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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범죄자가 사람의 피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건의 심각성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

        본래 이들은 불법적인 영업을 하던 이들로 잡혀 왔었기에 기껏해야 잡범 취급이었다. 교리를 어긴 게(정직하게 돈을 벌어야 할 것)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 정도야 나무로 된 기다란 교리 주입기로 마사지 몇 번 받으면 금방 끝날 문제였다.

        ​

        그렇게 적당히 훈방되면 데려갈 생각이었고.

        ​

        그런데, 살인과 인피를 벗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죄송합니다. 이 일은 심사청에서 관할하게 되었습니다.”

        ​

        이단 심문관을 비롯, 교리적·법리적 해석을 내리는 성국의 사법부, 심사청에서 사람이 나왔다. 저들이 나왔다는 건, 더는 우리가 뭘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

        그래서야 곤란했다.

        ​

        이미 이 바닥에 소문이 쫙 퍼졌을 게 분명했다. 차라리 이렇게 빠르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또다시 카지노에서 다른 먹잇감을 노려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들 몸을 낮추고 납작 엎드려 단속의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다.

        ​

        지하 수로를 탐색할 때 도움을 얻기 위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였다.

        ​

        고민하는 내게 마리아가 물었다.

        ​

        “심사청이면, 치안 유지부보다 낮지 않아요? 가서 도와달라 요청하죠.”

        ​

        마리아의 의문은 합리적이었다.

        ​

        어느 곳을 가든 부처가 청보다 더 크고 힘 있는 기관인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했다.

        ​

        “심사청은 교황 직속 기구라서.”

        ​

        “아….”

        ​

        최고 권력자와 엮이면 그 권력 서열은 언제든 뒤집힌다. 딱히 헌법 같은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기에 일반적인 인식과 별개로 연제든 권력자의 뜻에 따라 뒤바뀔 수 있는 일이었다.

        ​

        심사청은 예외적으로 창설된 이래로 언제나 어지간한 부보다 서열이 높은 청이긴 했지만.

        ​

        아무튼, 단순 살인도 아니고 살인 후 범죄 목적으로 피부를 벗겨 그걸 덮어쓰는 기괴한 범죄에 연루된 이들을 빼내는 건 아무리 치안 유지부의 도움이 있어도 어려웠다.

        ​

        “젠장.”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니, 물론 그치들이 뒤에서 인신매매나 납치 같은 흉악범죄를 잔뜩 저지르고 있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그걸 들키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

        애초에 그게 잘 안 돼서 내게 의뢰가 들어온 거니까.

        ​

        그런데, 만약 정석적으로 심판이 진행된다면 나 역시 그 의뢰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처벌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결국 한쪽은 흉악범이고, 다른 한쪽도 그 범죄를 도운 사람이니까. 

        ​

        어떻게 해야 하지.

        ​

        고민하고 있으니 마리아가 나를 불렀다.

        ​

        “빌.”

        ​

        “응?”

        ​

        “거래를 해보죠.”

        ​

        “뭘?”

        ​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내게 오히려 의문을 표했다.

        ​

        “사법 거래 안 해봤어요?”

        ​

        “사법 거래?”

        ​

        내가 아는 사법 거래라면, 형량을 줄이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닌데?

        ​

        마리아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

        “가끔 보면 당신의 상식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어요.”

        ​

        그녀는 일단 나를 심사청으로 향했다.

        ​

        어쨌든 우리도 지금은 성국의 의뢰를 수행하는 입장이었고, 마리아의 신분을 감췄어도 내 신분 역시 낮은 편은 아니었기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심사청의 고위공직자를 만날 수 있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

        단정한 올백 머리에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엄격해 보이는 표정, 거기에 구김 하나 없는 정장까지, 결벽증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심문관이 우릴 맞이했다.

        ​

        이 자리에서는, 나 대신 마리아가 나섰다. 그녀는 무심한 듯 찻잔을 들며 심문관에게 물었다.

        ​

        “이번에 잡힌 엽기 살인마에 대해 제안할 게 있어서요.”

        ​

        “죄송하지만, 수사는 전적으로 저희 심사청의 몫입니다.”

        ​

        “예, 알고 있어요.”

        ​

        이런 제안은 익숙하다는 듯 심문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지만, 마리아는 그건 알 바 아니라는 듯 받아넘겼다.

        ​

        “다만, 의뢰를 수행함에 있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요.”

        ​

        “의뢰, 말입니까.”

        ​

        조금 전까지는 무슨 말을 해도 거절할 것만 같은 단호함을 보이던 심문관이었지만, 의뢰라는 말이 나오자 조금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 역시 성국의 공무원이기에 치안 유지부에서 내놓은 의뢰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다.

        ​

        “사람을 빼달라는 건 불가합니다만, 협조 정도는 가능합니다. 무얼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

        마리아는 여기 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며 정해둔 것을 꺼내 들었다.

        ​

        “우선 두 사람 중 종업원 쪽을 먼저 심문해줄 수 있을까요?”

        ​

        심문관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

        “불가능할 건 없습니다. 수사 지휘야 제가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은 면할 수 없을 겁니다.”

        ​

        그래, 이게 문제였다.

        ​

        우리가 요청한다 해도, 이미 범죄 사실이 규명되고 처벌이 확정되면 제아무리 치안유지부의 명령이라 해도 죄인을 빼낼 순 없었다. 그나마 벌금형이나 사회봉사 같은 형벌이면 우리가 빼낼 수 있지만, 만약 징역이나 장형 같은 형이 내려지면 방법이 없었다.

        ​

        마리아가 이걸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는, 나도 궁금했다.

        ​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하죠.”

        ​

        탁.

        ​

        잔을 내려두고, 마리아는 눈을 치켜뜨며 심문관을 바라봤다. 딱히 노려보는 건 아니지만, 안 그래도 차가운 분위기가 감도는 마리아가 그 날카로운 눈매를 세우며 무표정하게 바라보니 심문관도 살짝 기가 죽었다.

        ​

        “저희는 하수 시설 깊숙한 곳을 들어갈 생각이에요.”

        ​

        “그, 그렇습니까.”

        ​

        “그런데, 아무래도 범죄자들이 많고 워낙 오랜 시간 개조된 곳이라 길을 모른다는 문제가 있어요.”

        ​

        “저도 압니다. 저희도 범죄자들을 체포하러 몇 번 진입을 시도했습니다만, 결국 범죄자들이 도망치기 전에 제대로 도착한 적이 없었습니다.”

        ​

        “그래서 길을 알만한 이들을 찾기 위해 아마 그들과 연관됐을 곳들을 들쑤시고 있었는데, 하필 일이 이렇게 됐네요.”

        ​

        “흠….”

        ​

        심문관은 마리아의 설명에 무슨 말인지 이해했는지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

        “그러니까, 만일 사형이나 장기 징역과 같은 게 아니라면 처벌을 그쪽을 안내하는 쪽으로 돌려달라는 겁니까?”

        ​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문관은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

        두 사람의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

        “마리아, 그게 가능한 거야?”

        ​

        “뭐가 말이에요?”

        ​

        “그러니까, 형벌을 멋대로 바꾸는 거 말이야.”

        ​

        지구에서도 법은 내 전공이 아니었고, 딱히 소송이나 범죄에 연루된 적도 없어 뭐 무슨 법이 어쩌고 하는 건 잘 몰랐다. 애초에 이세계에서 한국 법이 통할 리가 없기도 했지만.

        ​

        하지만 법이란 게, 특히 형법이 종류와 정도에 따라 형벌이 정해져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렇기에 마리아가 말한 사법 거래는, 솔직히 내게는 청탁으로 보였다.

        ​

        그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아는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

        “형벌을 바꾸다니요?”

        ​

        “응?”

        ​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판관이 정하는 거지, 사형을 선고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형벌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거의 없어요.”

        ​

        그게 무슨-.

        ​

        “아.”

        ​

        반박을 하려다 떠올렸다.

        ​

        생각해보니, 당장 제국부터가 봉건 국가였다. 말이 사법부 독립이지, 각 영지에서는 영주가 자기 꼴리는 데로 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좀 사법적으로 중앙의 정책에 따르는 곳도 순회판사가 올 때 밀린 숙제 끝내듯 판결을 내리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

        심지어 성국은 법적 처벌에 교리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었다. 판사가 경전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

        판사의 재량이 강할 수밖에 없는 체제였다.

        ​

        “브란덴은 일일이 형벌을 다 정해두는 걸까요. 신기하네요.”

        ​

        “음….”

        ​

        사실 그 부분은 잘 모른다. 내가 우리 동네에서 재판을 어떻게 하는지를 본 적이 없어서. 그녀의 말은 적당히 흘려넘겼다.

        ​

        때마침 심문관이 입을 열었다.

        ​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

        마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요.”

        ​

        마리아는 나를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며 눈썹을 까딱였다. 심문관에게 보이지 않도록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

        어쨌든, 마리아 덕에 종업원만큼은 빼낼 수 있었다.

        ​

        ―――

        ​

        미아는, 본래 성국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

        어머니는 다른 이들의 옷을 수선해주는 일을 했고, 아버지는 성국의 관청에서 발주하는 물건을 떼어다 주는 일을 하며 먹고 살았다.

        ​

        막 엄청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륙에서 제일 부유한 국가라고 해도 무방한 성국 관청과 연관된 일을 했기에 동네에서는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

        적어도 미아가 5살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

        “꺄아아악!”

        ​

        어머니가 지른 그날의 비명은 아직도 미아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미아의 평온한 일상이 끝장난 날이었기에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어머니의 비명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갔을 때, 어머니가 미아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와 눈을 가렸지만, 미아는 이미 똑똑히 보고 난 뒤였다.

        ​

        미아의 아버지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품에는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

        그 봉투는 아버지의 빚이 얼마인지를 적어둔 문서였다.

        ​

        미아의 아버지는 투자를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빌렸던 것이다. 하필 돈을 빌린 곳이 상인 길드와 같은 그래도 좀 정상적인 곳이 아닌 대부업체였을 뿐.

        ​

        그리고, 거액의 돈을 빌려 가며 투자한 사업이 대차게 망하며 돈을 갚을 자신이 없어지자 그대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

        무책임하게도.

        ​

        “이봐, 남편이 죽었다고 빚이 사라지는 줄 알아?”

        ​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할 거 아냐!”

        ​

        그리고, 그 빚은 모조리 미아의 어머니에게로 전가됐다. 하지만 아버지가 진 빚은 겨우 바느질이나 해서 갚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어머니는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저축을 포함해 말 그대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대부업체에 넘겼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

        결국 어머니는 낮에는 수선을 하고 밤에는 미아 몰래 집을 나서 일했다. 그 일이 무엇인지 미아에게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미아는 영특했다.

        ​

        하지만 그걸로도 빚을 갚기엔 부족했다. 어머니는 결국 미아를 다른 집에 맡기고, 하루종일 집에서 ‘밤에 하던 일’을 계속했다.

        ​

        빚은 빠르게 줄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어머니 또한 빠르게 피폐해졌다.

        ​

        “…….”

        ​

        결국 두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하게 된 어머니를 보며 미아는 깨달았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

        하지만 미아는 생각했다.

        ​

        ‘내가 왜 돈을 갚아야 하지?’

        ​

        아버지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그걸 부모님이 갚지 못했기에, 미아는 그들을 대신해 돈을 갚아야만 했다.

        ​

        돈을 빌렸으니 돈을 꿔준 쪽에 대해 불리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 불리한 입장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빚을 갚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없이 유리한 입장을 가져가며 지속적으로 돈을 뜯기 위해 이자를 계속해서 늘려가며 미아를 괴롭힐 것이다.

        ​

        거기에서, 미아는 떠올렸다.

        ​

        ‘그럼, 내가 돈을 갚지 않으면 유리한 사람을 찾아가면 갚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닐까?’

        ​

        아직 10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어머니를 보며, 빚쟁이들을 보며 영특한 미아는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

        ​

        마리아는, 빚쟁이들과 만날 때마다 시비가 붙던 사람들을 찾아갔다.

        ​

        “제가 저 사람들에게 빚이 있어요.”

        ​

        10살짜리 꼬맹이가 와서 그런 말을 하니, 제아무리 범죄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더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저를 받아주시면 제가 진 빚만큼 저 사람들이 손해를 보도록 할 수 있어요.”

        ​

        순진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무엇이 자신에게 이득인지를 명확하게 꿰뚫는 말이었다.

        ​

        “하.”

        ​

        얼굴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청년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

        “맹랑한 꼬맹이구나. 좋다. 너는 내가 거두도록 하마.”

        ​

        미아가 처음 지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다.

        ​

        청년, 아니, ‘점장’은 미아를 조직의 말단 심부름꾼으로 받아들였다. 당연하지만, 범죄 조직이 꼬맹이의 목숨을 그리 비싸게 쳐줄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가치를 매기는지조차 의문이었다. 

        ​

        대강 길 안내나 조금 시켜주고, 그들은 미아에게 온갖 심부름을 시켰다. 당연하지만, 지름길이나 숨겨진 통로 같은 것을 전혀 모르는 미아가 시간에 맞춰 심부름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이 새끼가, 빨리빨리 안 다녀?”

        ​

        “손해는 네 봉급에서 까겠다.”

        ​

        폭력과 감봉의 세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아는 거기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거리낌 없이 도둑질을 하며 부족한 봉급을 메꿨다. 길을 모르는 것은, 진득하게 숨어 사람들을 관찰하며 스스로 길을 알아냈다.

        ​

        16살이 될 무렵, 미아는 어느새 조직의 가장 뛰어난 배달부가 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임무는 모두 미아가 담당했다. 많이 벌 때는 간부들과 비견될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고, 임무 성공률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졌다.

        ​

        그리고, 미아는 다시 한번 ‘점장’을 만날 수 있었다.

        ​

        그는 두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목조차도 그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점장’은 미아의 실력을 높이 사 제안했다.

        ​

        “내 밑에서 일을 해보겠느냐?”

        ​

        당연하지만, 거절은 없었다.

        ​

        미아는 영특했다. 무얼 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자신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다.

        ​

        그렇게 ‘점장’의 곁에서 일하길 8년, 미아는 어느새 ‘점장’ 바로 다음까지 올라가 사람들을 턱짓 하나로 부리며 일할 수 있었다.

        ​

        그리고, 그동안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점장은 몇 개월마다 얼굴이 달라진다.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자 하지조차 않았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이들이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리아는 궁금증을 내던졌다.

        ​

        그런데, 어느 날 재앙이 밀어닥쳤다.

        ​

        조직과 지상의 소통창구가 되어주던 가게는 말도 안 되는 무력을 가진 남녀에 의해 초토화되었고, 미아와 ‘점장’은 잡혀 들어왔다.

        ​

        그리고, 마리아는 끝끝내 ‘점장’이 어떻게 외형을 바꾸는지를 알았다.

        ​

        알아 버렸다.

        ​

        그때부터, 미아는 삶을 포기했다.

        ​

        미아는 알았다. 조직은, 반드시 ‘점장’의 비밀을 안 미아를 죽이러 올 것이다. 그렇기에 미아는 심사청의 심문에 순순히 응했다. 반발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죽음은 확정되어 있었다. 굳이 힘 빼가며 고문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

        얼마 남지 않은 삶, 편안하게 지내다 가는 것이 이득이었으니까.

        ​

        그렇게 판결의 날이 찾아왔다.

        ​

        “비록 직접적인 살인을 저지르진 않았다만, 조직의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조력했으니 죄를 면하긴 어렵다. 또한 그 기간이 짧지 않기에 본래는 중형을 내려야 하지만….”

        ​

        판관은 서류 끄트머리에 적힌 것을 보고 눈썹을 까딱거렸다.

        ​

        “그래, 이게 좋겠군.”

        ​

        판관은 간수들을 호출했다.

        ​

        “죄인은 직접 본인이 소속했던 조직을 색출, 근절하는 일을 도와야 할 것이다.”

        ​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미아의 눈이 떨렸다. 간수들은 판결이 내려지기 무섭게 미아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급스런 방에서 멈춘 그들은, 공손하게 자세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

        “오, 왔구만.”

        ​

        그곳에는, ‘점장’의 가게를 박살 낸 두 남녀가 앉아 있었다.

        ​

        “너는 앞으로 일이 끝날 때까지 이분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

        영특한 미아는, 곧장 자리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렸다.

        ​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

        아무래도, 하늘은 아직 미아의 목숨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낭만 판타지를 꿈꿨는데 로맨스 판타지였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dreamed of a life filled with romance¹ and romanticism, but I didn’t dream of a romance fantasy… —- ¹ The “Romance” here means a feeling or atmosphere of something new, special and exciting, e.g., a hero’s adven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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