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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46. 아빠 없는 집에 (2)

       

       

       C등급 승급 시험.

       나는 한지수가 보내준 문자를 보고, 협회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0층으로 내려갔다.

       

       “지하라니. 익숙해서 좋네.”

       

       띠링-

       

       나는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나섰다.

       바로 앞에 깔끔한 검은 정장을 입은 한지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행색을 스캔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하준.”

       “왜, 선배.”

       “승급 시험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무기는 어디 갔고, 옷은 왜 후줄근한 츄리닝이야?”

       

       한지수는 나를 폐급이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에 나는 자신 있게 주먹을 뻗으며 말했다.

       

       “무기는 내 주먹이고, 옷은 돈이 없어서 못 샀어.”

       “…애를 키우느라 돈이 없는 거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빚이 있어서 빠듯한 거지만.

       굳이 TMI는 내뱉지 않기로 했다.

       한지수는 할 말이 없는지, 내게 손짓하며 몸을 돌렸다.

       

       “따라와.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까.”

       “예예.”

       

       나는 한지수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내부가 상당히 넓어 복도를 6분 정도를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굳게 닫힌 20M 높이의 거대한 철문 앞에 도착했다.

       

       “겁나 크네. 드래곤도 쉽게 통과할 수 있겠다.”

       

       애들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할매가 주는 밥을 먹어야 할 텐데.

       녀석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자, 한지수가 시계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왔어. 문 열어.”

       

       한지수의 명령과 함께 열리는 문.

       

       푸슈우우욱-!

       

       하얀 구름 같은 연기가 내 시야를 가렸다.

       나는 한지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솜사탕 같네. 얘들은 솜사탕 좋아하려나. 나 없이 잘 지내고 있겠지?’

       

       솔직히 시험은 걱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 두고 온 녀석들이 심히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걱정돼서 미칠 것 같네.

       나는 한지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선배.”

       “왜.”

       “나 지금이라도 돌아가도 돼?”

       “이유는?”

       “내 딸이 걱정돼서.”

       “…”

       

       한지수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물었다.

       

       “…다른 사람한테 맡겨두고 온 거 아니야?”

       “걱정된단 말이야.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잘 놀고 있겠지?”

       “…그럼, 그냥 시험에 통과나 해. 시험에 통과해야 애들이 맛있는 밥을 더 먹지.”

       

       맞는 말이네.

       나는 한지수의 말을 듣고 납득했다.

       그러나, 아직 녀석들에 대한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녀석들과 이렇게 장기간 떨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빠 없이 잘하고 있으려나.’

       

       에휴-

       한숨에 걱정이 가득 섞여 나왔다.

       아무튼, 문으로 들어와서 거대한 창고에서 가만히 서 있자.

       하나둘씩 나와 같은 D등급 영웅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을 보니, 한지수가 왜 한숨을 내쉬었는지 알 것 같았다.

       

       “총, 검, 창… 뭔 무기들이 저렇게 반짝거려.”

       “영웅이라면 등급에 걸맞은 무기를 드는 법이야. 저건 다 아티팩트일 거야.”

       

       아티팩트.

       무기 자체가 마력을 담고 있어, 무기 자체가 고유 능력을 품고 있다고 알려진 물품이다.

       나 같은 서민은 살 수 없는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돈 많이 버나 보네. 개 부럽다.”

       

       나도 빨리 빚이나 갚아야지.

       반짝이는 아티팩트를 가진 영웅들이 총 16명에 도달했을 때쯤.

       가장 등급이 높은 한지수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인원 총 16명. 승급 시험에 참여하게 되어 축하한다. 하지만, 이 시험을 통과하고 말고는 오직 너희들의 실력에 달려있다. 기간은 승급 시험에 통과하거나, 실패할 때까지. 이번 시험의 주제는 인내심이다.”

       

       인내심은 영웅에게 필수 덕목.

       이번 시험은 그 자격을 확인하기 위함.

       한지수는 그리 말하고는 저 멀리 서 있는 직원에게 손짓했다.

       그 직원은 내 크기만 한 가위를 두 손으로 쥐고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지수가 서 있는 공간의 옆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싹둑싹둑-

       

       그 결과 그 자리에 푸른색 막.

       차원문이 열렸다.

       한지수는 시험 참가자를 향해 말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

       

       그에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은 차원문의 내부로 몸을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해가 없지만, 해가 있는 것처럼 밝은 차원에 도착했다.

       차원은 딱히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땅에 박혀 있는 내 몸통만 한 검은색 구체들을 보기 전까지.

       척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다.

       

       ‘저건 뭐야. 운석인가?’

       

       땅에 널려있는 정체불명의 검은 구체들.

       우리를 뒤따라 들어 온 한지수가 검은 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저 마력을 머금은 검은 구체를 깨뜨리면 돼. 기간은 저 구체가 깨지거나, 포기할 때까지. 무슨 방법을 사용하든 상관없어.”

       

       그렇구나.

       나는 한지수의 얘기를 듣고 검은 구체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내가 저 단단한 걸 주먹으로 부숴야 한다는 소리지…?”

       

       이건 좀 큰일인데.

       나는 한 번 주먹을 쥐고, 검은 구체를 향해 주먹을 뻗어 보았다.

       

       깡-!

       

       “개, 개 아프네…”

       

       깨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내 손만 더럽게 아팠다.

       생각보다 내 복귀일이 늦어질 것 같은.

       예감적인 느낌이 들었다.

       

       

       ***

       

       

       벌떡-

       

       “다 먹었다! 아, 맛있다! 아빠가 없어도 밥 잘 먹었다!”

       

       밥을 다 먹은 화련이가 몸을 일으키며 과장스럽게 배를 두드렸다.

       말은 잘 먹었다 말하지만.

       화련이의 그릇에는 흰밥이 반쯤 남아 있었다.

       

       “…나도 다 먹었어.”

       “저도요…”

       

       수련이와 초련이도.

       밥을 얼마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은 밥 먹은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은 채, 거실로 향했다.

       방안에는 음식을 치우지 않아 냄새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흥, TV나 봐야지!”

       

       화련이는 TV 앞에 착석했다.

       수련이와 초련이도 딱히 할 게 없어 옆에 앉았다.

       화련이가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뭘 봐야 하지.”

       “딱히, 재미있어 보이는 건 없네.”

       “그러게 말이에요.”

       

       재미없어.

       아이들은 심드렁한 얼굴로 TV를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굳이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TV 소리라도 있어야, 조금 덜 조용할 테니까.

       

       “…벌써, 양치할 시간이네요.”

       

       벌떡-!

       초련이가 가장 먼저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칫솔에 치약을 뿌리고 양치하기 시작했다.

       

       치카치카-

       

       우물우물-

       

       퉤-

       

       깔끔하게 양치하고 나온 초련이.

       뒤를 이어 수련이가 양치하고 나왔다.

       그리고, 수련이는 가만히 멍때리고 있는 화련이를 향해 물었다.

       

       “언니는 양치 안 해?”

       “흥, 난 안 해! 아빠도 없는데 내가 왜 해야 돼!”

       

       아빠가 안 보니까.

       나는 안 할 거야.

       화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바닥에 만들어 둔 성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성을 빤히 쳐다봤다.

       

       “…마음에 안 들어! 차라리 데려가면 좋은데! 왜 혼자 간 거야! 아빠 없으니까 재미가 없잖아!”

       

       툭툭-

       화련이는 괜히 성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화풀이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성 앞에 앉아있던 순간.

       

       “하으음… 저 슬슬 졸려요, 언니드을…”

       

       초련이가 하품을 내뿜으며 졸린 눈을 했다.

       그에 수련이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말했다.

       

       “…그럼 슬슬 잘까. 나도 슬슬 자고 싶었어.”

       “흥, 그러던가!”

       

       그에 아이들은 옆에 정리해둔 이불을 펼치기 시작했다.

       

       펄럭-

       

       화련이는 이불을 깔고 곧바로 자리에 누웠다.

       

       “뭔가 불편한데!”

       “언니, 그거 거꾸로 펼쳤어요.”

       “말도 안 돼!”

       

       화련이는 발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련이의 말대로 반대로 펼쳐진 상태였다.

       그에 화련이는 복어처럼 볼을 잔뜩 부풀렸다.

       

       “이게 다 아빠가 없어서 생긴 일이야! 아빠 미워!”

       

       왜 없어가지고!

       나만 이상한 드래곤이 됐잖아!

       화련이는 잔뜩 토라진 채로 정상적인 이불에 누웠다.

       아이들은 모두 평소 자기들이 눕던 자리에 몸을 누웠다.

       그러나,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

       

       “…불 끌 사람.”

       “눈이 부셔서 잠을 잘 수 없어요, 언니들.”

       

       평소라면 자기 전에 이하준이 불을 껐지만.

       오늘 이하준은 잠자리에 없었다.

       그에 가장 나이 서열이 높은 화련이가 외쳤다.

       

       “이초련! 네가 해!”

       “제가 왜요, 언니.”

       “네가 막내잖아!”

       “네에…”

       

       쭈글-

       초련이는 꼬리가 아래로 내려간 채, 걸어가 불을 껐다.

       

       딸깍-

       

       그리고, 아이들은 어두운 방 안에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

       “…”

       

       화련이는 대자로 몸을 뻗었다.

       평소라면 이하준의 다리에 발을 걸친 채로 잠에 든다.

       그러나, 오늘은 이하준이 없어 잠자리가 어수선했다.

       

       “으으, 다리 불편해! 잠을 못 자겠잖아!”

       “…”

       

       그건 수련이도 마찬가지였다.

       수련이는 평소에 이하준의 코골이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그러나, 오늘 이하준이 없으니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있다가 없으니까.

       그 비워진 자리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수련이는 잠시 어두운 방의 천장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좀 기분이 별로네.”

       “…”

       “…”

       

       아이들은 입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수련이의 말에 동의했다.

       

       어두운 방.

       아빠가 없는 집.

       그 중심에서 잠이 다 깬 초련이가 눈을 뜬 채로 말했다.

       

       “오늘따라 잠이 잘 안 오네요.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는 언제 올까요?

       초련이는 최대한 빨리 오기를 기도하며.

       잠이 오지 않아도 눈을 감고,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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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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