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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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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8화. 이런 건 처음이라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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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생명이 용감하게도 알을 깨고 나왔다.

        열심히 발버둥 치고 두드리고, 깨물어서 마침내 세상에게 자신이라는 존재의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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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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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바깥 공기.

        동시에 어린 용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막대한 압력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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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갓 태어난 이 어린 용이 홀로 날아다닐 수 있는 비룡의 수준만 되었더라도 이 정도 압력은 너끈하게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으로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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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불합리한 생명체였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비합리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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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아무리 용이라 하여도 갓 알을 깨고 태어난 새끼 용은 보호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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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의 여린 심장이 무거운 압박에 콱 눌려 멈추기 일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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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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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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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거칠게 흔들리고 이리저리 쏟아진다. 아직 알을 다 깨지도 못한 새끼용은 알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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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이어지던 흔들림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심장을 짓누르던 압력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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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아주 조심스럽게, 껍데기를 깨고 세상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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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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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흑색의 얼음 세상.

        넓고, 삭막하고, 또 차가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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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뻗은 공간에 우뚝 솟은 옥좌만이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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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ㅡ?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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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보호자를 찾아 울부짖었다.

        텅 빈 공동에 새끼 용의 울음소리가 외롭게 메아리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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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방 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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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새끼 용은 차갑고 넓은 공간을 한참이나 맴돌며 구슬프게 보호자를 찾았다.

        그러기를 한참, 지친 새끼 용은 구석에 몸을 말고 꾸벅꾸벅 잠들었다.

        얼음 바닥의 차가운 냉기가 밀려와 몸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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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 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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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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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척이 느껴진다.

        설마 자신의 보호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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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안간힘을 다해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갓 태어난 몸은 아직 잠을 필요했다. 주인의 의지를 배신한 눈꺼풀은 새끼 용이 이길 수 없는 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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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게………. ………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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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고 중후한 목소리.

        새끼 용은 잠결에도 그 목소리를 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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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윽, 새끼 용의 곁으로 따뜻한 온기가 다가왔다. 새끼 용은 본능적으로 온기를 갈구하며 그 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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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건……. ……시여, ……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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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기를 나눠주는 대상의 움직임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새끼 용은 고롱고롱 온기에 몸을 맡기며 깊게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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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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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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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의 곁에 앉아 있는 존재는, 당연하겠지만 발가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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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을 일하고 30분의 휴식을 위해, 그리고 마왕 성으로 옮겼던 새끼 용을 돌보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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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 성에 도착한 발가르의 눈에 저쪽 구석에 처박혀있는 옅은 갈색 덩어리가 보였다.

        갈색 덩어리는 간헐적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발가르가 균열로 던진 새끼 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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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는 한참이나 갈등하다가 조심스럽게 새끼 용의 곁에 앉았다. 숨소리도 죽인 채 새끼 용을 찬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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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약한 생명이다.

        너무 여리다. 살짝 건들기만 해도 산산이 부서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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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 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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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잠결에 발가르의 온기를 느끼고 밍기적 밍기적 바닥을 기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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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으윽. 이, 이게 뭐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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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한 발가르가 목소리를 한껏 죽여 소리쳤다.

        새끼 용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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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꼼지락거리면서 발가르의 배 위로 올라오더니, 제법 편안한지 골골거리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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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 녀석. 거, 건방진 녀석…! 내려와라, 내려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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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잡아서 내릴 수도 없고. 당황한 발가르의 손이 허공을 마구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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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익ㅡ.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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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깊은 잠에 빠졌다.

        졸지에 새끼 용의 침대가 된 발가르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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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럴 시간이 없는데…. 어찌, 이걸 어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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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답은 간단했다.

        새끼 용을 들어서 내려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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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발가르는 새끼용에게 손 대기를 주저했다. 발가르의 눈에 새끼 용은 설탕으로 만든 유리보다 약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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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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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 동안 온갖 방법을 생각해본 발가르는 결국 포기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새끼 용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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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께서 이 꼴을 보면 뭐라고 하실지…. 나중에 더 열심히 일해서 벌충하는 수밖에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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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은 자지 않았다. 초월자의 육체에게 잠은 선택적인 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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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익ㅡ. …삐익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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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자신을 깔고 누운 이 건방진 연갈색 새끼 용의 숨소리를 반주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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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차원 붕괴까지 남은 시간, 15일의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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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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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날부터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발가르의 일상에 사소한 이변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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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발가르의 휴식 시간이었다.

        24시간에 30분을 쉬던 휴식 시간은 2시간에 20분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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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이익! 삐이이이이ㅡ. 삐이이익, 삑, 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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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을 돌보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 건방지고 당찬, 동시에 고집불통인 연갈색 생명체는 한번 발가르에게 붙으면 도통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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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 녀석. 놔라, 놓아라! 지, 지금부터 매우 위험하고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한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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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으이이이익! 삐이이이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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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어떻게 데려가느냐! 저 너머는 아직 너에게 너무 위험하다! 나는 너를 보살펴야 하는 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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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시간이 끝나 돌아가는 발가르의 옷깃을 붙잡고 매달리는 새끼 용.

        연갈색 새끼 용의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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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와 떨어지기 싫다는 감정을 온몸으로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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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 으윽. 아, 안 된다. 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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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이 다칠까 강하게 뿌리치지도 못한 발가르는 도망치듯 균열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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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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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남은 새끼 용이 쓸쓸하게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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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자는 자신이 싫은 걸까?

        새끼 용은 아직 어렸지만 머리는 영특했다. 자신이 이름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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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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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야. 아니지!

        새끼 용은 당찬 각오를 다지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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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알고는 있다. 보호자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것을.

        그렇다면 자신이 보호자를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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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겨우 5일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사고방식이었다.

        성지에 사는 어떤 서리용은 생후 5일 차에 드워프들의 수염을 뜯어먹으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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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짝 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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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턱없이 넓은 공동을 열심히 가로질렀다. 아직 축축한 날개를 말리기 위해 부지런히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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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에 가려진 구석, 발가르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적어도 새끼 용은 그렇게 생각했다.)에는 새끼 용의 보물창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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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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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친 흙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새끼 용이 애지중지 아끼는 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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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새끼 용이 매일 고생하는 발가르를 위해 직접 준비한 진흙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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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한 줌 없는 곳에서 어떻게 진흙을 구했느냐. 매우 신묘한 방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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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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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의 주둥이에서 갈색 덩어리가 후두둑 흘러내린다. 진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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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용이 얼음 숨결을 쓰듯이, 바위용의 피를 이어받은 새끼 용은 대지 숨결을 쓸 수 있었다.

        아직 어려서 진흙처럼 물컹물컹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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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자신이 뱉은 진흙을 정성스럽게 반죽했다.

        이건 동그랗게 뭉친 진흙, 이건 넓게 펼친 진흙, 이건, 음… 마구 찢은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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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봐도 흙장난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새끼 용은 더없이 진지하게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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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힘들군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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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열이 열리고 발가르가 돌아왔다.

        마침 진흙 음식을 모두 완성한 새끼 용이 벌떡 일어나 발가르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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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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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쯤 굴러가듯 달려온 새끼 용을 거뜬하게 받아낸 발가르.

        5일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이나 품에 안았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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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은 마구 몸부림치며 발가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

        《방금 전에도 봤는데 네 녀석은 항상 호들갑이구나. 나, 마왕의 보살핌을 받는 용이라면 응당 위엄을 갖춰야 하거늘.》

        ​

        툴툴거리는 발가르의 입꼬리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아주 살짝 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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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익. 삐이이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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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이 발가르의 발치를 붙잡고 낑낑거렸다.

        발가르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듯했다. 

        ​

        보통의 감수성을 지닌 존재라면 못 이기는 척 새끼 용에게 끌려갔겠지만. 발가르는 잔혹한 마왕, 만마의 제왕.

        ​

        그에게 평범한 감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직은.

        ​

        발가르는 새끼 용에게 코웃음 쳤다.

        ​

        《흥. 난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은 듣지 않는다.》

        ​

        “…삑!”

        ​

        포기한 새끼 용이 오도도 구석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앞다리가 짧아서 오는 길에 절반 넘게 떨어트렸다. 

        ​

        《…이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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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용이 구석에서 뭔가 만들며 놀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모른 척해준 것뿐이지.

        ​

        《…흙? 흙을 도대체 어디서. 아니, 이게 뭔.》

        ​

        심연에서 보기 드문, 어쩌면 아예 볼 수 없는 갈색의 흙덩어리들.

        새끼 용은 그것들을 자랑스레 들어 올리며 발가르에게 내밀었다.

        ​

        “삐, 삐이이. 삐이이익!”

        ​

        《…선물……이라고?》

        ​

        “삐이이이이ㅡ. 삐, 삐익!”

        ​

        《……나한테 주려고 몰래 만든 것들이라니.》

        ​

        발가르는 멍하니 흙덩어리들을 바라봤다.

        찌그러지고, 못생기고, 어설픈 형태를 갖춘 흙덩어리들.

        ​

        새끼 용은 자신의 걸작이 제법 자랑스러운지 작은 날개를 쫙 펼치며 의기양양한 자세를 취했다.

        ​

        “삐익! 삐이이익.”

        ​

        이건 진흙으로 만든 고기!

        ​

        “삐이이익. 삐, 삐이익!”

        ​

        이건 진흙으로 만든 채소!

        ​

        “……삐이익. 삐익, 삐이이이.”

        ​

        이, 이건 진흙으로 만든…….

        ​

        “…삐익?”

        ​

        《…….》

        ​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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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는 선물을 받을 생각 없이 한참이나 흙덩어리들을 노려봤다. 날개를 쫙 펼치고 있던 새끼 용은 뭔가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보호자의 심기를 어지럽혔나 싶어 천천히 날개를 움츠렸다.

        ​

        “……삐?”

        ​

        《선물, 선물이라…….》

        ​

        선물….

        어버이에게 받은 선물을 제외한다면, 발가르는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선물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

        뭔가, 뭔가 간질간질한 것이.

        발가르의 가슴께에서 아주 작은 것이 꼼지락거렸다.

        ​

        낯선 감각이다.

        ​

        “………삐이……….”

        ​

        보호자는 진흙을 싫어하는 걸까?

        날개를 축 늘어뜨린 새끼 용이 천천히 진흙 덩어리들을 등 뒤로 숨겼다. 

        ​

        보호자의 눈에 차지 않을 만큼 못생겨서 그런가 보다.

        다음에는 조금 더 예쁘고, 멋지게 만들면 보호자가 좋아하지 않을까….

        ​

        휙!

        ​

        발가르가 손을 움직여 새끼 용의 흙덩어리들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

        《흥. 이 몸에게 바친 공물을 어디 감히 가져가려 하느냐. 네 놈이 바친 것은 영원토록 나의 것이거늘.》

        ​

        “삐이!”

        ​

        《뭐.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아직 많이 못생겼고, 형태도 어설프지만…. 네 놈의 첫 공물임을 감안한다면……. 나쁘지는 않구나.》

        ​

        “삐, 삐이이! 삐이이이!”

        ​

        새끼 용이 꼬리를 씰룩씰룩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발가르의 몸에 미약한 활기가 깃들었다.

        ​

        《이건 부족한 네 놈이 나에게 바친 첫 공물이다. 그러니 특별히 귀중하게 대해주마.》

        ​

        발가르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흙덩어리들에 검은 기운을 조심스럽게 불어넣었다.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외형을 보호했다.

        ​

        《……공물은 모두 이 몸의 것. 탐욕스러운 네 녀석의 마음이 바뀌어 훔쳐 갈 수 있으니 이 몸이 직접 보호하도록 하겠다.》

        ​

        그리 말하며 발가르는 자신의 망토를 살짝 잘라냈다. 금방 작은 주머니를 만들더니 허리춤이 고정한 뒤, 그 안에 흙덩어리들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

        《……흠.》

        ​

        간질간질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다.

        뭔가 낯간지럽고, 작은 벌레가 꼬물거리는 이 기분은 도대체.

        ​

        “삐익, 삐이이이이.”

        ​

        《…아. 그렇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

        휴식 시간은 진작에 끝났다. 발가르는 뭔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기분이었다.

        ​

        《난 이만 가보겠다. 엄한 짓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

        “삐이익!”

        ​

        균열을 통과해 차원의 틈으로 돌아온 발가르는 여느 때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며 골조를 설치했다.

        ​

        기분 탓인지, 아니면 조금 더 오래 쉬었던 탓인지.

        평소보다 몸이 가벼웠다. 골조를 설치하는 속도가 거의 4할은 빨라진 것 같다.

        ​

        《나쁘지 않군.》

        ​

        골조를 설치하던 발가르가 중얼거렸다.

        ​

        정말 나쁘지 않았다.

        몸 상태도, 기분도.

        ​

        “삐이이이!”

        ​

        그날부터 발가르의 일상에 또 아주 작은 일정이 추가됐다.

        휴식 시간 때마다 새끼 용이 직접 만든 흙덩어리를 발가르에게 선물한 것이다.

        ​

        《흥. 미약한 공물이구나.》

        ​

        “삐!”

        ​

        발가르는 거절하지 않았다.

        약한 녀석이 바치는 공물을 구태여 거절할 필요는 없으니까.

        ​

        발가르의 허리춤 주머니에는 어두운 기운으로 섬세하게 보호된 흙덩어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흙덩어리가 늘어나는 만큼, 차원의 틈에 설치하는 골조 작업도 끝이 가까워졌다.

        ​

        《이제 곧 끝낼 수 있겠어.》

        ​

        남은 작업량은… 조금 급하게 하면 하루, 느긋하게 한다면 이틀 분량.

        ​

        발가르는 기꺼운 마음으로 마왕 성에 돌아왔다.

        여느 때처럼 새끼 용이 오도도 달려왔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두 손에는 흙덩어리가 없었다.

        ​

        새끼 용의 텅 빈 손을 본 발가르의 눈썹이 작게 요동쳤다.

        ​

        “삐이이이. 삐익, 삐이이ㅡ!”

        ​

        열심히 달려온 새끼 용은 발가르 앞에서 호흡을 고르더니, 이내 위풍당당한 자세를 취하며 촥ㅡ! 작고 앙증맞은 날개를 힘껏 펼치는데.

        ​

        《오.》

        ​

        파다다다닥!

        ​

        새끼 용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올랐다.

        비룡이 된 것이다. 

        ​

        《호오.이건 제법 기특, 크흠. 나쁘지 않구나.》

        ​

        발가르의 주변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끼 용.

        인색한 칭찬을 뱉은 발가르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

        “삐이이이. 삐이익, 삐익!”

        ​

        《…흠? 이제 비룡이 되었으니 나를 따라가고 싶다고? 차원의 압력을 견딜 수 있다고…? 정말이냐?》

        ​

        흐뭇하게 새끼 용을 바라보던 발가르가 눈빛을 굳혔다.

        차원의 틈은 위험한 공간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새끼 용은 차원의 틈에 가면 안 됐다.

        ​

        “삐이이이…. 삐이ㅡ 삐이이이….”

        ​

        날개를 접은 새끼 용이 눈을 크게 뜨며 발가르의 발치에 매달렸다.

        ​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얌전히 앉아만 있을게요. 네? 혼자 있으려니까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요. 네에? 

        ​

        발가르의 마음이 흔들렸다.

        어쩐지 허리춤의 흙덩어리들에 시선이 간다.

        ​

        ‘…그동안 녀석에게 공물을 받은 것도 있으니.’

        ​

        윗사람으로서 공물을 받았으면 응당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법.

        깊게 고민하던 발가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보는 것 정도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

        ​

        “삐이이이이!”

        ​

        새끼 용이 기쁨의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발가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

        보는 것뿐이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이제 골조 작업도 끝나가고 있으니 더더욱.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미욱한 작가가 그리는 그림은 그렇게 크지 않답니다… 어흐흐흑. 너무 큰 그림을 그리면 도화지가 찢어지거나… 선이 삐쭐어지거나… 뭔가 의도한 대로 나오지 않아서… 어흐흑. 작가는 분수에 맞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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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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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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