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60

       우리는 슬슬 유명해지고 있다.

        

       한국어를 어마어마하게 잘하는, 그런데 이상하게 유럽계인 것 같으면서도 토종 한국인이라는 좀 지나치게 설정이 많은 우리였으니 오히려 이야기가 돌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더 놀라웠을 거다.

        

       우리와 꼭 닮은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코멘트하고, 우리 모습의 피규어를 사서 리뷰하고…… 당연히 아제르나 연대기의 팬들은 우리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시청자 나이대가 조금 많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뭐 상관없다. 우리가 즐거워지려고 하는 일이니까.

        

       어차피 도네 같은 것은 그냥 부수입이다. 황제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은 우리가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돈 신경 안 쓰고 그냥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방송은 나름대로 고정 시청자가 생겼고, 슬슬 스트리밍 사이트에 편집본을 올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황제는 더 유명해지고 말았다.

        

       거의 초능력이나 다름없는 통찰력으로 거의 미래를 보듯 하는 황제의 투자 능력은 유튜브에 그야말로 추종자 세력을 만들어냈다.

        

       뭐, 내가 생각해도 그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하긴 하다. 따라서 투자하면 거의 무조건 수익이 생기다니. 게다가 사기도 아니고, 뭔가 불법적인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었다. 황제는 향후 경제의 동향에 관해 이야기할 뿐 특정한 회사의 주식을 사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띠링.

        

       [조카들아,,, 삼촌이~~ 오늘 좀 땄어,,,,]

        

       “……주식 하는 분들이 무슨 도박 하듯 말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누가 봐도 일부러 따라 한 듯한 문체를 보고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도네 비용은 무려 10만 원이었다.

        

       그렇다. 이 사람은 황제의 방송을 보고 돈을 따서 신이 나 우리에게 ‘조카에게 주는 용돈’ 명목으로 도네를 날린 것이다.

        

       [아ㅋㅋ 주식이면 도박 맞지]

       [따긴 딴거 아닌가ㅋㅋㅋㅋ]

        

       “그럼, 저희 아버지가 도박 방법을 가르친다는 소리입니까?”

        

       [죄송합니다]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내 말에 다들 정색하고 채팅을 치고 있긴 했지만, 저것도 사실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은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말이긴 했다. 나는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직접 투자 같은 걸 해본 적은 없지만, 진짜로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손해 보지 않는 것이 아닌 이상 주식은 함부로 손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긴, 코인 같은 것보다는 훨씬 낫기는 하겠지만. 이쪽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딱히 공부해볼 생각도 해보지 않은 내가 뛰어드는 것은 그냥 도박판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가족끼리 합방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황제 폐하께 황제 폐하 보여드리면 재미있을듯]

       [ㄹㅇㅋㅋ]

        

       황제한테 우리가 플레이하는 게임을 보여주라고?

        

       내 생각인데, 황제는 이미 관련된 정보를 찾아서 읽어봤을 것이다. 이 세상에 저쪽 세상에 대한 정보가 있는 매체가 있는데 설마 황제가 찾아보지도 않으려고.

        

       “합방한다면 어느 쪽으로 합방합니까? 저희가 아버지께? 아니면 아버지께서 저희한테?”

        

       [황제폐하가 이쪽으로 오는게 나을듯]

       [솔직히 주식 얘기 해도 못알아듣지 않아요?]

        

       맞는 말이다. 딱히 배울 생각도 없었고.

        

       나는 잠깐 고민해보았다.

        

       사실 우리와 황제가 모두 방송하기 시작한 뒤로 지보의 빛이 급속도로 원래의 빛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사용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기억하기로는 조금 더 환하게 빛이 났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다 같이 모여서 ‘조금 더 확실해졌을 때 쓰자’라고 합의를 보았다. 아직 우리가 황제를 100퍼센트 믿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지보는 우리 세 사람이 보관하고 있었다.

        

       합방하면 돌아갈 타이밍이 조금은 더 빨라질까?

        

       그건 생각해볼 만한 일이었다.

        

       “고려해봐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괜찮은 것 같아.”

        

       처음에는 황제를 조금 껄끄러워했던 클레어는 지금은 황제가 있는 생활에 가장 확실하게 적응했다.

        

       어디에서나 적응 속도가 빠르고 붙임성이 좋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클레어마저 고장 났을 정도로 원본 클레어는 엄청나게 고생하긴 했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나의 존재 덕분에 클레어가 망가지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까?”

        

       황제에게 적응해가는 것은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앨리스는 아제르나에서도 이미 황제에게 적응해버린 뒤였으니, 여기서 굳이 황제를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 벽을 두고 있긴 했지만 딱 그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정말 어이없게도, 나도 처음의 적개심이 어디 갔는지, 지금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상처가 너무 확실하게 나아 버린 탓일까? 이젠 황제를 싫어하거나 원망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건 황제 쪽의 노력의 성과이기도 했다. 이 집에 살면서 황제는 필요할 때마다 나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렇게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을까? 이쪽 세상으로 오고 나서 뭔가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아무래도 상대가 황제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 이야기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와]

       [합방하는거 진짜 보고싶다]

        

       그래. 나도 솔직히 그럴 것 같아.

        

       같은 게임에서 나오는 사이 나쁜 부녀라니, 둘이 합방하지 않으면 세상 어느 스트리머들이 합방하겠는가?

        

       *

        

       “합방이라.”

        

       다시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합방 이야기를 꺼내자, 황제는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싫다면 억지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응? 아,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말을 황제는 부정했다.

        

       “그게 아니라, 나는 너희가 하는 방송에서 나오는 것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더구나.”

        

       “…….”

        

       나는 잠깐 말을 잊었다.

        

       “그러니까…… 어떤 게 말씀이십니까?”

        

       “글쎄, 그 게임이라는 건, 분명 전투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만.”

        

       “사람이 그렇게 많은 총알을 맞고 버티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지 않으냐.”

        

       아.

        

       혹시 최근에 우리가 플레이한 FPS 방송을 본 건가?

        

       만약 아제르나 전기를 플레이하는 걸 봤다면 황제가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 게임은 실제 아제르나와도 꽤 큰 관련이 있으니까.

        

       “게임은 진지한 전투 훈련이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놀이’죠. 체스도 서로 번갈아서 두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음…….

        

       뭐랄까, 게임에 대해 전혀 이해 못하는 부모님이 하는 말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게임하는 걸 막을 생각은 없는 것 같지만.

        

       아니, 그나저나.

        

       “그렇다면 저희가 다른 게임을 하는 것을 보신 적은 없는 겁니까?”

        

       “나는 평소에 너희와 같은 시간에 방송하니 말이다. 그리고 주식 시장도 생각보다 무척 바쁘다. 이것저것 확인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가 있지. 그것도 꽤 즐겁긴 하다만.”

        

       그러니까…… 이 사람, 지금 아제르나 전기를 모른다는 것인가?

        

       나는 시선을 돌려 앨리스와 클레어를 보았다. 두 사람도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냐?”

        

       황제가 물었다.

        

       “그게…… 저희가 평소에 플레이하는 게임은 그것보다 훨씬 긴 게임입니다. 스토리가 길게 이어지고,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임입니다만.”

        

       “그렇느냐?”

        

       그래서?

        

       황제는 나에게 그렇게 묻고 싶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긴 이야기의 내용이, ‘아제르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젓가락을 움직이던 황제의 손이 멈췄다.

        

       “아제르나라고 했느냐?”

        

       “그렇습니다. 아제르나입니다. 단순히 이름만 비슷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모르셨습니까? 원룸에서 다 같이 지낼 때 제 방에도 관련 제품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만.”

        

       “네 성격상 내가 방을 뒤져봤다면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지 않으냐?”

        

       그건 맞는 말이다. 앨리스나 클레어라면 몰라도 황제가 그랬다면 나는 정말 진지하게 화냈을 거다.

        

       다시 생각해보니 황제는 그 집에서 좀…… 죄인처럼 지냈었다. 설마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카페에 가서 시간을 죽이고 온 건가?

        

       혹시 뭔가 반성하게 된 것도…… 내가 이쪽 세상에서 우위를 얻었기 때문인가? 역지사지가 되어서?

        

       나는 마음속의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황제는 자기 생각을 꽤 잘 숨기는 성격이었으니까.

        

       “저희가 종종 시청자들의 추천을 받아 다른 게임을 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쭉 끌고 가는 게임은 그 아제르나 전기입니다. 이야기가 워낙 길어서 하루 안에 다 보는 건 무리인 게임이죠. 만약 저희와 합방하게 된다면,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음.”

        

       황제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흥미롭기는 하구나. 하지만 우리가 겪었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겠지?”

        

       “그렇습니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다르죠.”

        

       “한 번 정도는 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그럼 날짜를 잡아보겠느냐?”

        

       “좋습니다.”

        

       솔직히, 나도 황제가 게임에 나온 자기 모습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긴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늦게와서 정말 죄송합니다ㅜ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