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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커피는 입에 맞으세요? 가끔 제가 만들어 먹긴 하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네?”

        “가끔씩 제가 마실 원두를 사요.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이죠.”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뇌전검> 양하나가 밝게 웃었다.

       

        지저분한 가게와 달리 커피 맛은 훌륭하다. 대체로 맛 없는 원두에, 저품질 기계를 사용하는 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탄맛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튼, 신기하네요. 당신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도대체 그 인식저해가 뭐길래?”

        “음…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다만 확실한 건 할아버지의 친구분이 펼친 힘이에요.”

       

        역시 세상은 넓고, 괴인은 많다.

       

        ‘<원소술사>와 비슷한 신비계열 능력자인가?’

       

        지구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가 창궐하게 된 것이 십수 년을 넘었다. 자연히 놈들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인류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히어로, 그리고 아카데미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존재의의는 간단하다. 강력한 재능을 가진 히어로의 능력을 각성시키고, 그들을 인류 수호의 방패로 제련한다.

       

        애당초 ‘초능력’이라는 걸 분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대 랭커의 유산. 그들의 지식을 유형화된 데이터로 뽑아 슈퍼 컴퓨터에 이식한 것이다.

       

        슈퍼 컴퓨터의 전산망에 등록된 데이터 베이스는 방대하다. 그렇기에 대부분 히어로의 능력의 종류와 강력함이 정리되어 있고.

       

        ‘물론 허점도 존재하지만.’

       

        하지만, 이따금씩 데이터 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능력자도 존재한다.

       

        가장 좋은 증거가 바로 나다. 적법한 능력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 D등급이라는 판정을 받은 불우한 놈인 셈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네. 할아버지의 부탁이니 청소를 하지 않고.”

        “이, 일부러 청소를 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양하나의 대답과 함께. 나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가게 안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낡고 더러운 카페다. 예상이 맞는다면 어지럽게 널린 테이블이나 의자 따위가 ‘인식저해’를 돕는 도구일 것이다.

       

        “그보다, 너는 의외로 안 바쁜 모양이다? 요즘 학생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던데.”

       

        당장 어제 한유리와 저녁을 먹었던 나다. 근래들어 ‘약물’의 반입과 복용이 폭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다.

       

        “제가…… 나서는 건 최악의 상황이에요.”

       

        양하나의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있다. 그녀가 담당하는 것이 학생회의 ‘무력’이라는 것 정도는.

       

        어찌보면 웃긴 일이기도 했다. 당장 Z급 능력자, 그러니까 랭커가 둘이나 있는 학생회에서 S급 능력자인 <뇌전검>이 무력을 맡는다는 게.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는 들었어.”

        “……맞아요. 이미 알고 계시다면 조심하시는 편이 좋을 거에요. 학생회장님도 비상사태에 준하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한유리가 학생회에 그런 말을 했었나.

       

        사실 약물의 영향으로 폭주하는 히어로를 제압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히어로 아카데미 안에 있는 능력자를 보자. 나라 하나를 지워버릴 힘을 가진 최상위 능력자는 그렇다치고, 온갖 해괴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수두룩 빽빽하게 널려있다.

       

        한마디로 이 아카데미에서 빌런으로 타락하는 히어로의 결말은 대개 정해져있다는 소리다.

       

        죽음, 혹은 제압 후 호송. 뭐 그런 느낌이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내 핸드폰 벨소리가 작은 카페 안을 울렸다.

       

        “어어……?”

       

        벨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의 주인은 양하나였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그녀는 액정에 비친 화면을 보더니, 놀란듯 입을 벌렸다.

       

        “회장님?”

        “……!”

       

        전화를 건 사람은 놀랍게도 한유리인 모양이다. 그야 이 아카데미에서 회장이라 불릴 사람은 그녀가 유일하니…….

       

        웅얼웅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급박한 말투의 목소리가 멀리있는 내게도 조금씩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잠시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던 양하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간다.

       

        방금 전까지 나와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변화다.

       

        ‘결투장 위에서 보던 표정이네.’

       

        굳은 의지가 얼굴에 드러나는 스타일인 양하나다. 도대체 무슨 전화를 받은 건지.

       

        “죄송하지만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무슨 급한 일이 터진 거야?”

        “……네.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또각또각.

       

        카페 카운터로 걸어간 양하나는 곧장 그녀의 검을 챙겼다.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 경보 레벨 : 7. 즉시 현장에서 도망치십시오. ]

       

        내 핸드폰에 시끄러운 재난 문자가 도착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 * *

       

        “C등급 주거지구 봉쇄 완료! 현재 <뇌전검>이 오고 있습니다!”

        “그래! 대피 현황은?”

        “다행히 모두 피난을 완료했습니다. 선배! 차라리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멍청한! 과거 저런 형태의 괴수를 공격했다, ‘반사’ 능력에 죽은 사건이 있었다!”

       

        후배의 외침에 한 남자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히어로 아카데미 학생을 증명하는 제복과, 어깨에 학생회 소속을 상징하는 견장을 두른 자였다.

       

        “실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이 급박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불과 십여 분 전의 일이다.

       

        갑작스레 게이트가 등장했다. 인류 수호의 본산인 제주도, 심지어 히어로 아카데미 한복판에!

       

        ‘이상하잖아!’

       

        남자는 불길한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었다.

       

        얼마 전, D등급 주거지구에 게이트가 발생했었다. 거대형 괴수는 긴급 출진한 <뇌전검>에 의해 단칼에 목숨을 잃은데다가 인명 피해가 전무했다.

       

        게이트.

       

        게이트는 타차원의 괴수를 현대의 지구에 강림시키는 미지의 현상이다. 

       

        덕분에 수십 억이 넘는 인류가 죽음을 맞이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국가의 형태를 보존한 곳도 거의 없었다. 당장 서쪽의 중국이 멸망한 것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특급 괴수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이 몇이나 될까!’

       

        가까운 장소에 게이트가 열릴 확률은 극악의 수준으로 낮다. 그렇기에 남자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이 히어로 아카데미에 게이트를 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니까.

       

        “<뇌전검>의 위치가 확인되었습니다! 도착까지 60초!”

        “……!”

       

        ‘탐색계열’ 능력을 가진 학생회 후배의 외침. 남자는 곧장 긴장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했다.

       

        갑작스레 탄생한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것은 ‘알’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알이 곧장 살육을 개시하지 않고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수많은 C등급 주거지구 사람들의 무사 피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학생회 소속 히어로들은 작업에 착수했다. 일단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공간을 격리했다.

       

        그 과정에서는 우연히 주변을 지나던 남자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S급의 방어계 능력자인 그는 게이트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역장을 발동해 주변을 봉쇄한 것이다.

       

        쩌적! 쩌저적!

       

        “아, 알이…… 부화한다!”

       

        이제껏 침묵하던 알의 표면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전투 준비! 놈이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 모든 화력을 투사한다!”

       

        남자는 능숙하게 학생회 히어로들을 통솔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S급 능력자인 그는 이들의 구심점이 되어야했으니까.

       

        쩌어억!

       

        알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

        “저, 저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람의 형태와 비슷했다.

       

        허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점이 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가 새하얗게 창백하다는 것.

       

        거기다 더욱 충격인 것은 놈의 ‘얼굴’이었다.

       

        “미친…….”

       

        놈의 형상을 마주한 남자의 몸이 얼어붙었다.

       

        소름이 돋다 못해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이다. 알과 주변을 격리한 실드 방어막이 전개되어 있었지만, 저 끔찍한 형상을 보니 위험이 드리우는 듯 했다.

       

        “누, 눈이.”

       

        인간을 따라한 것처럼 보이는 놈은 얼굴이 없었다. 말 그대로 머리는 달려있지만, 눈, 코, 입, 귀 따위가 달려있지 않았다.

       

        “꾸, 꿈에 나올까 두렵군.”

       

        그런데 그때.

       

        “이 답답한 학생회 놈들! 언제까지 얌전히 있을 거냐!”

       

        파앗!

       

        얌전히 뒤에서 구경하던 남자 하나가 땅을 박차며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상황 초반에 학생회의 대피 명령을 거부한 그는 자신이 B등급 능력자임을 밝힌 자였다.

       

        사락!

       

        알을 주변으로 전개된 방어막을 통과한 남자는 자신의 무기인 철퇴를 훙훙 돌리며 크게 도약했다.

       

        “위험해!”

       

        무모한 돌격에 남자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게이트 탐지기’에 감지된 괴수의 위험도는 7.

       

        종말급인 10단계 괴수와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녀석이다!

       

        푹!

       

        “……어?”

       

        학생회의 경고를 무시한 남자가 멍한 소리를 내뱉었다.

       

        투욱!

       

        그가 땅에 착지하기도 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가슴께를 관통하고 지나간 것이다.

       

        주르륵!

       

        “……!”

       

        으적! 으저적!

       

        “꺄아아아악!”

        “사, 사람을 먹는다!”

        “도망쳐! 위험한 놈이야!”

       

        사람들의 혼란과 함께, 경악스러운 상황이 이어서 펼쳐졌다.

       

        땅에 축 늘어진 남자의 미동도 없는 육체를 질질 잡아끈 괴수가…… 그의 육신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사람을 집어먹는 괴수는 즐비했지만, 그 장면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쐐애애애액!

       

        그 절망적인 상황 속.

       

        저 뒤편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와, 왔다!”

        “<뇌전검>이다!”

       

        쿠우우웅!

       

        허공을 비행하는 것처럼 날아든 양하나가 바닥에 내려섰다.

       

        바닥에 내려선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인 것이다.

       

        “다들 물러나세요!”

       

        이미 능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걸까?

       

        양하나의 검은 새하얀 빛을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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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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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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