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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1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에 한 여인이 고고하게 서 있다.

         

       까만 비단 같은 하늘을 잔뜩 수놓은 무수한 별들.

         

       그리고 크고 작은 빛무리들 사이에 덩그러니 홀로 떠 있는 둥근 달.

         

       이를 올려다보는 여인, 천마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이유인즉.

         

       “…밤하늘만은 다르지 않군.”

         

       생활 습관, 복식, 지형, 계절 등.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 하나 닮은 것 없는 제 세상과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밤하늘만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한 사내의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것뿐.

         

       지금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이가 아닌, 다른 사내가 흙바닥 위에 몸을 넙죽 엎드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지?”

       “아직 정확한 시일까지는 알 수 없으나…, 백 일 이내로 찾아올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백 일이라.”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천마.

         

       마침내 오고 있다.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 그날부터 기다려온 순간이.

         

       속은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흥분되었으나, 겉으로 드러난 육신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축배를 들기엔 너무나도 이르다.’

         

       목표에 한없이 근접하였으나, 끝내 이룬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녀에게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큰 산 하나가 남아 있다.

         

       “백우진….”

         

       여전히 입에 잘 붙지 않는 이곳에서의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읊조려 본다.

         

       제 목표를 방해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드는 그를 뿌리쳐야만 한다.

         

       여정을 함께해본 그녀만이 안다.

         

       그를 뿌리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그가 이 세상의 중심인 주인공이라서?

         

       아니다.

         

       물론 위기의 상황마다 적절하게 터지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 또한 매섭지만, 그보다도 무서운 것은 그의 집념이다.

         

       한 번 목표로 삼은 것은 어떻게든 이루고자 노력하고, 발악하는 광기에 가까운 집념.

         

       그러한 집념이 가득 서린 시선이 마침내 제게로 고정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느껴지는 그의 시선에 몸이 떨린다.

         

       가벼운 흥분, 기쁨, 두려움, 불안, 걱정 등.

         

       한없이 긍정적이고, 또 한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한데 뒤섞인 기묘한 감각에 그녀는 웃었다.

         

       “널 상대하는 적들은 모두 이러했구나.”

         

       끝내 적으로서 그를 상대하게 되었음에.

         

       그렇게나마 그의 시선을 다시 진득하게 느낄 수 있음에.

         

       이러한 느낌을 조금 더 오랫동안 받고 싶다.

         

       하나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복한 사내가 말한 백 일.

         

       그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기약조차 할 수 없기에.

         

       하니.

         

       “중원에 나가 있는 본교의 세작들에게”

         

       이제는 움직일 때다.

         

       “준비한 작전을 펼칠 때가 되었다 이르거라.”

         

       흙바닥 위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사내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존명…!”

         

       단일 세력으로는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고 일컬어지는 마교.

         

       십만대산에 숨어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던 이들이, 마침내 활동을 시작했다.

         

         

       * * *

         

         

       중원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하오문도.

         

       그들이 전달한 정보들을 정리하며 만든 보고서를 훑어보던 백우진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슬슬 움직이는 건가.”

         

       시작은 청해성이었다.

         

       십만대산과 맞닿아 있어 하루가 멀다고 마인과의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지 중의 격전지.

         

       그곳에 최근 청해성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마인들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단다.

         

       “여기만 놓고 보면 크게 이상한 건 아니겠지만….”

         

       청해성의 영역을 넘나드는 마인의 수가 매일 같을 수는 없다.

         

       때로는 많고, 때로는 적고.

         

       지금까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쭉 이어져 온 기조였으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줄어들지를 않고 있어.”

         

       거의 달포째 마인의 수가 줄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단 한 차례의 감소도 없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은 청해성에서 숱하게 전투를 치러온 잔뼈가 굵은 무인들조차 처음 겪는 일이라 서서히 혼란이 찾아오고 있다고.

         

       이에 백우진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전선이 밀려선 안 되는데….”

         

       그곳의 전선은 안 그래도 청해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지되고 있는 상황.

         

       이대로 마인의 수가 늘어 전선이 뒤로 밀려나기라도 한다면 얼마 안 있어 청해성에 틀어박혀 농성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잠시간은 그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나가서 몸을 맞대고 싸우는 것보다 성벽 위에서 이지를 상실한 채 달려드는 녀석들을 요격하는 것이 백 배, 천 배는 쉬울 테니.

         

       백우진이 우려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만약 수성중에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이지를 상실한 마인을 상대로 한 수성은 사실상 백전백승을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손쉽다.

         

       그들이 충차를 사용하겠나, 아니면 성벽에 사다리를 걸고 기어 올라오기를 하겠나.

         

       공성에 유용한 병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백전백승을 자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1,000전…, 또는 10,000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또한 완벽한 승리와 패배도 없다.

         

       승자도 승자 나름대로 손실을 겪고, 패자는 패자 나름대로 거둬들이는 것이 전쟁이기에.

         

       더군다나 마인은 공성 병기를 사용할 수는 없으나, 인간보다 훨씬 단단하고 날래다.

         

       그뿐인가?

         

       몇몇 개체들은 팔다리가 늘어나거나, 위기가 닥치면 제 몸을 터뜨리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능력으로 인간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쌓이고 또 쌓였을 때, 멀리 있던 패배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다.

         

       수성이 공성에 비해 몇 배나 유리하면서도 달갑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999번의 승리 후에 맞이한 단 한 번의 패배.

         

       그 한 번으로 지난 승리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 단숨에 무너져 내리기에.

         

       그러니 가능하다면 전선은 밀리지 않고 유지되는 쪽이 좋다.

         

       그리고 다행히도 정사연합을 이끄는 두 사령관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보고서 아래에는 이를 막기 위해 정사연합에서 지원군 파견을 준비 중이라고 적혀 있다.

         

       “지원군이 당도한다면 한동안은 전선을 유지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당분간은 이쪽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려나.

         

       속으로 안도하며 보고서를 뒷장으로 넘기려 할 때였다.

         

       “배, 백 공자…!”

         

       장지문 밖에서 제갈연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문지방을 넘는다.

         

       “자, 잠시 실례할게요!”

         

       이윽고 열리는 문.

         

       집무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그녀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크, 큰일 났어요.”

       “큰일이라니?”

         

       갑자기 큰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리도 다급하게 자신을 찾아온 걸까.

         

       그가 궁금해하는 찰나, 그녀가 대답했다.

         

       “여, 연합 내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어요.”

         

       백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살인 사건이라니.

         

       대체 어떤 간 큰 녀석이 정파와 사파의 거두들이 모여 있는 연합 내에서 살인을 저질렀단 말인가.

         

       “피해자는?”

       “백익단의 단주예요.”

       “백익단….”

         

       백익단(白翼團).

         

       정사 연합의 발족 이후 새롭게 꾸려진 무력 단체 중 하나다.

         

       총원은 백여 명.

         

       구성원은 전부 정파의 정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난 혈교와의 전쟁에서 제법 혁혁한 공을 세워 명성을 떨친 그들이다.

         

       하물며 그들의 단주쯤 되는 이라면 무공 수위가 보통은 훌쩍 넘는다는 뜻인데, 누가 그를 죽였단 말인가.

         

       그리고 또 한 가지.

         

       “백익단이라면….”

         

       그들의 이름을 조금 전 보고서에서 보았다.

         

       “청해성으로 파견 준비 중인 지원군이잖아.”

         

       그녀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것 때문에 더 난리가 났어요.”

         

       한창 파견을 준비 중인 무력 단체를 이끄는 단주가 살해당했다.

         

       그 말인즉, 당장 파견을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하필 이런 상황에서 살인이라니….”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이에 그가 물었다.

         

       “범인은?”

       “그, 그게에….”

         

       당황한 듯 말끝을 흐리는 제갈연지.

         

       이내 그녀가 울상이 된 표정으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흐, 흑익단의 단주…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해요.”

       “…….”

         

       흑익단은 백익단과 더불어 연합 내 쌍익이라 불리는 단체.

         

       백익단이 정파 정예들이 모여 만든 집단이라면 흑익단은 반대로 사파의 정예들이 모여 있다.

         

       서로 경쟁하듯 수련하고, 공을 쌓으며 연합 내에서 잘 구성된 단체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이들이, 갑자기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다니.

         

       제갈연지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 어떡하죠? 흑익단 또한 청해성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을 준비 중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백익단과 흑익단이 점점 수세에 몰려가고 있는 청해에 파견될 지원군이었다는 것.

         

       그런데 한쪽은 가해자로, 또 다른 한쪽은 피해자로 내몰려 당장 파견이 어려워졌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앉아서 고민한들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야.’

         

       고민 끝에 몸을 일으키는 백우진.

         

       “…일단 현장부터 살펴보자.”

         

       사건 해결을 위해 그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일요일에 연재를 했어야 했는데, 공지로 말씀드렸다시피 약간의 착오와 실수가 겹쳤습니다.

    급하게 지방 친척집에 내려가는 과정에서 연재 업로드를 예약해둬야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아 놓고선 했다고 착각하고 그냥 가버렸네요;;

    이제 막 집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컴퓨터 켜고 연재 올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금 더 신경 써서 연재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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