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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2

       “후우.”

       

       길게 숨을 토해내며 검극을 내렸다. 

       

       흑룡의 목을 베어냈으니 내 심상을 벗어나 현실의 도장으로 돌아갈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거체를 지면에 늘어뜨린 채 목으로 검은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는 흑룡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점차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흑룡의 눈이 나를 쫓았다. 

       

       그런 시선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검은 피에서 아지랑이와 같은 흑룡기가 피어올라 나를 감쌌다. 

       

       내 몸을 감싼 흑룡기 때문일까. 

       

       흑룡의 의지가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를 받아들여라. 

       

       그리하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속삭임을 들은 나는 손을 움직여 대검을 역수로 쥐었다. 

       

       곱게 죽을 것이지 어디서 헛수작이야.

       

       아무래도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 생각하며 망설임없이 대검을 내리찍었지만.

       

       대검이 흑룡의 머리를 관통하는 일은 없었다. 

       

       마치 허공의 어느 지점에 뚫을 수 없는 장벽이라도 생긴 듯 더 이상 팔을 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재차 힘을 주어 보았지만 내 대검이 흑룡의 머리에 닿는 일은 없었다. 

       

       그제야 나는 검에서 시선을 떼고 흑룡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주친 눈으로 흑룡의 의지가 흘러 들어왔다.

       

       도구와 다른 사람의 힘이 없었더라면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었을까. 

       

       그런 도움 없이는 나와 대적할수조차 없었던 네가 정말로 나를 죽일 수 있었는가. 

       

       그럴 수 없다. 

       

       네가 나에게 보인 너의 그릇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했으니. 

       

       너는 결단코 내 목을 취할 자가 아니다. 

       

       흑룡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끝까지 끈덕진 녀석이었다. 지금 이 순간의 패배는 인정하지만 결국 자신이 강자이며 나는 약자이고 지금의 이 승리는 요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 흑룡은 그리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 확신하고 있었기에 흑룡기가 내 팔을 붙잡을 수 있었겠지. 

       

       나는 그제야 지금의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 심상.

       

       제아무리 대단한 영물이라도 생을 이어나갈 수 없을 치명상을 입은 흑룡이었지만 그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상처가 아니라 의지였으니.

       

       내가 진정 흑룡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 의지를 부러뜨려야 했다. 

       

       스르릉.

       

       그렇기에 나는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이 녀석과는 제법 긴 설전을 벌여야 할 것 같았으니까. 

       

       “너는 졌다. 그냥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빨리 가라고.”

       

       흑룡기가 흑룡의 분노를 나타내듯이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내가 본격적으로 대화를 하기로 정한 탓일까. 

       

       좀 더 녀석의 의지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너는 나보다 약하니 그저 요행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거 웃기는 짬뽕일세? 이긴 놈이 강자야.”

       

       -다시 싸운다면 결과는 다를 것이다. 

       

       “같아.”

       

       -정을 버리지 못하는 나약한 정신과 잔머리에 굴리지 않으면 나에게 대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그 알량한 몸뚱아리로 말이냐?

       

       “그래.  그게 나고 내 선택이었다.”

       

       -하찮다. 참으로 하찮아.

       

       내 말에 죽어가는 흑룡은 조소를 지었다. 

       

       그런 조롱 어린 목소리에 호응하듯 흑룡기가 움직여 풍경을 그려냈다. 흑룡기로 그려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나와 함께한다면 절대자가 될 수 있노라.

       

       -나를 받아들이고 천하를 발 아래 두어라.

       

       흑룡기가 파동과 같이 퍼지고 수많은 이들이 나를 향해 절을 올렸다.

       

       “오오.”

       

       무인이 품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광경.

       

       연출장인인 이몸 호천안이 보기에도 흑룡의 연출은 인정할 만한 것이었지만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천마가 둘이요, 중원에서는 천마가 뭘 어찌할 수 없는 영물이 날뛰고 있는데 무슨 얼어죽을 절대자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내 의지로 길을 선택했다. 

       

       당가타에 나타난 정철. 나는 오직 정철을 쓰러트리기 위한 길을 택했다.

       

       천하 모든 기연을 취할 수 있었고, 그 모든 기연을 취하기 위해 길러왔던 모든 토양과 가능성의 가지를 닫았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할지라도, 아니 다시 선택할 기회가 수십 수백번 주어진다 할지라도 나는 정철을 쓰러트리기 위해 경운무심공을 익힐 것이다. 

       

       -하.하.하.하!

       

       흑룡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거체가 꿈틀거리고 그 움직임에 검은 피가 줄줄이 쏟아졌음에도 흑룡은 개의치 않고 웃었다. 

       

       -나약하다! 그리고 어리석다! 

       

       -절대자를 꿈꾸기는 커녕 그 꿈을 품을 자신조차도 부정하는가!

       

       출렁이던 흑룡기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대는 내 기운을 품을 자격조차 없는 자였다.

       

       “그래 그러니까 빨리 죽으라고.”

       

       이젠 됐다 싶어서 잽싸게 검을 뽑아 들었지만 여전히 흑룡의 머리를 노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까는 내리찍다가 막혔다면 이젠 아예 들어올린 상태에서 팔을 내리지조차 못하고 막혔다.

       

       이건 흑룡의 기세가 올랐다는 소리일까. 

       

       -그저 복종하라. 

       

       -그리한다면 내 힘의 한 자락 정도는 내어 줄 테니까. 

       

       기세등등해진 흑룡의 음성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결국에 날로 먹을 수는 없다는 소리겠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이 녀석을 정면으로 꺾어 부러뜨리는 수밖에.

       

       정말이지 불명 어르신에게 참교육을 당한 이후 늘 겸손하게 살자고 다짐했는데 말이야.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겸손을 접어 놔야 할 듯 싶었다.

       

       “확실히 네가 강하기는 해.”

       

       흑룡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하려 했지만 내 심상의 정경이 바뀌는 것이 먼저였다. 

       

       내 심상에는 적색 비단 장포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가 손을 움직였다. 

       

       푸르게 우거진 산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바짝 말라버린 잎사귀가 열풍이 만들어낸 상승기류에 휘말려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순식간에 산 하나가 말라비틀어졌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나에게 비웃음을 터트리려던 흑룡의 입이 다물어졌다.  

       

       다시 풍경이 변한다. 

       

       이번에는 풍성한 털옷을 입은 무인이 호수 앞에 서 있었다. 쉬이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호수에 사내가 발을 딛는 순간 호수의 물이 얼어붙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사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빙판의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졌다. 그리하여 사내가 호수의 중심에 섰을 때는 끝없이 펼쳐진 호수는 모두 빙판으로 변화해 있었다. 

       

       계속해서 풍경은 변해만 갔다. 

       

       검을 뽑아 구름을 베어낸 사내가 있었다. 

       

       일권으로 강을 터트려버린 무인이 있었다. 

       

       계속해서 무인의 형상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흑룡기에 뒤지지 않는 속성의 내공을 지녔고, 누군가는 창공을 나는 흑룡조차도 떨어트릴 고강한 무공을 지녔다.

       

       모두.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이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그저 허황된 망상에 불과한 일이다!

       

       그래. 흑룡의 말처럼 허황된 망상에 불과했다.

       

       나는 분명 내 마음 속의 무림천하 캐릭터처럼 될 수 있었으나. 나는 나 스스로 그 가능성을 져버렸다. 

       

       그저 저버린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러나 흑룡이여. 

       

       나는 이리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너는 나를 보고 영물 전용 병기와 육성진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싸울 수 없는 자라 비웃었지.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틀린 말이기도 했다. 

       

       나는 병기와 육성진의 힘이 없었을지라도 너와 맞서 싸웠을 것이고 승리했을 것이다. 

       

       육성진과 영물 사냥 필드의 도움을 받지 못했을지라도 반드시 너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 네 앞에 섰을 것이고 너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거꾸러져 입이나 놀리고 있었겠지. 

       

       -헛소리! 헛소리다!

       

       흑룡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내 팔을 휘감은 흑룡기의 힘은 악해졌다. 

       

       녀석의 미간을 향해 검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설령 내가 어떤 수단을 찾지 못했을지라도 나는 지금이 아니었을 뿐 분명히 너를 쓰러트리기 위해 나타났을 것이다. 

       

       실패에 실패에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후회와 절망과 공허함으로 물들었을지라도.

       

       단 한줌의 가능성을 움켜쥐기 위해 움직였던 불명처럼. 

       

       종국에는 반드시 이루어냈을 것이다. 

       

       검극이 점차 내려갔다. 

       

       너는 너 스스로를 강자라 칭했고 나를 약자라 보았지. 

       

       오만하디 오만한 흑룡아. 

       

       천마신공이라는 인질을 깔고 앉아 높이 올라가 있는 네 위치가 너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라 여겼느냐. 

       

       창공이 패자이자 신강의 지배자라고?

       

       그랬을지 모르나 결국 네놈은 네가 괴롭혀오던 신강의 사람들과 초대 천마의 손에 쓰러진 미물에 불과하다. 

       

       네놈이 까마득한 과거에 도태된 이래 중원무림은 계속해서 융성해왔다.

       

       비록 게임에 불과했으나 그리 융성한 중원무림에서 나는 수도 없이 정점에 올랐다. 

       

       누가 약자이고 누가 강자인가. 

       

       네 주제를 알아라 어리석은 영물아. 

       

       검극이 비늘에 닿았다. 

       

       -그저 허황된 소리에 불과하다! 지금 네 놈은 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물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래 그랬다. 

       

       이곳은 게임 속 무림천하가 아닌 현실이며. 나는 화경 고수가 떼로 붙어도 상대가 되지 않는 절대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흑룡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 역시 신강의 하늘이 아닌 천마에게 패배하고 남은 망령에 불과하지. 

       

       그러니 넋두리처럼 영광스러운 과거나 주워 섬기고 있으라고. 

       

       그 사이에 나는 위로 올라갈것이다. 

       

       무한히 뻗어나갈 가능성의 가지를 잘라내고 뇌공과 일격필살이라는 가지 하나만이 남아버린 이몸 호천안이었지만. 

       

       필요하면 그 하나의 가지를 뻗어올려 하늘에 닿을 것이고.

       

       그로도 부족하다면 그 하나의 가지만으로도 하늘을 찢어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너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설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이 도마뱀아.”

       

       내 적은 너 따위가 아니었다. 혈존이었고 혈교였으며 혈교가 이끄는 영물이었다. 너는 그저 지나가는 길에 놓인 하나의 장애물이었을 뿐 목표점조차 아니었다. 

       

       그러니까 좀 꺼져. 

       

       천 년 전에 도태되어버린 망령아. 

       

       -안돼애애애애!!

       

       쩌적. 

       

       흑룡의 비명과 함께 흑룡의 비늘이 깨어지고. 

       

       내 대검의 흑룡의 머리에 박혀들었다. 

       

       *** ***

       

       캬야야야야야야야야!!!

       

       사라졌다. 

       

       흑룡이 사라졌다. 

       

       비명과 함께 저주받은 흑룡의 기운이 소멸했다. 

       

       그런 흑룡기를 쫓던 위지천의 시선이 곧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남아 있었다. 

       

       흑룡을 굴복시키거나 흑룡에게 잡아먹히거나. 

       

       흑룡의 의지가 살아 있었다면 불타올라 스러져야 할 천마신공의 비급이 조금도 상한 구석을 보이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었다. 

       

       위지천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는 모르겠지만 위지천을 바라보는 마교의 중진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천마의 온 몸이 격정으로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호천안은 성공했는가. 

       

       그럴 때였다. 

       

       가부좌를 틀고 있는 호천안의 두 눈이 천천히 떠졌다. 

       

       호천안의 일행들. 마교의 중진들. 그리고 소천마와 천마까지 숨을 죽인 채 호천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호천안의 눈동자는 갈색이었다. 

       

       머리가 칠흙과 같이 검게 물들지도 눈동자의 색이 적색으로 변하지도 않은 호천안.

       

       모두가 흔들리는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호천안은 손을 움직여 천마신공의 비급을 잡았다. 

       

       팔락.

       

       지독한 고요함이 맴도는 천마신교의 비처에서 호천안이 천마신공의 비급을 넘겼다. 서장을 넘기고 본론을 살피던 호천안은 다시 비급의 장을 넘겼다. 

       

       팔락. 팔락. 

       

       이내 호천안은 비급을 구부려 빠르게 천마신공의 비급을 읽었다. 마치 서점에서 책을 사기 전 내용을 머리에 담기보다는 책이 온전한지 확인하는 듯한 태도였다. 

       

       탁. 

       

       마지막 장까지 훑은 호천안이 피식 웃었다. 

       

       천마신공의 내용이 읽히질 않았다. 

       

       분명 천마신공의 비급에 적힌 것은 글이었으나 그 글을 아무리 보아도 머릿속에 뜻으로서 박혀들지 않았다.

       

       천마신공은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흑룡을 죽이는 것에만 집중했으니 천마신공을 익히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호천안은 초대 천마를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그 작자는 분명 비급에 깃든 흑룡을 처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흑룡을 처지하고 천마신공의 원본을 복원한 자를 향한 선물 정도는 안배해 두는 게 도리가 아니었을까. 

       

       흑룡을 물리쳤으면 좀 천마신공의 한 꼭지라도 알려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쪼잔한 양반 같으니라고. 

       

       호천안은 한숨을 내쉬며 미련을 털어버렸다. 

       

       그리고는 천마신공의 비급을 위지천에게 내밀었다. 

       

       “원본입니다.”

       

       “….정녕, 원본인가?”

       

       “진정한 의미의 원본인지는 저 역시 모릅니다. 비급은 읽엇으나 더 이상 그 내용을 기억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비급에 깃들어 있는 흑룡혈의 저주를 제거했다는 것 뿐입니다.”

       

       “그런가.”

       

       위지천이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틀림없는 천마신공의 원본이로군.”

       

       위지천은 호천안이 내민 천마신공의 비급을 받아들었다. 천마신공의 비급을 받아든 위지천은 조심스럽게 비급을 감싸안았다. 

       

       비급을 자신의 품 안에 집어넣은 위지천의 손이 몸 앞으로 모였다. 

       

       “교의 은인께 감사드립니다.”

       

       호천안을 향해 포권을 취해보인 것이다. 

       

       “뇌검낭인께서 천마신공에 도전하여 쟁취한 것이니 이는 응당 본인의 것. 은인께서는 그 비급을 흔쾌히 넘겨주셨으니 그 은혜를 어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은인께서 건네주신 천마신공의 비급은 초대 이후로 이어진 숙원을 당대에 이루었다는 증거이자 증명이며 훗날 교가 위기에 처했을 때 흘려질 수많은 피를 대신할 신물이 될 것입니다.”

       

       위지천의 말이 이어졌다. 

       

       “비록 은인께서는 천마신공을 익히시지 못하였으나 천마가 될 자격을 증명한 분이시자 교의 은인이니 성자(聖者)로 칭하고자 합니다.”

       

       호천안은 생각했다. 

       

       천마신교의 성자라. 또 별호가 하나 늘었군. 

       

       뭐 이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은 끝마쳤으니까.

       

       방금 전까지 쉬다 온 몸이었지만 어찌나 게으른 몸뚱아리인지 또 쉬고 싶다 난리였다.

       

       그런 호천안의 기색을 눈치챈 것인지 위지천이 길을 비켜섰다. 

       

       위지천이 움직이자 마교의 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호천안이 물러설 길을 텄다. 

       

       호천안이 여지없이 엉망이 된 도장을 벗어나 무인들 사이를 걸어나갔다. 

       

       가장 먼저 호천안을 마주한 위서련을 필두로 무인들이 하나 둘 호천안을 향해 포권을 해 보였다. 마치 파도처럼 번져나가는 포권의 행렬이 지나고 이내 모든 이들이 호천안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이고 있었다. 

       

       천마신교가 탄생한 이래 역대 어느 무인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달성한 무인을 향해 보내는 경의의 표현이었다. 

       

       길을 걷던 호천안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교의 무인들이 경의를 표하는 지금의 광경이 어쩐지 흑룡이 보여 주었던 환상과 똑 닮았다고.

       

       그리 필요없다고 딱 잘라 거절했거늘 이리 손에 넣었는가.

       

       호천안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보고 있냐? 이놈아?’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시 한번 떠오른 실없는 생각을 정리하며 호천안은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위지천은 그런 호천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깨어날 때가 되었는가.’

       

       천마신교는 왜 신강에서 웅크리고 있었는가. 모두 천마신교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위서련이라는 젊은 후계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런 젊은 후계자의 뒤를 받쳐줄 천마신공의 비급까지 얻은 판이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마교의 무인들은 신강에 웅크려 앉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호천안의 뒤를 따를 무력대들을 필두로 중원으로 나아갈 길이 뚫릴 테고 그 길을 따라 많은 마교 무인들이 억눌려왔던 풍진강호의 꿈을 펼치기 위해 떠나겠지.

       

       위지천의 눈에는 걸어가는 호천안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발자취들이 그려졌다. 

       

       신교의 창설 이래 게속해서 웅크려왔던 천마신교.

       

       그런 천마신교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대한 변화! 그거슨 레볼루숑!

    호천안이 중원에 마교인들을 풀었다!

    **

    구와악…오늘도 늦고 말았습니다.

    휴재까지 때리며 정상연재시각으로 돌리려 했건만 시간이 있으면 절약해야 하거늘 그저 내리 부어버리고 말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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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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