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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있지, 아르테.”

       

       “네?”

       

       “어디 놀러 가지 않을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런 건 아멜리아한테 이야기해야지 왜 나한테 말해?

       

       당황한 나머지 입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저기, 저희 조금 있으면 기말고사인데.”

       

       “알고 있어. 그래도 위험한 사건을 겪은 동료였잖아? 함께 어디 놀러 가면 어떨까 해서. ···아멜리아도 같이 가기로 했거든.”

       

       “아하, 그렇군요.”

       

       [두근두근 하렘 이벤트네요! 이런 것도 좋죠!]

       

       

       뭐야, 그런 거였구나. 아멜리아랑 나랑 셋이서 가는 거야?

       

       둘이서 데이트 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워서 나까지 데려가려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요즘 아멜리아가 나보다는 유시우랑 함께 다니더니, 어느샌가 히로인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모양이네.

       

       하렘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작가님의 말을 대충 흘려듣고, 소설의 전개를 생각해보았다.

       

       ···잠깐 쉬어도 괜찮은 것 같은데.

       

       지금껏 주인공이 마음껏 쉰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놀이공원! 아쿠아리움! 그리고, 그리고···!]

       

       

       작가님도 자기 멋대로 이것저것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작가님이 참가하라고 보챌 것 같고, 여기서는 거절해도 딱히 의미 없으려나. 거절할 이유도 없고.

       

       

       “좋아요.”

       

       “···어?! 괜찮아?”

       

       “권유해놓고 수락했더니 깜짝 놀라면 상처받는데요. 설마, 그냥 한 소리인가요?”

       

       “아, 아니야. 그냥 놀라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반응에 살짝 골이 올라 시우를 놀려주었다.

       

       주인공이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 아마 정말 호의겠지.

       

       나를 신경 써준 건지, 아니면 아멜리아의 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초대해준 것만으로도 배려심이 돋보였다.

       

       ···아니지? 정말로 말만 그렇게 꺼낸 거 아니지? 제발 그렇다고 해 줘.

       

       

       “어디로 가실 건가요?”

       

       “놀이공원. ···어때? 이번 주말에.”

       

       “아하, 재미있겠네요. 좋아요!”

       

       

       과연 초인들도 놀이공원을 즐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뭐, 생각이 있으니까 놀러 가자고 하는 거겠지.

       

       

       [놀이공원···! 재밌겠네요. 두근거리는 에피소드가 참 많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놀이공원이 즐거운 게 아니라, 그곳에서 벌어질 에피소드가 즐거울 거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놀이공원이라. 나도 어렸을 적을 제외하고는 가본 적이 없었던가. 오랜만에 즐거울 것 같네.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그래.”

       

       

       살짝 당황한 듯 보였던 시우는 용건을 마쳤다는 듯 원래 있던 자리에 돌아갔다.

       

       그리고는 아멜리아와 무언가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아멜리아에게 등짝을 얻어맞았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르테.”

       

       “네···.”

       

       

       나의 시선을 눈치챈 걸까. 아멜리아가 손을 흔들며 괜찮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아닌 거 맞아?

       

       그런 거치고는 진심으로 때린 것 같은데.

       

       갑자기 왜 때리는 거지? 시우가 아멜리아에게 맞을 이유가···.

       

       

       “아, 그거구나.”

       

       

       아멜리아는 이미 시우랑 놀러 가기로 약속을 잡아둔 모양이었는데, 거기서 괜히 나를 끌어들여서 화가 난 모양이다.

       

       친구끼리 놀러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서로 더욱 깊어질 찬스였을 테니까.

       

       ···으음, 이거 괜히 간다고 했나.

       

       그냥 안 간다고 하고 숨어서 지켜볼걸. 약간 후회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아멜리아에게 관절기를 당하며 괴로워하는 시우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눈치가 없어서 고생이 많구나. 하지만 주인공의 숙명이다. 받아들여라.

       

       

       

       ***

       

       

       

       “어휴, 진짜. 내가 못 살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거기서 왜 내 이야기를 꺼내서! 너희 둘이 가라고, 둘이!”

       

       “···.”

       

       

       아멜리아가 내게 잔뜩 불평을 쏟아냈다.

       

       그래, 뭐.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다.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아멜리아를 끌어들였으니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르테와 나, 단둘이서 갈 예정이었던 것을 의도치 않게 아멜리아까지 끌어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하지만 네가 불평을 말할 상황은 아니지.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양심이 없는 모양이구나, 아멜리아.”

       

       “뭐, 뭐?! 내가 뭘!”

       

       “아니, 모르면 그걸로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멜리아도 내심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잔뜩 얼굴을 붉히며 괜스레 목소리를 높여댔다.

       

       그래, 부끄러워해야지.

       

       아직 아르테도 오지 않았는데 놀이공원이 신기하다며 이곳저곳 흥분한 눈동자로 바라보던 게 누군데?

       

       이상한 하트모양 머리띠도 어디서 사 왔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무슨.

       

       

       “그, 그게···! 나, 나는 이런 곳 와본 적 없단 말이야! 그럴 수도 있지!”

       

       “그래. 그렇구나.”

       

       “우윽, 짜증 나···.”

       

       “···이런, 제가 조금 늦었나요?”

       

       

       정말 드문, 아멜리아를 놀려먹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간의 울분을 풀던 도중.

       

       기다리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 아멜리아가 황급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아니야! 안 늦었어! 어서···와. 세상에. 아르테, 예쁘다.”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이 골라준 거라.”

       

       “엄청 예뻐! ···야, 뭐해. 빨리 칭찬하라고!”

       

       

       쿡, 쿡.

       

       아르테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근슬쩍 등을 찌르며 아멜리아가 소곤거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입을 열었다. ···근데, 뭐라고 해야 하지?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온 말은, 내가 생각해도 성의 없다고 느껴질 만한 대사였다.

       

       

       “···예쁘네. 아르테. 몰라보겠어.”

       

       

       그 말을 끝낸 직후, 아멜리아가 등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이게 아니라는 뜻이겠지. 나도 잘 알아.

       

       칭찬이라기에는 조금 그랬으니까. 다행히도, 아르테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벌써 조금 즐기신 것 같은데, 뭐부터 할까요?”

       

       “으음, 저거 어때? 초인 전용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라는데, 마나를 둘러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빠르대!”

       

       “···우와아, 그거 놀이기구 맞아요?”

       

       “가끔가다 일반인이 체험해보려고 들어갔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던데. ···뭐, 우리는 초인이니까 상관없잖아! 가자!”

       

       

       아르테의 사복이라. 깜짝 놀랐다.

       

       언제나 교복 위에 새하얀 후드티를 걸친 모습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오늘도 그런 옷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발목까지 내려오는 여성용 청바지에,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 목 부분에 슬쩍 보이는 레오타드.

       

       옷 안에 레오타드를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옷이다. ···평범한 옷인데, 평소의 이미지 때문일까.

       

       화사해 보여서, 뭔가 또래의 여자아이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빌런, 아라크네 아르테 이시스가 아니라.

       

       친구들과 놀이공원을 즐기러 온 학생, 아르테 이시스 같았다.

       

       

       “뭐해, 유시우! 안 와?!”

       

       “···너, 빨리 타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윽···. 아, 그래! 타고 싶어서 그런다! 빨리 오라고!”

       

       

       하아.

       

       아멜리아는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의 목적을 까먹은 모양이었다.

       

       나랑 아르테 둘이서 놀게 붙여놓고, 자기는 적당히 빠진다면서?

       

       빠지기는 무슨. 자기가 제일 신났다.

       

       

       “갈게, 가. 흥분하지 좀 마, 아멜리아.”

       

       “누, 누가 흥분했다고. 아니거든?”

       

       “아하하.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즐길 시간은 충분하니까.”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평소의 아르테가 아니야.

       

       뭔가, 색다른 분위기였다.

       

       

       

       ***

       

       

       

       “···생각보다 재미없네. 너무 느리다, 유시우. 그렇지?”

       

       “이, 이게 느리다고···?”

       

       “아니, 내가 전력으로 달리면 이 정도 속도는 나오니까···.”

       

       

       유시우와 내가 동시에 경악했다.

       

       전력으로 달리면 이 속도가 나온다고? 미친 거 아냐?

       

       나랑 유시우도 막바지에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는데?

       

       작가님이 아멜리아의 능력에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세계 최강은 아멜리아였을지도 몰랐다.

       

       지나가면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웬만한 적은 한방이었을 것 같은데.

       

       저번에 현직 A급 영웅인 아버지가 잡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진실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런 애를 어떻게 잡으라고?

       

       

       “흐으음···. 다음은 뭘 탈까···.”

       

       

       아멜리아가 잔뜩 고민하고, 유시우가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있는 사이에 적당히 옷을 매만졌다.

       

       으음, 이 몸으로 변하고 사복은 처음 입어봐서 그런가.

       

       너무 어색한데. 항상 교복만 입어왔으니까.

       

       

       “아, 다음은 저거 해보자. 유령의 집이래. 일반인 코스랑 초인 코스가 있다는데.”

       

       “초인 코스?”

       

       “응. 팜플렛에 적혀있어. 수백 년 전에 언데드 계열 몬스터가 등장하던 던전이 있던 장소라서, 그 던전을 유지해놨대.”

       

       “유령의 집이 아니라 진짜 유령이 나오는 거잖아···.”

       

       “일반인 코스는 그렇지도 않다는데? 뭐, 우리는 초인이니까 진짜 유령이 나오겠다!”

       

       

       남자였을 때도 자주 입어왔던 평범한 반소매 티와 청바지다.

       

       라이라와 스피라의 추천을 받아 입은 옷.

       

       최대한 여성성을 배제한, 평범하디 평범한 옷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평소에는 치마를 입어도 별생각 없었는데.

       

       오늘따라 조금 신경 쓰이네.

       

       

       “아르테, 어때? 유령, 싫어?”

       

       “···아. 아니요, 괜찮아요. 유령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런 건 그냥 몬스터에요.”

       

       “아하. 그런 타입이구나?”

       

       

       그야 당연하지.

       

       유령 같은 건 없다. 이 세상은 작가님의 모형 정원. 작가님의 인형극.

       

       유령은 사람이 죽으면 생기는 거니까. 이곳에 유령이 있을 리가 없잖아.

       

       어느새 신경 쓰이지 않게 된 복장을 매만지며 아멜리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으음, 그런데 보통 유령의 집 같은 경우는 커플이 가는 장소인데. 셋은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요?”

       

       “···아.”

       

       

       아멜리아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듯 화들짝 놀랬다.

       

       뭐야, 잊고 있었어···?

       

       너랑 유시우랑 데이트하는 도중이었잖아.

       

       그런 건 까먹으면 안 되는 거 아냐?

       

       평소 아멜리아의 성격을 보아와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건 역시 기가 막혀왔다.

       

       히로인이면 주인공을 신경 써야지, 뭐 하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PD님께 연락이 왓슴미다!

    으음, 8월 3일까지 표지 제작안을 드리면 되는데.

    아르테의 표지를 제작할까봐요!

    역시 주인공 겸 히로인 역할은 아르테니까요.

    남정네 시우나 서브 히로인 아멜리아보다 아르테가 보고싶은분이 훨씬 많을테고.

    어떤 아르테가 좋을지 열심히 고민해보겠슴미다.

    ***

    피곤하다아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겨주셔서 정말 기쁘네요. 독자님들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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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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