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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46 – 첫 수업이에요>

     

    명호스님은 번뇌에 빠졌다.

     

    ‘원시천존이시여. 저 아이는 어찌하여 입학 전부터 이런 위험한 장난에 눈을 떴나이까.’

     

    오크노디의 앞날이 걱정되어 그녀가 아카데미에 잘 적응하는지를 알아보고자 지켜보던 것이 그만 범죄행각을 목격하게 되었다.

     

    경비초소 침입.

    기숙사 건물 외부 침투로 모색.

    기숙사 사감의 방에 침입.

    심지어는 경비견들이 파헤친 땅굴에 들어가 숨었다가 나오기까지.

    아무리 그녀를 감싸주고 싶어도 이건 아니다.

    명호스님은 교장을 찾아가 자신이 목격한 바를 전하고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상담을 청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어린 것이 천방지축 날뛰고 있다는 말이냐?

    “송구하지만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짓은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게 해야 한다.

    재단에게서 무엇을 명령받고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는 몰라도, 지켜보는 그의 입장에서는 암살자가 자신의 작전지역을 사전탐사 하는 행위로만 보인다.

     

    -어린것이 참 맹랑하기는 하구나.

     

    제가 하는 짓이 나쁘다는 자각은 있는지.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경비병도 사감선생도 제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던 <이능석>을 빼앗기고도 눈치를 못채고 있지 않은가.

    마법결계까지 속여 가며 드나드는 솜씨가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천하제일 대도가 나온다면 저놈의 몫이겠구나!

    “감탄만 하지 말고 계도를 해주십시오.”

    -네가 믿는 부처는 저 아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하느냐?

    “불교의 오계에는 도둑질을 금합니다. 이는 인간사회의 가장 원초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백해무익한 행위입니다.”

    -저 아이가 훔친 것은 경비초소의 마력패스도, 기숙사사감의 열쇠도 아닌 돌이다.

    “소승은 돌 도둑이 목숨 도둑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평범한 돌이나 훔치는 괴짜였다면 이리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교장은 오크노디가 훔치는 돌이 평범한 돌이 아닌 이능석임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경비대장이나 신입생기숙사 사감도 본능의 차원에서 어렴풋이 돌에 담긴 특별한 기운을 읽고 모셔놓은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훔친다.

    발칙한 손발만큼이나 보는 눈도 맹랑한 아이다.

    천하제일의 대도를 논하는 것도 빈말은 아닌 것이다.

     

    -걱정된다면 그대가 잘 지켜보며 가르쳐보아라. 와이히엠하이 재단이 품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대단한 재능의 원석이니.

    “오크노디에게서 재능을 보셨나보군요.”

    -내가 그 재단의 능구렁이였다면 저 아이를 내 영역에 보내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남에게 빼앗겼다가는 속이 쓰려서 백년은 땅을 칠 재목이니.

     

    명호스님은 그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재단의 이사장조차 모르는 재능이 오크노디에게 있는 것입니까?”

    -그러니 손에 쥐고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라. 저 아이가 재단의 품으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내 손으로 확실하게 죽여 놓을 작정이니까.

    “……!!”

     

    별들의 축복을 받은 B그룹 수석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영성의 눈을 지닌 A그룹 수석은 흥미보다는 위험함이 앞섰다.

    물론, 어떤 재능이든 가르치는 자의 역량에 따라 힘의 사용법은 천차만별로 바뀌기 마련이다.

    교장은 명호스님에게 오크노디의 탈선을 막도록 지시하였으니, 이는 오크노디의 생사를 그에게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명호스님은 한 아이의 인생을 바로잡을 스승으로서의 사명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

     

    [오크노디에게 출입금지구역에 허가 없이 출입한 페널티로 감점 1만 포인트를 부여합니다.]

     

    아이의 버릇을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해서는 안 되는 짓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 *

     

     

    아, 이게 들키네.

    <감지>와 <색적>에는 나름 신경 쓴다고 썼는데.

    분명 경비초소의 경비마법과 경비들의 눈까지 다 피했지만 어딘가에서 내 수준을 뛰어넘는 누군가에게 발각된 모양이다.

    침입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든, 침투행위 도중에 발각되었든 참 소름이 돋는다.

    내 행적을 전부 꿰뚫어보고도 그만두게 하는 대신, 재롱은 잘 봤으니 이거나 먹어라. 하고 감점폭탄을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근데 왜 만점밖에 안 까였지?’

     

    초범이라서 봐준 건가.

    아무튼 잘됐다.

     

    “오크노디. 입학식이 끝났으니 첫 수업을 들으러 가야지.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야.”

    “앗. 지금 가요, 이사벨 언니.”

     

    1학년 1학기.

    영광의 첫 수업은 그룹별 분반수업이다.

     

    “상급반 강의실은 여기야.”

     

    하위반이 50인 내외로 끊어서 그룹을 막론하고 반을 형성한다면 상급반은 각 그룹 합격자 모두를 한 반에 몰아넣었다.

     

    <981기수 상급반>

    <A그룹 17명>

    <B그룹 22명>

    <C그룹 5명>

    <총 44명>

     

    수천만 티켓시험 응시생과 수십만 명의 입학시험 도전자, 그 모든 경쟁을 뚫고 올라온 수천명의 기프트 아카데미 합격생.

    그중에서도 불과 44명에게만 허락된 상급반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잔뜩 있었다.

     

    “늦었군요. 자리는 맡아두었습니다.”

    “와하하! 쥐방울 녀석도 가끔은 애처럼 긴장할 때가 있기는 하구나. 쭈뼛쭈뼛 눈치를 다 보고.”

     

    지젤과 손오천.

    그들은 강의실의 제일 뒷자리에 모여 있었다.

    수업에 관심 없는 불량한 열등생들이 뒷자리을 지정석으로 삼는 것처럼 퍽 어울리는 모습이다.

    맨 뒷자리로 가는 길.

    이미 자리에 앉아있던 상급반 동기들이 사방에서 시선을 겨눈다.

     

    “후후. 쑥스러워하는 디의 모습도 귀엽네요.”

    “놀리지 말아요, 아카디아.”

     

    서귀연의 홍일점이자 A그룹 여학생들의 정신적 지주, 아카디아.

     

    “왔는가. 수상할 정도로 아는 것이 많은 재단의 아이.”

    “사람을 수상한 생물체 대하듯이 부르지 말아주실래요? 저도 여러분이랑 같은 평범한 신입생이에요.”

    “그래. 넓게 보면 심해를 부유하는 외뿔심해고래와 인간도 같은 동물이라고 볼 수 있지.”

    “…….”

     

    그룹에 대한 지식 한 번 잘못 뽐냈다가 의심게이지가 만땅이 되어버린 자.

    서귀연의 서열 1위이자 A그룹 남학생들의 리더 노릇을 하는 안데르센 대공자.

     

    “안녕, 쬐그만 것아.”

    “안녕하세요. 해적언니.”

    “어허. 누나라고 부르래도?”

     

    창가 자리에서 리볼버를 빙글빙글 돌리며 손인사를 하는 사략해적 지고쿠.

     

    “안녕하세요!”

    “…안녕.”

     

    앞자리에서 눈을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움직여 아는 체를 하는 북부대공녀 아이린.

     

    “…….”

    “…….”

    “…….”

     

    누가 들어오건 말건 의자에 한쪽 발을 올리고 눈을 감은 자세로 내면의 명정만을 유지하는 과묵한 동방검객 싱.

     

    “안녕? 앞으로는 매일 볼 수 있겠네!”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너무해~”

     

    토끼가면 옆에 손으로 귀 모양을 만들며 귀가 축 늘어지는 시늉을 하는 가면 쓴 암살자 즈앙.

     

    “귀엽다냐! 확 깨물어버리고 싶다냐!”

     

    그런 즈앙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수인 제냐.

    그의 옆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헤스티아까지.

     

    “좋은 아침이에요, 헤스티아.”

    “으, 응! 좋은 아침!!”

     

    한쪽 팔을 부르르 떨며 좋았어,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뭔진 몰라도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그밖에도 상급반에 속한 여러 학생들.

    아주 반기거나, 조금만 반기거나, 무심하거나.

    대체로 그런 분위기의 A그룹과 달리 B그룹은 기본적으로 무심하거나, 조금 적대적이거나, 아주 적대적인 눈으로 이쪽을 관찰했다.

    왁자지껄하게 달아오른 공기 속에 차갑게 내리깔리는 긴장감.

    날이 선 칼을 근처에 둔 것처럼 도무지 경계심이 가라앉질 않았다.

     

    “어때? 저 애한테도 느껴져?”

    “모르겠어요. 저 아이는 제가 아는 12신격의 축복은 받지 못했어요.”

     

    B그룹 학생들이 모인 강의실의 중앙 쪽 자리에서 <성녀>와 <여자용사>가 대화를 나눈다.

    그중 용사는 B그룹의 수석이자 원작주인공.

    원작게임의 주역이자 0티어급 사기캐.

    회차플레이를 하다보면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가장 값비싼 플레이어블 캐릭터이자 최고의 성능을 지닌 캐릭터다.

    그녀의 단짝친구인 성녀 역시 주연급 캐릭터로 사기적이기는 마찬가지.

    기프트 아카데미 981기수 인기랭킹의 정상에 군림하는 사기캐들이 나를 평가하는 소리에 절로 귀에 힘이 들어갔다.

     

    “신격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 소문처럼 대단한 인재는 아니지 않아?”

    “신의 축복이란 해당 신의 권능을 펼치기에 적합한 인재. 신이 눈독들인 인재에 지나지 않아요.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해도 걸출한 인재는 많죠.”

    “성녀가 입에 담기엔 너무 불경한 소리네.”

    “신은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존재는 싫어하니까요. 그리고… 12신격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고 저 아이가 신의 축복을 받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진짜? 그럼 …라거나 …같은 신한테 선택받은 아이일 수도 있는 거야?”

    “네. 파장이 맞는 신이 있다면 12신격의 선택을 받은 것보다 더한 성장세를 보이겠죠. 아직 본인에게 자각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요.”

     

    한참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수가 들어오며 끝을 맞이했다.

     

    스르륵

     

    첫 수업시간.

    981기 상급반의 첫 수업을 맡은 교수는 놀랍게도.

     

    -내가 왔다!

     

    “헉!”

    “모, 모두 입을 닫아! 포인트가 파멸한다!”

    “히끅! …히끅!”

     

    무려 드래곤 교장.

     

    “라고 교장님 흉내를 내어봤는데 닮았나요? 하하.”

     

    …의 성대모사를 낼 수 있는 변신술사.

     

    “오늘부터 여러분의 기수를 책임지게 된 1학년 학생부장 마하바라타라고 합니다. 변신술 강의를 맡은 교수이자 교장님을 모시는 드래곤 가디언이기도 하죠.”

    “…….”

     

    성격 나쁜 드래곤에게 어울리는 성격 나쁜 변신술사가 나타났다.

     

    “오늘 여러분은 앞으로 1년간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어떤 강의를 들을지에 대한 안내를 받을 겁니다. 그리고 수강신청만 하면 오늘의 교육과정은 끝이죠.”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에 가까운 아카데미.

    수강신청시간이 다가온다.

     

    “참고로 여러분의 마법시계로도 수강신청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신청은 직접 발로 뛰어서 듣고자 하는 교수님의 강의실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것도 선착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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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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