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6

       방으로 돌아온 나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천근만근한 눈꺼풀에 바로 눈을 감았지만….

         

       ‘아…….’

         

       오늘 일이 많아서 그런지 잠은 오지 않았다.

         

       이혜정은 잘 있을까. 앞으로 그녀의 건강은 어떻게 될까 같은 걱정들이 먼저 머릿속에 들고…, 그 다음은….

         

       ‘분하다.’

         

       내일 센터를 뺏기게 될 것이라는 분함이 마음속에 들기 시작했다.

         

       아까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밤이 되고 침대에 누우니 감정이 더 극대화되는 것 같다.

         

       ‘센터…, 내가 하고 싶어.’

         

       하지만 이대로 아무 대안 없이 내일 센터를 하겠다 말하면 그것은 단순한 억지일 뿐.

         

       스윽-.

         

       나는 뭐라도 하기 위해 아까 연습실에서 가져온 태블릿 pc를 켰다.

         

       그리고 일단은 막무가내로 안무 영상부터 돌려 보았다.

         

       이제는 수십 수백 번 반복해서인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다.

         

       노래도 어려운 부분은 메인보컬인 이혜정이 거의 가져갔기에 내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역시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내 차가운 표정인데….

         

       “하아….”

         

       그 후로 안무 영상을 5번 정도 더 봤지만 딱히 무언가 느껴지는 건 없어서 영상을 껐다.

         

       대신….

         

       ‘음? 뮤직비디오도 있었네?’

         

       원곡 아이돌 테일로즈의 <Where is my first love!> 뮤직비디오도 옆에 저장되어 있기에 나는 재생해 보았다.

         

       ♪♬♩-!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테일로즈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어디에 있니 이 두근거림을 받아줄

         

       -내 첫사랑-!

         

         

       역시나 컨셉에 맞게 얼굴에 항상 밝고 순수한 미소를 담고 있는 멤버들. …그것은 내가 절대 지을 수 없는 미소들이었다.

         

       “하아….”

         

       뮤비 속 테일로즈 멤버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착잡해진다.

         

       그 사이에 뮤비는 끝나고…, 나는 어차피 더 할 것도 없었기에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아아…, 이게 이렇게 이어지는 구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뮤직비디오에도 애매하지만 확실한 스토리 라인이 있다는 것.

         

       <Where is my first love!> 뮤비의 스토리를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어느 여고의 수수하고 음침하고 꾸밀 줄도 몰라서 늘 혼자인 여고생.

         

       친구도 없이 늘 책만을 읽는 그녀는 로맨스 소설을 보며 자기만의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의 반으로 파견 온 남자 교생.

         

       그를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알게 된 여고생은 음침한 모습을 벗어내고 주변인들이 놀랄 만한 정도의 미소녀로 변신한다.

         

       마지막으로 남자 교생에게 마음을 전하며 고백하는 것으로 뮤비는 끝.

         

       “스토리 라인을 따라서 보니 뭔가 세세하게 더 잘 보이는 것 같네.”

         

       뮤비를 계속 보다 보면 뭐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나는 뮤비를 더 돌려 보았다.

         

       뮤비를 20번째 쯤 돌려 봤을 때는 마치 내가 영상 속 소녀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뮤비와 물아일체가 되어가던 그 순간….

         

       ‘……어?’

         

       나는 눈치챌 수 있었다.

         

       시종일관 해맑은 미소만을 지어대던 뮤비 속 테일로즈 멤버들이 웃고 있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이거 잘하면….”

         

       …시도해 볼 만 하겠는데?

         

       다만 문제가 있었다.

         

       “서유진 그 되바라진게 내 말을 들어 주려나….”

         

       가뜩이나 나는 방에 돌아오기 전 그녀와 트러블이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서유진은 상당히 쫌생이였으니 내일 만나면 그걸로 또 상당히 삐져 있을 터.

         

       “아 그러고 보니….”

         

       ‘유진이는 제가 알아서 잘 얘기할게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돌아가요, 네?’

         

       헤어지기 직전 박유정이 서유진에게 잘 이야기해본다고 하긴 했었지.

         

       “근데…, 유정이 그 착한 애가 유진이한테 뭐라 하겠어….”

         

       박유정은 이혜정만큼이나 착하고 쓴소리를 못한다.

         

       그런 그녀가 좋게 이야기한다고 망아지같은 서유진이 들어 먹을 리 없었다.

         

       “에휴…, 그냥 내가 내일 잘 이야기해봐야겠네.”

         

       어쨌든 센터자리를 사수할 방법 거기에 더해 무대 완성도를 더 높일 방법을 나는 방금 찾았다.

         

       이를 내일 아침 잔뜩 삐져 있을 게 분명한 서리더에게 잘 설득하겠다 생각하며 나는 잠에 들었다.

         

         

         

         

         

       **

       

         

         

         

         

       등은 아프고 분위기는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서유진이 아니었다.

         

       ‘가, 감히 날 때려…!’

         

       엄밀히 말하면 때린 건 아니고 벽으로 밀쳐서 부딪힌 것뿐이지만 아무튼…!

         

       서유진은 용기를 쥐어 짜서 자신을 내려 보는 박유정을 향해 삐약댔다.

         

       “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

         

       “밖에 나가서 다 말할 거예요! 언니가 지금 나 때리고 욕한 거! 예린 언니랑 혜정 언니한테도 다….”

         

       턱.

         

       서유진의 말이 끝나기 전에 박유정이 그녀의 쇄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꾸우욱-.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어 짓이겼다.

         

       “꺄, 꺄아아악-!! 죄, 죄송해요! 이, 이거 좀…! 흐에엥-!”

         

       처음 느껴보는 선명한 고통에 서유진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연약한 그녀의 몸뚱아리는 이미 붉게 물들어 오른 채였다.

         

       ‘아, 아파…! 너무 아파…!’

         

       당연하게도 살면서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서유진은 고통에도 면역이 없었다.

         

       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박유정이 서유진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유진아. 화장실에서 나한테 맞았다고 언니들이든 제작진들이든 한 번 얘기해 봐. 근데 사람들이 그걸 믿을까?”

         

       “……!”

         

       확실히 여기는 카메라도 없고 박유정이 서유진을 때렸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

         

       대외적으로는 착한 이미지인 그녀가 때렸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터.

         

       박유정의 치밀함을 깨달은 서유진이 눈물을 흘리며 몸을 조금 떨었다.

         

       그런 서유진의 모습을 보고 박유정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야. 우리 팀. 다 너보다 나이 많고 너만큼이나 아이돌 되고 싶은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우리한테 예의지켜.”

         

       “…….”

         

       “내일 아침에 예린 언니랑 다른 언니들한테도 그동안 싹바가지 없이 군 거 사과하고. 알았어?”

         

       끄덕끄덕.

         

       “유진아 사람이 말로 물어봤으면 말로 대답을 해야지.”

         

       “네, 네…! 앞으로 그럴게요…!”

         

       “그래, 우리 유진이 착하네.”

         

       스윽-, 슥.

         

       박유정이 마치 기특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콱.

         

       “꺄, 꺄악-!!”

         

       곧이어 그녀의 머리채를 한움큼 부여 잡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한 번만 더 싸가지없게 굴어 봐. 그러면 시발 나도 그냥 데뷔 포기하고 너 조진다. 평생 아이돌은 꿈에도 못 꾸게 만들어줄 거야. 알았어?”

         

       “…네, 넵. 죄, 죄송해요…! 끄흡…, 흐으윽….”

         

       결국 참지 못하고 또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휙.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박유정은 잡고 있던 서유진의 머리채를 풀어 주고는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켜 주었다.

         

       “나가기 전에 눈물 닦고. 혹여 방송에 너 우는 모습 나가면 죽여 버린다.”

         

       “아, 알겠어요…. 흐윽….”

         

       박유정의 말에 서유진은 울음을 멈추기 위해 수도 없이 눈물을 닦아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쉽게 마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박유정은 혀를 한 번 차고는 먼저 문을 나섰다.

         

       “안 되겠다. 나 먼저 간다. 오늘 내가 한 말 잘 기억하고 마무리 잘한 후 나와라.”

         

       그리고 화장실 문턱을 넘어 다시 카메라의 영역으로 돌아간 박유정은….

         

       “그러면 유진아! 나 먼저 돌아 갈게! 그리고 내일도 화이팅 해 보는 거야, 알았지?”

         

       “…….”

         

       다시 평소의 해맑은 그녀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내, 내일…, 흐윽…, 내, 내일 봬요 언니….”

         

       그 모습이 무서워서 서유진은 눈물이 더 나왔다.

         

       그 후로 방에 돌아간 후에도 그녀는 박유정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유진 17년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

         

         

         

         

       어제 센터 문제로 결론을 짓지 못한 우리 팀은 정식 기상 시간보다도 일찍 일어나 연습실에서 회의를 가졌다.

         

       아직 이혜정은 병원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였다.

         

       그래도 한시우가 이혜정은 오늘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으니 기다릴 수밖에.

         

       “…….”

         

       “…….”

         

       병원에 있는 이혜정, 기대와 달리 혼만 난 중간평가, 그리고 부족한 수면시간과 이른 기상 시간으로 인해 팀원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게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지던 그때였다.

         

       “저…, 예린 언니.”

         

       이 침묵을 깨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이가 있었다.

         

       그녀는 바로….

         

       “…왜? 유진아.”

         

       서유진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어제…, 제가 말 심하게 해서 죄송해요….”

         

       “……!”

         

       “……!”

         

       “……!”

         

       …내게 사과를 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에 내 눈이 커졌다.

         

       다른 팀원들도 그녀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도 그럴게 그 안하무인 서유진이 사과를 한다고…?

         

       놀라움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저…, 다른 언니들한테도 사과드릴게요. 그동안 예의 없이 군 거…, 죄송해요.”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낮은 등급의 팀원들에게도 사과를 한 것이다.

         

       “아, 아니야. 하하.”

         

       “괘, 괜찮아, 유진아.”

         

       팀원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서유진의 사과를 받아 주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서유진은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눈가가 왠지 조금 부은 듯했다.

         

       ‘설마 울었나…?’

         

       마치 어젯밤 운 것처럼.

         

       ‘…어제 나 돌아가고 무슨 일이 있었나?’

         

       분명히 박유정이 서유진이랑 이야기를 한다고 했었지.

         

       혹시 그때 박유정이 서유진에게 쓴소리라도 한 건가…?

         

       나는 그럴 가능성을 순간 생각했다가….

         

       ‘…에이, 아니겠지. 착한 유정이가 그럴 리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설마…?

         

       ‘야.’

         

       ‘너 다시 한번 말해 봐. 방금 뭐라고?’

         

       어제 내가 헤어지기 전에 인상 쓰고 뭐라 한 것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내 얼굴은 조금만 인상을 써도 엄청 무서워지니까.

         

       아무래도 서유진이 그것 때문에 많이 놀랐나보다. 저렇게 성격을 굽히고 사과까지 하는 거 보면.

         

       ‘아무튼 이건…, 좋은 기회 아닌가.’

         

       사실 지금부터 내가 할 제안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서유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렇게 풀죽은 모습을 보니…, 편하게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저기…, 내가 어제 생각해 본게 있는데….”

         

       나는 이 분위기를 이어가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편곡을 좀 해 보는 것 어때?”

         

       “편곡이요?”

         

       또다시 편곡 이야기가 나오자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유진은 손을 들고 우물쭈물 말했다.

         

       “저…, 딴지 거는 건 진짜 아닌데…, 편곡은 어제 안 하기로 결정났잖아요. 원곡 컨셉을 해치니까….”

         

       “원곡 켄셉을 지킬 수 있는 편곡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그게 뭔데요?”

         

       “바로 너드(nerd)를 메인으로 가는 거야.”

         

       “…너드요?”

         

       내 말에 팀원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내가 씨익 웃고는….

         

       “자, 다 와서 이걸 봐봐.”

         

       …어제 내가 챙겨 갔던 태블릿 pc를 꺼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루나루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두 번째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토트넘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토트넘이 챔스에 가길 매일 빌겠습니다! (아스날 팬)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