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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0

       숨이 가쁘다.

         

       기쁜 듯도 하고, 서글픈 듯도 하다.

         

       가슴에 차오르는 뭉클함이 몸에 활력이 차오르자, 그녀는 생각했다.

         

       ‘얼마 만이지…? 이렇게 몸에 활력이 넘치는 게….’

         

       처음이었다.

         

       그의 쑥스러운 진심을 듣는 것은.

         

       쓸모없다 여기고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그는 자신을 굳게 믿고 있었다.

         

       어찌 저리 믿을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그리고 그가 자신을 친구라고 표현했을 때, 망치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랬구나….”

         

       그가 자신이 알던 ’백우진‘이 아니라고 한들,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모르고 쌓아 올리긴 했으나…, 분명하게 그와도 추억을, 시간을, 믿음을 쌓아 올렸다.

         

       자신을 한사코 밀어내려던 상대로 하여금 친구라 여기게 할 정도로 제법 많이.

         

       반면 자신은 어땠나.

         

       그를 그저 ’백우진‘의 대리인쯤으로 생각하며 그를 돕는 것을 의무쯤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부끄러워.”

         

       상대를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온몸을 갑갑하게 둘러싸고 있던 무기력감이 조금씩 벗겨져 나간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은 활력.

         

       일순 그녀의 육신 안과 밖으로 기운이 들어섰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요동친다.

         

       “스으읍….”

         

       숨을 들이쉬면 함께 빨려들어온 내공이 온몸을 타고 흐르고.

         

       “하아아.”

         

       숨을 내뱉으면 몸 곳곳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이 걸러져 나간다.

         

       그것을 반복할 때마다 그녀의 몸에 쌓인 기운은 더욱 정순해지고, 육신은 깨끗해졌다.

         

       이윽고 그 기운을 단전에 모두 갈무리하자, 그녀는 한 계단 높은 곳에 올라섰다.

         

       눈을 뜨자마자 폭사되는 안광이 객당 전체를 아우른다.

         

       현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도달했음은 확실하다.

         

       고개를 숙여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신예화.

         

       “힘이 넘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감각이 다시금 몸을 스친다.

         

       그녀의 가장 큰 특기…는 가슴이니, 두 번째로 큰 특기인 가공할 신력(身力).

         

       제 아비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고, 무던히도 갈고닦은 제 가장 큰 무기.

         

       자신이 넘친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그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순간.

         

       그녀는 곧장 제 방으로 향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장롱 한쪽에 잘 개어둔 무복을 꺼내어 걸친다.

         

       그리곤 다시 밖으로 나가 깨끗한 물로 후줄근한 얼굴을 말끔히 닦아낸 뒤.

         

       “오…, 우리 딸, 다시 무복을 입었구나! 하면 오랜만에 아비랑 비무라도….”

         

       때마침 마주한 아비의 말을 싹둑 잘라내고서 제 할 말을 입에 담았다.

         

       “아빠! 나 다시 돌아갈래. 돌아오려면 좀 걸릴 테니까 엄마한테도 안부 전해줘!”

         

       그리고선 떠나갔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금세 점처럼 작아진 제 딸내미의 뒷모습을 보며 신적은 웃었다.

         

       “허허…, 딸년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크나큰 진리를 깨달은 신적은 그날, 그토록 염원하던 현경에 올라서게 되었다.

         

       정파 무림의 대단한 홍복이자, 신적 개인의 우울함이 겹치는 날이었다.

         

         

       * * *

         

         

       이곳에 올 때와 달리 떠날 때의 걸음은 조금 더 홀가분했다.

         

       정확하게 사과했고, 그녀의 선택도 존중했다.

         

       어렴풋이 친구라고 여기던 이가 떠나간 건 조금 서글프지만 어쩌겠나.

         

       “에휴.”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산길을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때.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 하나가 맹렬한 속도로 제게 달려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가까이 다가오니 점점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

         

       “…신 소저?”

         

       의아한 마음에 등을 돌리자, 신예화가 달려오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

         

       다급한 외침.

         

       이윽고 백우진의 앞에서 멈춘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하, 할 말이 있어.”

       “무슨 말?”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단 말인가.

         

       의아해하는 사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 하아, 나도 널 친구라고 생각해.”

       “…….”

         

       그녀가 배시시 웃고 있다.

         

       ‘백우진’을 떠나보낸 뒤, 좀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던 그녀가 아주 활짝.

         

       한 차례 숨을 고른 그녀가 묻는다.

         

       “그러니까…, 알려줄래? 네 진짜 이름.”

         

       백우진은 가볍게 미소 띤 얼굴로 답했다.

         

       “우진.”

         

       그의 대답에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어…? 너, 너도 우진이야?”

       “맞아.”

       “그, 그렇구나….”

         

       이름까지 같을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이내 쾌활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좋아, 우진! 네게 제안 하나 할게.”

       “제안?”

       “친구로서 네 여정에 쭉 함께할래. 그러니 너도 나중에 날 도와줘.”

         

       놀람의 연속이었다.

         

       여정을 함께하겠다는 것도, 제게 도와달라는 것도.

         

       이내 그는 웃으며 물었다.

         

       “좋아.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네가 말했잖아. 내가 다시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그랬지…?”

       “그러니 그걸 도와줘. 내가 뭘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네가 찾아주는 거야.”

         

       백우진이 의아한 투로 물었다.

         

       “…못 찾으면?”

       “어…, 못 찾으면? 글쎄…?”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리며 손을 휘휘 젓는 신예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나중 일은 나중에.

         

       그야말로 신예화다운 말투와 대답이, 가슴에 내려앉은 돌덩이 하나를 녹여 없앴다.

         

       한결 가벼워진 만큼 조금 더 짙은 미소를 그리며, 백우진은 대답했다.

         

       “그래, 좋아.”

       “좋아! 그럼 계약 성립이다?”

         

       얼떨결에 성립된 계약.

         

       그들이 끝내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 * *

         

         

       사방이 어둠으로 짙게 물든 깊은 밤.

         

       새로이 우정을 다진 백우진과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그녀가 원래 머물던 침소 앞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모두가 잠든 새벽녘 무렵이었다.

         

       방 안에는 유화연이 고된 수련을 마치고 곤히 잠들어 있을 터.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신예화는 조심 또 조심하며 문을 열었더랬다.

         

       하나, 실패했다.

         

       “…왔어요?”

       “아하하…, 미안, 나 때문에 깨버렸네.”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겸연쩍게 웃으며 깨어난 유화연에게 사과하는 신예화.

         

       이를 들은 유화연은 곧장 알아차렸다.

         

       그녀가 마침내 한 꺼풀 벗어내는 데에 성공하였음을.

         

       “얘기가 잘 풀렸나 보네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응, 나…, 우진과 친구가 되기로 했어.”

         

       신예화는 자신이 그리 마음을 먹게 된 경위를 신이 난 투로 설명해주었다.

         

       요약하자면 결국 모르는 사이 그와 제법 많은 시간을 쌓아 올렸다는 것.

         

       “그런가요….”

       “응, 우진이를 잃은 건 정말 마음 아프지만…, 솔직히 기뻤어. 날 걱정해주는 친구는 이제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거든. 아, 물론 유 소저를 제외하면 말이야.”

       “정말 잘됐네요.”

         

       살포시 웃으며 대답하는 유화연.

         

       하나 그녀의 속은 웃고 있지 않았다.

         

       ‘부럽네요.’

         

       그런 식으로라도 삶의 활력을 되찾고, 친구를 얻은 그녀가 부러웠다.

         

       자신은 ‘백우진’이 아닌 그와도 별다른 정을 나누지 못했기에.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수련할 거야. 유 소저의 움직임에 제대로 맞춰서 움직일 테니까, 잘 부탁해?”

       “후후…, 기대할게요.”

         

       그로부터 얼마간 대화를 더 나눈 뒤.

         

       “하아암….”

         

       그간의 마음고생과 여독이 겹친 신예화가 그대로 잠들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한 방 안.

         

       홀로 덩그러니 깨어 있게 된 유화연은 한쪽 벽에 난 창문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히 많은 별.

         

       얼핏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별들은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제 주변 사람들도 그러했다.

         

       언제나 제자리를 걷는 듯 보이지만, 그녀들은 하루하루 성장하고 또 나아가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제자리를 맴도는 신예화마저 이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 자신뿐.

         

       “…….”

         

       백우진과의 비무를 통해 실력은 하루가 멀다고 성장하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백우진’을 떠나보낸 뒤 무엇 하나 성장하지 못했다.

         

       침상 옆에 놓인 서랍을 여는 유화연.

         

       그곳에는 두 개의 비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낡고 허름한 비녀와 크고 작은 붉은 보석이 알알이 박힌 예쁜 비녀.

         

       겉은 같지만, 속은 전혀 다른 한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

         

       그녀는 최근 선물을 건네받던 순간을 떠올렸다.

         

       갑작스러운 선물에 당황했지만, 그만큼 기쁘기도 했다.

         

       하여 한 번쯤은 새로운 비녀를 착용하고서 연무장에 나설 생각도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낡고 수수한 비녀는 ‘백우진’이 그녀에게 준 첫 번째 선물.

         

       그것 대신 다른 것을 끼려 하자, 온몸에 외로움이 엄습하더라.

         

       마치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함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쭉 낡고 허름한 비녀만을 사용해 왔다.

         

       이는 필시 여전히 그를 조금도 잊지 못한 자신에게 주어진 강박일 터.

         

       그녀는 제게 물었다.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부터 쭉 제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그를.

         

       언제가 되면 잊을 수 있을지.

         

       잊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답을 찾는 그녀의 갈증과 고통은 이 밤과 함께 점점 깊어져 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리고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내일 하루는 다음 에피소드 전체적인 스토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합니다.

    하루 쉬면서 스토리 정리하고, 그다음날부터 연재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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