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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1

       *** ***

         

       천마신교의 비처에서 행해지는 계승 의식에는 교의 중진들이 모두 참여했다.

         

       천마신교에는 여러 합격방진과 진법대가 존재했지만 소림사의 백팔나한진처럼 천마신교를 대표할 만한 수준의 진법대는 여섯 개였다.

         

       그런 여섯 진법대 중 하나인 지옥염화대의 대주 염상진은 팔짱을 낀 채 계승이 시작된 도장을 바라보았다.

         

       뇌검낭인 호천안.

         

       중원의 무인들은 보통 어떻게 성장하는가.

         

       대부분의 무인들은 문파나 세가에 입문하여 해당 문파의 무공을 익히며 쭉 수련해 나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거나 의뢰의 댓가로 무편을 받아 스스로 무공을 골라 성장하는 마교인들이 보기에는 중원 무인들은 그저 문파의 지원하에 편하게 자란 온실 속의 화초라 여겼다.

         

       또 사파인들이란 어떤가.

         

       무인인 주제에 수치를 모르고 평범한 자들을 등쳐먹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다보니 마교인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중원의 무인은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호천안은 마교인들이 인정하는 극히 드문 중원의 무인 중 한 사람이었다.

         

       호천안의 일대기는 마교 무인들의 입맛에 딱 맞는 이야기었으니까.

         

       보통 중원의 협객 이야기는 마교의 무인들이 몰입할 요소가 없었다.

         

       성장배경이 너무 달랐으니까.

         

       하지만 사천낭인 출신인 호천안의 성장배경은 중원의 무인이라기보다는 마교의 무인에 가까웠다.

         

       온갖 일을 해결하고 돈을 벌어 영약과 무공을 사며 성장을 꾀하는 사천낭인은 무편을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는 천마신교의 무인들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자들이었다.

         

       그런 사천낭인으로써 화경 고수인 정철에게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한 뒤 돌연 뇌공고수가 되어 나타난 호천안의 일대기는 딱 마교 무인들이 꿈꾸는 성공신화였다.

         

       세인들 중에서는 정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호천안이 뒷수작을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호천안이 협객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마교의 마인들에게는 그런 의혹조차 호천안을 좋게 받아들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적에게까지 관용을 베푸는 협객보다는 적에게는 한없이 비정해질 수 있는 자를 더욱더 완성된 무인으로 평가했으니까.

       

       염상진 역시 호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호천안이 혈존의 혈육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러했고 당당하게 흑룡성을 방문해 자신의 목적을 밝혔을 때는 호감마저 들었다.

         

       한 사람의 개인이 맞서기에는 턱없이 거대한 혈교라는 적을 두고도 진법대를 꾸리고, 천하에서 가장 위험한 세력이라 평가받는 천마신교에 와서 거래를 청하다니.

         

       중원에도 이런 무인이 있었는가.

         

       흑룡성 앞에서 보이는 호천안의 기게에 염상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이내 이어진 호천안의 발언에 염상진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으니.

       

       호천안이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한다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외인이 천마신공에 도전한다. 그 사실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얼마 전 정철의 계승의식이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정철이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할 때 마교인들은 정철이 천마신공에 도전한다는 상황 자체에 큰 불쾌감을 느꼈다.

         

       교의 가장 신성한 의식이 고작해야 정철 같은 소인배 따위의 도피 수단으로 쓰이다니.

         

       기분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니고 정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익히 알고 있는 자가 감히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을 입에 담았다.

         

       염상진에게는 그런 호천안의 행동이 마치 천마신교를 모욕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천마 위지천이 허락했으니 염상진은 감정을 삭혔다.

         

       천마께서 단 한줌의 망설임도 없이 호천안의 도전을 허락했으니 일개 교인에 불과한 내가 앙심을 품을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오늘.

         

       염상진은 호천안을 향해 다시 이빨을 갈 수밖에 없었다.

         

       교에서 가장 신성한 의식이라 할 수 있는 천마신공의 전수가 이루어지는 날에 지각을 한다고?

       

       몇 시진이나 늦게 나타나서는 얼빠진 표정으로 맥빠진 말을 주워 섬기고는 제 일행들과 알 수 없는 손짓을 주고받는 꼴이라니!

         

       부담감에 못 이겨서 미쳐버린 것인가 아니면 천마신공의 전수의식을 얕잡아 보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저런 자가 천마신공의 계승에 성공할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도장의 문을 닫고 나온 위지천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아앙!!

         

       위지천이 세 걸음 떼기도 전에 도장에서 흑룡기가 폭발하며 나무살로 만들어진 도장의 벽이 산산조각났다.

         

       오랜 기간 교의 중진으로 활동하며 계승식을 눈에 담았던 적이 있는 염상진은 위서련의 계승식을 떠올렸다.

         

       그 난폭한 흑룡기가 조용히 위서련의 몸으로 수렴했었지.

         

       전수에 실패한 정철의 때애도 이리 요란하게 폭발했다 들었다.

         

       그렇다면 호천안 역시 실패한 것일까.

         

       염상진은 살짝 맥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중원에서 이룩한 것이 있는 자였으니 조금은 버틸 줄 알았건만 고작해야 천마께서 세 걸음을 떼는 사이를 버티지 못했다고?

         

       그리 건방을 떨다니 순식간에 흑룡에게 잡아먹혔는가.

         

       처리해야 할 시체나 한 구 생겼군.

         

       그렇게 생각하던 염상진은 눈을 크게 떴다.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꿈틀거리는 흑룡기 때문이었다. 흑룡의 형상을 한 흑룡기는 매우 격렬하게 날뛰고 있었다.

         

       그런데 흑룡기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궁지에 몰린 채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는 듯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염상진의 시선이 절로 도장 중앙으로 향했다.

         

       벽과 바닥이 박살나고 튼튼한 기둥까지도 상처 입은 도장 안에서 호천안 혼자만이 굳건히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도무지 흑룡에게 잡아먹히는 자라고는 여길 수 없는 안정적인 기세.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염상진의 시선이 저절로 위지천을 향해 돌아갔다.

       

       천마 위지천이라면 누구보다도 지금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염상진이 목격한 것은 눈을 부릅뜬 채 경악하고 있는 위지천의 모습이었다.

       

       평소 그 속뜻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던 위지천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 위지천이 이렇게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염상진의 시선이 다시 호천안과 흑룡기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 염상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천마신교의 역사가 새로이 쓰여질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을 품은 것은 염상진 뿐만이 아니었을까.

         

       비처에 있던 교의 중진들은 좀전과는 달리 뜨거운 눈으로 호천안과 흑룡의 투쟁을 바라보았다.

         

       *** ***

         

       대공쇠뇌가 연신 불을 뿜었다.

         

       캬아아아아!!

         

       흑룡은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거대한 화살들을 피했다.

         

       공중에서 회피기동을 취하는 흑룡의 몸짓은 부자연스러웠다.

         

       날개에 한 방.

         

       앞다리에 한 방.

         

       옆구리에도 한 방.

         

       그리고 머리에도 한 방.

         

       긴 교전 끝에 네 번의 뇌성을 때려박았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나는 생물이라고 영원히 하늘을 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지상에 착지하거나 추락할 때마다 피해를 누적시킨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흑룡에게 타격을 입히는 과정에서 여섯 대의 대공 쇠뇌중에서 두 대가 파괴되었고 대공 쇠뇌의 화살은 지금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뿐일까.

         

       대공 쇠뇌가 줄어든 것과 별개로 쇠뇌의 명중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기계적인 쇠뇌의 사격에 흑룡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지금 이 반구형 공간은 나의 심상이었고 흑룡을 향해 사격을 가하는 대공쇠뇌를 비롯한 각종 병기는 모두 내 심상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러니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화살의 잔탄을 보충하거나 박살난 쇠뇌나 함정 등을 복구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용을 써 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건 쇠뇌들은 게임 속 무림천하의 쇠뇌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기가 찼지만 어쩌겠는가. 

       

       기가 막혀도 상황은 변화지 않았다.

         

       처음에 게임 속 무림천하의 영물사냥 필드를 구현하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영물사냥 필드를 구현하지 않았더라면 대공쇠뇌도 없었을 테니 지금처럼 우위를 점하는 일도 없었겠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곱씹는 것만큼 정신에 해로운 것도 없다.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은 저 흑룡을 어떻게 하늘에서 떨어트리느냐였다.

         

       쇄애애애액!!

         

       그리고 그 순간 다른 화살과는 명백하게 궤도가 다른 화살 하나가 흑룡에게 쏘아졌다. 이미 기계적인 궤적에 익숙해져 있던 흑룡의 허를 완벽하게 찌르는 움직임.

         

       그 화살은 정확히 부상을 입은 날개를 강타했다.

         

       캬아아악!

         

       그 충격에 휘청거리는 흑룡.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흑룡을 상대로 쇠뇌들이 사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그 장면을 보는 대신 정확히 날개를 쏘아 맞춘 쇠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쇠뇌의 현을 당기고 커다란 화살을 올리고 있는 익숙한 신형이 보였다.

         

       현재 육성진을 구성하고 있는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그 형상은 뚜렷하되 얼굴만 보이지 않았지만 그 정체를 특정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주제에 곰방대만은 굳건하게 물고 있었으니까.

         

       화살을 쏘아 흑룡의 날개를 맞춘 건 당소열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내 마음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안 돼.

         

       이건 절대로 안 돼.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당소열이 있던 대공쇠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모든 대공쇠뇌가 사라졌다.

         

       캬아악?

         

       쏟아지는 대공쇠뇌 세례에 당장이라도 격추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던 흑룡이 갑자기 사라진 대공쇠뇌의 존재에 의문을 표했다.

         

       캬아아아아!!

         

       그러나 이내 상황을 눈치챈 녀석이 기세를 올리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녀석이 정말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누가 봐도 날카로운 사격을 보여준 당소열을 먼저 노렸을 터였다.

         

       그리고 당소열에게는 그런 흑룡의 공격을 피할 능력이 없었으니….처참한 꼴을 당했겠지.

         

       이곳이 그저 내 심상속이며 방금 전 쇠뇌에 서 있던 당소열이 그저 기계적인 쇠뇌의 움직임에 답답함을 느낀 내 마음이 불러낸 형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나는 그런 상황이 내 눈앞에 일어났을 때 그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내 눈앞에 닥칠까 두려웠던 나는 당소열을 급히 지워버렸고 그 와중에 대공쇠뇌들까지 모두 지워버리고 만 것이다.

         

       캬야야아악!!

         

       흑룡의 비웃음을 한 귀로 흘리며 어떻게든 쇠뇌들을 복구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대공쇠뇌를 떠올릴 때마다 당소열의 그림자가 아른거렸으니까.

         

       그런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흑룡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급강하를 준비하는 흑룡의 동작을 보며 흑룡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음을 직감했다.

         

       녀석이 보고 있는 것은 육성진을 이루고 있는 일행들이었다.

         

       망설임없이 일직선으로 강하하는 흑룡.

         

       흑룡의 의도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내 일행 중 하나를 처치한다. 그렇게 일행을 처치하면 나라는 적은 반드시 무너진다.

         

       흑룡은 그리 확신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흑룡의 확신을 딱 잘라 부정할 수 없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내 뒤에 있는 일행들은 그저 내 마음속의 형상에 불과하다. 그들은 진짜가 아니라는 증거는 널리고 널렸다.

         

       일행들의 형상은 뚜렷하나 얼굴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증거였고.

         

       현재 일행의 형상들과 육성진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사용할 수 있는 형은 오직 뇌성뿐이라는 것이 두 번째 증거였다.

         

       그런 증거들을 내 눈으로 보면서, 피부로 느끼면서 나 자신을 다독였다.

         

       내 뒤에 있는 다섯 사람은 일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저 내 마음속에서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호천안 이 멍청한 자식아.

         

       천마신공의 원본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흑룡을 사냥하겠다고 다짐은 어디에다 팔아먹었냐.

         

       고작해야 이런 상황 하나 극복하지 못하는 나약한 놈이 어떻게 천마신공을 쟁취할 수 있겠냐고.

         

       그대로 뇌성의 기운을 모두 끌어올리고 옆으로 빠져.

         

       일행을 덮치는 흑룡의 빈틈을 노려 결정타를 넣으라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일갈하며 움직였다.

         

       그리고는 뇌성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옆으로 몸을 날리는 대신 앞으로 발을 뻗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일행들을 지키기 위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흑룡과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나는 머저리였다.

         

       분명 나는 내 마음속으로 육성진의 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일행들을 그렸다.

         

       그러나 아지랑이를 통해 형성된 것은 얼굴 없는 분신이었다.

         

       육성진을 펼칠 수 있지만 내가 주도하는 뇌성만을 펼칠 수 있는 반쪽짜리 분신들.

         

       내 기대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한 분신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능력이 없을지라도, 그 형상이 실제와 다를지라도, 이들은 내 마음속에 있는 내 동료들이었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독고이설, 모용연화였다.

         

       이들은 명백하게 진짜가 아니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짜였다.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걸렸다.

         

       내 심상에서 진짜가 아닌 이들을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짜라니 내가 말하고도 대체 뭔 소린가 싶었다.

         

       정말로 미쳐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이 어지러운 마음 속에서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결코 흑룡이 내 동료들을 해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일직선으로 거침없이 강하하는 흑룡을 맞이하기 위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 할 때였다.

         

       누군가 나보다 앞에 나섰다.

         

       흑묘였다.

         

       그저 형상이 아닌 진짜 흑묘였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화리 동굴에서 잉어를 잔뜩 낚아 신이 나 반짝거리는 눈동자였고.

         

       입가에 그려진 호선은 선천자의 동굴에서 폭탄을 집어 던질 때의 것이었다.

         

       그런 흑묘의 손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흑룡을 향해 뻗어진다.

         

       그와 동시에 진법의 흐름이 변화한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의문을 풀 새도 없이 황급히 변화에 편승했다.

         

       츠즈즈즈!

         

       모용연화가 인도하는 극변의 묘리를 타고 순식간에 뇌성이 빙성으로 변화한다. 육성진의 흐름을 틀어쥔 흑묘의 손이 물처럼 흐른다.

         

       동시에 육성진의 단련과 병행하던 소수신공의 새 초식이 펼쳐진다.

         

       경월(傾月).

         

       흑묘의 두 손이 흑룡의 이빨이 닿았다. 거대한 덩치가 강하하면서 생긴 거력이 담긴 공격의 흐름이 뒤바뀐다.

         

       화경의 묘리를 품은 경월 때문에 흑룡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흑룡의 거체에 비하면 그저 사소한 움직임에 불과했지만 그 움직임은 이내 불어나는 파도와 같이 흑룡의 몸을 비틀었다.

         

       소수신공이라는 신공의 이치와 여섯 사람의 힘이 하나로 모여 흑룡의 힘을 비틀어 낸다.

         

       쿠구구궁!!

         

       흑룡의 거체가 지면에 처박혔다. 한 번 지면에 충돌하는 것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었던 막대한 관성이 흑룡의 거체를 다시 한번 굴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흑룡.

         

       다시 한번 진법이 변화한다.

         

       흑성.

         

       쌍검을 이용해 두 번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대성. 찌르기에 특화된 일성. 그리고 폭발력 있는 내 뇌성 사이에서 흑성만의 색을 찾고자 노력했던 독고이설의 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흑룡을 공격해 들어간다.

         

       유서 깊은 사파의 무공답다 해야 할까.

         

       실전에서 쓸만한 무리는 모두 포함하고 있는 암룡문의 검법.

         

       그 중 독고이설이 집중한 것은 바로 중검(重劍)이었다.

         

       천중만파(天衆萬波).

         

       콰아아앙!!

         

       무거운 중검의 검압을 이기지 못한 흑룡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언제나 뻣뻣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흑룡의 목이 길게 늘어졌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진법의 기운이 요동쳤다.

         

       일행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며 내가 진법의 중심에 선 형국이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때보다 확신으로 빛나는 다섯 사람이 얼굴이 보였다. 각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일행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이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고.

         

       나는 그 시선을 받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쿠르르르릉!!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 집중력을 타고 뇌성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칠뢰방위보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흑룡이 목덜미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꽈아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뇌성과 함께 지면을 내딛었다. 흑룡과의 충돌에도 깨어지지 않고 단단히 버틴 내 심상 속 지면을 박차고 단숨에 흑룡에게 쇄도했다.

         

       흑룡의 목덜미를 향해 단사패검의 제 일초, 낙뢰가 펼쳐졌다.

         

       그 어느때보다 느려진 시간 사이로 육성진의 모든 힘이 담긴 내 대검이 천천히 뻗어나갔다.

         

       빠직.

         

       내 대검과 닿은 흑룡의 비늘이 깨어지고 질기고 두터운 가죽 사이를 파고드는 저항이 검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

         

       뇌성을 이루는 기의 푝류가 기다렸다는 듯이 흑룡의 목덜미를 휩쓸었다.

         

       투욱.

         

       그 때문일까.

         

       검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끈덕지게 버티던 가죽에 기어이 균열이 일어났다. 그 균열 사이로 흑룡의 살결이 찢어짐과 동시에 검은 피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살을 베고.

         

       뼈를 가르고.

         

       종국에는 기도까지 잘라낸 내 대검이 기어이 흑룡의 몸을 빠져나왔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눈동자를 굴려 흑룡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흑룡의 눈은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크게 떠져 있었다.

         

       나는 그런 흑룡의 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겼다.”

         

       그 순간 한없이 느려졌던 모든 시간이 본래의 흐름을 되찾으며 검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키이이이.

         

       목에서 검은 피를 쏟아내는 흑룡이 새된 소리와 함께 휘청이고 종국에는 그 머리가 지면에 처박혔다.

         

       내 승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너무! 너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려 15시간 30분을 지각해버리는 대참사!!!!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열심이 자판을 뚜딩기고는 있습니다만 한번 연재시각이 밀려버리니 곱은 손으로는 도저히 다음 날 연재분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네요.

    거의 연재시각이 장식이 되어 가고 있는 바…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화요일은 하루 휴재를 하고 수요일날 연재시각에 맞추어 연재를 할까 합니다.

    이점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수요일 정각에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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