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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9

       스팀펑크 세계에서 엔리가 가게를 운영하고 현실 시간으로 12시간이 지났다.

       

       현실보다 더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게임 기준으로는 벌써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지.

       

       그 동안에 엔리는 필사적으로 장사에 매진해 가게의 기틀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현지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며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다른 구역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며 오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엔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과거 수많은 도전 속에서 쌓은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평소의 엔리답지 않게 운의 흐름이 그녀의 편을 들어준 탓도 컸다.

       

       우선 엔리의 가장 큰 행운은 역시 이 스팀펑크 세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식문화마저 현대의 영국과 한없이 닮아있는 이 도시는 영국에서 자고나란 엔리에게 있어 기회의 장이었으니까.

       

       현대 영국의 잘 나가는 음식점과 사람들이 아쉬워하던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엔리는 자신의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가게를 차렸고. 그 음식들은 엔리의 예상대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카레 레시피 게시판에 올려주면 안 됨? 맛있을 거 같은데.]

       

       – 이건 맛없을 수가 없다.

       – 근데 저거 하려면 양파만 몇 시간 볶아야 하잖아.

       – 집에서 하려면 맘 먹고 해야 할 것 같은데.

       – 이거 어디 파는 데 없나.

       – 엔리 현실에서도 식당해주면 안 됨?

       

       무수히 많은 음식들 한 가운데에 서 있는 현대인들조차 엔리가 하는 카레를 보고서 입맛을 다시는데 어찌 현대에 비해 식문화가 모자란 스팀펑크 세계의 사람들이 엔리의 음식을 먹고 감탄하지 않겠는가.

       

       맛있고, 그렇게 값이 비싸지도 않고, 양도 괜찮은 엔리의 음식점이 입소문이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이 낭만과 야만의 시대에 음식점이 유명해진다는 것은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장사가 잘 된다는 소리는 그만큼 돈이 많아보인다는 이야기고 돈이 많아 보인다는 것은.

       

       “주인장 나와!”

       

       그 돈을 노리고 찾아드는 양아치들이 늘어남을 의미하니까.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고함에 화들짝 놀란 엔리가 주방 바깥으로 나선다.

       

       거기엔 얼굴에 자상이 몇 개나 나 있는 거친 인상의 도마뱀인간이 있었다.

       

       흔히 리자드맨이라 불리는 종족의 남성은 자신의 꼬리를 채찍처럼 내리치며 혀를 날름거리는 것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지금 누구 허락 맡고 장사하는 거야?!”

       “또야?! 또 깡패가 온 거야?!”

       

       – 맞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ㅇㅇ. 또야.]

       

       – 이번 애들은 좀 위험해 보이는데?

       – 아니 이 동네에 깡패만 몇 무리가 있는 거야 ㅋㅋㅋ

       – 대체 여기 경찰들은 뭐 하냐.

       – 그 경찰이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시청자와 엔리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 거친 사람들이 가게를 습격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당장 가게의 문을 열었을 때 바로 깡패 무리가 쳐들어왔고 그 후로도 거의 매일 같이 깡패의 얼굴들이 바뀌어가며 이 가게를 덮쳤던 것이다.

       

       아라 같은 특출난 무력이 없는 엔리는 본래 저 깡패들의 습격을 견디지 못하고 망했어야 했다.

       

       매일 같이 양아치들이 쳐들어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장사를 이어나가겠는가.

       

       허나 지금까지 엔리가 장사를 이어온 걸 보면 알 수 있듯 엔리가 이 게임을 시작하고서 찾아온 또 다른 행운이 저 깡패들을 가로 막아 주었다.

       

       “걱정마십시오. 사장님.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그녀가 종업원으로 고용한 오크. 인상이 사납기는 하지만 말 수가 적고 듬직한 것이 성실하게 일해줄 것 같아 채용한 그는 평범한 오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 네가 뭔데 나를 처리.”

       “손님들한테 방해다.”

       

       엔리의 머리만한 주먹이 리자드맨의 턱에 꽂힌 순간 리자드맨이 지닌 거대한 덩치가 잠시나마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이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널부러진다.

       

       놀랍게도 리자드맨은 그걸로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바닥을 나뒹구른 후에도 어떻게든 일어서지 위해 손발을 움직였으니까.

       

       “질기군.”

       

       허나 그 움찔거림은 부활로 이어지지 못했다.

       

       자그마한 망설임도 없이 오크가 그 턱을 걷어참에 따라 리자드맨의 몸이 동력을 상실한다.

       

       “사장님. 이것 좀 치우고 오겠습니다.”

       “어. 어. 넵. 다녀오세요.”

       “손님분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금방 돌아올 테니 잠시만 양해를 해주십시오.”

       “예. 형님!”

       “저희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사장님이 움직일 필요도 없게 만들게요!”

       

       행패를 부리다 오크 종업원의 주먹에 당해보았던 이들이 알아서 기는 풍경을 보면서 엔리는 헛웃음을 흘렸다.

       

       – 오크형님머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형님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냐. 진짜.]

       

       “그러게요. 저 분 없었으면 저 진작에 망했을 거에요.”

       

       싼 가격과 많은 양을 통해 공장 부근의 고객을 유치하고자 전략을 짠 것까지는 좋았다.

       

       실제로 공장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엔리의 가게에 들리는 대부분의 고객들이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엔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이 세계의 치안이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쓰레기 같았던 거겠지.

       

       엔리가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경찰이라는 작자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고용한 오크가 아니었더라면 가게는 진즉에 망해버렸으리라.

       

       무슨 과거를 지닌 건지 몰라도 비정상적인 강함을 지닌 오크가 이 곳에 처들어오는 깡패를 모두 처리해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손님들이 알아서 소란을 정리하는 걸 본 엔리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남은 주문들을 살폈다.

       

       일단 지금까지는 순조로워. 가게는 연착륙을 하는 데 성공했고 손님들의 유치도 꾸준해.

       

       이대로 가게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언젠가 목표 매출액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5장을 클리어하는 건 확정적이란 거지.

       

       이제 남은 건 아라 씨가 4장을 넘어 5장에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

       

       아라 씨가 자신의 개화한 재능을 가지고 나를 뛰어넘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엔리는 지칠대로 지쳐버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끄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쉬는 순간 아라에게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꾸만 그녀를 잠식했기에 도저히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 이 게임 끝나면 진짜 하루 종일 자지 않을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방송 킴!]

       

       – ㄹㅇ?

       – 오 진짜네.

       – 화령도 피곤하긴 했나보다. 이렇게 시간 지나서 돌아온 거 보면.

       – 화령도 사람이야! 사람!

       – 지금 온 거면 자고 바로 일어나서 온 거 아닌가.

       – 진짜 사람이신가. 체격이 뭐 저리 좋아.

       

       “…진짜 큰일났네.”

       

       아라 씨 성격상 이제부터 클리어할 때까지 달리실텐데 내가 그걸 따라갈 수 있을까.

       

       – 괴식제조기화령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뭘 걱정함? 또 코스 요리 감 잡는다고 몇 시간 날려먹을 텐데.]

       

       “그…렇겠죠?”

       

       – 안 봐도 뻔하지 ㅋㅋㅋ

       – 심지어 4장은 플레이어가 전권 잡는 거잖아.

       – 괴식제조의 달인 화령이 주방장이라니.

       – 클리어 가능하긴 함?

       – 언젠가는 하겠지. 언젠가.

       

       엔리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아라가 또 괴상한 짓을 하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질 것이 분명하단 의견이 대다수였다.

       

       아라 씨가 이전과 같다면 코스 요리를 완성하시는 데 오래 걸릴 게 분명하지만.

       

       그 코스 요리만 넘긴다면 다른 것들은 문제가 안 돼.

       

       아라 씨는 요리에 익숙하지 않아 헤매는 거지. 일을 하는 능력이나 사람을 다루는 능력은 평범함과 거리가 머니까.

       

       “으으. 이래선 쉴 수가 없잖아요.”

       

       아라 씨가 감을 잡기 전에 최대한 달려야 해. 4장을 클리어하시기 전에 게임을 끝내는 게 최선.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클리어 직전까지는 가야 한다고. 이제 쉴 시간은 없어.

       

       방송을 끄는 순간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달려야 해.

       

       – 와라라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 꿈에서 코스 요리 생각해두고 온 것 같은데?]

       

       – 먼 소리야?

       – ???

       – 저거 화령 아닌 거 같은데.

       – 괴식 만들던 게 수면부족 때문이었던 건가.

       

       

       “저기 여러분? 농담하시는 거죠? 그쵸?”

       

       제발 아니기를 빌면서 목소리를 낸 엔리였지만 시청자들의 놀람은 점차 늘어날 뿐이었다.

       

       진짜? 진짜 아라 씨가 벌써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방송 끄고 계시는 동안에 요리 실력을 키워오셨단 말이야?!

       

       그게 말이 돼?!

       

       기겁을 하면서 아라의 방송에 들어간 엔리가 보게 된 것은 테이블 위에 앉아있는 아라와 애리카의 모습이었다.

       

       아라는 여느 때처럼 느긋허니 곰방대의 대신을 할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 있는 애리카는 화령이 건넨 것으로 보이는 코스요리를 유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요리 구성의 심사를 맡는 상황인 건가.

       

       괜찮을 거야. 한없이 까탈스러운 NPC인 애리카가 한 번에 코스요리를 통과시켜 줄 리가 없잖아.

       

       실력 있는 요리사들도 몇 번씩 까이는 게 보통인데 코스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는 아라 씨가 저걸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엔리가 자신의 식당을 운영할 때보다도 더 간절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그 때.

       

       애리카가 화령이 건네 준 종이를 아래로 내렸다.

       

       눈을 감은 채 한숨을 팩 내쉬는 게 그리 좋지 않았나 보다.

       

       휴우. 다행…

       

       ‘저기요. 화령 씨.’

       ‘뭐냐.’

       ‘당신. 코스 요리 처음하는 거 맞아요?’

       

       …이 아냐?!

       

       ‘구성이 좋네요. 손님들에게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지 확실히 보여요.’

       ‘그럼. 누구의 솜씨인데.’

       ‘하하. 솔직히 요리는 안 봐도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실물로 한 번 보여주시겠어요? 아라 씨를 도울 요리사들에게 어떤 걸 만들어야 할지 알려줘야 하니까.’

       

       아라와 애리카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엔리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저 지금 꿈꾸고 있는 거죠? 저도 모르게 졸고 있는 거죠? 그쵸?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 고레가겐지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냥 슬슬 벌칙 받을 각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흐아아아앙!”

       

       아라 씨이이이이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건 반칙이잖아요! 반치이이이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톡쏘는탄산수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작품 쓰는 작가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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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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