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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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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씨 저 더 늦으면 아이리스한테 혼나서요. 괜찮으시면 이만 꺼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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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들려온 정중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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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는 멍한 얼굴로 제 배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아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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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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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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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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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여긴 어디지?’
    ​
    ​
    비앙카는 묘한 공간에 붕 떠 있었다. 뭐랄까, 물속에 둥둥 떠서 헤엄치는 것 같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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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감각 속에서 비앙카는 적극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뭘 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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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멍하니 떠 있는 게 본인의 소명인 것처럼 그저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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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굵고 축축한 무언가가 그녀의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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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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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 얼굴을 핥은 것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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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히힉,케헥…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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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그림자가 어째서인지 두 발로 선 채(작대기 같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무시무시한 치아 사이로 검은 혀를 축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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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웅웅 울리는 걸걸한 애교 섞인 목소리에 비앙카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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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나 꿈속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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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 어떻게 기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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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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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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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귀여운 새소리와 맑은 하늘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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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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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된 도로와 고층 건물이 연속으로 솟아있는 곳. 그녀는 리안이 전생에 살던 장소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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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째잭 크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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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참새가 갑작스럽게 입을 크게 벌리더니 목 안쪽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총구에선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다시 참새 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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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야, 진짜 내 말 한 번만 들어봐.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
    ​
    그런 참새의 뒤로 기이하게 앞 더듬이가 긴 참새가 느끼한 목소리로 떠들며 날아가고 있었다. 기이한 풍경에 비앙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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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여긴 또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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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동자에 혼란을 가득 담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서 있는 길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TV에서 비명이 퍼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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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 뉴스입니다! 현재 용가리가아니라초록괴수인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보라색괴물이 도시를 침공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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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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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심각한 분위기에 비앙카가 당황하는 것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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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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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발이 그녀의 옆에 떨어졌다. 그 발은 핑크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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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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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몸이 건물 3층 높이 정도 떠올랐다가 바닥을 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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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뭐야 -…이게 뭐냐고!”
    ​
    ​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변 모든 상황이 단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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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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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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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윽,끅…꺼헉…”
    ​
    ​
    기절한 비앙카는 온몸을 비틀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올라왔고 눈은 뒤집힌 상태였다.
    ​
    ​
    그녀는 헛구역질하며 한참 동안 바닥을 구르다가 -…웩 소리를 내며 토를 하기 시작했다.
    ​
    ​
    퀘흑,케헥…끄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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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와 연결된 그림자가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무언가를 쿠엑하고 뱉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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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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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큰일 날뻔했네.”
    ​
    ​
    리안이 침 범벅이 된 상태로 이마를 닦으며 씩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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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비앙카 씨 위액에 녹을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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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힐 때 토막 났던 몸이야 뱃속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재생되었지만, 뱃속에서 탈출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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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히 위벽을 쿡쿡 찌르던 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림자가 날 토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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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나저나 -..괜찮으신건가?”
    ​
    ​
    침을 질질 흘리며 기절한 비앙카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녀를 안아 들어 소파에 올려주려 했다. 하지만 비앙카는 소파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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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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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내 몸 위에서 떨어졌다. 소파와 가까이 서 있었기에 비앙카는 바닥이 아닌 소파 위를 굴렀다.
    ​
    ​
    박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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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무언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처럼 소파를 마구 긁으며 구석으로 도망치려 했다.
    ​
    ​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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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져 커다란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통증을 무시하고 바닥을 계속 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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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이 전부 리안 때문이며, 그에게 그 끔찍한 힘이 남아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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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오지마! 시,싫어 이젠 싫어!”
    ​
    ​
    그녀는 그 잠깐 사이 정신이 얼마나 무너진 건지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기며 소리쳤다. 나는 축축해진 몸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림자의 침 때문에 냄새가 났다.
    ​
    ​
    “저 비앙카 씨, 아무래도 좀 씻고 내려가도 될까요? 아이리스가 습관적으로 안기는 버릇이 있어서 이대로 내려가면 조금 곤란할 것 같아서요. 옷도 망가졌고.”
   “맘대로 해! 맘대로 해도 되니까 제발…흐윽,제발 저리가아..!”
    ​
    ​
    비앙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커튼을 잡아당겨 제 얼굴을 가려버렸다. 불쌍할 정도로 덜덜 떠는 비앙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쓰고 나갈게요!”
    ​
    ​
    리안은 비앙카의 이상행동을 그저 배탈이 난 거라 생각했다. 평소였다면 약이라도 챙겨줬겠지만, 그녀의 반려동물에게 잡아먹혔던 경험이 썩 즐겁지 않았던 탓에 챙겨주지 않았다. 
    ​
    ​
    ‘잘 삼키거나 무는 동물이면 입마개라도 해두지.’
    ​
    ​
    그리 툴툴거리며 리안은 화려한 욕실로 들어갔다. 너덜거리는 옷을 벗고 향이 좋은 샴푸와 바디워시를 마음껏 사용해 씻었다.
    ​
    ​
    ‘좋다.’
    ​
    ​
    기분 좋을 정도로 따끈한 물을 몸에 끼얹으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커다란 탕에 들어가는 건 포기했다.
    ​
    ​
    빠르게 몸을 씻고 나와 가볍게 몸을 말린 후 가운을 입고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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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앙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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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앙카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운만 입고 내려갈 순 없었기에 그녀가 옷장이라며 보여줬던 공간으로 향했다.
    ​
    ​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드리면 되겠지.’
    ​
    ​
    딱 봐도 그녀가 못 입을 것 같은 거대하거나 작은 옷을 보며 씩 웃었다. 그녀는 옷장에 지금까지 제 제자들이 입었던 옷이 있다고 말했었다.
    ​
    ​
    추억이라서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 듯 옷이 가득했다. 걸린 옷 중 제 체격에 맞는 옷을 찾았다. 디자인은 원래 입던 노예 옷과 똑같았지만, 그 점이 좋았다. 옷이 바뀌면 아이리스가 걱정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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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정도면 안 들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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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에 입던 것보다 부드러운 천을 문지르며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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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빌린다고 말해야 하는데 안 보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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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라도 남길까 했지만, 펜이나 노트도 보이지 않았고, 아이리스도 기다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조용히 그녀의 집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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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고 있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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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상이 된 아이리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리안이 떠난 비앙카의 집 가장 안쪽, 안방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
    ​
    “무서워무서워무서워이제그만제발제발제발멈춰줘멈춰줘멈춰줘! 잘못했어요,죄송해요정말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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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정신을 놓았다.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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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해,미안해미안해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제발 -…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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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초 단위로 미쳐가고 있었다. 함부로 이상한 걸 주워먹은 결과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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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킁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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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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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킁킁킁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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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으로 돌아오자 아이리스가 나를 덥석 들어 소파에 던지더니 내 위에 올라타 마구 냄새를 맡아대고 있었다. 흡사 집에 돌아온 주인의 냄새를 확인하는 강아지 같았다.
    ​
    ​
    “나 냄새나?”
   “…냄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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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궁! 
    ​
    ​
    충격을 받아 입을 멍하니 벌리자 아이리스가 잔뜩 찡그려진 표정으로 내 몸 위에 납작 엎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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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는 거야?”
    “냄새,묻혀.”
    ​
    ​
    아이리스는 그리 말하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톡톡 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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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 이상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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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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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냄새도 꽤 좋아 보였는데 아이리스는 별로인가 보네.’
    ​
    ​
    고급스러웠던 샴푸와 바디워시를 떠올리며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리스는 몇 번 더 머리를 비비적거리다가 따끈한 온기에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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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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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아이의 높은 체온을 느끼고 있자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그렇게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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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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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아이리스를 껴안고 잠든 그 시간, 토토겐은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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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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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이 안 된다면 수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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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토겐은 돈을 왕창 사용해 강한 마물을 잔뜩 주문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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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안에 잡힌 경기에서 리안은 산산조각이 나거나 강한 힘에 취해 타락하게 될 것이다. 기대로 설레야 하는 상황에 느껴지는 건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의 초조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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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라는 게 본인이 투자한 게 많으면 많을수록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법이다. 토토겐이 딱 그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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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아니,아니야. 분명 성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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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리안은 다시 한 번 더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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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후원해주신 혈소연님! 익명님! moer님! 후원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0’9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무려 최상층 검투사를 쓰러뜨린(??) 리안에게 도전장을 내민 토토겐…
과연 그는 어떻게 될 것인가?

늦게 돌아온데다가 밖에서 처음 맡아보는 향기를 잔뜩 묻혀온 리안에게 화가난 아이리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비앙카씨 저 더 늦으면 아이리스한테 혼나서요. 괜찮으시면 이만 꺼내주시겠어요?”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들려온 정중한 요청.

비앙카는 멍한 얼굴로 제 배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아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꿈이네.’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해버렸다.

***

‘아 -..여긴 어디지?’

비앙카는 묘한 공간에 붕 떠 있었다. 뭐랄까, 물속에 둥둥 떠서 헤엄치는 것 같기도 하고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기묘한 감각 속에서 비앙카는 적극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뭘 하진 못했다.

그저 멍하니 떠 있는 게 본인의 소명인 것처럼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때 굵고 축축한 무언가가 그녀의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꺄악!”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 얼굴을 핥은 것을 바라보았다.

케히힉,케헥…쭈인님.

그녀의 그림자가 어째서인지 두 발로 선 채(작대기 같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무시무시한 치아 사이로 검은 혀를 축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머릿속에 웅웅 울리는 걸걸한 애교 섞인 목소리에 비앙카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어라? 나 꿈속 아니었나?’

꿈속에서 어떻게 기절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짹짹짹.

작고 귀여운 새소리와 맑은 하늘이 보였다.

“여긴..”

포장된 도로와 고층 건물이 연속으로 솟아있는 곳. 그녀는 리안이 전생에 살던 장소에 서 있었다.

짹,째잭 크아아아앙!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던 참새가 갑작스럽게 입을 크게 벌리더니 목 안쪽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총구에선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다시 참새 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기야, 진짜 내 말 한 번만 들어봐.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런 참새의 뒤로 기이하게 앞 더듬이가 긴 참새가 느끼한 목소리로 떠들며 날아가고 있었다. 기이한 풍경에 비앙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여긴 또 어디야?”

눈동자에 혼란을 가득 담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그녀가 서 있는 길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자제품 판매점 TV에서 비명이 퍼져 나왔다.

[ 긴급 뉴스입니다! 현재 용가리가아니라초록괴수인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보라색괴물이 도시를 침공하고 있습니다! ]

“뭐,뭐야?”

갑작스러운 심각한 분위기에 비앙카가 당황하는 것과 동시에.

쿠웅!

거대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발이 그녀의 옆에 떨어졌다. 그 발은 핑크색이었다.

“꺄아아악!”

그녀의 몸이 건물 3층 높이 정도 떠올랐다가 바닥을 굴렀다.

“뭐,뭐야 -…이게 뭐냐고!”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변 모든 상황이 단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

“끄윽,끅…꺼헉…”

기절한 비앙카는 온몸을 비틀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올라왔고 눈은 뒤집힌 상태였다.

그녀는 헛구역질하며 한참 동안 바닥을 구르다가 -…웩 소리를 내며 토를 하기 시작했다.

퀘흑,케헥…끄에에엑…!

그녀와 연결된 그림자가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무언가를 쿠엑하고 뱉어냈다.

철퍽.

“이야..큰일 날뻔했네.”

리안이 침 범벅이 된 상태로 이마를 닦으며 씩 웃어 보였다.

“하마터면 비앙카 씨 위액에 녹을 뻔했어.”

먹힐 때 토막 났던 몸이야 뱃속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재생되었지만, 뱃속에서 탈출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위벽을 쿡쿡 찌르던 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림자가 날 토해주었다.

“그나저나 -..괜찮으신건가?”

침을 질질 흘리며 기절한 비앙카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녀를 안아 들어 소파에 올려주려 했다. 하지만 비앙카는 소파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끼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내 몸 위에서 떨어졌다. 소파와 가까이 서 있었기에 비앙카는 바닥이 아닌 소파 위를 굴렀다.

박박박.

그녀는 무언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처럼 소파를 마구 긁으며 구석으로 도망치려 했다.

쿵.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져 커다란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통증을 무시하고 바닥을 계속 기어갔다.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이 전부 리안 때문이며, 그에게 그 끔찍한 힘이 남아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오지,오지마! 시,싫어 이젠 싫어!”

그녀는 그 잠깐 사이 정신이 얼마나 무너진 건지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기며 소리쳤다. 나는 축축해진 몸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림자의 침 때문에 냄새가 났다.

“저 비앙카 씨, 아무래도 좀 씻고 내려가도 될까요? 아이리스가 습관적으로 안기는 버릇이 있어서 이대로 내려가면 조금 곤란할 것 같아서요. 옷도 망가졌고.”

“맘대로 해! 맘대로 해도 되니까 제발…흐윽,제발 저리가아..!”

비앙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커튼을 잡아당겨 제 얼굴을 가려버렸다. 불쌍할 정도로 덜덜 떠는 비앙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쓰고 나갈게요!”

리안은 비앙카의 이상행동을 그저 배탈이 난 거라 생각했다. 평소였다면 약이라도 챙겨줬겠지만, 그녀의 반려동물에게 잡아먹혔던 경험이 썩 즐겁지 않았던 탓에 챙겨주지 않았다.

‘잘 삼키거나 무는 동물이면 입마개라도 해두지.’

그리 툴툴거리며 리안은 화려한 욕실로 들어갔다. 너덜거리는 옷을 벗고 향이 좋은 샴푸와 바디워시를 마음껏 사용해 씻었다.

‘좋다.’

기분 좋을 정도로 따끈한 물을 몸에 끼얹으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커다란 탕에 들어가는 건 포기했다.

빠르게 몸을 씻고 나와 가볍게 몸을 말린 후 가운을 입고 나갔다.

“비앙카씨?”

비앙카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운만 입고 내려갈 순 없었기에 그녀가 옷장이라며 보여줬던 공간으로 향했다.

‘나중에 세탁해서 돌려드리면 되겠지.’

딱 봐도 그녀가 못 입을 것 같은 거대하거나 작은 옷을 보며 씩 웃었다. 그녀는 옷장에 지금까지 제 제자들이 입었던 옷이 있다고 말했었다.

추억이라서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 듯 옷이 가득했다. 걸린 옷 중 제 체격에 맞는 옷을 찾았다. 디자인은 원래 입던 노예 옷과 똑같았지만, 그 점이 좋았다. 옷이 바뀌면 아이리스가 걱정할 수도 있었다.

‘이 정도면 안 들키겠지?’

전에 입던 것보다 부드러운 천을 문지르며 방을 빠져나왔다.

‘옷 빌린다고 말해야 하는데 안 보이시네.’

메모라도 남길까 했지만, 펜이나 노트도 보이지 않았고, 아이리스도 기다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조용히 그녀의 집을 빠져나갔다.

‘울고 있으면 어쩌지?’

울상이 된 아이리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리안이 떠난 비앙카의 집 가장 안쪽, 안방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무서워무서워무서워이제그만제발제발제발멈춰줘멈춰줘멈춰줘! 잘못했어요,죄송해요정말죄송해요!”

그녀는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정신을 놓았다.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안해,미안해미안해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제발 -…아아악!”

그녀는 초 단위로 미쳐가고 있었다. 함부로 이상한 걸 주워먹은 결과였다.

***

킁킁킁.

“아,아이리스?”

킁킁킁킁킁.

방으로 돌아오자 아이리스가 나를 덥석 들어 소파에 던지더니 내 위에 올라타 마구 냄새를 맡아대고 있었다. 흡사 집에 돌아온 주인의 냄새를 확인하는 강아지 같았다.

“나 냄새나?”

“…냄새나.”

“…!”

쿠궁!

충격을 받아 입을 멍하니 벌리자 아이리스가 잔뜩 찡그려진 표정으로 내 몸 위에 납작 엎드렸다.

“뭐 하는 거야?”

“냄새,묻혀.”

아이리스는 그리 말하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톡톡 튀었다.

“냄새 이상해?”

“…응.”

아이리스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냄새도 꽤 좋아 보였는데 아이리스는 별로인가 보네.’

고급스러웠던 샴푸와 바디워시를 떠올리며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리스는 몇 번 더 머리를 비비적거리다가 따끈한 온기에 잠들어버렸다.

“아…졸려..”

어린아이의 높은 체온을 느끼고 있자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그렇게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

리안이 아이리스를 껴안고 잠든 그 시간, 토토겐은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지?”

수십이 안 된다면 수백을.

토토겐은 돈을 왕창 사용해 강한 마물을 잔뜩 주문한 상태였다.

며칠 안에 잡힌 경기에서 리안은 산산조각이 나거나 강한 힘에 취해 타락하게 될 것이다. 기대로 설레야 하는 상황에 느껴지는 건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의 초조함 뿐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본인이 투자한 게 많으면 많을수록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법이다. 토토겐이 딱 그런 상태였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아니,아니야. 분명 성공할 거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리안은 다시 한 번 더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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