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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뭐, 사후세계를 만들겠다고 해서 모든게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 법.

       

       우선은 사후세계를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겠지.

       

       내가 생각한 사후세계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겠다.

       

       

       첫번째. 영혼을 수집해 저장하는 방식의 사후세계.

       

       흔히 말하는 천국이나 지옥, 발할라 같은 느낌으로 죽은 영혼들을 차곡차곡 저장하는 방식.

       

       선한 자는 천국에 가고, 악한 자는 지옥에 간다느니, 뭐 그런 느낌으로. 죽은 영혼을 수집해서 저장하는 사후세계.

       

       

       두번째.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방식의 사후세계.

       

       이쪽은 불교나 힌두교 계열의 방식으로, 죽은 영혼이 지은 죄를 심판하여 다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영혼을 윤회시키는 방식.

       

       죽은 영혼을 모아서 적당히 가공한 후 다시 환생시키는 느낌이라고 할까. 영혼의 가공이라고 하니까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크게 이 두가지 방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공통된 사항으로 죽은 영혼을 수집해 와야 한다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따로 생각해둔 것이 있으니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고.

       

       우선 영혼을 저장하는 방식의 사후세계.

       

       이쪽은 굉장히 단순하다. 영혼을 수집한 후 정해진 공간에 모으기만 하면 될 뿐이니까.

       

       여기에서 선한 영혼은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거나, 악한 영혼은 생전에 지은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거나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단점이라면…. 영혼을 모으고 또 모으면 언젠가 영혼을 모으는 공간이 미어터져서 넘쳐날지 모른다는 점?

       

       영혼이 모이는 공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언젠가는 가득 차게 되겠지.

       

       거기에 선한 영혼, 악한 영혼을 분리해서 모아야 하기에 공간이 여럿 필요하다는 점일까?

       

       아, 그렇지! 생전에 위업을 쌓은 영웅의 영혼은 따로 모아두는 것도 괜찮겠어. 발할라 같은 느낌으로.

       

       영웅의 영혼을 모아서 그들의 힘이 필요해지는 상황이면…. 소환해서 힘을 빌린다던가 하면 유용하지 않을까? 거 뭐냐. 영령 소환 같은 걸로 유명한 어느 게임처럼 말이야.

       

       뭐, 지금은 생각만 해둔거니까. 일단은 넘어가고.

       

       

       다음으로 영혼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후세계.

       

       이쪽은 영혼을 저장하는 공간이 많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장점일 것이다.

       

       죽은 영혼을 심판하고, 적당히 표백시켜서 다시 태어나게 하면 될 뿐이니.

       

       업보가 많은 영혼이라면 그 댓가를 치르게 하느라 어느정도의 공간은 필요하겠지만, 무작정 모으기만 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적게 필요할테지.

       

       단점이라면…. 영혼을 심판하고, 처리하여 환생시키는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일까.

       

       수집한 영혼을 모으기만 하는 방식과는 달리, 이쪽은 철저한 처리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그에 따른 별도 연구가 필요한거지. 음.

       

       그 과정은 분명 녹록치 않을 것이다. 영혼이라는 새로운 것을 철저히 분석하고, 처리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수립해야 할테니까.

       

       그리고 처리한 영혼을 새롭게 환생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일손이 필요할테고.

       

       분명 쉽진 않은 과정이겠지만…. 제대로 만들어 둔다면 두고두고 편리해지겠지.

       

       나는 두가지 방식을 눈 앞에 놓고 고민했다. 단순하고 쉽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방식인가? 아니면 한번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편리하게 쓸 수 있지만 처음이 힘든 방식인가?

       

       어느쪽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방식이었다. 으음…. 어느쪽을 해야하나….

       

       나는 두가지 방식을 잠시 머릿속에 접어서 구석에 놓아두었다. 일단 이건 나중에 결정하도록 하자.

       

       우선은…. 나를 대신해서 영혼을 수집해 올 노동력을 모으러 가야지.

       

       어느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그들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할테니까.

       

       

       – – – – – – – – – – – – – – – – – – – –

       

       

       일단 당장에 필요한 것은 죽은 영혼들을 수거하는 영적인 존재. 저승사자…. 또는 사신이라 불리우는 존재.

       

       그리고 그들을 관리할 관리자도 필요하고, 그들이 영혼을 수거해올 공간 같은 것도 필요하고….

       

       음. 필요한 것 투성이네. 갑자기 귀찮음이 솟구치지만…. 지금도 영혼이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겠지.

       

       일단 영혼을 수거해올 일꾼들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해둔 녀석들이 있었다.

       

       정령들 중에서 그런 느낌의 정령들이 있었으니까.

       

       어둠의 정령.

       

       본래 블랙드래곤이었던 아이들의 슬픈 말로.

       

       자신들의 아버지였던 에레보스가 드래곤들 사이에 수작을 부려서 나의 분노를 사고, 심지어 처벌을 피한채 도망치기까지 한 덕분에…. 어둠의 정령들은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다른 정령들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에레보스가 제대로 처벌을 받았더라면 어둠의 정령들도 숨어다니지 않았겠지만…. 이미 지난 일을 어쩌겠는가.

       

       이제와서 시간을 되감는다고 해도…. 지금까지 해온 일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돌리기는 싫으니까. 귀찮으니까.

       

       아무튼,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은밀한 어둠의 정령이라면…. 영혼을 거두어 오는데에 최적이리라.

       

       그리고 중간 관리자…. 음, 어둠의 정령들을 관리할 녀석도 필요하긴 한데. 이건 일단 내가 맡고 있다가 다른 쓸만한 녀석이 있다면 떠넘기자.

       

       내가 모든 것을 할 순 없지 않나. 무엇보다 귀찮고.

       

       일단, 어둠의 정령들을 찾아 가도록 하자.

       

       다른 정령들에게도 미움을 받고 있는 어둠의 정령들 중 상당수는 다른 정령들을 피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옛날에 드래곤들이 정령으로 탈바꿈을 한 장소. 정령이 된 드래곤들의 육체가 땅 속에 묻힌 장소였다.

       

       다른 정령들은 얼씬도 하지 않는 이곳에서, 어둠의 정령들이 모여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에레보스의 죄에 의한 연대책임이라 생각하여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그 죄를 조금은 벗겨줄 수 있겠구만.

       

       그 죄를 벗는 대가로 막대한 노동을 하게 되겠지만.

       

       나는 드래곤들이 묻혀 있는 평야에 도착했다. 본래 나무와 풀이 자라 있었던 평야는 이제는 약간의 잡초 외에는 자라지 않는 적막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음. 드래곤의 육체가 이 땅에 무언가 작용한 것일까? 이렇게나 아무것도 자라지 않다니. 조금은 걱정이 되는데.

       

       게다가 묘하게 안개도 많이 끼어 있고 말이지. 바람의 정령이나 불의 정령이 조금도 접근하지 않는 탓인지 짙은 안개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굉장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장소로구만. 쯧.

       

       나는 그 안개속으로 나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 속에 숨어 살고 있는 아이들아. 이리 오거라. 너희들이 짊어진 죄를 덜어주기 위해 내가 왔다.”

       

       

       그러자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조금씩 술렁인다. 흐음. 어둠의 정령 답게 그림자 속에 웅크려 있었던 모양이구만.

       

       

       「당신은…?」

       

       “이젠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이냐? 하긴, 꽤 많은 세월이 지나긴 했지.”

       

       

       드래곤들이 모두 사라져서 드래곤의 시대가 끝난지 얼마나 많이 지났는지. 그때에는 땅 위를 누볐던 공룡들도 이젠 땅 속에 모두 묻혀버렸으니.

       

       

       「이 기운은, 설마…. 창세신룡이십니까…?」

       

       

       어둠의 정령 중, 그나마 자아를 유지하고 있던 아이 하나가 내 앞에 나타났다.

       

       육체를 잃고 정령으로 쇠락하긴 했지만,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구나.

       

       정령에 비교하자면 상급 정령이라 할 수 있을까.

       

       

       “너의 이름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때의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셰이드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이름을 잊어버렸다라…. 내가 한 일이지만, 조금은 씁쓸하구나.

       

       

       “그래. 셰이드. 내가 너희들에게 걸려 있는 죄의 목줄을 풀어주기 위해 왔노라.”

       

       「그, 그렇습니까…. 드디어…. 오랜 세월동안 받아온 핍박에서 해방될 수 있겠군요.」

       

       “물론, 그에 따른 대가가 필요하지만….”

       

       

       내 말에 셰이드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희의 어버이에 의해 씌워진 죄를 벗을 수 있다면.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의욕적인 것은 좋지. 음. 그렇다면 모든 어둠의 정령들을 모아오거라. 가능한 많이.”

       

       「모든 어둠의 정령입니까? 이 곳에 모여 있는 어둠의 정령들이라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흩어져 숨어 지내는 녀석들이라면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상관 없다. 나는 너희들의 죄를 벗겨주는 대가로, 너희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내려줄 생각이니.”

       

       「임무입니까…? 어떤 임무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셰이드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대략적으로만 말해줄 수 있지. 대충 이 세상에 넘쳐나게될 것들을 정리해 모으는 일을 맡길 생각이란다.”

       

       

       영혼을 말이지.

       

       

       「정리해 모으는 일이라…. 알겠습니다. 어버이에 의한 죄를 벗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가능한 많은 어둠의 정령을 이곳에 모으거라. 일손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이곳에서 태어난 녀석들도, 태어나지 않은 녀석들도. 가능한 많이. 정말로 많이. 숫자가 적으면 너희들이 힘들어질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셰이드를 비롯한 어둠의 정령들은 그림자 속에 녹아들어 흩어졌다.

       

       아, 이 일을 영원히 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음, 뭐 괜찮겠지!

       

       영구직장이라고! 휴가 따윈 없는 블랙 직장이지만! 세상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직장이라고!

       

       자아, 그러면 흩어진 어둠의 정령들이 다른 녀석들을 가득 모아 올때까지, 나는 영혼을 조사해보도록 할까.

       

       철저히 조사해야, 이 영혼을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땅 속에서 야생의 언데드 작가가 나타났다!)

    (바보같은 작가는 예약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작가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작가의 눈에는 실수로 올렸다가 비공개로 처리한 1편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삭제할 수 없다! 그걸 지운다니 당치도 않다!)

    (하는 수 없이 일요일 12시에 공개될 한 편을 앞당긴 모양이다!)

    (언데드 작가는 울고 싶어졌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다!)

    (다음 편은 자비심 없이 월요일 낮 12시에 공개할 예정인 듯 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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