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59

    “그래, 네 실험을 주도한 녀석을 찾았다고?”

    -네, 맞습니다.

    루크는 즉시 서드의 근처 CCTV화면을 조작하며 말했다.

    “그럼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손으로 가리켜보게.”

    -저쪽입니다.

    루크는 서드가 조심스럽게 가리킨 방향을 향해 CCTV화면을 돌렸다.

    화면에서 조금 떨어져있기는 했으나, 다행히 그의 이목구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화질은 되었다.

    평범한 인상의 중년 인간 남성.

    서드의 심장에 박힌 드래곤하트, 그 시술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저사람이라는 말인가?

    그는 주변에 꽤 많은 수의 경호인력을 빼곡하게 대동한 채로, 시설의 관리자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 루크는 확인을 받기 위해 서드에게 물었다.

    “단순히 닮은 사람일 가능성은?”

    -아뇨, 틀림없습니다.

    서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비록 서클 재배열의 후유증으로 과거의 기억을 상당수 잃어버렸다고는 해도, 수년간 자신을 고문하다시피 하던 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 얼굴, 목소리, 몸짓, 무엇하나 제 기억과 다른 점이 없으니까요.

    서드의 단언에 루크는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그의 원수라고 부를만한 인물을 이 순간 바로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타이밍이 굉장히 절묘하지 않은가?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 모습을 드러냈을 텐데.”

    그 이유는 지금 단계에선 그저 추측해볼 수밖에 없다.

    루크는 이내 레니에를 향해 말했다.

    “레니에, 지금 당장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그의 신원을 조회해보게.”

    -네! 으음, 잠시만요…….

    “결과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특별신원조회 프로그램을 간단한 말 몇마디로 해킹한 루크는 별다른 감흥도 없는 듯 했다.

    그야 그럴 것이다.

    그에겐 이미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

    잠시 후, 레니에가 입을 열었다.

    -아, 찾았어요. 사이먼 라이어트. 나이는 49세, 루체스트의 수석 연구원이네요. 목적은……. 아무래도 내일 있을 설명회 때문에 확인차 시설에 들어온 것 같은데요?

    “역시.”

    그럼 그렇지, 이게 단순한 우연일리가 없었다.

    그만큼 절묘한 타이밍이 아닌가.

    “그들은 서드의 실험에까지 관련이 있었던 건가.”

    루체스트.

    루크는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기업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뭐, 사실 이 일이 그쪽과 연관이 있다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던 정보였다.

    애초에 드래곤하트라는 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업부터 수가 그다지 많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고, 현재까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들은 루체스트 뿐이었으니 새삼스레 놀랍다는 생각도 들지 않지만, 추측을 하고 있던 것을 이렇게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마법사는 언제나 가능성 높은 추측보다는 확신에 이끌리는 법이니까.

    이로써 서드의 적과 자신의 적은 동일하다는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과연 이것도 우연이련지.’

    이 넓은 나라의 길거리에 서드를 만나게 된 것은 분명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으나, 어쩌다보니 사건이 연결되고 있었다.

    대체 어디부터가 운명이고 어디부터가 우연인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 주제에 관한 고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런 막연한 문제보다는 더 중요한 문제가 코앞에 닥쳐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수상하군.”

    앞서 레니에가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설명회의 리허설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굳이 대통령이 행차하는 듯한 규모의 경호인력을 우르르 대동하고 다닐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기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그만큼 신변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거나,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밖에는.

    어느 쪽이든 루크에게 관심을 생기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녀석이 단순히 아주 꼼꼼한 성격일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배제한다.

    자신은 지금 그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죽이는 것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내일 있을 사업 설명회의 발표를 위해 리허설을 한 것이라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지금 그를 죽이는 건 여러모로 뒤가 없는 방법이다.

    이상적인 해결책은 그를 잠깐 납치해 빠르게 정보를 캐낸 후, 기억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에 되돌려놓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녀석들은 자신들이 습격당해 정보가 새어나간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쪽은 정보의 우위에 설 수 있으니까.

    ‘그러면 일단은 경호인력들을 그에게서 따로 떼어 놓을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CCTV화면을 살피던 중, 루크는 경악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이 녀석이 어째서 여기에?”

    그 이유는 다름아닌, 화면 속의 그가 관리인과 헤어지고 난 후 따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누군가의 모습 때문이었다.

    -네? 아는 사람이세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루크에게 놀란 레니에의 질문.

    그러나 루크는 레니에의 질문에 답할 겨를도 없이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외쳤다.

    “서드! 일단은 섣불리 다가가지 말고 근처에 따라붙어 감시하고 있거라, 내 금방 합류할 터이니!”

    그런 그의 반응에 서드는 별다른 질문도 없이 대답했다.

    그가 왜 저런 반응인지 짐작은 가고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

    루체스트의 수석 연구원 사이먼 라이어트.

    그는 내일 있을 발표의 리허설을 간단히 마친 후, 예약해둔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때, 자신을 향해 다가온 남성이 말을 건네었다.

    “내일 있을 발표의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예, 물론입니다. 아무런 지장 없이 잘 진행될 겁니다.”

    “다행이네요.”

    사이먼은 그에게 긴장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며 대답했다.

    치켜뜬 눈썹, 휘어진 눈가, 올라간 입꼬리.

    그것은 객관적으로 ‘웃는다’라고 부를 수 있는 표정임이 분명했으나, 자신에게만큼은 묘하게 불안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마치 뱀 앞에 놓인 생쥐가 된 것같은 느낌이랄까.

    그는 자신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이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경호원 분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죠. 중요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

    “예.”

    그의 말에 경호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했다.

    경호원이 경호하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부외자의 말을 듣는다니, 일반적으로는 당황할만한 일임이 분명했으나, 사이먼은 그것에 대해 별 반응이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루체스트에서 붙여준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을 인물에게 충성할 수밖에.

    차라리 잘 되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경호라는 이름을 빌린 감시에 숨이 다 막힐 지경이었으니.

    그렇게 경호원들로 북적거리던 장소가 정돈되자, 그제서야 만족했는지 그가 말을 시작했다.

    “사이먼, 그분께서 당신에게 기대가 아주 크세요. 이제는 수많은 투자자의 발걸음이, 당신의 말재간에 달려있으니 말이죠.”

    “……제게 부담을 주러 오신 겁니까?”

    불만을 토로하는 듯한 사이먼의 말에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설마요. 제가 부담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그저, 당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으신 건지 상기시켜드리고 싶었을 뿐이거든요.”

    “…….”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라는 말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몇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이 있은 이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목숨을 보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 덕분이었으니까.

    “그러니 이번엔 부디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 그냥 주어진 말만 하면 되는데, 그건 쉽잖아요? 나머지는 제가 할 테니까.”

    과연, 이번에는 전처럼 나서서 훼방을 놓지 말라는 것인가.

    그의 말이 내킬리는 없으나, 사이먼은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좋은 대답이네요!”

    그는 그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청했고, 사이먼이 그것을 받으면서 그렇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럼 그렇게 알고 저는 이만 돌아가보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그렇게 말하며 돌아가려는 찰나.

    -멈칫.

    그는 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진 것이다.

    그가 주변을 뭔가를 찾듯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사이먼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혹시 무슨 문제라도…?”

    둘러보아도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복도는 근처에서 전시중인 ‘직업 박람회’ 때문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으니까.

    사람이 많아 착각한 것일까?

    이상할 것은 없었다.

    기둥 한켠에 숨어 키스라도 하려는 것처럼 서로를 부둥켜 안은 한쌍의 젊은 커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미묘한 미소를 띄며 발걸음을 돌렸다.

    —–

    그의 정체를 직접 확인한 순간, 사이먼에 대한 건 이미 루크의 머릿속에서 뒷전이 되고 말았다.

    ‘역시!’

    사이먼 앞에 나타난 것은 역시나 흑마법사, 세이어였다!

    혹시나 자신이 착각한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마법으로 정체를 속인 것이 아닌가 싶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았지만,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더러운 흑마법의 향이 그가 자신이 몇번이고 마주쳤던 그 흑마법사가 맞다는 것이 확실하다.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모습을 다시 드러낼 줄이야……!

    ‘그는 대체 목적이 뭐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벌일지.

    아무래도 그가 단순히 전시를 즐기기 위해서 이곳을 찾은 선량한 흑마법사라고 생각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가 사용하는 수법은 전형적인 흑마법사의 그것이었으니까.

    그는 처음 만났을 때엔 수많은 시민들을 죽여 시체로 부렸고, 두번째로는 수많은 시체를 이어붙여 만든 골렘을 부리지 않았던가?

    그런 그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아마 많은 수의 시체를 원하거나, 그 비슷한 것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전시장.

    많은 인파는 동시에 많은 시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 상황에 연상되는 단어로 가장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테러.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지겠지.

    ‘목표는, 역시 아이들인가?’

    그게 아니고서야, ‘직업 박람회’가 한창 진행중인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이 설명이 안된다.

    설마, 어린아이의 시체나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러고보니, 녀석이 부리는 사령들 중에, 어린아이의 것은 본 적이 없군.’

    그것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추측을 할 수는 있다.

    과연 그 재료를 얻은 세이어가 최종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반드시 저지해야한다.

    대량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도덕적인 사유가 아니더라도, 루체스트의 일당인 녀석의 계획은 필연적으로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니까.

    그렇다고 기습하여 그를 죽인다고 사건이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죽음은 오히려 그의 경계심을 키우기만 할 뿐이니까.

    심지어, 그의 입 주변에 모인 묘한 마나로 보건대, 이번에는 아예 빠른 자살을 위한 독극물을 입안에 휴대하고 다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자살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그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서 녀석을 제압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박이었다.

    그러면 이제 루크에게 남은 선택지는 얼마 없다.

    사건에서 손을 떼고 모른 척 하던가, 사건발생 전에 ‘계획’을 알아내고 무산시키던가.

    그래서 그를 덮치지 않고 가면을 쓴 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굳이 한가지를 꼽아보자면, 내일을 기점으로 무언가가 발생할 거라는 암시 정도.

    하지만 그건 사이먼과 발표회가 그와 연관이 있다는 시점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라 의미없는 정보.

    즉, 알아낸 건 딱히 없다는 소리와 같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흑마법은 필연적으로 시전에 많은 준비를 요구하니, 한번의 커다란 실패를 유도하면 계획은 충분히 망가트릴 수 있다.

    그래도 한가지 괄목할 만한 수확은, 세계수가 되다 만 것들의 묘목으로 만든 이 가면의 효과가 그 수준의 마법사의 눈을 속이는 데에도 효과가 꽤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감시하고 있었는데도 전혀 자신들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마법사의 눈조차 속일 정도의 강력한 은닉효과가 있지만, 그 대가로 착용시엔 가면이 지닌 방마효과와 간섭으로 인해 마법을 사용하는데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는 것일까?

    하지만 애초에 은닉성에 중점을 두고 만든 것이고, 전면전을 할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아티팩트는 아니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집중하고 상황에 맞게 가면을 벗기만 하면 그런 패널티는 아예 없는거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아직 미숙한 서드에겐 버거웠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실험을 주도한 그의 앞에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던 것일까?

    순간 서드가 흔들렸고, 세이어가 그의 시선을 느꼈다.

    인식당하고 만 것이다.

    -멈칫.

    ‘이런!’

    서드가 인식되면서 덩달아 이쪽도 함께 인식당한 모양이다.

    아직 가면을 쓰고있는 것까지 발각당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한번 인식당한 이상 이전처럼 아예 없는 사람처럼 굴 수는 없었다.

    관찰력이 좋고 마법사로서 수준이 높은 이라면, 그 사소한 위화감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간파당할 위험이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는 마력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안경모양 아티팩트까지 있었으니,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을 인식하게된 그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루크는 곧장 기지를 발휘했다.

    루크는 빠르게 서드의 옷을 잡아끌며 품에 파고든 뒤에, 가면을 맞댄 것이다.

    타인이 보면 숨어서 눈치를 보며 애정행각을 하는 평범한 커플처럼 보일 수 있도록.

    아무래도 별달리 신성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금은 서드의 키가 자신보다 더 컸기 때문에 까치발을 들어 가면의 높이를 맞춰야 했지만 말이다.

    그 갑작스런 동작에 놀랐는지, 서드가 쓴 조금 급하게 만드느라 가지치기도 마감도 투박하여 설화 속 악마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가면의 눈구멍 너머로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한 표정이 읽혀왔다.

    “스, 스승님?”

    “쉿, 일단 지금은 조용히 하거라.”

    실제론 그저 가면을 부딪히고 있는 거지만, 남들이 보기엔 입과 입을 맞댄 상황이다.

    그런데 말을 하면 안되지.

    명백히 의심스럽지 않은가.

    -뚜벅, 뚜벅.

    아무래도 그 방법이 통했는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던 걸음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루크는 서드의 품에서 살짝 떨어지고는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문제없이 지나쳐갔군. 서드, 이제 가면을 벗어도 좋네.”

    “아, 아아, 알겠습니다…….”

    루크의 말에 서드 또한 가면을 벗기 위해 자신의 가면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서드는 바로 가면을 벗지 못하고 분한 감정을 추스리는 사람처럼 손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그 잠깐사이 식은땀이 이렇게나 흥건하게 나다니.

    심지어 휘청거리기까지 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들킬뻔한 사실이 그렇게 큰 압박이었던 것일까?

    “실수를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서드. 그 가면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연습할 틈도 없었지 않으냐?”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그러지? 혹시 어딘가 이상이라도 있느냐?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이는 구나. 내가 뭔가 도움을 줄-.”

    “아뇨, 괜찮습니다.”

    툭, 서드는 루크의 부축을 거부하고 밀어냈다.

    그 순간.

    털썩, 그의 무릎이 꿇어짐과 동시에 서드의 얼굴에서 가면이 떨어져 표정이 드러났다.

    극도로 괴로워보이는 듯한 그의 표정.

    그것은 일전에 한번, 손속을 두지 않고 전력으로 뒷발차기를 복부에 꽂아넣은 그 날의 표정과 완전히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에 루크는 안절부절하며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가갔지만, 서드는 그런 루크를 밀어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니 스승님께선 일단 떨어져주십시오.”

    자신이 걱정스럽게 다가오면 계속해서 밀어내는 서드의 모습에, 루크는 더더욱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이제보니 심장도 지나치게 빨리 뛰고 있는 것 같고……, 안색도 명백히 나쁘지 않은가! 아, 혹시 가면의 부작용으로-”

    “스승님, 제발!”

    그렇게 루크와 서드가 주거니 받거니 몇번정도 다가가고 밀려나고를 반복하던 순간, 레니에가 루크의 주머니 속 휴대폰에서 더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표독스럽게 끼어들며 외쳤다.

    – 아, 진짜! 매너모드로 보고있자니 못참겠네! 루크님, 제발 자기가 무슨 여우 짓을 하는지 자각좀 하세요!! 저 복장 터지라고 알면서 그러는 거죠, 지금??

    품 안에서 발끝으로 선 채, 얼굴을 드밀어오는 것은 그저 평범하게 사랑스러운 소녀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서드의 서클에 부하가 올 정도로 말이다.

    그에 루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우짓이라니?”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말이었다.

    그 때는 그 방법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행한 것 뿐이거늘, 그게 대체 어떻게 여우짓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루크의 입장에선 억울할 따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쓴건 다시 읽어 볼 때마다 별로여서 뭔가 올리질 못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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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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