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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친구친구들!”

         

       파스텔은 레너드가 집합시킨 친구친구들 앞에 섰다. 나무 상자 위에 올라선 상태였다.

         

       “너희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어 미안해!”

         

       슬픈 표정으로 눈가를 훑었다.

         

       “흐윽.”

         

       웅성웅성.

         

       파스텔은 고해성사하듯 외쳤다.

         

       “내가 실수로 멜리사를 친구친구로 여겨버렸어!”

         

       머리를 헤집었다.

         

       “친구친구 타이틀에 유니크함이 사라져 버린 거야!”

         

       두둥.

         

       으아아.

         

       친구친구들이 어리둥절해하더니 서로를 보며 속닥였다.

         

       웅성웅성.

         

       무슨 얘기를 나누는진 안 들리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우리 더 이상 특별한 친구친구가 아니게 된 거야?!

       ―파스텔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쳤다니! 우린 유니크한 친구친구 타이틀을 원했는데 이젠 더 이상 유니크하지 않잖아!

         

       허윽.

         

       파스텔은 고통스럽게 심장을 부여잡았다.

         

       “미안해, 얘들아! 너희를 실망시킨 나를 용서해 줘! 멜리사는 앞으로 친구친구가 아니라 절친으로 부를 테니까!”

         

       팔짱을 끼고 보던 레너드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리곤 옆의 부하를 바라봤다.

         

       “저게 뭔 소리냐?

       “대장, 그것도 모릅니까? 그냥 호응해 달라는 거죠.”

         

       부하가 환호했다.

         

       “파스텔 널 용서해!”

         

       한 명이 외치자 친구친구들이 따라 외쳤다.

         

       “널 용서해!”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허억.

         

       감동.

         

       “역시 친구친구들이야! 너희와 함께라면 어떤 역경과 고난이든 해쳐나갈 수 있을 거 같아!”

         

       파스텔은 학생회 예산안을 꺼냈다.

         

       “그리고 마침 우리가 함께 해쳐나갈 고난이 준비돼 있어! 학생회 예산이 불가피한 사태로 인해 곤란에 빠졌거든! 학생을 위한 학생회가 이러다 파산할지도 몰라! 절대 그래선 안 되지!”

         

       친구친구들을 둘러봤다.

         

       “학생회는 예산 마련을 하고자 하늘고래에 탑승해 동식물 채집을 할 계획이야!”

         

       손을 번쩍 들었다.

         

       “파스텔과 같이 학생회를 구할 용사님! 여기여기 모여라!”

         

       손들이 올라왔다.

         

       부족해 부족해.

         

       “파스텔과 방학을 보낼 하나뿐인 기회!”

         

       속닥이듯이 말을 이었다.

         

       “혹시 알아? 조금 특별한 용사님이 될지.”

         

       시선을 하나씩 마주치자 친구친구의 얼굴이 붉어졌다. 손들이 우수수 올라왔다.

         

       좋아좋아.

         

       “야 잠깐만.”

         

       레너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파스텔은 고개를 갸웃했다.

         

       “학생회라고 해봐야 세 명이잖아.”

       “응!”

       “세 명이 백날 열심히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결국 일하는 건 우리지? 그럼 돈 버는 것도 우리네? 근데 왜 번 돈을 학생회가 가지냐.”

         

       오잉.

         

       파스텔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양손으로 옆구리를 짚고 진지하게 바라봤다.

         

       “레너드! 친구끼리 그런 건 따지는 게 아니야! 친구 사이에 이해타산을 고려하면 멀어지기만 할 뿐이야!”

         

       정말 나쁜 친구네!

         

       레너드의 입이 벌어졌다.

         

       “무임금 노동이잖아! 뻔뻔한 거 봐라?! 본인이 예쁘장하다고 아주 막 나가지?!”

       “노우노우노우.”

         

       파스텔은 검지를 좌우로 까딱였다.

         

       “예쁘장한 게 아니라 인기가 좋은 거야!”

         

       인기인의 메리트라고 할까.

         

       친구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렇지 얘들아~!”

         

       친구친구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머뭇거렸다.

         

       잉.

         

       너희 왜 망설여?

         

       파스텔은 묘옹~한 표정으로 친구친구들을 살펴봤다.

         

       묘옹~.

         

       그러자 친구친구들이 서둘러 긍정했다.

         

       “파스텔은 인기가 좋은 거야!”

       “인기인 파스텔! 인기인 파스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파스텔은 레너드를 돌아봤다.

         

       “봐봐! 레너드 넌 친구를 부하로 여기니 인기가 없어서 공감이 안 되겠지만 현실은 이래!”

         

       레너드가 뒷목을 잡았다.

         

       “어이가 없네?”

         

       정말이지, 대장 놀이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고개를 저었다.

         

       친구친구들을 내려봤다.

         

       “학생회는 학생의 것! 학생회를 위해 다 함께 힘내보자!”

         

       아자아자!

         

         

         

       #

         

         

         

       인력 모집을 끝낸 파스텔은 분주히 움직였다.

         

       하늘고래 방문 기간엔 비공정 운행이 엄정히 관리된다.

         

       하늘고래 방문으로 돈을 벌려면 먼저 운행 허가증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하늘섬 총독부가 해체된 현재, 하늘섬의 많은 안건은 아카데미와 기사단이 관리했다. 하늘고래 허가증도 그렇다.

         

       파스텔은 과일 바구니를 챙겨 든든한 밀무역 선배님을 찾아갔다.

         

       “선배님~!”

         

       교수실에 방문하자 호레이스 교수가 돌아봤다.

         

       “오! 후배!”

         

       호레이스 교수가 반갑게 맞이해 줬다.

         

       “대행은 잘 구했나? 대행을 해주지 못해 미안한 나머지 밤잠을 다 설쳤네만.”

       “잘 구했어요! 절친한 멜리사가 저 대신 가줬거든요!”

         

       응응.

         

       “캐머롯 학생이……?”

         

       호레이스 교수가 멍해졌다.

         

       “그 멜리사 캐머롯 학생이?”

       “네!”

         

       파스텔은 상쾌히 긍정했다.

         

       “험험.”

         

       호레이스 교수가 얼떨떨해했다.

         

       “그렇군! 잘된 일일세!”

       “맞아요! 완전 저랑 절친 사이라니까요!”

         

       흐뭇.

         

       “아 맞아! 그게 아니라요! 이거 받으세요!”

         

       파스텔은 과일 바구니를 교수에게 슥 건넸다. 바구니 안엔 붉은 사과가 가득 차 있었다.

         

       “오오?”

       “캐머롯의 사과 농장에 방문하고 왔는데 거기 사과가 엄청 맛있더라고요! 선배님 생각이 나서 받아왔죠!”

       “고맙구만.”

         

       호레이스 교수가 감탄하더니 바구니에서 슬쩍 사과를 밀어냈다. 사과가 밀리고 아래 깔린 금괴가 드러났다.

         

       금괴가 반짝반짝.

         

       “오오! 이것이 바로 캐머롯의 사과! 당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금빛이군!”

         

       교수의 얼굴이 단번에 헤벌쭉해졌다.

         

       뿌듯.

         

       “맞아요! 정말 맛있다니까요!”

       “과일을 받고도 후배를 모른 척 할 순 없지! 학생회 운영에 뭔가 불편한 사항은 없던가? 교수로서 적극 도움을 줄 수 있네!”

       “아앗!”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역시 선배님! 후배가 곤란에 빠진 건 어찌 아시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괴를 보고 알았겠지. 하아, 도대체 어쩌다 뇌물을 자연스럽게 주게 된 건지.』

         

       허억.

         

       악마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이건 순수한 사과 선물이라고요.

         

       완전 악마 같은 발언은 멈추세요.

         

       파스텔은 곧장 하늘고래 허가증을 상담했다.

         

       호레이스 교수가 계획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탁월한 판단일세. 학생회 예산의 빈 구멍은 불가피한 문제지만 계속 방치할 수도 없지. 후배는 성실하군!”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요!”

       “다만 이 사업은 허가증이 아니라 감사권으로 운영하는 게 맞을걸세.”

       “감사권이요?”

       “학생회는 아카데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 감사권을 갖고 있네. 어느 정도 제한적이긴 하나 권한을 조금 넓혀서 쓰면 많은 걸 할 수 있지.”

         

       직권 남용.

         

       헉.

         

       호레이스 교수가 진지한 얼굴로 교수실 천장을 가리켰다.

         

       “하늘고래는 아카데미 상공을 지나지. 그럼 하늘고래의 채집도 학생회가 감사해야 할 사안이 아니겠나?”

         

       파스텔은 눈이 동그랗게 됐다.

         

       “그, 그 말씀은?”

         

       호레이스 교수가 방긋 웃었다.

         

       “감사를 하려면 비공정을 써야 하고, 당연히 하늘고래 등 위에 탑승도 해야 하고, 탑승한 김에 각종 이런저런 일도 할 수 있는 거야.”

         

       완전 공감.

         

       “맞아요맞아요!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상단의 일도 경험해 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걸세! 똑똑한 학생이군!”

         

       하이파이브했다.

         

       짝-!

         

       『도대체 뭘 당당히 가르치는 거지.』

         

       만세.

         

       우린 정당한 학생회라 운행 허가증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야호~!

         

       허가증 문제도 해결한 파스텔은 하늘고래의 방문을 대비했다.

         

       학생회로서 아카데미 학생의 안전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고 신중히 검토했다.

         

       하늘고래가 방문할 당일이 되자 하늘섬 끄트머리 정박장으로 걸어갔다. 레너드와 그 부하들이 뒤따랐다.

         

       파스텔은 채집용 포대를 짊어지고 앞장섰다. 슬쩍 뒤돌며 외쳤다.

         

       “친구친구들! 우린 학생 안전을 위한 감사를 시작할 거야! 긍지를 가지고 임하자!”

         

       똑같이 포대를 짊어지고 선두에서 뒤따르던 레너드가 어이없어했다.

         

       “너 왜 이렇게 뻔뻔한 거냐? 자기도 크래프트라는 건가?”

         

       레너드의 말은 흘려듣고 책자를 꺼냈다.

         

       하늘고래 채집의 경험이 많은 상인이 써준 노하우 책자다. 각종 돈 되는 동식물의 그림과 설명이 있었다. 상인은 그레이스 상단에서 소개해 줬다.

         

       “모두 꼼꼼히 다 읽었지?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해선 꼼꼼히 읽어야 해!”

       “돈 때문이 아니고?”

         

       파스텔은 뚱하게 레너드를 바라봤다.

         

       “레너드! 그런 식으로 하니까 부하들이 존경을 담아 보스라고 부르지 않고 대장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렇지 얘들아?”

         

       뒤따르던 파스텔의 친구친구 겸 레너드의 부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맞아, 대장!”

       “파스텔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니까 보스가 아닌 거야, 대장!”

       “존경할 가치가 없어, 대장!”

         

       레너드가 어이없어했다.

         

       “아니, 니들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건 얘가 보스라고 부르면 헷갈리니 바꾸라고 요구해서잖아!”

         

       삿대질이 파스텔을 가리켰다.

         

       “엣.”

         

       내가 호칭 바꾸라고 했던가?

         

       하긴 마계의 프레스턴 보스와 헷갈리긴 해.

         

       불리해진 파스텔은 슬쩍 주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다 읽은 거라 믿을게! 가자 친구친구들!”

         

       야호~!

         

       폴짝폴짝.

         

       “진짜 뻔뻔한 거 봐라?!”

         

       비공정 정박장에 도착했다. 상단 비공정들이 서로 다른 크기를 가진 채 늘어섰다. 하늘고래를 모방한 비공정이라 그런지 옹기종기 모인 모양새가 고래 떼 같았다.

         

       귀엽.

         

       사람과 짐이 분주히 이동하는 정박장에 학생회가 당도하자 시선이 쏠렸다.

         

       “아카데미 비공정이…….”

         

       파스텔은 두리번거렸다.

         

       제일 큰 비공정 앞에서 무장한 용병을 통솔하던 상인이 수첩을 덮더니 다가왔다.

         

       상인이 파스텔과 그 일행을 훑어봤다.

         

       “학생회에서 오셨습니까?”

         

       파스텔은 머릿속에서 인명사전을 펼쳤다. 그레이스 상단주에게 설명받은 인명 내역이었다.

         

       정박장의 분위기와 위계질서를 훑고 상단 규모를 가늠한 다음 인명 내역과 비교해 상대가 누군지 추론했다.

         

       “반가워요, 싱클레어 씨.”

         

       프레지 상단의 싱클레어 상단주.

         

       하늘섬 내 하늘고래 소재의 유통을 상당 부분을 차지한 상단이었다. 이번 비공정 항행을 허가받은 상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상단이기도 했다.

         

       손을 건넸다.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입니다. 학생회의 감사에 적극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싱클레어 상단주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싱클레어입니다. 혹시 감사거리가 있다면 적극 협조하죠.”

         

       정말?

         

       파스텔은 마음속으로 삐뚤어진 미소를 지었다.

         

       다른 상인들과도 인사치레를 나누곤 헤어졌다.

         

       아카데미 비공정으로 걷자 레너드가 따라붙었다. 묘한 눈빛이 왔다.

         

       “야, 이렇게 침착하게 말 잘하면서 왜 평소엔 그 모양이냐?”

       “으아? 평소의 파스텔이 싫다는 얘기야? 너무해애.”

         

       파스텔은 울상을 지으며 비공정에 탔다. 당황한 레너드가 부하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한차례의 하극상과 위계질서 재정립이 일어나고 비공정 갑판이 정리됐다.

         

       생각거리가 많은 파스텔은 난간에 기대 혼자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기다리자 하늘 끝자락 저 너머에 작은 그림자가 생겼다.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가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고래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헤엄쳐 날아왔다. 조금씩 하늘섬을 향해 다가오며 육중한 거체를 보였다.

         

       하늘 너머가 고래에 뒤덮이고 검게 물들었다. 고래 등에 쌓인 자연과 식물 무리가 눈에 들어오며 작은 생태계의 방문을 알렸다.

         

       날개 지느러미가 느긋하게 움직이자 광풍이 일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구름이 태풍을 맞이한 듯 밀려났다.

         

       바람은 구름을 밀어내고도 모자라 정박장에 당도했다. 모든 비공정이 바람에 뒤엉켜 흔들렸다.

         

       “으아아!”

         

       몸이 밀려났다. 파스텔은 난간을 붙잡았다. 분홍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정신없이 휘날렸다.

         

       바람을 역행하듯 상단 비공정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작은 고래 떼가 어미 고래를 향해 날아가는 광경 같았다.

         

       “우, 우리도 출발!”

         

       비공정이 떠올랐다. 하늘고래가 하늘 전체를 뒤덮고 지상을 그림자로 물들이기 전에 하늘고래 위로 올라가야 했다.

         

       사람의 방문을 환영하듯 고래 등의 자연이 반응했다. 세 때가 날아오르고 하늘섬을 향해 질주했다. 거대한 크기의 괴조였다.

         

       흐아.

         

       책임감을 느낀 파스텔은 몸을 돌렸다. 벙찐 레너드와 그 부하들이 보였다.

         

       “친구친구들! 안전제일! 또 안전제일이야! 모두 조심하자!”

         

       열심히 팔을 휘저었다.

         

       “특히 새! 사람만 한 크기라니까 물려가면 절대 안 돼! 다행히 사람을 잡아먹진 않아서 아주 가끔 있는 일이라지만 혹시나 둥지로 물려가면 바로 조난되는 거야! 조심 또 조심!”

         

       담담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는군.』

         

       네?

         

       파스텔은 멈칫하곤 돌아봤다.

         

       괴조가 쏜살같이 내리꽂혔다. 부리가 완전 눈에 띄는 분홍색 소녀를 단번에 낚아챘다.

         

       으아?

         

       소녀는 그대로 괴조에게 물려갔다.

         

       으아아!

         

       비공정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입이 벌어진 레너드와 친구친구들이 점점 작게 보였다.

         

       으아아아!

         

       파스텔 살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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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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