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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0

       “드디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아아아!”

       

       현대로 돌아오기 무섭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백호 녀석이 떠나간 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방송을 켰다. 반그로우 녀석에게 배운 것을 시현해 볼 생각으로 말이다.

       

       그녀가 내게 대접해 주었던 코스요리는 분명 코스가 지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내게 알려주었으니.

       

       세계를 오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내 머릿속에는 이미 무얼 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진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본인이 그린 그림이 옳은지 그른지를 채점하는 것뿐이었지.

       

       그래서일까. 슬로우쿡을 키는 본인의 마음에는 아이같은 두근거림이 있었다.

       

       이 답지를 보여주었을 때 보여줄 광경이 머릿 속에 상상이 되어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지.

       

       이전까지는 요리라는 분야에서 본인의 공상이 실현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마는 이번엔 아니었다.

       

       본인이 종이에 적어 둔 요리를 보는 애리카의 눈에는 분명 놀라움과 기쁨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러분들! 아직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실제 요리가 어떤 식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다만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은 아직까지 본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듯 했다.

       

       여태까지 보여준 실패가 하도 많았기에 의심을 감출 수 없는 걸 테지.

       

       그런 반응을 보고 있자니 이쯤 되었으면 믿어줄 만도 하지 않으냐는 말이 절로 떠올랐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이 증명했을 때 저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가 기대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니 새삼 며칠 전의 본인이 요리에 자신이 없었음을 알게 되는 구나.

       

       그 때에는 시청자들이 무어라 그러면 발끈하여 투덜투덜 거렸었는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겨난 지금은 저를 보고서도 여유를 품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시청자들의 호들갑을 보고 피식 웃어준 나는 애리카가 부탁한 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다.

       

       반그로우는 코스요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요리로 만들어내는 하나의 연극. 요리사가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뜻을 전하는 것.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요리로 극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그만한 수고가 필요하니까.

       

       처음 슬로우쿡에 들어왔을 무렵의 본인이라면 코스요리에 대해 배우고 나서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고도 그를 도화지에 옮겨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니. 설령 옮겨낸다 하더라도 기괴한 무언가가 될 뿐일 테고.

       

       허나 지금은 아니다.

       

       긴 시간 슬로우쿡을 하며 배움을 얻은 나는. 3장에서 여러 나라의 음식에 대해 배우며 지식을 얻은 나는. 충분한 기본을 쌓은 화가일지어니.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을 도화지 위에 그려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될 수 없었다.

       

       시작은 채수와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다.

       

       원래는 이 공정을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할 터이다만 이것은 게임이니까.

       

       반그로우가 냄비로 마법을 부렸던 것처럼 순식간에 저 둘을 만들어낼 수 있지.

       

       그러면서 요리에 들어갈 재료들의 손질을 마치면 이걸로 밑준비는 끝.

       

       이제는 본인의 손 위에서 극을 써내려 갈 시간이지.

       

       “아해들아. 지난 번 방송을 끄기 전에 거리를 둘러보지 않았느냐. 그 때 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 갑자기?

       – 뭔 생각을 했냐니.

       – 글쎄?

       – 버스킹하는 사람들 겁나 많더라.

       – 길거리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사람도 많았어.

       – 미래 생각 안 하는 사람 많더라 ㅋㅋㅋ

       – 좀 전체적으로 가난해 보이던데.

       – 다들 뭔가 하려 그러는 느낌?

       

       이런저런 답변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야기의 시작을 장식할 살짝 매콤한 스프를 만들어낸 본인은 이를 애리카에게 가져다주면서 말을 이었다.

       

       “이 도시에 사는 이들은 하나 같이 꿈을 꾸고 있다.”

       

       본인이 거리에 나가 처음으로 만난 음악가는 가난 속에서도 꿈을 쫓았다.

       

       내게 초상화를 그려보지 않겠느냐 권유하던 이도 마찬가지다.

       

       녀석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이외에도 이 거리에 머무는 이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꿈을 쫓는 도중이었지.

       

       당장 애리카만 해도 그렇지 않나. 자신의 멋긴 가게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그녀는 분명 스스로의 꿈을 추종하는 사람이었다.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지.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무의 극한이라는 꿈을 꿨고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본인이라는 인간이다.

       

       이 물음에 답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고민의 끝에 본인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괜한 헛소리를 할 시간에 저들의 꿈을 응원해주자고.”

       

       본인이라는 인간이 한 분야에 있어 가장 먼 곳까지 나아간 사람이기는 하다만 그렇다하여 다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외한이 이런저런 소리를 지껄여봐야 짜증만 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어니. 본인은 괜한 헛소리를 하는 대신 저들의 꿈을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정하고 나니 어찌 해야 할지가 보이더군.”

       

       이를 목표로 정한 본인은 슬로우쿡 속에서 배운 여러 지식을 떠올라가며 음식을 구상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여태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해가며 얻은 배움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으니까.

       

       “단언하마. 그대들이 기대하고 있을 풍경은 펼쳐지지 않을 것이란 걸 말이다.”

       

       – 폭풍전야.

       – 제 2의 실망사태가 될 것인가. 천마펀치가 될 것인가.

       – 근데 이제 화령도 요리 잘하잖아.

       – 이상한 실수만 안 하면 괜찮을 듯?

       

       – 요리의 요정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정말 괜찮을까?]

       

       “오랜만에 내기를 해볼까? 본인이 애리카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 오?

       – ㄱㄱㄱ

       – 바로 실패에 풀배팅 가즈아아아!

       – 나 천마님 믿어! 천마님은 해낼 수 있을 거야!

       – 아니 왜 엄대엄이냐.

       – 역배가 없는 게 말이 돼?!

       

       “호오. 이것 참. 본인을 믿어주는 이가 반이나 될 줄이야. 알겠다. 내 그대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본인을 의심한 자들의 눈에 피눈물을 새겨주겠노라 다짐한 나는 애리카에게 첫 음식인 스프를 내어주었다.

       

       입맛을 돋움과 동시에 몸 안에 온기를 퍼트리는 음식을 말이다.

       

       “…우와. 진짜 맛있네. 레시피가 궁금할 지경이야.”

       

       – ???

       – 안 돼애애애ㅐ!

       – 캬! 벌써 성공각 떴죠?

       – 아직 메인은 들어가지도 않았거든.

       – 설레발 ㄴ

       – 천마펀치!천마펀치!

       

       내 성공을 의심하는 자들은 이제 코스가 시작되었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애리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가는 일은 없었다.

       

       내가 음식을 내어줄 때마다 그녀의 입에선 탄성이 새어 나왔고 식탁에 놓인 접시는 비지 않을 때가 없었으니.

       

       이 내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는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음식을 애리카에게 내어주고 난 후. 애리카는 밝은 웃음과 함께 휴지로 자신의 입을 닦아냈다.

       

       “훌륭했어. 어떻게든 트집 잡을 곳을 찾아내려고 그랬는데 보이질 않더라.”

       “하하. 그럼. 누구 솜씨인데.”

       

       – 인생 망했다…

       – 천세천세천천세!

       – 역시 화령님! 식당을 뒤집어 놓으셨다!

       – 내 포인트가! 화령과 나의 추억이!

       

       희비가 명확하게 교차되는 곳을 살피고 있으려니 절로 웃음이 샜다.

       

       그러게 본인을 믿으라 하지 않았느냐. 왜 본인의 성장을 믿지 않고 실패를 골라 이 난리를 치는가.

       

       “근데 화령 씨. 이거 코스 가격은 생각해봤어?”

       “가격?”

       “그래. 가격. 우리는 사업자라고. 이윤을 추구해야 한단 말야.”

       

       …가격이라니.

       

       이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군.

       

       여태까지는 그저 다른 이들이 시키는 대로 요리를 하기만 하면 됐는데 이젠 이것까지 신경을 써야한단 말인가!

       

       – 천마펀치!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설마 생각 안 한 거야?]

       

       – 엌ㅋㅋㅋ

       – 뉴비 이슈 떴넼ㅋㅋㅋ

       – 괜…괜찮을 거야.

       – 화령 대충 봐도 비싼 재료 다 때려 박았던 것 같은데.

       – 역시 화령령님이야! 식당 회계를 뒤집어버렸어!

       – 실패들아! 너네들 인생 핀 거야!

       – 호들갑 ㄴ

       – 아직 결과 안 나왔거든요.

       

       “생각 안 했구나?”

       “어. 음. 그래.”

       “그럼 레시피 좀 보여줄래? 그거 보면 대충 계산이 나와.”

       

       애리카가 말하는 것에 따라 내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종이에 적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더니

       

       그걸 읽는 애리카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쩐지 맛있다 했더니. 하아. 식당 거덜 낼 생각이야?”

       “그 정도인가?”

       “이렇게 코스를 짜려면 가격이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해.”

       

       그리 이야기를 하며 애리카가 내민 가격은 오일 파스타를 백 번도 넘게 먹을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런 가격에 팔수는 없다.”

       

       본인이 목표로 하는 것은 꿈을 꾸는 자들을 응원해 주는 것.

       

       저런 가격이어서야 본인이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 자들에게 음식을 먹일 수 없단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 상권에선 이런 가격을 쓸 수 없어.”

       “…그렇단 소리는.”

       “레시피 새로 짜와.”

       

       – 기대해버렸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저기.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 그러게 누가 화령 믿으래?!

       – 내 이럴 줄 알았어!

       – 천마님은 사람의 지갑을 모른다…

       – 불신펀치! 불신펀치!

       – 이건 사기야!

       – 아니 음식이 맛만 있으면 됐지!

       – 가격이라니. 그걸 어찌 알았겠는가.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믿고 있었어요! 이대로만 가 주세요!]

       

       시청자들이 난리를 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언제 온 것인지 모를 엔리까지 깐족대는 것을 애써 무시한 본인은 가만 되돌려받은 레시피를 살폈다.

       

       흐음. 설마 가격이 문제가 될 줄이야.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레시피를 대대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겠군.

       

       최소한 가격을 20분의 1까지 낮춰야 할 테니 말이다.

       

       …하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힘을 내게 만들어준다는 목표를 제외하고 맛을 추구하는 수밖에 없나?

       

       본인이 생각하던 목표를 현실에 맞추어 포기해야 하는가?

       

       가만 종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본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애리카에게 한 가지 물음을 던졌다.

       

       “이보게. 애리카. 혹시 이 도시에 동양의 약재를 살 수 있는 곳이 있는가?”

       “동양의 약재? 있긴 한데. 왜?”

       “그 위치를 알려다오. 그 곳에서 파는 게 무엇인지 한 번 보고 싶구나.”

       

       애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본인에게 가게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군.”

       

       그리고 그녀가 알려준 가게에 방문한 나는 그 곳에서 희망을 찾아냈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단 희망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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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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