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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

       준결승전 이후, 사흘의 시간이 주어졌다.

         

       대미를 장식하는 결승전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는 의미로 주어진 시간이었다.

         

       또 다른 준결승인 명진과 한백의 격돌에서 승리한 쪽은 명진이었다. 한백이 무당파의 절기인 태극혜검까지 선보였으나 명진의 강맹한 공격을 받아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일격을 허용하면서 승부는 끝이 났다.

         

       “어우, 그냥 빨리 싸우지.”

         

       남궁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백우진은 자신의 주가가 떡상하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불쑥 찾아와 선물을 놓고 가지를 않나, 자기 여식이 매우 예쁘다며 언제 한번 만나서 식사를 하자고 하질 않나.

         

       심지어 먼저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편하게 결승전을 준비하라며 개인 연공실까지 내어주었다.

         

       빛 좋은 개살구라 불리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반등에 성공한 셈이었다.

         

       “안녕?”

         

       가볍게 땀을 흘리고 나왔는데 또 누군가가 그를 보기 위해 찾아와 기다리고 있었다.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향기가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를 얘기해주었다.

         

       당선영이었다.

         

       “저번에 헤어질 때 네가 했던 말, 기억하니?”

         

       요염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백우진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던 순간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술 한잔 하자고 했던가.”

       “맞아.”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오늘 한잔 했으면 싶은데…, 어떠니?”

         

       당선영의 체취에서 느껴지는 미약의 향기가 저번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술을 마셔도 크게 무리가 없을 수준.

         

       백우진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어차피.

         

       “그럴까, 그럼.”

         

       이 만남은 필연에 가까웠기에.

         

         

       * * *

         

         

       정무학관 내에 가장 고급 객잔으로 알려진 청월 객잔.

         

       이곳은 학관 내에서도 명가의 자제들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하루 술값만 자그마치 은자 수십 냥은 기본으로 깨지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상층에 위치한 개인실은 빌리는 데에만 은자 100냥에 가까운 돈이 들어 진정한 부잣집 아들내미가 아니면 구경도 할 수 없는 곳인데, 당선영은 그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듯 선뜻 돈을 내놓았다.

         

       ‘역시 부잣집 딸!’

         

       사천당가는 돈벌이 수단이 무척이나 많은 집안이다. 독과 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만큼 약초와 약제 사업으로 적잖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암기를 사용하는 만큼 대장장이 기술 또한 일품이라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돈 많고, 술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

         

       “츄릅….”

         

       입에 침이 고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 위에 수많은 안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식탁에 빈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자, 받으렴.”

         

       그녀가 주문한 술 또한 사천성 지방의 명주로 손꼽히는 검남춘이었다.

         

       백우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쪼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빛에 반짝이는 투명한 액체가 채워졌다.

         

       “자아, 마시렴.”

         

       그녀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와 술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술잔을 입에 털어 넣자 검남춘 특유의 향과 더불어 단맛이 이어졌다.

         

       “크으…!”

         

       각별한 맛이었다. 보패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술과는 또 다른 향과 맛에 기분이 산뜻해졌다.

         

       “후후.”

         

       백우진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입가에서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것도 먹고.”

         

       먹을 때마다 눈이 커지고 몸을 부들부들거리는 모양새가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받고 산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음식을 집어넣은 백우진의 시선이 당선영에게로 향했다.

         

       “너무 나만 먹는 거 아냐?”

       “후후, 괜찮아.”

         

       당선영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데 백우진은 싫지가 않았다.

         

       ‘잘생겨서 그런가?’

         

       미남자라 칭할 만한 이들을 제법 많이 봐왔지만 백우진은 격이 다른 존재였다. 얼굴만 뜯어먹고 산다는 거, 백우진과 함께라면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우자 여유 있게 술잔을 주고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검남춘 세 병을 말끔하게 비워낸 백우진의 얼굴은 제법 붉어진 상태였다.

         

       더 취하기 전에 슬슬 이 술자리의 진짜 목적을 끄집어내야 했다.

         

       “이봐, 당 소저.”

         

       백우진의 부름에 당선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자꾸 건방져.”

         

       그녀는 의외로 꼰대스러운 면이 있었다.

         

       백우진은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말아 올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내가 먹어야 할 독은 뭐야?”

         

       지금까지 좋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소설 속 당선영과의 만남은 그러했다. 남궁수와의 결승을 앞둔 상황에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그녀는 ‘백우진’에게 음독을 하기 위해 술자리를 제안한다.

         

       무력은 손에 넣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잘 믿었던 ‘백우진’은 그대로 당선영이 음식에 푼 독을 먹고 중독 상태가 되고, 그대로 결승전 무대에 오르기 직전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당선영이 준 해독제를 먹고 남궁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모든 게 어긋나서 없던 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 몸에 들어온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심지어 남궁수와는 결승전이 아니라 준결승전에서 싸워 승리했다.

         

       그래서 그녀와의 사건 또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개인 연공실 앞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자신에게 독을 먹이라는 의뢰를 사주했음을 알아차렸다.

         

       “하아…, 어떻게 알았니?”

         

       백우진이 그녀가 좋지 않은 일로 왔음을 알아차린 이유는 딱 하나였다.

         

       “웃는 모습이 저번과는 달라서.”

         

       그녀는 거짓으로 미소를 지을 때면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는 습관이 있다고 소설에 적혀 있었다.

         

       백우진은 이를 기억하고 있었고, 연공실 앞에서 만난 그녀는 입술을 연신 혀로 훑어내고 있었다.

         

       “신기하네. 내가 웃는 모습이 다르다는 거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녀가 거짓 미소를 짓는 것을 알아차리는 이는 측근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것도 전부 십 년 이상을 함께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었다.

         

       손에서 힘을 풀어낸 그녀가 의자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어 앉았다.

         

       “안심해. 아직 어떤 독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백우진이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얼마든지 독을 풀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백우진이 자신의 허리춤을 강하게 끌어안았던 순간이 뇌리를 스쳤다.

         

       “생각보다 네가 마음에 들었나 봐.”

         

       당선영의 입장에서 그는 조금 신기한 남자였다. 자신의 미약 향기를 맡고, 두 눈에 자신을 향한 음심을 그토록 가득하게 채워 놓고선 초인적인 절제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그와는 제법 좋은 사이로 있고 싶다. 독 같은 것으로 그에게 경계심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진심이었다.

         

       “그러니 안심하고 남은 음식들도 먹…, 응?”

         

       안심하고 다 먹어라, 라고 말하려던 당선영은 불퉁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는 백우진의 눈빛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왜 그러니?”

       “아니, 독을 왜 안 줘!”

         

       백우진이 당선영과의 술자리에 응한 이유는 분명 그녀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일 뿐, 백우진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녀의 독이었다.

         

       “독 줘!”

         

       물론 음식에 푼 독을 그대로 먹어줄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꼬셔서 독 자체를 받아낸 뒤 호리병에 섞어 마실 요령이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그녀로서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독을 안 풀었다고 오히려 짜증을 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어린아이처럼 독 줘, 독 줘! 하고 빼애액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당선영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그래…, 독을 그토록 먹고 싶단 말이지….”

         

       그녀의 말소리에 내재된 분노를 읽어내지 못한 백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응! 아주 화끈한 걸로.”

       “후후, 그래.”

         

       아주 화끈한 거라면 마침 가지고 있는 게 있단다.

         

       스산하게 웃으며 그녀가 제 품에서 콩알 크기의 단약을 꺼내 들었다.

         

       “열화신독(熱火辛毒)이란다. 네 말대로 몸에 아주 화끈할 거야.”

       “어…, 음.”

         

       열화신독은 말 그대로 화기가 담겨 있는 독이었다. 이 독을 먹으면 몸 안에 열기가 치솟고 온몸으로 매운맛을 느끼는 것처럼 며칠 내내 통증과 열기를 느끼며 앓게 된다.

         

       독단을 받아든 백우진은 침을 꼴깍 삼키며 제 보패에 그것을 쏙 집어넣었다.

         

       “너 지금 뭐하는….”

         

       놀란 당선영이 뭐라 말하려 하자 백우진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일단 두고 보셔.”

         

       보패에 내기를 흘려 넣고 음주선공을 운용하며 살살 흔들어주었다. 독단의 크기가 작았던 탓에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내렸다.

         

       마개를 열어 호리병에서 나오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오우야.”

         

       화끈한 열기와 더불어 매운 냄새가 훅 올라왔다.

         

       “먹고 탈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살짝 들었으나 이내 털어냈다. 마인의 몸에서 나온 마석마저도 정화해낸 보패다. 제아무리 독이라도 마석의 지독한 마기보다 대단치는 않을 터다.

         

       “에잇!”

       “자, 잠깐!”

         

       독이 들어간 호리병을 들이켜는 백우진의 모습에 놀란 당선영이 달려들었다. 허나 이미 호리병 안의 술은 말끔하게 비워낸 상태였다.

         

       “너 대체 무슨 짓이니?!”

         

       독을 달라고 노래를 부르기에 주기는 했지만 진짜 먹일 생각은 아니었다. 사망에 이르는 독은 아니지만 몇날 며칠을 고통 속에 앓아누워야 하는 지독한 녀석이었기에 어느 정도 겁만 줄 생각이었는데 설마 본인 입으로 들이켤 줄이야.

         

       “으윽…!”

         

       열화신독이 녹아 들어간 술의 맛은 예전에 마셨던 마석을 섞어 만든 술과 비슷했다.

         

       강렬한 열기가 몸 곳곳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신체 내부에 불이 붙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얼마 안 있어 음주선공이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던 강렬한 열기가 음주선공의 통제하에 놓여 일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여 단전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오….”

         

       그 과정이 몹시도 뜨겁고 강렬했지만 내기가 쑥쑥 늘어나는 게 체감되니 이마저도 버틸 만한 수준으로 격하되었다.

         

       대부분의 기운이 단전에 차곡차곡 쌓이고 남은 찌꺼기가 몸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탈출구를 찾는 느낌이라 이를 입밖으로 내기 위해 식도 쪽으로 유도했다.

         

       기운이 식도를 타고 쑥쑥 올라왔다.

         

       그 순간 강렬한 트림이 새어 나왔다.

         

       “끄윽.”

         

       화르륵!

         

       “…응?”

         

       냄새 대신 웬 꼬마 불꽃이 튀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슬슬 용봉 비무제 끝이 다가올수록 좀 더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쓰는 양보다 지우는 양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허리까지 안 좋아서 야간 진료 막차로 침 맞고 물리치료 받고 오느라 생각보다 귀가가 늦어졌네요 ㅠ

    그리고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댓글에 몇몇 분들이 세탁기 작작 돌리라고 하시는데, 전 세탁기를 돌린 적이 없습니다…;;

    지난 편에서 높은 수위의 댓글을 자제해달라 부탁드린 것은 댓글창에 비속어가 난무하는 걸 보기 싫은 제 개인적 바람이었습니다.

    빌드업이 제법 긴 만큼, 아직 어떤 것도 나온 바가 없습니다. 부디 조금 더 느긋하게 즐겨주십사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늦어서 죄송하고, 여러분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씁니다.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후원 감사의 말씀

    Wicky 님!

    후원 또 또 또 감사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표지 나옵니다,,,!! 다 wicky님 덕분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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