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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9

    <459 – 너로 정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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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월요일 수요일 6교시 21시~23시

    -교수 : 핑크베리

    -모험학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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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이 강의는 나와 즈앙만이 듣는 소박한 강의다.

    원래는 듣던 1학년들이 조금 있었는데 교수님이 조금 히스테릭하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많이 좀 안 좋으시다.

    학점 받기도 빡세 보이는 강의에 머무르느니, 단체로 달아나기를 선택한 결과다.

     

    “안녕 즈앙! 시험 잘 보고 있어?”

    “상당히.”

    “오. 자신감 머야?”

    “오크노디는 당연히 잘 봤겠지.”

    “물론이지! 교수님도 깜짝 놀랄 정도로 봤어.”

     

    시험시간 10분 전.

    강의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근황토크를 하는데 즈앙이 불쑥 마법시계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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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 임원 벨벳이 <학생회 견학> 기회를 제공합니다.]

    [유효기간이 4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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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건 언제 쓸 거야?”

    “주말에 시험 끝나고!”

    “하긴. 그래야 마음 편하게 놀러 가는 마음으로 견학하긴 하겠네.”

     

    응? 즈앙이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나보다.

     

    “학생회는 중간고사 시험들보다 더 위험하니까 토요일 하루를 푹 쉬고 최상의 전력을 갖춘 뒤에 방문해야지. 마음 편하게 놀러 가면 큰일 나!”

    “……벨벳 그 선배는 우리한테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그런 위험한 초대장을 내민 거야?”

    “학생회의 힘을 보여주고 자기 파벌로 들어오라는 영입제안으로 생각해!”

     

    즈앙의 눈에서 빠르게 흥미가 사라졌다.

     

    “귀찮기만 한 감투는 필요 없어.”

    “그럼 나 혼자 갈까?”

    “그래도 구경은 할 거야.”

     

    적당히 잡담을 하고 있자니 덜컥 문이 열렸다.

     

    “자, 준비 끝났어. 다들 빨리 들어와!”

     

    강의실 안은 드레스룸이나 소품실을 방불토록 하는 수많은 옷과 장신구 따위가 종류별로 총망라 되어 조명 아래에서 휘황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핑크베리 교수는 당당하게 선반을 탕탕 손바닥으로 두들기며 자신 있게 외쳤다.

     

    “너희는 지금부터 이곳에서 고른 변장소품을 사용해서 다른 시험장에 들어갈 거야.”

     

    앗, 이 패턴은!

     

    “시험장…? 저긴 무도회장 같은데.”

    “후후. 제대로 봤어. 이번 시험은…”

    “저 알아요! 무도회장에 잠입해서 다른 강의에서 찾아온 시험생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감쪽같이 섞여있다가 나오면 되는 거죠?”

     

    말을 빼앗긴 핑크베리 교수가 분해 죽겠다며 씩씩거렸다.

     

    “흥. 알아차렸다고 다가 아니야. 이번 시험의 중요한 부분은…”

    “의상과 소품 등 변장도구에는 모두 점수가 걸려있고, 최대한 적은 점수를 사용해서 시험에 통과할수록 저희가 받는 중간고사 점수와 보너스포인트도 많아지겠죠!”

    “야!! 아직 설명도 안 했는데 어떻게 시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거냐고!”

     

    교수님이 울상을 지으며 주먹으로 퍽퍽퍽퍽 내 팔뚝을 내리쳤다.

    솔직히 핑크베리 교수님은 순수근력 능력치만 따지면 하찮은 교수님이라 귀엽기만 했다.

     

    “모기술사 유미 그 못된 녀석처럼 너도 모기를 내 침실에 들여보냈지? 침대에서 뒹굴뒹굴 구르면서 열심히 궁리한 시험을 미리 다 엿들은 거 맞지!”

    “제가 교수님 침실에 새로 설치된 하수인감지기랑 벌레제거마법진을 무슨 수로 돌파해요? 아직 1학년밖에 안 되는걸요!”

    “그렇기는 한데…”

     

    미심쩍기는 해도 1학년이라는 말에 납득하는 것처럼 보이던 교수님.

    자신감을 잃고 우물쭈물하며 바닥을 향해 내려가던 교수님의 고개가 스윽 올라왔다.

     

    “…하수인감지기랑 벌레제거마법진을 침실에 설치한 건 어떻게 알았어?”

    “앗, 그건… 저도 모기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그래요! 모기가 요즘 많으니까 교수님이라면 분명 그런 설비를 갖출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짓말이지.”

     

    의심으로 똘똘 뭉쳐서 세모꼴 눈으로 노려보는 교수님의 모습에 나는 비장의 수를 썼다.

     

    ‘모기야, 물어!’

     

    남몰래 부리고 다니는 투명모기에게 팔을 물게 하고는 마나를 이용해 피부에 침투한 모기독을 더 빠르게 퍼뜨렸다.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오른 피부를 소매를 걷어 보여주었다.

     

    “이거 봐요. 저도 모기한테 물렸잖아요!”

    “그러네… 모기술사가 모기한테 물리지는 않겠지.”

     

    교수님이 겨우 의심을 거두었는지 세모꼴의 눈이 다시 평상시의 메스가키나 소악마스러운 허접한 눈모양으로 돌아왔다.

     

    “전 그냥 학년수석이라서 똑똑해서 알아차렸을 뿐이라고요!”

    “수석이면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오크노디 수강생 네가 말한 대로야. 이번 시험은 <무도회에 입문하자>의 수강생들을 시험하는 무도회에 자연스럽게 잠입하는 것. 그 과정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오면 돼.”

     

    핑크베리는 마나보드를 펼쳐 미션을 공개했다.

     

    ━━━

    [미션리스트]

    *기본

    -무도회장에서 1시간 이상 머무르고 돌아온다.

    *초급

    -댄싱슈즈를 신고 1곡 이상 무사히 춤을 춘다.

    -초청손님 1명과 1분 이상 잡담을 나눈다.

    -수강생 1명과 신체접촉을 1회 실시한다.

    *중급

    -댄싱슈즈를 신고 10분 이상 춤을 춘다.

    -초청손님 5명과 총합 5분 이상 잡담을 나눈다.

    -수강생 5명과 신체접촉을 5회 이상 실시한다.

    *상급

    -모든 댄싱슈즈를 한 번씩 신어본다.

    -모든 초청손님과 각각 대화를 1분 이상 나눈다.

    -모든 수강생과 신체접촉을 5회 이상 실시한다.

    *외급

    -(해금조건 : 교관과 대화를 1분 이상 나눈다.)

    -(해금조건 : 기존 초청손님의 신원으로 위장한다.)

    -(해금조건 : 앞선 두 개의 해금조건을 달성한다.)

    ━━━

     

    미션리스트는 기본미션 하나만 달성해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물론 최저점수만 받고 마는 짓이고 그 뒤의 미션들을 수행해야 점수가 쭉쭉 들어온다.

    만점을 달성한 뒤에는 추가포인트가 들어오고, 외급 히든미션을 수행하면 떼거지로 포인트가 마구마구 굴러들어온다.

     

    ‘미션이 공개되는 조건도 어려운데 공개 이후에 수행해야 할 미션은 또 따로 있으니 두 배로 어려운 도전. 상당히 여유가 있지 않고서야 도전도 못 하지!’

     

    물론 무도회 시험을 알아차린 플레이어인 내게 히든미션의 내용을 알아차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억을 조금 되돌려보면 그만!

     

    ━━━

    *외급

    -교관신분으로 30분 이상 위장한 채로 무도회장을 떠날 때까지 정체가 발각되지 않는다.

    -기존 초청손님 1명의 신원으로 30분 이상 위장한 채로 무도회장을 떠날 때까지 정체가 발각되지 않는다.

    -교수 신분으로 30분 이상 위장한 채로 무도회장을 떠날 때까지 정체가 발각되지 않는다.

    ━━━

     

    기억한다고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다.

    셋 모두 쉽지 않은 미션이다.

    셋 중 하나를 해도 용하다고 봐야 할 고난이도!

     

    “오크노디. 외급 미션의 정체도 알아?”

    “…몰루!”

     

    당장 즈앙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겨우 거둔 핑크베리 교수님의 의심도 저것까지 알아차리면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오크노디, 넌 어떤 복장으로 들어갈 거야?”

     

    의상은 종류도 다양했다.

    시험을 치르는 수강생들의 의상.

    시험상대로 초청받은 귀족부인들의 의상.

    시중을 드는 메이드와 웨이터의 의상.

    메이드복에는 강의를 들으면서 입었던 바니걸 복장과 토끼머리띠도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무도회장에 머무르기만 하다 돌아오려는 초보자가 입기에 딱인 복장이었다.

     

    ‘남자가 저딴 바니걸 복장을 입고 있으면 변장이야 무조건 실패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배낭배낭의 힘으로 키가 자라지 않는 133cm의 오크노디.

    바니걸 변장을 해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겠지!

     

    “그건 아닐걸?”

    “왜?”

    “오크노디는 아카데미에서 키가 제일 작잖아.”

     

    아뿔싸!

    즈앙이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지적했다.

    항상 키가 너무 큰 채로 살았던 탓에 세상 사람들의 키는 나와 비슷한 키, 나보다 작은 키로만 분류해서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230cm의 입장에서야 160이나 133이나 거기서 거기처럼 작게 보이지, 160의 입장에서는 133cm의 키는 애기나 다름없겠지!

     

    ‘옷이야 은신으로 어떻게 얼버무리더라도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섞으면서 키로 위화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잘 써야해!’

     

    어디 없을까?

    133cm인 내가 변장을 해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만한 대상이.

    무도회장을 비추는 거울 너머를 들여다보아도 나만큼 키가 작은 수강생이나 귀족부인, 수인메이드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 먼저 들어갈게.”

     

    즈앙은 은신메타로 가기로 작정했는지 최소한의 변장만 한 채로 과감하게 들어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수강생이나 휴학생 출신 교관으로 얼버무리려는 모양이었다.

    그럼 난 누구로 얼버무리는 게 좋을까?

     

    “뭐해? 안 들어가고. 아님 쫄았어? 흐흥. 통찰력은 좀 있어도 막상 행동에 옮기기는 무섭구나? 1학년도 가끔은 이런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변장대상을 찾는 내 앞에 때마침 아주 눈에 띄게 작은 핑크베리 교수님이 보였다.

    공식설정북에 기재된 144cm의 아카데미에서 가장 키가 작은 교수.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

     

    “이거닷!”

     

    좋아,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는 핑크베리 교수님으로 변장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수사칭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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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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