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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8

    <458 – 오크노디 담당교수들의 밀회>

     

    안라게의 사도를 실제로 슥삭한 거에 비하면 이건 모의시험에 실존하지도 않는 사제를 시험에서만 타락시켰을 뿐이다.

    무림 식으로 치자면 논검으로 소림사의 스님이 사형들을 떼거지로 불러와 백팔나한진을 펼쳤다고 하니 108명을 천마신공으로 꼬셔서 내편으로 만들었다고 우긴 거나 다름없는 꼴!

     

    “신이나 되어서 유치하게 이런 말싸움에 정색하고 달려들면 유치한 거 아닌가요?”

     

    북부대공도 내 말에 논리적으로 설득이 되었는지 더는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냐며 깊게 따지지 않았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트집을 잡았다.

     

    “암흑신관.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위기를 북부에 풀어버리겠다는 협박인가. 이것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너를 통해 내게 보내는 뜻이냐.”

    “?”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파파랑은 상의한 적 없어요. 이건 제 기술이죠!”

     

    암흑신관메타는 내가 창시한 거야.

    내 결실을 왜 파파한테 양보해.

    이건 아무한테도 못 줘!

     

    “…원하는 바를 말해라. 감추고 있어도 되었을 기술을 드러냈다면 노리는 바가 있겠지.”

     

    찌르고 갈라도 자꾸만 부활해대는 마인의 재생력을 압도하고자 일격필살의 빌드를 창시한 것처럼 위기에 직면하면 해결책부터 빠르게 찾는다.

    북부대공의 그러한 실리적인 성격은 플레이어인 나를 상대로도 융통성 있게 발휘되었다.

     

    “나중에 용사를 북부에 보낼 때 도와주세요!”

    “…용사? 네가 아니라?”

    “용사한테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그럼 앞으로도 아이린이랑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요!”

     

    용사가 북부의 지역이벤트를 해결하면 아이린이 억지로 자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으니 얼마나 좋아?

    이슈타르에게도 호의를 베풀고 북부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면서 북부대공에게도 호의를 베풀고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아이린에게도 호의를 베푼다.

    모두가 윈윈 하는 나의 제안에 북부대공은 살벌하게 이쪽을 노려보았다.

     

    ‘왜지? 원래는 감격을 참지 못하고 부르르 떨면서 좋아해야 할 순간인데. 이렇게 좋은 제안을 했는데도 왜 화를 내는 거지?’

     

    의아한 마음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입을 가린 채, 앨리스 선배에게만 들리게 물었다.

     

    “선배. 북부대공이 왜 화가 난 걸까요?”

    [이게 화가 안 나면 사람이겠니…?]

    “이상하네… 내 롤모델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시무룩해져서 모자를 슥 들어 올렸다.

    눈을 마주친 북부대공은 여전히 살벌한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혹시 아이린이랑 사이 나쁘세요?”

    “…뭐라고?”

    “딸을 아끼는 아버지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잖아요. 그런데도 망설인다면 딸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그럼 협상제안을 다시 골라야 할 텐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북부대공의 발치에서 쩌쩌적 소리가 일어났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며 실내바닥을 전부 뒤덮었다.

     

    “……제안은 받아들이겠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북부대공의 지위에 맹세컨대 나 유다는 오늘의 제안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역시 북부대공님은 신의가 있고 진중하신 분이 맞았다. 내 롤모델답게 말이 통하고 멋진 분이시다.

     

    “심심하면 방학에 저도 아이린이랑 용사랑 다 같이 놀러갈게요!”

     

    북부대공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딸의 친구가 함께 집에 놀라온다니 진심으로 기뻐할 정도로 부성애가 넘쳐나는 남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도 참 존경스러운 분이다.

    나도 나중에 크면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아스타로트는 참관이 도움이 되었나요?”

    “상당히 많이. 덕분에 많은 영감을 얻었어. 내년에는 아카데미에서 다시 보게 될지도 몰라.”

    “그럼 다행이네요. 내년에 봐요!”

     

    시험도 성공, 아스타로트의 견학꼬시기도 성공, 예상치 못한 아이린의 학부모 북부대공 유다와의 교섭도 대성공, 아주 알차고 만족스러운 강의시간이었다.

     

     

    * * *

     

     

    헤스티아는 떨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디스트로이어를 찾아갔다.

     

    “그 말에 정녕 거짓은 없겠지?”

    “모두 진실입니다.”

     

    오크노디를 위해 혹시나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는 디스트로이어 교수.

    그의 말을 기억하던 헤스티아는 레어그릴스 교수의 강의시간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현상과 대화를 모두 낱낱이 고하였다.

    덕분에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뜻하지 않게 거대한 힌트를 입수하였다.

     

    ‘북부대공. 그는 오크노디와 어떤 관계이지…?’

     

    종말교단의 도비가 주장하는 말법의 순간에 나타날 잔혹한 영웅.

    230cm의 커다란 체구에 엄청난 일격기를 구사하는 강자와 한없이 비슷한 특징을 지닌 자.

    묘하게 아이린에게 친근한 오크노디.

    마찬가지로 오크노디와 친한 아이린.

    이 정도로 특징이 일치하면 싫어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있었다.

     

    ‘북부대공 유다가 정체를 감춘 재단간부이자 오크노디의 스승이었나?!’

     

    디스트로이어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감히 상상도 한 적 없었다.

    인류의 수호자.

    북부전선의 상징.

    영웅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강자가 재단과 결탁한 인물이라니.

    심지어 그는 레어그릴스 교수의 초청을 받았다.

    딸의 친구가 신경 쓰여서 찾아왔다는 말도 안 되는 서류상의 변명은 믿지 않는다.

    북부전선의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명장 레어그릴스.

    그는 암흑마나에 과하게 오염된 것을 명분으로 일선에서 은퇴하고 교편을 붙잡았다.

    그런데 만일 암흑마나를 다루는 재단과 북부대공 유다가 결탁한 관계라면.

    레어그릴스 교수의 은퇴 또한 의심이 들게 된다.

     

    ‘정말로 오염되었나?’

     

    거짓으로 오염을 빌미로 북부의 명장들을 사회 곳곳에 심어두어 후학을 양성한다는 핑계로 모종의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일 정말 암흑마나에 오염되었더라도 문제다.

    그것이 피치 못한 오염일까.

    스스로 연공하고 습득한 암흑마나일까.

    디스트로이어는 둘을 구분할 자신이 없었다.

    그조차 그럴진대 성검을 든 용사가 아니고서야 세상 그 누구도 진위를 가리지는 못할 것이다.

     

    -나중에 용사를 북부에 보낼 때 도와주세요!

     

    그런데 때마침 오크노디는 그런 말도 했었다.

    당대용사를 자진해서 북부에 보낸다?

    냄새가 난다.

    현역시절에나 맡아볼법한 아주 지독한 함정의 냄새.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조차 죽음을 각오할 정도의 처참한 격전지의 악취가.

    이건 이슈타르를 죽일 함정이다.

    오크노디는 언젠가 암흑마나를 지닌 자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이슈타르를 적진에 유인하고 해치울 작정으로 불러낸 것이다.

    아니, 차라리 죽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암흑신관.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위기를 북부에 풀어버리겠다는 협박인가. 이것이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너를 통해 내게 보내는 뜻이냐.

    -파파랑은 상의한 적 없어요. 이건 제 기술이죠!

     

    신앙의 힘을 지닌 자에게 신성의 저항력을 이용해서 막대한 암흑마나를 견디게 만든다.

    확정적으로 마인급의 강자를 탄생시키는 기술을 용사에게 도입한다면.

    타락한 용사의 강함은 능히 마인을 넘어서며 마왕에도 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재단은 오크노디의 대에 이르러 그 세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용사의 힘을 이용해 마계령의 마왕에게까지 손을 뻗을 작정인가…!’

     

    무시무시한 계획이다.

    그것을 감추지도 않고 모두 드러내었다는 사실이 가장 무시무시하다.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건가.

    이건 이사장의 뜻인가.

    아니면 자신을 막아달라는 오크노디의 부탁인가.

    알 수 없었다.

    지나치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타이밍’을 생각하면 오크노디의 행보에서는 한 가지 목적이 느껴졌다.

     

    -죽일 거다. 널 죽인 뒤에는… 제국도, 마법협회도, 아카데미도. 반드시 언젠가 내 손으로 전부 무너뜨릴 거다.

     

    디스트로이어는 두려움마저도 느꼈다.

    강의 겸 시험을 통해 드러내었던 자신의 의도.

    제국도, 마법협회도, 아카데미도, 삼대거악도.

    무엇도 믿지 말라던 그 의도를 드러낸 직후에 오크노디 또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이것은 자신을 향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교수님의 꿈을 지원해드릴게요.

    교수님은 이슈타르를 북부에 보내는 일만 도와주세요.

    그러면 재단이 지닌 이 강력한 힘이 교수님의 복수에 힘을 보탤 수 있어요.

     

    마치 그렇게 속삭이는 것처럼.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아주 거대한 유혹이었다.

    타락의 신 안라게Anlage에게 직접 유혹을 당해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흔들릴까 싶을 정도로.

     

    “사다코 교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지?”

     

    헤스티아를 돌려보낸 디스트로이어.

    그는 자신만큼은 아니어도 특별한 경험과 강함을 지닌 동지, 사다코 교수를 찾아갔다.

    카타콤의 심처.

    관문 저편의 깊은 어둠 속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그의 물음에 화답하였다.

     

    “오크노디는 재단간부 <파시블 예프>의 포섭에도 순순히 협력했어. 그 아이가 바라는 그림은 이사장의 그림과 달라… 북부대공 유다는 이사장이 아닌 오크노디의 편이 될 것을 종용받은 거야.”

    “과연… 선조의 피를 물려받은 언데드 뱀파이어의 식견은 날카롭군.”

    “시끄러워. 혈통은 큰 힘을 허락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혈통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내가 그렇듯이… 오크노디도 그러고 있어.”

     

    디스트로이어의 초조함은 더욱 커졌다.

    삼대거악 중 하나.

    재단의 총수의 세력이 반으로 갈라질 격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필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거대한 사건이 될 것임이 틀림없으니…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의 복수는 수십 년이 더욱 지나도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도 디스트로이어가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크노디를 도우려면 후학을 배신해야 한다.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온 당대용사를.”

    “고를 수 없다면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 시간은 있어. 적어도 오크노디가 아카데미에서 얻을 것이 사라지고 일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2학기 중간고사.

    시험받는 것은 학생인가, 자신들인가.

    디스트로이어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 고민이 된다면… 일단 동료를 늘려.”

    “동료?”

    “거사를 함께 할 교수.”

    “무엇을 위해서?”

    “오크노디. 그 아이를 재단과 악몽에서 본 멸망의 미래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회의감을 드러내었다.

     

    “교수들이 모두 너나 나와 같지는 않다. 교장에게 협박을 당했든, 바라는 바가 있어 스스로 목줄을 찼든 학생 하나와 이해가 일치할 이들은 적어.”

    “있어. 교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크노디와 이해가 일치할 수 있는 교수.”

    “명호스님이 교장의 끄나풀임은 알고 있겠지.”

    “그는 아니야.”

    “브론즈 교수는 믿을 수 없다. 그녀는 변덕스럽지. 누구의 편도 될 수 없어.”

    “그녀도 아니야.”

    “설마 레어그릴스 교수를 말하는 건가?”

    “그는 이사장의 편일 가능성이 있어. 우리의 정보가 노출될 거야.”

    “그럼 대체 어떤 교수가 남아있다는 거냐.”

    “핑크베리교수.”

     

    오크노디의 시간표를 모두 외우고 있는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월요일 수요일 6교시 21시~23시

    -교수 : 핑크베리

    -모험학부, 전공

    ━━━

     

    핑크색 트윈테일 머리를 하고 다니는 144cm의 아카데미 최단신 교수.

    페이퍼콤파니라는 오크노디와 연관된 재단장학생으로 추정되는 2년생을 조교로 삼은 자.

    레어그릴스 교수만큼 재단과의 관계가 깊지는 않지만 오크노디가 강의를 듣고 있는, 그녀와의 연결고리는 성립하는 인물.

     

    “알아봐야겠군.”

     

    디스트로이어의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착각?으로만 그려지는 교수들의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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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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