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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0

       눈을 뜨니 도장은 온데간데 없고 다른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천문관에 가면 있을 법한, 어두운 공간에 별자리를 그려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 속에는 거대한 흑룡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

         

       이렇게 보니 박력이 장난이 아니군.

         

       그냥 흑룡 흑룡 하니까 용인줄 알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나는 많은 영물을 만나보았다. 쓰다듬기 좋은 서공부터 시작해서 사람 키만한 거미는 물론이고 체고가 1장이 넘는 검치호나 몸 길이가 10장은 넘는 흑갑토룡.

         

       그리고 흑갑토룡과 몸 길이는 비슷했지만 그 덩치 자체가 달랐던 흑사까지.

         

       내가 만났던 영물들 모두와 비교해도 단연 가장 강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공룡광 같이 오늘알에 찾아볼 수 없을 뿐 이 무림천하의 과거에는 용종(龍種)이라는 것이 실존했던 것인지 아니면 어느 설화와 마찬가지로 뱀과 같은 생물이 승천하여 흑룡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앞에 있는 흑룡은 그야말로 태생이 달랐다.

         

       그런 흑룡의 눈이 가늘게 좁혀지더니.

         

       캬아아아아!!

         

       위협성을 토해냈다.

         

       녀석이 갑자기 나를 위협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대충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흑룡 녀석은 내가 흑룡의 모습을 보고도 겁먹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는 가볍게 중지를 내밀어 주었다.

         

       “엿이나 먹어라.”

         

       조롱의 의지를 받은 흑룡이 격분하며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네 개의 손발은 대지를 박차고 두 개의 거대한 날개가 홰를 치니 무슨 화살이 쏘아지듯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녀석.

         

       역시 영리한 녀석이다.

         

       도발에 화가 났다면 그대로 달려들 법도 한데 화가 난 척을 하면서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중부터 차지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나는 눈으로 그런 녀석을 살피며 등에 대검을 뽑아들었다.

         

       나도 이제 천상 무인이라는 것일까.

         

       무기를 쥐고 나니 벌렁거리던 심장의 고동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캬아아아아악!!!

         

       방금 전 발언은 취소하겠다.

         

       흑룡이 낙하하기 시작하자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칠뢰방위보를 펼쳤다. 일문직뢰와 쌍연각전으로 흑룡을 어지럽히고 녀석의 앞발을 삼영환휘로 피한다. 다음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사극신뢰를 투자했고 기이할 정도로 긴 녀석의 꼬리가 공간을 쓸어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숨에 오영추혼과 육영개화까지 쏟아붓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인 칠뢰영변과 동시에 검으로 녀석의 꼬리 끄트머리라도 긁어내고 싶었지만 흑룡은 긴 꼬리를 홱 당기며 나에게 작은 틈조차 주지 않았다.

         

       와 진짜 어림도 없네.

         

       캬아아악!

         

       제 힘을 떨쳤다 생각했는지 기세가 오른 흑룡과 모골이 송연해진 나.

         

       이런 걸 천마들은 어떻게 혼자 잡았나 몰라.

         

       고작 흑룡과 한 수를 겨루었으니 수영으로 치자면 이제 물에 발가락만 담근 셈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홀로 흑룡과 대적할 자신감이 쏙 사라졌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흑룡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지는 제법 오래 되었지만 그런 각오를 품는 것만으로 흑룡을 물리칠 수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흑룡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도 없었겠지.

         

       절대적인 무의 상징 그 자체인 천마.

         

       천마신공을 익혀 그런 천마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이 신강은 물론 천하에 수도 없이 많을 테니까.

         

       그러니 나는 나만의 방식을 택하기로 정했다.

         

       천구의 공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흐릿하게 갖추어지기 시작하는 형상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대 천마들은 어떻게 흑룡을 상대로 승리했을까.

         

       정말로 그들이 초대 천마만큼이나 지고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었을까.

         

       뭐 당연하지만 아니다.

         

       역대 천마들이 초대 천마와 동등한 경지에 이르렀다면 뭐하러 이런 피비린내 나는 계승 의식을 지속해왔을까.

         

       안 그래도 천마비고에 무공을 채워 넣기 위해서 무공을 창안하는데 익숙한 천마들이 아니었던가.

         

       정말 초대와 동등한 별의 이치를 깨달았다면 새로운 별의 이치를 담은 천마신공을 창안했겠지.

         

       그럼에도 역대 천마들은 어떻게 흑룡을 상대로 승리해왔으며 천마신공을 계승해 왔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흑룡은 ‘실재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흑룡은 죽었으며 천마신공의 이치 안에 자신의 기운을 욱여넣은 이치 안의 기운에 불과하다.

         

       캬아아아아!

         

       사방에서 일어나는 아지랑이에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울음을 토해내는 흑룡의 진정한 정체는 내 마음속에서 피어난 심마(心魔)인 셈이다.

         

       뭐 저 흑룡을 단순하게 심마라고 말하는 건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다. 천마신공의 이치 속에 깃든 흑룡의 원독을 설명할 단어 중 가장 의미가 비슷한 단어였을 뿐.

         

       무공을 익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 무공을 창안한 종사가 제시한 기술을 몸에 익히고 논하는 이치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과정을 무공을 익힌다 칭한다.

         

       마음에 이치를 품는다는 것은 곧 변화이며 그러한 변화 중에 스스로의 마음속에 피어나는 것이 바로 심마였다.

         

       즉 심마란 이치를 받아들여 변화하는 와중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미욱함의 증거일 뿐이었으나.

         

       천마신공을 계승하는 중 나타나는 저 흑룡은 나의 미욱함 따위가 아니라 그 이치 속에 존재하는 독이었다.

         

       흑룡기가 품은 이치는 무엇인가.

         

       그저 사람만을 물어뜯고자 하는 집착이자 원독이다.

         

       천마신공의 이치 속에 들어있는 흑룡의 원독이라는 이치. 그 원독에 가득찬 이치를 구부리고 굴복시켜 자신을 예외로 삼는 것.

         

       그게 바로 천마신공을 익히는 방법이었다.

         

       공간 안의 아지랑이 점차 익숙한 형상으로 변했다.

         

       어떤 것은 쇠공이요, 어떤 것은 거대한 작살이었고, 어느 것들은 긴 쇠사슬의 뭉치였다.

         

       나타난 것은 그것들 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투사체들을 쏘아내기 위한 쇠뇌나 발사대들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천마신공의 이치 속에 깃들어 있는 흑룡기.

         

       그런 흑룡기가 깃든 곳은 어디인가.

         

       내 육체이자 정신이니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천체는 바로 내 심상이었다. 그리고 내 심상속에서 흑룡이 응당 있어야 할 풍경이란.

         

       수많은 대 영물 병기들이 펼쳐져 있는, 게임 속 무림천하의 영물사냥 전용 필드였다.

         

       투아아아앙!!!

         

       게임 속에서 비행 속성을 지닌 영물들을 땅으로 떨어뜨리는 역할을 수행하던 쇠뇌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어지간한 창 크기만한 화살들을 쏘아낸다.

         

       캬아아아아!!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섞인 흑룡의 울음소리와 함께 녀석이 어지러이 곡예 비행을 시작했다.

         

       흑룡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겠지.

         

       흑룡의 시련에 도전하는 자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천마신공을 익히는 것이다.

         

       그런 천마신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천마신공의 이치 중 일부인 흑룡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흑룡의 이치와 투쟁하여 그 이치를 굴복시키고 종국에는 천마신공을 쟁취한다.

         

       역대 어느 도전자라도 이 전제를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정철마저도 살기 위해 천마신공을 익히려 들었을 테니까.

         

       크아아아아!!

         

       분노가 가득한 흑룡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흑룡의 눈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잡스러운 수작으로 과연 나의 인정을 받고 천마신공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겠냐고.

         

       맞는 말이었다.

         

       이런 잡스러운 짓거리로 어찌 천마신공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나는 흑룡을 향해 다시 한번 중지를 치켜 올려 주었다.

         

       나는 천마신공을 익히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천마신공의 ‘원본’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천마신공의 원본이란 대체 무엇인가.

         

       천마신공조차 모르는 내가 그 원본에 대해서 거창하게 논할 수는 없었지만 단 하나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천마신공의 원본에는 지금 하늘에서 악악대는 저 까만 녀석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스스스스!

         

       내 주변에 다시 한번 아지랑이가 요동쳤다. 아지랑이가 그린 이들은 다섯 명의 사람이었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독고이설. 그리고 모용연화까지. 내 상상력의 한계인지 얼굴까지 모두 구현되진 않았지만 틀림없는 내 일행들이었다.

         

       꿈에서도차 합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한 육성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감싼다.

         

       모든 준비를 갖춘 나는 어지러이 비행하는 흑룡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지금까지 천마신공의 이치를 인질 삼아 꺼드럭대며 천마신공의 손에 넣고자 하는 계승자들을 농락해 왔겠지.

         

       그러나 세상에는 인질이 통하지 않는 광인들도 있는 법이었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익힐 기회를 걷어차고 그저 흑룡을 잡아죽이고자 모든 것을 투자하는 미친놈. 

       

       그게 나였다. 

         

       그러니.

         

       게임 무림천하의 고인물로서 머리에 박혀버린 영물사냥 필드.

         

       셀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영물사냥 레이드를 통해 익힌 전략전술.

         

       호천안으로 살아가며 쌓아올린 화경이라는 경지.

         

       그리고 나와 함께 피땀 흘리며 육성진을 연습해준 일행들을 향한 유대.

         

       그 모든 것을 쏟아부어 너를 사냥하겠노라.

         

       캬아아아아악!!

         

       내 의지를 느꼈음일까. 아니면 그저 하늘이 더 이상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이 아니라 판단했을까.

         

       흑룡이 나를 향해 강하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 보자고.

         

       그런 의지를 담아 녀석의 강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흑룡의 신형이 단번에 꺾였다.

         

       흑룡이 노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아까부터 귀찮게 굴던 쇠뇌였던 것이다.

         

       콰직!!

         

       공성병기로 쓰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튼튼한 쇠뇌였으나 흑룡의 이빨 앞에서는 수수깡이나 마찬가지였다.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박살나는 쇠뇌를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예상대로라고.

         

       촤아아악!!

         

       쇠뇌가 박살나는 순간 쇠뇌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그물이 치솟아 올랐다.

         

       대공쇠뇌 주변에 그물 함정을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던 흑룡이 놀라 몸을 비틀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그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우드득!!

         

       그물은 기껏해야 흑룡의 날개 한쪽을 휘감았을 뿐이고 그나마 휘감기자마자 마구 뜯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콰과과광!!

         

       캬아아아악!!

         

       흑룡이 지면에 처박히기에는 충분한 효과를 발휘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바. 땅에 처박힌 흑룡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뇌성을 발동한다.

         

       꽈르릉!!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전력을 다해 흑룡의 목을 노리고 싶었지만 내가 노리는 대상은 바로 흑룡의 날개였다.

         

       발악하듯이 휘둘러지는 흑룡의 꼬리를 뚫고 단숨에 접근해 그 힘을 해방한다.

         

       콰아아아앙!!

         

       초격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수는 없으니 전력의 3할 정도밖에 되지 않은 위력이었지만 그 위력만으로도 육성진의 어떤 형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공격력이 흑룡의 날개에 투사되었다.

         

       캬아악!!

         

       날개에 타격을 입은 흑룡이 고통이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마구 난동을 부렸다. 그 난동에 휩쓸리지 않게 거리를 벌리니 흑룡은 분노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손과 입을 동원해 날개를 휘감은 그물을 찢어발겼다.

         

       그물의 압박에서 벗어난 흑룡이 두 날개를 활짝 폈다.

         

       나에게 공격당한 날개가 살짝 접혀 있는 것이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날개가 찢어진 것도 아니었고 날개를 이루는 뼈가 부서진 것도 아니었으니 날개를 못 쓰게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뇌성의 공격이었는데 뼈 하나 부러뜨리지 못하다니 입맛이 썼다.

         

       흑룡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러 장비들을 성가신 눈길로 쏘아보고는 하늘로 날아 올랐다.

         

       쇠뇌의 견제를 참지 못하고 급강하를 택한 흑룡이었거늘 날아오르는 몸짓에는 비행을 해야 한다는 확신이 느껴졌다.

         

       나를 혀를 찼다.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였나.

         

       함정으로 땅에 처박았음에도 뇌성으로 날개를 먼저 봉쇄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결국 나 스스로 흑룡의 비행이 위협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흑룡에게 알려준 셈이었다.

         

       그러니 녀석은 철저하게 하늘을 날며 나를 상대하려 하겠지.

         

       캬아아아악!

         

       허공에서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는 흑룡을 보며 직감했다.

         

       이 싸움.

         

       제법 장기전이 될 것만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냥이란 무엇인가.

    압도적인 장비와 다수의 인원으로 사냥감을 줘패는 것이다.

    *

    구와아악 많이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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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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