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위지천의 태도에 위서련이 분노해 소리쳤다.

         

       “호천안에 관한 일은 제게 일임하신다고 하신지 한 시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천마신공의 전수를 허락하신 겁니까!”

         

       “한 시진 전에는 분명 그리하려 했다.”

         

       위서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위서련은 호천안을 자신의 친구로 여기기도 했지만 동시에 호적수이자 손님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니 호천안에 관한 사안은 자신이 처리하는 것이 맞다 여겨 위지천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위지천이 개입했다.

         

       위지천은 분노와 의문, 그리고 혼란을 물든 위서련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호천안과 인연이 생기게 된 계기는 무엇 때문이었는가.

         

       그 당시에는 이름조차 모른 채 수를 교환했던, 불명 때문이었다.

       그런 불명은 어떤 존재였던가.

         

       고절한 진법으로 이루어진 한없이 실체에 가까운 환상이었다.

         

       그렇기에 위지천은 불명과 교환했던 한 번의 손속이 더욱더 깊숙이 박혀들었다.

         

       생에 처음으로 적수가 될 만한 자를 만났거늘.

         

       살아 있는 자가 아니라 그저 지금 이 순간, 단 한번의 수 교환을 끝으로 스러질 환상이라니.

         

       미련이 남지 않는 편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사탕을 아껴 먹는 아이의 심정이 되어 손등에 박힌 뇌정을 다루고 또 다루었다. 그리 뇌정을 다루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을 때, 위서련이 호천안을 천마신교로 납치해 왔다.

         

       그렇게 호천안을 마주한 위지천.

         

       ‘닮았군.’

         

       위서련이 데려온 호천안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지천은 생각했다.

         

       불명과 꼭 빼닮은 모습을 보아하니 호천안은 불명의 제자라기보다는 혈육인 모양이라고.

         

       위지천은 손등에 박힌 뇌정을 힐끗 바라보았다.

         

       심심함을 달래줄 뇌정의 풀이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 꺼내게 될 뇌정을 이 자에게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위지천은 선물을 남겨준 불명에게 자신 나름대로의 보답을 하고 싶었으니까.

         

       다만 호천안에게 함부로 뇌정을 건네 줄 생각은 없었다.

         

       뇌정은 불명이 깨달은 무학의 이치를 담은 정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호천안이 불명과 같은 무공을 익혔다고는 하나 뇌정을 전수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자가 깨달은 무학의 정수를 몸에 때려박는 셈이었으니 호천안이 뇌정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인지 확인해봐야 했다.

         

       그렇기에 위지천은 호천안을 시험했다.

         

       정수를 준다면 그 값을 무엇으로 치를 것인가.

         

       호천안은 답했다.

         

       도박.

         

       호천안이 제시한 도박이라는 수단을 통해 위지천은 무(武)라는 산의 집착에서 벗어나 천하를 볼 수 있는 시야를 얻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위지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불명이나 호천안이나 모두 다 자신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는 사실으은 매한가지라고.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것일까.

         

       천하 유일, 천마의 적수인 불명의 혈육답게 호천안의 재주는 뛰어나기 그지 없었고 위지천은 그런 호천안의 그릇을 인정하며 뇌정을 내 주었다.

         

       그리고 딸내미의 친구이자 호적수로 인정하며 호천안을 지켜보자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정철의 최후를 목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혈교의 사자와 만났을 때도 나름의 중재를 취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위서련에게 호천안의 처리를 맡기면서도 먼 발치에서는 호천안과 위서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그런데 조금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

         

       “조부님과 부모님을 해친 혈존에게 원수를 갚고자 하는 소년이자, 천마신교가 나의 복수에 동참해주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무인이오.”

         

       그 말을 들은 위지천의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혈존이 호천안의 부모와 조부를 해쳤다고?

         

       호천안은 불명의 자식이나 손주가 아니었단 말인가.

         

       호천안은 자신을 원수를 갚고자 하는 소년이라 칭했다. 그 말인즉슨 소년일 시절 혈존의 손에 조부와 부모님을 잃었다는 뜻이겠지.

         

       불명이 호천안의 조부이거나 자식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천하에 다시 없을 절진을 펼칠 수 있는 자이며 동시에 천마의 적수가 될 수 있는 무공을 지닌 자가 바로 불명이었다.

         

       혈존이 함정과 천운에 의존하여 그런 불명을 제거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호천안이 천하를 누비며 살아올 수 있었을까.

         

       어느 누가 천의에 닿은 고절한 무공을 계승한 화근을 그대로 남겨두고 천하를 도모하려 할까.

         

       아무리 영물이라는 힘을 지니고 있더라도 필사적으로 제거하는 편이 정상이었다.

         

       순식간에 거기까지 생각한 위지천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호천안의 집안에 어떤 복잡한 사연이 있는지 위지천은 전혀 알 수 없는 길이었으나 현재 호천안이 익힌 고절한 뇌공이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었다면.

         

       결국 혈존은 호천안이 훗날 큰 걸림돌이 되리라는 판단을 내리는게 정상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결국 호천안과 불명은 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라 그저 사승관계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불명과 호천안은 그렇게 꼭 닮을 수 있었으며 초절정에 불과했던 호천안이 뇌정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단 말인가.

         

       모순.

         

       모든 가정이 모순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혼란해진 위지천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피어올랐다. 모든 논리가 무너지고 나서야 고개를 쳐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자의 직감이었다.

         

       그 직감이 속삭이는 가정은 터무니없는 것이었으나.

         

       모든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가정이기도 했다.

         

       가전무공으로 전해진 뇌공이 아님에도 불명과 호천안은 같은 무공을 익혔으며, 동시에 불명의 뇌정을 받아들일 정도로 호천안과 불명이 똑 닮아 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할 방법.

         

       ‘불명. 그대는 미래에서 온 호천안인가?’

         

       위지천의 머릿속에 정철이 떠올랐다.

         

       갑자기 절대적인 고수가 나타났다며 마교를 찾아왔던 정철. 지금 돌이켜 보면 정철은 호천안 일행을 습격했다가 불명에게 가로막혔음이 확실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호천안과 인연이 있는 불명이 나타날 수 있는 진법이 하필 오독문의 영역 안에 있었고 하필 그 인근에서 그 당시 호천안 일행의 전력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정철이 호천안을 공격했을 때 불명이 나타나 구해주다니.

         

       그런 일이 과연 우연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위지천은 불명이 호천안 본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호천안의 먼 후손일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답을 깨닫고 나니 뻔한 일이었다.

         

       손안에 남긴 한 수로 위지천이 지닌 무의 지평을 넓혀버린 불명.

         

       그리고 도박이라는 수단으로 위지천의 시야를 트이게 만든 호천안.

         

       평생, 그 틀을 깨어줄 자를 찾지 못하여 고독함을 곱씹으며 살아가던 위지천이었다.

         

       그런데 그런 위지천을 깨우치게 만들 수 있는 자가 갑자기 두명이나 나타난다니.

         

       ‘그야말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겠지.’

         

       위지천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물 하나만을 남기고 영영 만날 수 없었던 적수가 지금 흑룡성의 정문에 서 있었다.

         

       그 적수, 호천안의 말이 들려왔다.

         

       “천마신공의 전수에 도전하겠소.”

         

       그 말에 위지천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리하여 내 천마신공의 원본을 돌려 드리리다.”

         

       그 말은 들은 위지천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허한다.]

         

       “아버님!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 보십시오! 변심의 이유라도 알려달란 말입니다!”

         

       위지천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위지천은 위서련의 분노를 십분 이해했다. 위서련 역시 자신과 무를 나눌 대상으로 호천안을 낙점해 놓고 있었다. 그렇기에 위지천에게 허락까지 맡아가며 호천안의 입장을 조율하려 했거늘 갑자기 위지천이 나서 판을 어그러뜨린 셈이었으니까.

         

       그러나.

         

       위지천 역시 자신의 호적수인 ‘불명’을 양보하고 싶지는 않았다.

         

       “호천안은 천마신공의 기원과 교의 규율을 알고 있는 자다. 그런 자가 전승을 요청했으니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개입하지만 않았다면요!”

         

       위서련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위지천을 보며 답답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제 친우이자 제 적입니다! 그리 인정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나의 호적수이기도 하지.

         

       위지천은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명백한 표현이 위서련이 이를 까득 갈았다.

         

       “요새 겨우 아버님을 이해하고 있다 여겼으나 제 착각이었던 모양이군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면서까지 고독을 즐기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위서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머리로는 이 자리에서 위지천을 두들겨 패더라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미 천마의 명은 떨어졌으니까.

         

       주먹을 말아쥔 채 부르르 떨던 위서련이 눈을 감은 위지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이번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위서련의 감정상태를 그대로 형상화시킨 폭풍같은 흑룡기. 그런 흑룡기를 두른 위서련이 천마전을 박차고 나섰다.

         

       위서련이 자리를 박차고 나선 뒤 눈을 뜬 위지천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구나.’

         

       호천안이 불명이라지만.

         

       그렇다고 한들 위지천은 다시 불명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서련아, 그래도 너는 호천안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이지 않느냐. 너에게는 호천안과의 우정을 쌓을 기회도, 무를 겨룰 기회도 수없이 많겠지.’

         

       세월이 흘러 호천안이 불명과 같은 경지를 개척했다 치더라도 위지천이라고 놀고만 있었을까.

         

       진정한 의미로 불명과 승부를 가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고 그 점은 위지천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호천안은 불명이었으니.

         

       만날 수 없다 만난 적수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 위지천은 간접적으로라도 겨루어 보고 싶은 욕망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나는 흑룡을 극복하고 천마가 되었다.’

         

       그렇다면 호천안 너는 흑룡을 극복할 수 있는가.

         

       정녕 나의 맞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가 맞는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천마신공이라는 동일한 시험대에 호천안을 올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위지천은 위서련에게 한 말조차 번복하고 천마신공의 계승을 허락했다.

         

       ‘너 역시 천마가 되어 나와 동등한 자격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가 선언한 대로.

         

       역대 천마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천마신공의 ‘원본’을 복원해 낼 것인가.

         

       ‘네가 무슨 결과를 낼지 기대가 되는구나.’

         

       위지천은 주먹을 꾸욱 쥐었다.

         

       위지천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런 위지천의 얼굴에는 진득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

    구와아악 역시 예상대로 매우 늦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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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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