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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7

    <457 – 별걸 가지고 유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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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턴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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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브리핑]

    북부대공의 전령이 현재 전장에서 가장 격전지로 예상되는 장소를 지정했다.

    「만족의 신, 아포니아ἀπονία에게 신앙을 바치는 고행자들이여. 마족들은 세 개의 진격로로 이동하고 있다. 눈보라의 백색지대. 히든크레바스의 함정지대. 소음총량의 지진지대. 세 개의 진격로 중 하나로 향하여 마족들의 진격을 저지하라.」

    (명령기한 10턴까지)

    당신은 아포니아고행부대를 이끄는 고행자 <오크노디>.

    고행자들이 당신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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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턴의 커맨드를 선택하거나 입력하십시오.

    [이동][주둔][정찰][전령][관찰][공격][책략][특수]

    당신은 <이동>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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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부대공 유다의 지령을 받자마자 이것이 그가 보내는 나를 향한 시험임을 알아차렸다.

     

    ‘어디를 고르든 지옥을 맛보게 해줄 작정이구나!’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되, 그 뒤에 수반되는 지원과 성과는 허락하지 않는다.

    쪼잔하긴 해도 효과적인 견제였다.

    처음부터 배신할 작정으로 신성부대를 고른 나였으니 대공의 안목은 오히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히히. 그럼 머해요? 행동의 자유를 허락했는데. 저라면 차라리 감옥에 가뒀을 듯!”

    [바보야. 그러면 시험이 되질 않잖아.]

     

    앨리스 선배의 핀잔에도 오늘만큼은 힝잉잉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다.

    아포니아의 고행부대를 고른 시점에서 내 승리는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사악한 작전을 꾸몄기에 이렇게 신이 난 거야…?]

    “보면 알아요!”

     

    ━━━

    이번 턴의 커맨드를 선택하거나 입력하십시오.

    [이동][주둔][정찰][전령][관찰][공격][책략][특수]

    당신은 <이동>을 선택했다.

    목적지는 <소음총량의 지진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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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음총량의 지진지대.

    지역 내 소음총량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진이 발생하는 특수지형.

    이곳을 지나가는 대군은 필연적으로 소음을 줄이는 마법을 펼치고 전진속도도 매우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강력한 소수와 상성이 좋다.

    교전이 벌어지고 큰 소리가 나면 약한 것들은 지진에 휩쓸려 죽고 우리만 멀쩡하기 때문이다.

     

    [아포니아 고행부대는 네가 조종할 수 있는 부대가 아니야. 작전을 짜고 싶어도 미친 짓만 자처하는 광인들을 어떻게 통솔하려고?]

    “앨리스 선배. 그 발상은 물러 터졌어요. 재미없는 일을 시키니까 재밌는 일을 찾아 나서죠. 처음부터 재밌는 일을 시키면 되잖아요?”

     

    마나보드 위로 앨리스 선배의 의문과 정확히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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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턴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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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브리핑]

    아포니아의 고행부대가 지닌 <고행 속의 평온> 기질이 발동했다.

    고행부대는 지금 즉시 적진으로 돌격하여 최대한의 소음을 발생시켜 대자연의 지진과 맞서며 적을 전멸시키기를 갈망한다.

    당신이 그들의 고행보다 더한 고행을 제시할 수 없다면 부대통솔력을 상실하게 된다.

    ━━━

     

    이걸 어떻게 막을 건데.

    마치 도전하듯이 물어오는 문구는 솔직히 귀엽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행.

    NPC들에게는 꺼림칙한 짓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운동이랑 똑같다.

    하면 몸에 좋은 건 안다.

    그런데 하기가 힘들지.

    이쯤이면 만족해도 되지 않나.

    슬슬 적당히 하면 안 되나.

    꼭 그렇게까지 한계와 싸워야만 할까.

    마음속의 고삐를 느슨하게 쥐는 순간, 운동 강도는 떨어진다.

    고행의 깊이도 얕아진다.

    에포니아의 고행부대는 그런 느슨함이 거세된 미친 헬창들의 무리나 다름없다.

     

    ‘근데 그거 플레이어 하위호환 아닌가?’

     

    잘 짚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게임에서 살아남을 스펙을 갖추기 위해 강해지려고, 보상을 목표로 온갖 퀘스트를 달성하려고 미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닌다.

    아무리 강해져도 만족을 모르고 더 위험한 임무에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만족하면 성장이 멈추고 억까를 피하지 못한다.

    심지어 같은 퀘스트-고행-내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고심하고 난이도를 더 올리는 한이 있더라도 보상을 더 땡겨받는다.

    따지고 보면 아포니아 고행부대의 고행자들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오히려 더 심한 족속이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혹시 암흑마나의 오염의 위험성을 빌미로 삼아 조종하려는 거야?]

    “막긴 왜 막아요? 신성력을 다루면 기본적으로 암흑마나 저항력이 있는데. 저항력은 쓰라고 있는 거니까 더 쌓아야죠.”

    [?]

     

    선배가 혼란에 빠졌지만 시험 도중에 일일이 선배를 납득시킬 여유는 없다.

     

    ━━━

    [특수]

    당신은 설득에 나섰다.

    “마인이 이끄는 부대를 전멸시키는 것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다. 우리가 마인의 힘을 신앙의 힘으로 억누르며 왼손에 신앙의 힘을, 오른손에 마인의 힘을 담고 이 세상 모든 선과 악과 투쟁하며 아포니아의 이름을 선과 악의 위에 올리는 여정이 그것이다.”

    고행자들이 열렬히 박수를 쳤다.

    「역시 대장이야. 언제나 짜릿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대단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오?」

    당신은 그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지진지대 방면군을 제압한다. 그들의 피로 땅을 적셔 오염시키고, 오염된 대지에서 암흑마나를 모은 뒤에 방면군을 전멸시킨다. 그리고 북부대공에게 도전한다.」

    고행자들은 만장일치로 당신의 원대한 고행에 찬성하였다.

    ━━━

     

    타락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진지대 방면군은 자신들의 피로 타락하겠다는 황당한 인간들에게 기꺼이 피를 제공했다.

    암흑마나로 그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희망 찬 미래전망에서 비롯된 협력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선배. 훈수 좀 그만 두면 안 돼요? 자꾸 텔레파시가 울려서 머리 아파요.”

    [이런 걸 보고 어떻게 안 둘 수가 있어!]

     

    관람태도가 몹시 불량한 선배와 달리, 아스타로트는 모범적으로 작게 감탄하며 혼자 납득했다.

     

    “암흑마나의 힘은 얻으면서 조종당하는 위험은 줄이는 일거양득의 수인가. 신앙조차 성장의 매개체로 삼는 신앙의 새로운 발견이군.”

     

    ━━━

    【20턴 개시】

    ━━━

    [전장브리핑]

    성장을 돕던 마인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이 미친 것들은 몸이 터져 죽을 것이 두렵지도 않은가? 한도 끝도 없이 암흑마나를 모으는 꼴을 보니 이러다 내가 종속되게 생겼구나. 당장 죽여야겠다!」

    어리석은 마인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밤마다 마족진영을 돌아다니며 마족의 피와 살로 몸을 적시고 계산보다 더 많은 암흑마나를 모아온 아포니아고행부대는 마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최소 대등, 나아가 역으로 마인에게 부분적인 신체제어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대장. 마인의 목을 베고 피와 살을 먹읍시다.」

    「아닙니다. 사지를 자르고 오염에 필요한 피를 오래오래 분출할 수 있도록 정성껏 돌보죠.」

    「마인을 범해서 농도 짙은 암흑마나를 지닌 새끼를 잉태하게 만들면 키워서 잡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인조차 두려워할 소리를 지껄여대는 부대원들의 폭주를 당신은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

     

    눈치 없는 마인이 고행자들을 도발하여 흥분한 고행자들이 과격한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다.

     

    [네가 다크프린세스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 넌 진짜 밤중에 용사한테 칼침을 맞아도 맞을 만해서 맞았다고 인정하고 죽어야해.]

    “힝. 앨리스 선배… 후배한테 칼침 맞고 죽어도 된다고 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한참 전부터 뒤에서 마나보드를 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던 교관님이 주의를 주었다.

     

    “오, 오크노디. 아까부터 왜 자꾸 혼잣말을 하는 거냐. 시험 도중에는 정숙을 유지해라.”

    “혼잣말이 아니에요! 앨리스 선배는 살아있는걸요.”

    “어디에?”

    “모자에!”

    “…너 시험을 계속 치러도 되는 상태가 맞냐? 마약을 복용하고 시험을 보아서는 안 된다.”

    “마약 같은 거 안 먹었어요! 시험 보기 전에 사탕 하나 먹은 게 전부인걸요!”

     

    사탕주머니를 풀어주자 교관이 사탕 한 알을 집었다.

    서치아이를 펼치며 자연스럽게 사탕을 분석하던 교관의 얼굴이 충격과 공포로 물들었다.

     

    “이런 걸 먹고 시험을 보고 있다고?”

    “매일 최소 한 알만 먹고 있어요. 두 개 먹으면 이빨이랑 장기가 다 썩는다고 저희 메이드가 먹지 말랬어요. 그래서 하나만 먹어요. 기특하죠?”

    “장기가 썩는 사탕은 사탕이라고 부르지 않아!”

    “쉿! 시험 중에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요? 방해 되니까 조용히 좀 하세요.”

     

    교관이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로 제 가슴을 툭툭 치려다가 손에 들린 사탕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돌려주마.”

    “손때 묻은 사탕을 다시 돌려주면 어떡해요? 교관님이 드셔야죠.”

    “내, 내가아?! 이거얼?!”

    “거기 뭐냐. 아까부터 시끄럽다.”

     

    레어그릴스 교수의 구박에 억울함이 배가 된 교관이 사탕을 쥐고 이도저도 못하고 진땀만 흘렸다.

    그 틈에 나는 얼른 진도를 빼었고, 신앙의 힘으로 마인클래스로 진급하고도 암흑마나를 제어할 수 있는 타락신앙메타를 완성하였다.

     

    ‘디테일한 타이밍도 좋았지!’

     

    정확히 40턴에 맞추어서 수도를 침공하고 사방으로 붙잡은 인질을 파견해 마인들의 수도침공 소식까지 전하며 충격을 확산시킨다.

    한 턴만 더 일찍 침공했으면 시험 속 북부대공과도 한판 떴을 텐데, 자칫 북부대공의 무력만 돋보여주고 마인군단의 출현이 전하는 충격을 북부대공의 무력에 잡아먹힐 수도 있었겠지.

    그런 불리함은 피하고 충격만 극대화한 덕분에 다른 시험생들도 교관들도 교수도 북부대공마저도 다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기색이었다.

     

    [당신은 악마인가요? 아니, 악마도 이렇게 고강한 고행자들을 모조리 타락시키는 엄청난 짓은 저지르지 못했을 겁니다.]

    [10만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암흑타락 경험치+100]

    [대담함 경험치+50]

    [화술 경험치+50]

    [심리예측 경험치+30]

    [마나제어술 경험치+30]

    [무서운아이 경험치+10]

     

    [당신은 선신 아포니아의 단지 고행을 사랑했을 뿐인 순진무구한 고행자들을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뜨렸습니다.]

    [칭호 <타락의 인도자>를 습득했습니다.]

    [*타락의 인도자* : 모든 신성계열 마나를 지닌 존재는 당신에 의해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에 노출되었습니다.]

    [보유효과 – <신성>에의 간섭성공확률 10% 증가]

    [장착효과 – <신성>에의 간섭성공확률 30% 증가]

     

    말도 안 되는 시험내용의 전말을 알아차린 교관들은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레어그릴스 교수조차 이걸 무어라 말해야할지 몰라 어버버 거리는 와중에 오직 북부대공만이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 선신 아포니아를 믿는 고행부대에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냐. 신에 대한 불경이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제가 멀요?”

    “수도를 침공한 35인의 마인군단. 그것이 아포니아 고행부대의 수와 정확히 일치했음을 우연이라고 둘러댈 셈인가?”

     

    이번 회차의 북부대공 유다는 유난이 심하네.

    원래는 좀 진중한 맛이 있는 분이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실망스럽다.

     

    “그게 머가 대수라고 난리에요?”

    “신이… 두렵지 않다고?”

    “여름방학에 파파네 집에 놀러가는 길에 벌써 타락의 신 안라게의 사도도 칼찌했는걸요. 이 정도는 그거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지 않나?”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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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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