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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1

    <461 – 과몰입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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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리스트]

    *외급

    교수 신분으로 30분 이상 위장한 채로 무도회장을 떠날 때까지 정체가 발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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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외급미션도 깨는 김에 해금조건이나마 공개되는 외급과 달리, 아예 공개조차도 되지 않는 히든미션도 깰 작정이었다.

     

    ━━━

    *히든미션

    변장한 채로 교수와 30분 이상 대화를 나눈 뒤, 무도회장을 떠날 때까지 정체가 발각되지 않는다.

    ━━━

     

    본래는 <무도회에 입문하자> 강의를 가르치는 웨디 교수님과 대화를 해야만 하는 히든미션!

    심사위원 중 한 명을 배뇨감을 올리는 약을 투명모기를 통해 주입시켜 화장실로 불러내고, 단숨에 기절시켜 심사위원으로도 변장해서 외급과 히든미션을 모두 깨려는 계획을 세웠다.

    일을 두탕이나 해야 하기에 효율은 썩 좋지 않지만 가장 값진 보상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현실과 타협한 계획이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라면 심사하느라 바쁜 웨디 교수님하고 말을 섞지 않아도 히든미션의 교수와 30분 이상 대화를 나눈다는 조건이 충족돼!’

     

    땡잡았다.

    개꿀이구나.

    교수님이 춤추는 여자들 좋아할 줄은 몰랐네, 아주 엉큼하신 분이었어!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속으로 희희낙락하며 다가갔었는데…

     

    -재단의 가혹한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 그 불우한 과거와 정상적인 삶을 모르는 비틀린 관념, 어딘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이상한 분위기, 뭐든지 간파할 듯이 맑은 눈동자.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

    -한 마디로 나는 <피폐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좋아한다. 오크노디는 완벽한 내 이상향이다. 이 정도면 재단과 협력할 의사가 충분하다는 건 알겠지?

     

    TMI,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입수해버렸다.

     

    ‘지금이라도 내가 오크노디라고 알려야할까?’

     

    아니, 무리야.

    디스트로이어 교수님도 수치스럽겠지만 나도 어떤 얼굴로 교수님 앞에 서야할지 모르겠어!

    그런 이유로 핑크베리 교수님인 척 연기하기는 강의 끝나고 집어치우고 짜잔 오크노디였지롱! 하고 외치며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앞에서 변장술 실력을 자랑하려던 마음도 전면취소했다.

    이젠 30분 미션이니 히든미션이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너, 혹시 이사장의 편이 아니라 오크노디의 편이냐?”

    “…허접♡ 그런 걸 이제 알았어? 눈치 완전 구려. 세계제일의 도적 같은 타이틀 반납해버려!”

     

    앗, 너무 당황해서 매스가키 2황녀의 악센트를 실어주는 하트말투가 섞여버렸다.

    정체가 들키지는 않을지 순간 걱정했지만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내가 당황하는 만큼 디스트로이어 교수님도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해다. 방금은 재단의 이사장 파벌에게 신뢰를 얻고 접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약점을 만든 것이었다. 나는 결코 어린이애호가가 아니다.”

    “그으래애…? 와아… 정말 재미있는 농담이었어… 하하…”

     

    어설프게 웃으며 자리를 피하려고 하니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더욱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어린이애호가 아님호소인이 손을 덥썩 붙잡아오니 저절로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응앗!”

    “표정만 봐도 알겠군. 날 의심하고 있어.”

    “아, 아니야… 당연히 믿지. 교수가 어린이애호가라니, 아무리 막 나가는 교장이라도 학생에게 손대는 그런 사람을 데려올 리가 없잖아.”

    “변신술 교수에게 제 강의 귀찮을 때 대타투입하고 어디까지 따라하나 심심풀이 삼아 스펙시험이나 하는 교장을 믿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릴. 적당한 소리로 이 자리를 모면할 작정이군.”

    “그럼 어쩌자는 건데! 믿을 수 없는 폭탄발언을 먼저 던진 건 그쪽이잖아!”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일변했다.

     

    “네가 오크노디의 편이라면 나와 손을 잡는 것은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피렌체 왕국의 세비체 공작가문. 재단을 향한 첫 공격을 가한 장본인이 바로 나였다. 그 과정에서 재단지부 하나와 오크노디의 과거를 알법한 인신매매 하부조직을 함께 일소하기도 했지.”

    “…!”

    “오크노디의 과거를 빌미로 그녀를 공격할 도구와 적대적인 간부를 동시에 제거했고, 그녀와 가까운 조나 와이히엠하이가 재단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했다.”

    “면회에서는 조나를 괴롭혔다면서. 왜 나중에 가서 마음이 바뀌었어?”

     

    의심스럽다.

    디트교수님은 혹시…

     

    “그것도 피폐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좋아서 그런 거 아니야?”

    “그랬다면 오히려 오크노디를 고립시켰겠지. 집사도 메이드도 접근하지 못하게 쳐내고 적대적인 인물로 주변을 가득 채운 뒤, 나만이 유일하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며 내게 의존하게 만들었을 거다.”

    “?!”

    “진급은 엄두도 못 내는 휴학생 신분으로 만들고 평생 조교 노릇이나 하다가 더는 휴학생 신분으로 아카데미에 머무를 수 없는 나이가 되거든 전속교관으로 고용한다면 오크노디의 일생은 내게 종속되겠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무서워…!!

     

    “그럼에도 나는 손을 쓰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내 진정성을 믿어줄 수 있겠나?”

    “이, 이해했어… 역시 디스트로이어 교수, 당신은 허접좆밥이 아니었구나…”

     

    이젠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변명을 할 때가 아니라 내가 당장 교수님의 환심을 사야 하게 생겼다.

    마음을 돌리면 방금 말한 무시무시한 계획을 나한테 펼칠 수도 있잖아!

    세계제일의 도적이 작정하고 날 휴학생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거든 시험지는 날마다 분실되고 기묘한 간섭으로 수행평가는 망하는 일이 계속되겠지…

     

    ‘그렇다고 대충 말장단만 맞춘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교수님은 지금 핑크베리 교수님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걸…’

    “고민이 긴데. 문제라도 있나?”

    “조금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줘.”

     

    일단 핑크베리 교수님이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에게 재단관계자로 보여서 이런 접근을 했다는 것까지는 합리적인 추론의 영역이다.

    그럼 실제로도 핑크베리 교수님은 파파의 입김이 닿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갑자기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오늘 시험 이후에 불쑥 들이닥쳐서 거래 제안을 해온다면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에게는 곤란한 상황이 닥칠 거다.

     

    ‘교수님은 재단에 이사장파벌과 내파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는걸. 날 돕고는 싶지만 파파에게 그 사실을 걸리고 싶지는 않아하셔.’

     

    욕망이 향하는 방향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간절함의 크기를 알아차렸다면 행동을 조종하기는 쉽다.

    상대가 원하는 먹이를 던져주면 된다.

    날 도울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흘려주면 알아서 좋다고 막 때려부수고 다니겠지.

     

    “지금 이 대화, 밖에는 새어나가지 않겠지?”

    “물론이다. 네게 다가올 때부터 이미 결계를 쳐두었지. 모든 종류의 염탐은 불가하다.”

     

    다행히도 판은 잘 깔렸다.

    핑크베리 교수님은 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계시겠지.

     

    ‘한동안은 진짜 핑크베리 교수님에게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얼씬도 못할 정도로 큰 사건을 던져주자.’

     

    마침 크루즈선 이벤트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억까이벤트는 대부분 재단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떠오른 상황.

    정사대로 흘러가는 게임 속에서 큼직한 사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니 마침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화산 하나 터뜨려서 사업에 방해가 되는 도시 하나를 없애려는 마탑의 계획에 관심 있어?”

     

    교수님은 아주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작전 대성공!

     

    “음~ 역시 난 천재야. 위기도 넘기고 귀찮은 이벤트도 해치우고 일석이조!”

     

    이번엔 메이드들이 나르는 디저트나 털어볼까?

    의기양양해져서는 쇼핑할 생각에 신이 나서 무도회장을 돌아다니는데 굉장히 눈에 띄는 탄력적인 허벅지를 지닌 메이드가 한명 눈에 띄었다.

    구릿빛 피부에 근력 50이 가볍게 넘어가리라 추정되는 압축근육을 지닌 허벅지.

     

    ‘게다가 저거, 진짜 수인이 아니라 동물귀머리띠잖아!’

     

    주변을 빙빙 맴돌며 노골적으로 관찰하니 메이드가 움찔하며 소심하게 물어왔다.

     

    “그,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신가요…?”

    “몬가 수상해. 너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한번 말해봐.”

    “네에에?! 어떻게 제가 감히 교수님께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

    “하아? 그래서 교수 말을 무시할 셈이야?”

    “으우우… 쓰레기같은놈…”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호다닥 지나가듯이 이어붙인 말이었지만 덕분에 확신이 섰다.

     

    “너 미네르바 교수구나?”

    “어떻게 알았지?”

     

    메이드의 미간이 구겨지더니 눈썹이 개빡친 사람처럼 V자로 모였다.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언제나 기분이 안 좋은 얼굴, 도S스러운 대사에 능숙한 교수.

    기프트 아카데미 고인물의 인물사전 데이터뱅크는 이 수인이 미네르바 교수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변장술 교수가 이 정도의 변장을 모르면 이상하게 보이겠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몰래 따라다니다가 수상하게 여길지도 몰라!’

     

    이왕 일을 저질렀으면 완전범죄를 꿈꿔야지.

    변장술 쌉고수 핑크베리 교수에 이입해서 아예 기고만장하게 턱을 들고 코웃음까지 쳤다.

     

    “그런 허접좆밥 변장을 변장술 교수가 몰라볼 리가 없잖아. 흐흥. 제대로 된 변장술을 펼치고 싶으면 다음 학기에 내 강의라도 듣지 그래?”

    “이 망할 꼬맹이가… 맞고 싶냐? 까불지 마. 숲에서라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어.”

     

    이번 회차에는 입학시험에서도 본 적 있던 미네르바 교수님.

    괜히 그녀의 별명이 악질시험관, 도S레인저, 대량탈락코스, 헬난이도관문 따위가 아니었다.

     

    “히끅!”

     

    허접좆밥스러운 연기로 딸꾹질까지 한 번 해주니 미네르바 교수님이 김샜다는 얼굴로 혀를 차고는 작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이 경고했다.

     

    “우린 교장의 명령으로 디스트로이어 교수를 감시하고 있다. 귀찮게 굴지 마. 그리고… 마침 잘됐네. 디스트로이어랑 무슨 대화를 했는지도 털어놔.”

    “그건 곤란해!”

     

    미네르바 교수님은 설득 대신 허리춤에서 손수건과 자루를 들어보였다.

     

    “안 털어놔도 곤란해질 거야.”

     

    쥐도 새도 모르게 잠재우고 자루에 넣고 끌고 가겠다는 협박!

    다른 곳에서라면 수상하기 그지없는 도구들이지만 아카데미에서라면 대놓고 자루에 사람을 넣고 지나가도 교수가 또 교수했구나, 라며 의심 한 번 받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미안, 교수님!’

     

    어쩔 수 없지.

    조금만 알려주는 수밖에.

     

    “디스트로이어는…”

    “디스트로이어는?”

    “자기가 어린이애호가라고 고백했어.”

     

    미네르바의 넋이 나갔다.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으로 넋을 빼놓겠다는 작전이 제대로 적중했다.

    이제 적당히 틈을 보아 달아나기만 하면 되는데…

     

    스스슥.

     

    갑자기 미네르바 교수님의 그림자에서 하얀정장을 걸친 새하얀 교수님이 불쑥 튀어나와 슬금슬금 도망치려던 내 퇴로를 가로막았다.

     

    “호오. 그 말은 키가 작은 사람이 좋다는 건가, 가슴이 작은 사람이 좋다는 건가?”

     

    이 허스키한 목소리.

    묘한 색기가 느껴지는 분위기.

    이번 회차만 해도 강의에 요일던전까지 꼬박꼬박 진행하며 보아왔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브론즈 교수님까지?!’

     

    망할 억까이벤트.

    괜히 핑크베리 코스프레에 과몰입했다가 무도회장에 숨어있던 브론즈 교수님한테 제대로 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이킬 수 없는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평판!!

    오늘은 다음화가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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