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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참 이상한 놈이다.

       

       분명히 처음 만났는데도 굉장히 친근했다.

       

       철없는 동생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게 내가 다짜고짜 이놈을 막 대하는 이유다.

       

       “교단에 따라 가달라고?”

       

       “예, 맞습니다.”

       

       제법 중요한 일인 듯 알루어드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들어 보니 저번에 만났던 클라인 영감의 명령을 받고 왔다고 하는데···.

       

       “흐음…”

       

       점괘로는 어디를 따라가든 불 지옥이었다.

       

       교단과 불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결국 두 손님 다 그곳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게 다가 아니라 일단 따라가기가 좀 그랬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직감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일단은 기다려 봐야겠는데?”

       

       “…무엇을 말입니까?”

       

       “손님이 더 남았다고 했잖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마당 귀퉁이에서 마나가 휘몰아치는게 느껴졌다.

       

       “왔네.”

       

       번쩍 –

       

       “안 그래도 눈부신데…”

       

       섬광과 함께 나타난 그들.

       

       하나 같이 치렁치렁한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중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

       

       귀족이 올 줄 알았는데 웬 마법사?

       

       “귀족이기는…하네.”

       

       워프마법으로 나타난 그들은 전부 마법사였다.

       

       스물이 조금 안 되는 인원.

       

       중간에 아주머니도 섞여 있었고, 대부분이 아저씨 아니면 할아버지들이었다.

       

       “오랜만이로군.”

       

       클로셀 영감이 손을 흔들었다.

       

       “호기심이라는 게…”

       

       왜 호기심이 느껴졌는지 알만했다.

       

       마법사들의 반짝이는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있었으니까.

       

       우르르 –

       

       “자네가 그 영안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는 사람인가?”

       

       “마법이 아닌 다른 힘을 쓴다지?”

       

       “영기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

       

       순식간에 몰려온 그들이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이제는 눈 말고 귀마저 따가워질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벌리고 있으니 클로셀 영감이 뿌듯한 듯 웃었다.

       

       “내가 뭐랬는가? 내 말대로 마법학계가 뒤집혔다네.”

       

       “…예?”

       

       앞을 봐도 마법사.

       

       옆을 봐도 마법사.

       

       영안으로 보이는 뒤에도 마법사가 있었다.

       

       “…저..저기..”

       

       “지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혹 영안이라는 것을 쓰고 있는 것인가?”

       

       “진짜로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군.”

       

       “저기 심어져 있는 목상은 도대체 무슨 물건인가? 심상치가 않군.”

       

       “허어…저 목상에서 은은하게 마나가 흐르고 있구만.”

       

       수다쟁이가 따로 없었다.

       

       잠깐 사이에도 수 많은 질문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우선 그 영기라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말이 많았다.

       

       차라리 보여주면 조용해 지지 않을까?

       

       영기라는 걸 저들이 느낄 수도 없을 테니, 알아낼 방법이 없다면 포기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잠시만요! 보여드릴 테니까 일단 조용히 좀….”

       

       “….”

       

       “….”

       

       언제 떠들었냐는 듯 마법사들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역시나 이 방법이 맞았다.

       

       “이게 영기라는 건데…”

       

       스윽 –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영기.

       

       마법사들의 눈치를 살피니 다들 어리둥절해하는 기색이었다.

       

       당연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아무것도 안 느껴지죠?”

       

       “….”

       

       “…”

       

       유심히 집중을 하는 듯했지만 미묘한 표정만을 지을 뿐.

       

       “…이럴 수가.”

       

       “정말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우리가 모르는 힘이라니…!”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마법사들은 오히려 더 흥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 참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마법사들이 다시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 점이라는 것을 연구해 보고자 돈을 전부 모아 왔다네.”

       

       “…예?”

       

       돈을 챙겨 온 마법사는 이 사람 혼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나같이 주머니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으니까.

       

       “쿠퍼와 실버로만 받는다지?”

       

       그중 한 마법사가 주머니를 거꾸로 들고 테이블에 돈을 쏟아 냈다.

       

       촤르르르륵 –

       

       “….?”

       

       촤르륵 –

       

       주머니에서 실버와 쿠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촤르륵 –

       

       어느새 테이블을 꽉 채우고, 바닥에까지 굴러떨어지는 돈들.

       

       “돈은 많으니, 계속 점이란 걸 봐주시게. 일단 표본으로 백번 정도만 먼저 해주면 될 것 같군.”

       

       촤르르륵 –

       

       “….예?”

        

       “한 번에 최대 5실버 아니었나?”

       

       촤르륵 –

       

       “우리의 연구를 도와 줬으면 좋겠네.”

       

       말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돈이 쏟아 지고 있었다.

       

       저게 다 얼마야···?

       

       맹세코 이 정도의 돈은 본 적이 없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보물창고 마냥 실버들이 쌓여 가고 있었다.

       

       “5실버에 한 번씩 맞는가?”

       

       “…맞기는 한데…여러 번 중복으로 볼 수는 없는 거라…”

       

       이걸 다 봐주려면 짧아도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

       

       주머니에서 나오던 돈이 멈추자 다른 마법사가 주머니를 열었다.

       

       “잠깐만요! 일단 알았으니까 그만…!”

       

       “돈은 달라는 데로 주겠네.”

       

       또다시 마당이 시끄러워졌다.

       

       내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듯, 그들은 계속해서 말을 쏟아 내고 있었다.

       

       심지어 말소리가 섞여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클로셀 영감을 처음만났을때도 이것과 비슷했다.

       

       마법사들은 다 이런 사람들인가···.

       

       “험험, 다들 조용히 하시게.”

       

       “예, 클로셀님.”

       

       “….”

       

       “….”

       

       영감의 한마디에 마법사들이 입을 꾹 닫았다.

       

       상황을 중재하려고 나선 클로셀 영감이 내 앞을 막아서며 마법사들을 뒤로 물렸다.

       

       “크리스가 곤란해하고 있지 않은가?”

       

       한 동안 같이 지냈다고 내 편을 들어주는 우리 영감님.

       

       이 순간만큼은 제법 든든했다. 

       

       “아무리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동했기로서니… 다들 체통을 지키시게.”

       

       “흠흠…”

       

       그제야 마법사들이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클로셀 영감이 진정된 분위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덧붙여 말하자면 크리스는 내 손녀사위가 될 친구라네.”

       

       음···?

       

       왜 잘나가다가 이야기가 저기로 빠지는 걸까?

       

       “그 말인 즉, 나와 어느 정도 독점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영감님?”

       

       스윽 –

       

       클로셀 영감의 손이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안 그런가? 손녀사위?”

       

       웅성웅성.

       

       마당이 시끄러워질 기미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곧장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클로셀님이라도 저 청년을 독점하시다니요?”

       

       “부당합니다.”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어느 정도는 양해를 해주심이…”

       

       순간,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쾅 –

       

       “….”

       

       “….”

       

       “…엘프?”

       

       잔뜩 경계하는 기색을 띄며 밖으로 나온 세레나.

       

       세레나가 무서운 눈으로 클로셀 영감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네도 있었군.”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세레나의 등장에 마법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엘프가 있다니…”

       

       “클로셀님께서 말씀 하셨던 엘프가 아니겠소…?”

       

       “네크로맨서에게서 구출되었다던 그…?”

       

       “그렇다면 하이 엘프?”

       

       뚝 –

       

       갑자기 소리가 멈추는 게 영 불안하다.

       

       “설마…”

       

       우르르 –

       

       이번에는 마법사들이 세레나에게로 몰려갔다.

       

       하이 엘프를 만나는 것은 그들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였다.

       

       아직 세레나는 사람을 경계 할 텐데···.

       

       시끌 시끌 –

       

       시장통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잡귀 한 무더기에 시끄러운 사람들까지.

       

       가슴 깊은 곳에서 한숨이 나왔다.

       

       “하아….손님이고 나발이고 다 꺼졌으면 좋겠다…”

       

       

       ***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으나, 상황이 좋지는 않다네.”

       

       “흐음…”

       

       쉴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이 사람들이 연구를 목적으로 찾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영감의 말을 들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제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에서 네크로맨서의 흔적을 발견한 것.

       

       그것을 위한 조사대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요? 바로 출발 안 하고?”

       

       “워프마법진을 다시 그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니 말일세.”

       

       “어쨌든 제가 같이 가줘야 한다는 거죠?”

       

       “지난번처럼 우리가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네.”

       

       “으음…”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클로셀 영감과 알루어드.

       

       “잠깐 기다려보세요.”

       

       다시 점괘를 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어느 쪽으로 가도 결국은 저기로 가게 되어 있다.

       

       다만, 영감님 쪽이 훨씬 더 급하게 느껴졌다.

       

       “크리스님, 네크로맨서와 관련된 문제라면 교단으로 가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음?”

       

       의외의 말이었다.

       

       먼저 가야 한다고 떼를 쓸 줄 알았는데 말이다.

       

       “크리스님을 모시기로 한 것은 제국을 도울 성기사들을 파견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알루어드의 대답을 들은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유가 그것이라면… 그냥 제가 크리스님을 따라가면 됩니다.”

       

       “….?”

       

       “제가 가면 저를 보호하기 위해 성기사단이 파견될 테니까요.”

       

       “허…”

       

       “아마 클라인님께서는 여기까지 생각하시고 저를 보내셨을 겁니다.”

       

       그 영감, 우직할 줄 알았더니 이런 면도 있는 모양이다. 

       

       마음대로 안 된다고 꼼수를 부리다니 말이다.

       

       아마 클로셀 영감이 오지 않았다면, 교단으로 간 후에 저쪽으로 합류하게 됐을 것이다.

       

       “그럼, 바로 출발하면 되겠네요.”

       

       클로셀 영감이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그곳에는 사람이 없네.”

       

       “…황무지 인가요?”

       

       네크로맨서의 흔적이라고 하니 사람이 없는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인적이 드문 곳에서 활동할 것이니···.

       

       “정확하게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네.”

       

       “예?”

       

       “남작령에 있는 수천 명이 한 번에 사라졌더군.”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틀 전에 발견된 사실이네. 이미 기사단이 그곳으로 향했다네.”

       

       그 동안 들었던 네크로맨서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가?

       

       일단 가 보면 알게 될 일이다.

       

       “수천 명이 사라졌다라…느낌이 안 좋은데…”

       

       짚이는 게 있었지만, 아니기를 바래야 한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을 테니까.

       

       “….”

       

       워프 마법진이 완성되고 모두가 그곳으로 올라갔다.

       

       나를 따라 세레나 역시도.

       

       “괜찮겠어?”

       

       끄덕.

       

       이윽고 마나가 우리를 휘감으며 빛이 번쩍였다.

       

       순식간에 풍경이 변하며 황량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도, 영혼도 말이다.

       

       클로셀 영감이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보게, 크리스.”

       

       “예?”

       

       “저건 자네가 가지고 온 것인가?”

       

       클로셀 영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린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이게 여기에 왜 따라왔어?”

       

       바닥에 장승들이 꽂혀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진짜 엄청 아픕니다….

    떡***독자님!! 7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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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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