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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8

       본인은 본래부터 무림에 살던 인간이 아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아이의 몸에서 깨어난 불운한 현대인에 불과하지.

       

       그런 나에게 무림의 세상은 지옥이라 불러 마땅한 장소였다.

       

       “최초의 지옥은 육신의 고통으로 가득 찬 장소였지.”

       

       천마신교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훈련을 받을 때에 본인은 차라리 죽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자신의 불행을 원망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목숨만을 부지하기를 바라였으며, 그 끝에는 이 비루한 생과 함께 빌게 되었지.

       

       그 때는 이 비루한 인간의 삶보다도 신교의 생이 더 빠르게 끝맺음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말야.

       

       얼마 지나지 않아 신교가 무림맹의 습격을 받아 무너진 후.

       

       어머님의 유언에 따라 그 곳에서 도망쳐 나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던 때에.

       

       무림맹의 추적을 피하여 비루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이던 그 때에.

       

       강제적으로 세상을 유랑하던 그 시절에.

       

       본인은 처음으로 무림이란 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알게 되었다.

       

       무림에서는 말이다.

       

       아기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표하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이 싹을 틔우지 못한 채 저무는 것이 일상적이기에 눈물을 흘리고 마음 아파할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마음에 묻고 일어나야만 하지.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그런 광경을 보며 무림의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반응하지만 본인은 아니다.

       

       아기의 죽음이 비극이라 여겨지는 곳을 알고 있는 본인에게 그 광경은 현실이 가져다 준 슬픔일 뿐이었다.

       

       또 무림에서는 말이다. 여행을 다니다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는 일이 흔하다.

       

       그 도적놈들은 어디선가 무공 좀 배웠다 하는 놈팽이 일수도 있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농기구로 농사를 짓는 대신 사람을 해하려하는 자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런 놈들이 이곳저곳에 도사리는 곳이 무림이기에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흔히 시체를 마주할 수 있지.

       

       고통에 찬 눈을 감지 못한 채 허공을 바라보는 이를 말이야.

       

       무림에 사는 사람들은 그를 보며 도적을 조심해야겠다 생각하고 말지만 살인과 강도가 드물던 세상을 아는 본인은 그들의 눈을 감겨주며 이 또한 비극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굶주림은 또 어떤가.

       

       무림에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배고픔이라는 것은 언제나 안고 살아야하는 무언가이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굶주림을 평생 모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아는 나에게 굶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이외에도 본인에게는 이러한 비극들이 무수히 많다.

       

       현대라는 세상을 알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저주가 되어 본인을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지.

       

       본인이라는 인간은.

       

       현대에서 태어나 무림에서 자라나게 된 사람은.

       

       아무리 비극의 광경에 익숙해진다 하더라도 저를 비극이라 인지하는 이상 결국 무림의 세계에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

       

       “그 속에서 본인이 얼마나 많은 미혹을 겪었으리라 생각하느냐.”

       

       세상과 나 사이의 괴리 속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린 자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살 수 있으리라 여기는가?

       

       자신의 상식에 반하는 풍경 한 가운데에 놓인 인간이 해맑게 웃으며 그 곳에서 살 수 있으리라 보는가?

       

       그럴 리가 있나! 닳고도 닳았을 시절의 본인조차도 이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천마신교에서 도망쳐 나왔거늘.

       

       이제 막 무림에 발을 디딘 꼬맹이였던 본인이 그 광경을 어찌 무던하게 견뎌내겠는가.

       

       “그 미혹을 마주하지 못했더라면 본인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무림의 어느 외진 곳에서 편안하고도 긴 휴식을 취하게 되었겠지.”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은 사용자의 미혹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무공의 근원이 되는 내기는 아귀보다도 탐욕스러운 존재일지어니.

       

       사용자의 마음에 흔들림이 생기는 순간 자신의 주인을 집어삼켜 스스로마저도 파멸로 이끌려 들지.

       

       이것에 예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본인의 아래에 얌전히 굴복하고 있는 천마신공의 내기조차도 그 시절에는 언제나 본인을 집어삼킬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이쯤 되었으면 알 것이다. 본인이 그대가 이야기 한 괴리를 모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본인은 영문도 모른 채 무림에 떨어졌던 그 시절부터 언제나 이 괴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괴리 탓에 생겨나 미혹과 싸우며 비루한 목숨을 유지해왔다.

       

       생과 사의 가운데에서 외줄을 타며 스스로는 끊을 수 없게 되어버린 삶을 이어왔단 말이다.

       

       “물으마. 그대에게 무공이라는 것은 미혹 속에서도 얼마건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인가?”

       “…”

       “물으마. 그대에게 본인이 다루는 천마신공이라는 것은 미혹 속에서도 고금제일이 될 수 있는 무공으로 보이는가?”

       “…”

       “물으마. 그대의 눈에는 본인의 경지가 미혹 속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스스로가 지닌 괴리 속에서 괴로워하면서도 올라설 수 있는 곳으로 보이느냐?”

       

       반그로우. 그대도 알 것이다.

       

       결국에 모든 것은 한 가지로 이어지는 법이니.

       

       자신의 영역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한 그대는 본인이 오른 경지가 미혹 속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 지금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있겠지.

       

       그대는 본인이 살아온 삶을 부정하려 들었다.

       

       자신의 알량한 지식으로 나의 일생을 평가하려 들었다.

       

       본인이 스스로 내놓은 답을 오답이라 정의하려 했다.

       

       “지금 이것이 내가 정한 답이다.”

       

       다른 이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 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답이다.

       

       미혹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타협하지도 않고 미혹을 마주한 채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바로 나다.

       

       괴리와 비틀림 속에서 굳건히 선 것 또한 나다.

       

       고금제일인이며 천하제일인이고 신교의 제일인이며 천마이고 백화령이고 백아라인 것이 나란 말이다.

       

       “그러니 네 놈이 본인을 부정하고 싶다면 본인을 뛰어넘어라.”

       

       그대가 내린 답이 옳다고 믿는다면 그대의 뜻으로 나를 찍어 눌러 보아라.

       

       반그로우 네가 지닌 의지가 더 크다면 내 기꺼이 그대의 답이 옳다고 인정을 해 줄 터이니 말이다.

       

       “어찌할 테냐.”

       

       도전을 할 것이라면 환영해주도록 하겠다.

       

       본인은 본인을 꺾고자 하는 이를 나름대로 좋아하거든.

       

       아아. 물론 자신의 주제를 알고 최소한 본인이 흥을 낼 수 있게 해주어야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다만.

       

       반그로우 그대 정도라면 크게 나쁜 상대는 아닐 듯 해.

       

       “죄…죄송합니다. 아라님.”

       

       얼굴을 창백히 물들인 반그로우가 고개를 숙였다.

       

       “크나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알면 됐다. 알면.”

       

       그대가 본인과 초면일 뿐인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잖으냐.

       

       본인에게 요리에 관한 것을 알려주었고,

       

       본인의 바람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다가,

       

       방금 전에 어디서도 맛 보기 어려울 여러 음식들을 대접해주기도 했고.

       

       그대의 요리를 먹으면서 배운 것도 있고 새로운 발상을 떠올린 것도 있으니.

       

       그대가 스스로의 잘못을 이해한다면 그 이상 무어라고 하진 않겠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그대가 덤비고 난 후에 깨지고 사과를 해주는 편이 제일 좋을 것 같긴 했어.

       

       반그로우 그대 또한 나름의 강자이지 않은가. 그대 정도면 나름대로 흥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단 생각이 절로 든단 말이지.

       

       나중에 몰래 기습이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입 밖으로 연기를 뱉어낸 나는 살짝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입에 담았다. 그리고 깜짝 놀라 찻잔을 바라보았다.

       

       무어냐.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녹차일 뿐인데 무어 이리 깊은 맛이 난다는 말인가.

       

       이것이 진정 내가 아는 녹차와 같은 것인가?

       

       근본부터가 전혀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진다만?!

       

       차의 맛에 깜짝 놀라 방금 전 화를 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그 옆에 있는 다과를 살폈다.

       

       이 다과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분명 단 음식이다.

       

       이 녹차는 어디까지나 단 음식이 가져다 줄 부담을 덜고 깔끔함을 남기는 역할을 뿐이지.

       

       그런데 말이다.

       

       부가 되어야 할 이 녹차가 이렇게 깊고도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는데 주가 되는 이 단 음식은 또 어떠할 것인가.

       

       침을 꿀꺽 삼키고서 단 음식에 손을 댄 나는 이내 극상의 행복에 빠져들고 말았다.

       

       허어. 어찌 이런 행복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단 음식만 있다면 앞에 어떤 괴악한 것이 있더라도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식당에서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절로 손이 가서 두 개를 집어 먹으니 약간 과하게 달단 느낌이 들긴 한다만 괜찮다.

       

       이 때에 먹으라고 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단 맛으로 가득한 입 안에 경탄스럽던 녹차를 흘려 넣으니 이 또한 새로운 행복이구나.

       

       방금 전에 열이 올랐다는 사실조차도 흐릿해질 지경이야.

       

       단 음식과 차가 만들어내는 행복의 순환 속에서 쉴 새 없이 손과 입을 놀리던 나는 어느새 비어버린 찻잔과 그릇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릴 수 있었다.

       

       사실 조금 아쉽단 생각이 들기는 한다만 이야기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

       

       여기서 만족을 해야겠지.

       

       그리 생각을 하고서 빈 찻잔을 내린 나는 어딘가 떨떠름하단 얼굴로 날 보는 반그로우를 마주하게 되었다.

       

       무어냐.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가.

       

       본인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가?

       

       다급히 먹으면서도 나름의 품위는 지켰다고 생각을 한다마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난 그냥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 실례를 했을 수도 있긴 하다만 그는 방금 전의 무례를 용서해 준 대가라 치면 될 테지.

       

       “덕분에 즐거운 경험을 했다. 감사를 표하마.”

       “네? 아.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정말 맛있게 드셔 주셨으니까요.”

       “되었다. 그대가 해 준 음식을 앞에 두고 미간을 찌푸릴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

       

       손을 휘휘 내저은 나는 다시금 집으로 가기 위해 균열을 만들어냈다.

       

       반그로우 녀석에게 배운 것이 있으니 그를 슬로우쿡에 적용시켜 보자꾸나.

       

       음식으로써하는 이야기라.

       

       꽤 재밌을 것 같군 그래.

       

       “저기! 아라님! 잠시만요!”

       

       균열 너머에 발을 디디려 하는 순간 반그로우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무어냐. 혹여 사용하지 않은 식재라도 있느냐?”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잊은 것? 본인이?”

       “네. 지금 아라님만을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스무고개를 하지 말고 그냥 답을 말하거라.”

       “백호님. 퇴근 안 시켜 주실 생각이신가요?”

       “아.”

       

       맞다. 그 녀석이 있었지. 참.

       

       하마터면 강제로 며칠 쯤 더 일을 시킬 뻔 했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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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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