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62

       

        

        

        

        

        

        

        

        

        「…우리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들을 세상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하라. 이는 결코 그러한 존재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들이 드리우는 발자취가 한낱 평범한 인간들보다도 무척이나 거대하여 그러한 일이니.

        

        대개 그들은 우러러봐야만 하는 지위에 속해 있으며, 일신의 무력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으매. 고대 로마 제국부터 이어진 수많은 기록물들 중 주머니 속의 가시와도 같이 튀어나온 전투 기록은 그들이 휘두른 병기의 끄트머리에서 그러모은 피를 잉크 삼아 쓰여졌노라.

        

        이들은 정복자이며, 칼날이고, 주님의 징벌대리인일지니, 이들의 발자취 뒤에 남는 것은 선혈과 백골 뿐일지라….」

        

        

       -1784년에 작성된 무명 학자의 책에서 발췌

        

        

        

        

        

        

       

        

        

        

        

        

       “봐라. 저기 넘어서야 할 적이 있다.”

        

        

        

        300명에 달하는 유저들, 그리고 성벽 위에 올라선 단 한 명.

        

        투구와 갑옷, 방패와 냉병기로 무장한 300명의 전사를 맞이하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역사서를 뒤져보고, 그 안에서 살아숨쉬는 과거의 발현자들을 전부 다시금 꺼내오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세의 군신이었다.

        

        전투 장소는 평지가 아닌 대형 성. 문은 이미 열려있었고, 내부의 구조는 침입자들에게 그닥 친화적이지 않을 것이었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이들은 평지에서의 전투와 같이 다양한 병종을 운용하는 것을 포기했고, 300명 전원을 전부 일반 보병으로 선별했다.

        

        전원이 그랜드마스터 이상, 최소 100명 가량은 챌린저에 달하는 실력. 거기에 전원이 로렌티나와의 모의전을 통해 머릿속에서 두려움이 거세된 상태였으며, 인게임 보정을 받아 동체시력과 전투 능력이 기존의 100% 가량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라는 가면 안쪽에서 조금씩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허공으로 치켜올려지는 깃발, 그리고 힘차게 불어지는 나팔.

        

        머리 위에 떠오른 5초의 카운트다운까지.

        

        그걸 본 누군가가 작게 덧붙였다.

        

        

        

       “우리는 오늘 역사에 남는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EM급 발현자의 신체 데이터. 이전까지 단 한 번의 전례도 없었고, 이는 분명히 네트워크 상에서 계속해서 존재하며 각종 연구 결과에 쓰이겠지. 당연하겠지만 유진 역시도 동의했고.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이 데이터를 탐내게 될까. 아마도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사학과들이 먼저 탐낼 것이고, 두 번째로 초인들의 전투를 그리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찍는 감독들이 값비싼 가격을 치르고 이를 구매하게 되겠지.

        

        그 로열티는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는 유진과 300명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게 될 거고.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내 곧 지평선 너머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귓전을 가득히 메우는 뿔피리 소리, 그와 동시에 안 그래도 강해진 신체능력 위로 덧씌워지는 버프까지.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고, 손에 들린 중병기가 깃털과도 같았다. 클레이모어를 단검처럼 휘두를 수 있을 정도였다.

        

        최전선에 선 유저가 덧붙였다.

        

        

        

       “과도하게 밀집하지 말고,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한다…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

        

       “예비대로 낙점된 인원은 섣불리 달려들지 마라!”

        

       “가자-!”

        

        

        

        쿵, 쿵, 쿵!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셋. 한 단계씩 나아갈수록 발걸음은 빨라지고, 평범하게 내딛었던 한 발자국은 이어 달리기가 되었다. 그렇게 300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성 안으로 질서정연하게 쏟아졌고, 유진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스으-하고 숨을 얕게 들이쉬었다.

        

        손에 들린 건 도끼. 허리춤에는 두 자루의 단검과 해머. 평소 그녀가 즐겨 사용하던 무기들이었다. 그것을 살그머니 손에 쥐어본 유진은 적어도 3갈래의 길로 나뉘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가 첫 번째 본대와 정면에서 마주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 열 명을 가로로 붙여놓아도 지나갈 수 있는 넓은 성곽 통로가 첫 번째 전장이 되었다.

        

        

        

       “방패병!”

        

       “시간을 끈다! 특수기 발동해!”

        

        

        

        동일한 형상의 방패를 든 다섯 명이 먼저 전선을 형성했고, 이들은 방패의 위력과 내구성, 적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특수기를 발동하였다.

        

        신체가 노란색 빛으로 감싸이고, 유진은 30명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본대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시간을 그리 오래 끌어서는 안 되었다. 당장 수십 미터 뒤의 길에서 두 번째 본대가 다가오는 중이었으니.

        

        계산은 끝났고, 인류사에 다시 없을 강대한 신체 – 그 중에서도 다리 근육 전체가 지면을 박차며 유진의 몸뚱아리를 정면을 향해 밀어냈다.

        

        

        시속 60km의 속도로.

        

        

        

       ───콰아앙!

        

        

        

       “아아악…!”

        

       “거리 좁혀! 폴액스 든 놈들이 앞서서 압박한다!”

        

        

        

        콰지직.

        

        가속을 받은 유진의 발차기가 방패의 전면에 틀어박힌 순간 두터운 대방패가 마치 종잇장처럼 우그러졌다. 방패를 들고 있던 유저가 적잖아 10미터 이상을 뒤로 날아가 벽면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HP가 깎여 내려가는 건 덤이었고.

        

        그러나 모랄빵을 유발하기에 충분히 끔찍한 방금의 광경에도 불구하고, 남은 네 명의 방패 유저들은 마치 폭포에서 떨어지는 바위처럼 방패를 강타하는 유진의 공격을 힘겹게라도 막아낸다. 로렌티나와의 끝없는 모의전이 발현자에 대한 두려움을 무디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방패병이 소모되는 속도는 예상보다도 느렸다. 그 와중 뒤쪽에서 접근하는 폴액스 유저 여럿. 기존에 몇 번이고 연습한 진형, 그리고 공격을 통한 공간 장악. 이들은 체계적으로 유진을 압박하며 그녀가 왔던 곳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리 잘 될 리가 없었다.

        

        

        

       “으, 아, 으아아아아-!”

        

       “이런 미친.”

        

       “끄악!”

        

        

        

        휘리릭!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인 뱀꼬리가 방패기사 한 명의 신체를 눈 깜짝할 사이 휘감고 짜낸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끔찍한 소음. 갑주와 함께 내부의 뼈가 몽땅 우그러지는 듯한, 그 정체를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음색이었다.

        

        그제서야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유진이 무슨 동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아나콘다. 그녀는 사람을 휘감아 으깨버리는 정글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마치 압착기에 들어간 것마냥 마른오징어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되어버린 시체가 폴액스를 들고 덤벼드는 적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꼬리로 사람을 집어 쥐어짠 뒤 던져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닌 것 또한 당연했다.

        

        

        

       ───부웅!

        

        

        

        나무가 아니라 금속으로 만들어진 폴액스가 유진의 손길에 한 번 닿을 때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다. 당연하겠지만 사람이라고 그걸 벗어날 수는 없었다. 도끼를 들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날린 정권지르기가 누군가의 복부를 강타하자마자 사람이 쿵 하고 날아가버렸으니.

        

        하지만 원인치 펀치 정도면 약한 것이었다.

        

        잔상이 인영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사람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고, 금색의 피가 허공으로 튀었다. 그녀는 그 어떠한 공격도 신체에 허용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과거 랭크 게임 와중 보여줬던 기행을 직접 선보이기까지 했다.

        

        칼을 걷어차 날려 사람을 맞추는 진기한 광경.

        

        랭크 게임 당시에 행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의 유진이 날린 검은 방패를 관통하고 사람의 목도 함께 꿰뚫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30명을 전부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2초였다.

        

        다르게 말하면 그녀는 이미 난전의 한복판에 있었다.

        

        

        

       “투창 조심-컥!”

        

       “와. 이게 투창이야, 아니면 발리스타야?”

        

       “일단 발리스타보다 센 듯.”

        

        

        

        각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

        

        거리를 벌린다고 하더라도 유진은 근방에 던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던졌고,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이 있었다 – 돌, 창, 칼, 방패, 심지어는 사라지지 않은 시체까지.

        

        물론 그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유진이 작정하고 전열에 파고드는 순간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어느샌가 무기를 바꾼 그녀는 마치 나비처럼 병력이 밀집한 장소로 파고들었고, 그 순간부터 믹서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그극!

        

        

        

       “끄륵….”

        

       “이야, 단검으로 전신갑주를 자르네.”

        

       “…우리 수류탄 같은 거 없냐?

        

        

        

        움직임 자체는 그녀가 방송할 때 보여준 것과 그닥 다를 바 없다.

        

        절도있는 단검술. 그러나 그 행위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신체능력에 의해 절삭력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그녀의 단검과 도끼, 그리고 해머는 상대가 받은 수많은 보정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파괴되거나 구부러지지 않음’이었으나, 그것이 그러한 사실을 진가로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참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와중에도 이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렌티나와 싸웠을 때보다는 덜 느리게 죽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수기 충전 끝. 연막탄 던진다. 최대한 빠르게 들어가.”

        

       “근데 저 사람 열화상 있지 않나?”

        

       “…그럼 쓰지 말아야겠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대화들.

        

        이곳은 죽음만이 존재하지 않는 VR이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농담을 던지며 기꺼이 유진을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다 – 물론 대다수는 그 결과로서 도끼나 팔, 혹은 다리 공격 중 하나를 받았고, 그 중에서도 맨 마지막을 간택받은 유저들의 모양새는 꽤나 처참했다.

        

        발차기 한 방에 온 몸이 으스러진 채 십수 미터 이상 날아가 뒤에서 대기 중이었던 예비대를 들이받고 멈추는 건 예사에, 상단 뒤돌려차기 한 방에 머리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도 그닥 어렵잖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진즉 몇 번이고 상어에게 들었지만, 이 자리에 와서야 드디어 알 수 있었다.

        

        

        

       “괴수랑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게이트는 또 언제 열렸대.”

        

       “가서 물어보든가.”

        

        

        

        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만한 덤프트럭과 싸우고 있었다.

        

        불과 5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은 인원은 170명 가량이었다.

        

        

        

        

        

        

        

        

        

        

        

        

        

        

        

        

        

       “1 : 300의 주인공이 됐으니 몰래 방송하는 것 정도는 봐주겠죠,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방송떴…뭐????상어방송이라고???

       -오 히 려 좋 아 w w w

       -이궈궈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도 별미거든요 ㅋㅋㅋㅋㅋㅋ

        

        

        

        한편, 그 와중.

        

        300명으로 시작한 숫자가 어느덧 세 자리 수에서 두 자리 수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로렌티나는 별 생각조차 없단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UI의 우측 상단에는 Eugene이라는 글씨가 떡하니 박혀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일종의 대리방송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근데 이제 당사자는 딱히 허락하지 않은 – 하지만 로렌티나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설마 우리 자애로운 막내가 이런 앙증맞고 잔망스러우며 사소한 행동에 분노할 사람이겠어?

        

        더군다나 로렌티나는 이카루스가 모집한 300명이라는 눈가림 뒤에 숨겨진 비수였고, 그렇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만 했으며 – 이는 다르게 말하면 적어도 그 전까지는 그다지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야만 한단 소리.

        

        

        로렌티나는 그 시간을 그저 즐겁게 보내고 싶은 것뿐이었다.

        

        

        

       “시청자가 많군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 방송을 보려고 모였다는 건…그만큼 오늘 방송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유진방송에만 3백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이미 ‘기업’이다

       -그냥 소기업 대기업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기업급이네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전세계 시청자수 2천만명은 진짜 미친거아니냐???????

       -아니 1 : 300 빅매치를 한다는데 그러면 이걸 안보러올 사람이 어딨어 ㅋㅋ

        

        

        

        전 세계 시청자수 23,622,869명.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애너하임과 같은 위성도시를 전부 합해야만 나오는 인구수가 유진이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둠-가이마냥 악마 대신 사람을 찢고 죽이는 모습을 관람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과거에 벌어진 전투 기록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미사여구와 과장이 들어간 발현자들의 전투 기록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 수많은 교차검증을 통해 많은 부분이 과장되었다는 것과는 다른, 진정한 초인의 면모.

        

        일당백이란 단어는 과장도 현실도 아니었고, 오히려 유진에 대한 저평가였다.

        

        

        

       “그렇게 많이 지쳐보이지는 않네요. 이러면 이따 꽤 고전할지도.”

        

        

        

       -300명 반갈죽내고도 아직 덜지쳤다구요?????예????????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50명정도 남긴했는데 이젠 끝이지 ㅋㅋㅋ

       -유효타가 1대도 없어!!!!

       -아직 평지가 남았다….

        

        

        

        어느덧 사람보다 시체가 많아졌을 즈음이었다.

        

        로렌티나는 손에 들고 있는 코등이 없는 작살을 이리저리 돌렸다. 전력차를 고려하여 로렌티나는 신체능력의 절반을 봉인하는 역보정을 걸고 싸울 것이었고, 이는 유진의 상태에 따라 최대 70%에서 30%까지 변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이번의 유진과 제대로 맞붙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존 신체능력의 70%는 사용해야 간신히 동수를 이룰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다시 말해 역보정은 30%로.

        

        

        아마 50명 정도면 길어도 2분 안에 끝나리라.

        

        

        

       “슬슬 몸을 풀어야겠군요. 과연 막내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한데.”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남아있는 사람이 한 명씩 줄어들 때마다 날은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햇빛이 쨍쨍했던 몇 분 전과는 다르게 짙은 고동색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빗방울조차 떨어지지 않고 있었지만, 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얼추 눈치채고 있었다.

        

        

        물론, 양손이 아닌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만이 남았을 즈음.

        

        유진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었다.

        

        

        

       “끄윽….”

        

       “…어쩐지, 무언가 이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을 것 같더라니.”

        

       “…다음엔 이렇게 쉽게 안 끝날 거예요.”

        

       “물론이죠.”

        

        

        

        콰르릉!

        

        마지막 한 명의 목에 단검을 박아 비튼 그 순간, 허공에서 순백의 번개가 떨어져내렸다. 지표면을 강타함과 동시에 주변이 까맣게 탄화되었고, 돌바닥이 깨지며 수천 조각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번개가 떨어진 자리로부터 생겨난 섬뜩하리만치 붉은 안광이 유진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서프라이즈였군요.”

        

       “치사하다곤 하지 않겠지요, 막내?”

        

        

        

       -아니 무슨 터미네이터야?????????

       -팩트)딱히 다르지 않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터미네이터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안치고 걔네랑 싸워서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음

        

        

        

        뱀과 상어.

        

        청색과 적색의 안광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번개를 지상에 결박한 것처럼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