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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8

       *** ***

         

       미친놈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받으며 흑룡성에 들어온 우리.

         

       그렇게 소천마의 처소로 안내된 나와 일행들은.

         

       “그대는 제정신인가!!!”

         

       폭풍과 같은 소천마 위서련의 분노를 마주해야만 했다.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이렇게 처들어왔는가! 차라리 언질이라도 주었다면 대책이라도 상의해 보았을 것을!”

         

       “미안합니다.”

         

       “그대나 아버님이나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위서련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천마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위지천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져 죽겠다는 태도였다.

         

       “자, 자…진정해요.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흑묘가 폭풍같은 흑룡기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위서련을 달랬다.

         

       “그대도…! 후우…”

         

       흑묘에게도 성을 내려던 위서련은 화를 삭이며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흑묘 옆에 있던 당소열의 얼굴이 희게 질린 것을 본 탓이었다.

         

       앞에 놓인 차를 시원한 맥주마냥 벌컥벌컥 삼켜버린 위서련이 길게 한숨을 토하며 자리에 앉았다.

         

       조용히 화를 가라앉히던 위서련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대 역시 정철의 최후를 보았지. 자신은 있는가?”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승산은 충분했다.

         

       그런 나를 위서련은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인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울 대상을 스스로 정할 권리가 있지.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 천마신공이라는 점이 무척! 매우! 마음에 안 들지만…흥!”

         

       간신히 가라앉힌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기라도 하는지 눈썹을 치켜올리는 위서련.

         

       “뭐, 좋다. 이미 벌어진 일로 더 이상 화를 내는 것도 천마의 격에는 어울리지 않겠지. 그래. 그대가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하는 건 바로 혈교를 물리칠 천마신교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호천안, 그대가 천마신공을 계승하여 천마가 된다고 치더라도 높은 확률로 교의 무인들은 그대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분명 천마로서 존중받겠지만 그렇다 하여 그대의 ‘사적인’ 복수에 동참하지 않을 테니까.”

         

       뭐, 당연한 말이었다.

         

       아무리 무리의 수장이고, 그 수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조직 전체를 사적인 감정만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누가 따를까.

         

       그리고 천마가 된다고 한들 내가 천마신교의 수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천마 위지천이 있고 그런 위지천의 적통인 위서련까지 있는 판국에 나를 지지할 교의 무인이 있을까. 있기야 하겠지만 뭐 주류라고 할 수는 없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알고 있으니 원본을 입에 담았겠지.”

         

       위서련의 말은 한탄에 가까웠다. 위서련은 흑룡의 시련을 겪고 이겨낸 당사자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막연한 상상에 가까운, 천마신공의 원본을 복원한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셈이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위서련의 눈에 체념의 빛이 감돌았다.

         

       “뭐, 좋다. 생각해보니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었군. 원본을 복원하는데 실패해도 그대가 전승에 성공한다면 천마가 되는 셈이니 말이다.”

         

       위서련의 발언에 여일예, 모용연화, 혁기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내가 천마가 되면 유서 깊은 정파 소속인 세 사람은 입장이 난처해지겠지.

         

       “또한 내 맞수로서의 자격 역시 확실해지는 셈이니….흠. 아버님의 고집은 이런 뜻이었는가? 아니. 그렇진 않겠지.”

         

       위서련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을 때였다.

         

       “천세! 천세! 천천세! 실례합니다! 천마님의 전언을 전하고자 하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라.”

         

       누가 들어도 언짢은 기색이 잔뜩 낀 위서련의 음색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무인이 재빨리 부복했다.

         

       “호천안 님의 전수 의식을 내일부터 거행하겠다는 천마님의 뜻이 있었습니다.”

         

       위서련이 시선을 통해 내 의사를 물었다. 준비가 안 되었다면 시간이라도 벌어주겠다는 호의가 느껴졌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으니 의식이 빠르게 진행되는건 나 역시 바라던 바였으니까.

         

       “알겠다.”

         

       그렇게 의식 거행일이 확정되었다.

         

       *** ***

         

       내 전수 의식은 3일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으로 통보받았다.

         

       의식을 위해 위서련의 처소 정문을 나서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달라붙었다.

         

       뭐…그 난리를 피우며 등장했으니 내 소식이 흑룡성 전체로 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겠지.

         

       적대감, 기대감, 호기심…혹은 질시나 동경의 시선들이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박혀들었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일은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만큼은 또 느낌이 달랐다.

         

       응당 시선에 따라오는 수근거림 하나 없이 모두가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천마비고를 드나들며 흑룡성도 어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곳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 이 광경을 보니 어째서 천마신교가 교(敎)인지 사무치게 깨달았다.

         

       이들은 천마신공의 도전자인 나를 어떠한 불가침의 존재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오묘한 시선과 함께 도착한 곳은 정철이 천마신공을 전수받았던 예의 그 틈새였다.

         

       그 틈새 안, 정철이 천마신공을 전수받던 그 건물에 위지천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왔는가.”

         

       “예.”

         

       정철의 실패로 파손되었던 건물은 말끔하게 복원되어 있었고 그때와 같은 방석이 자리에 놓여져 있었다.

         

       정철이 죽은 자리에 그대로 앉는다는 쓸데없는 감흥을 품으며 자리에 앉으니 위지천은 지체없이 입을 열었다.

         

       천마란 어떤 존재인가.

         

       무슨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가.

         

       이런저런 말을 담담히 읊조리던 위지천의 설명이 마교의 역사로 이어졌다.

         

       영물이 천하를 지배하던 시절 신강에서 흑룡을 떨어뜨린 초대 천마에 대한 이야기.

         

       초대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위지천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흑룡의 시련을 극복해야만 천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천마신교의 고질적인 약점이다.”

         

       약점이라.

         

       “그대는 외인이나 천마신교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알고 있지. 어째서 천마신교가 외부와는 전혀 다른 체계로 움직이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있나?”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였으니까.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다른 곳과 다른 독자적인 문화가 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문파와 세가와 달리 천마신공을 계승하는 일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언제 천마의 대가 끊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지.”

         

       위지천은 담담하게 피로 얼룩진 역사를 입에 담았다.

         

       천마신공의 계승자는 아주 엄격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다.

         

       그러나.

         

       아무리 혹독한 시험을 통과한 이일지라도 반드시 계승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보장이 없었으니 당연히 계승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겠지.

         

       천마라는 이름은 후보생들의 핏값으로 유지되는 셈이었다.

         

       “어느 때나 천마신교는 최선을 다해 천마신공을 계승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었지만 늘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마교는 어째서 중원무림에서 미쳐버린 마인들의 집단으로 묘사되는가.

         

       그랬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공을 계승하기 위하여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던졌던 시기가.

         

       그 시절의 상처는 온전히 사라지지 않고 흉터가 되어 여전히 천마신교에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뜻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위지천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장막을 거두었을까.

         

       위지천의 두 눈은 그 흉터가 단순히 천마신교의 평판만 망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대는 천마비고를 오랫동안 드나들었지. 그곳에서 이름을 감춘 천마들이 만든 무공을 여럿 보았을 것이다. 역대 천마들이 왜 천마신공이라는 최고의 무공을 익혔음에도 그리 많은 무공들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그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천마신교는 천마가 될 자가 길러져야 할 토양이었으니까. 천마들이 계속해서 새 무공을 만들어 낸 것은 그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였겠지.

         

       “천마신교의 무인들이 어째서 이 신강에서만 웅크리고 있는지 이제는 알겠는가?”

         

       무인들은 모두 천마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자들이었다. 재능 있고 뛰어난 무인들이 중원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만큼 안정적으로 천마를 배출할 가능성은 줄어들겠지.

         

       “그리고 어째서, 지금 그대와 같은 외인이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할 수 있는지 이해했는가?”

         

       최악의 최악.

         

       외인이 천마신공에 도전할 수 있다는 규율은 도무지 천마신교 내에서 천마신공을 이어나갈 자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를 고려한 규율이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위지천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대는 천마신공의 ‘원본’을 돌려준다는 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로군.”

         

       중압감에 숨이 턱 막혔다.

         

       각오한 바였으나 새삼 깨달은 그 무게가 내 어깨를 짓눌렀다.

         

       “아마 그대가 ‘원본’을 구한다 한들 흑룡혈의 저주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흑룡혈의 저주는 천마신공의 이치와 하나 되었으니 천마신공의 이치를 논할 때마다 다시 튀어나오겠지.”

         

       천마신공의 원본을 구한다.

         

       이는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으니 나 역시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천마신공도, 흑룡혈의 저주도 경험하지 못한 나보다는 위지천의 판단이 정확하겠지.

         

       “그럼에도 원본을 구하는 것이 이 천마신교의 숙원인 것은 단순히 초대 천마가 다루었던 무공을 복원하자는 의미뿐만이 아니다.”

         

       위지천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쩐지 그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원본이 천마신교의 맥을 이어줄 기회이자, 천마신공이 이어지기 위해 무수히 많은 피가 흘러야만 할 때, 수많은 신도들의 목숨을 구해줄 유일한 구원이기 때문이다.”

         

       위지천이 시선을 통해 물었다.

         

       “그러니 그대는 교의 은인이 될 것이고 천마신교는 기꺼이 은인을 위해 검을 뽑아들겠노라.”

         

       너는 할 수 있겠느냐고.

         

       “망설임과 두려움이 생겼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해도 좋다.”

         

       그렇기에 답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내 대답을 받아들인 것일까? 위지천의 얼굴에는 미세한 웃음과 함께 명백한 기대감이 떠올랐다.

         

       …어째 눈빛으로 보이는 강렬한 빛이 기대감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위지천 역시 사람이니 감정이 격화될 때도 있겠지.

         

       “그렇다면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숙고하라.”

         

       위지천이 몸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천마신공의 계승을 위한 준비라는 건 그러한 것이다.”

         

       그렇게.

         

       계승 준비를 위한 첫 날의 수업이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 며칠 연재를 위해서 잠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잠을 줄였더니.

    잠은행 한도가 폭발했는지 추심원들이 덮친 모양입니다.

    하루가 삭제되어버리는 마법이 발생했네요.

    이 무자비한 놈들이 에어컨을 틀어 놓은 상태 그대로 추심에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가볍게 감기 기운까지…

    펑크에 지각까지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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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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