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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2

    <462 – 아싸에겐 너무 고된 시련>

     

    디스트로이어는 핑크베리 교수에게서 얻은 정보를 검증했다.

     

    -조만간 마탑에 의해 화산폭발 맞고 날아갈 도시가 있어. 그 도시가 날아가면 마탑뿐만 아니라 재단이 이득을 볼지도 몰라.

     

    핑크베리 교수의 정보.

    마탑에 의해 화산폭발 맞고 날아갈 도시.

    도시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화산 근처에 자리한 도시는 애초에 그리 많지 않았다.

     

    “자연마나가 편중되어 특정속성친화력을 단련하기 좋은 환경. 수련의 요충지에 수련자들이 모이고, 그들을 노린 상권이 갖추어지고, 사람이 붙어 규모가 커진 마법도시라면 몇 안 되겠지.”

     

    해안도시 헤르콜레네움.

    강철도시 오플론티스.

    관광도시 스타비아이.

    그리고 사원도시 폼페이.

     

    “이중 재단의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도시란 사실상 하나밖에 없겠지.”

     

    12선신과 12악신. 24신격들이 한 치의 땅을 두고 다투는 남부도시국가연맹 사이에서도 유일하게 주신 <태양의 소페미아>를 모시는 사원도시 폼페이.

    그 폼페이를 재단이 마탑을 동원해서 화산폭발을 빌미로 쓸어버리고자 한다.

    보통의 용사행으로도 감히 막을 엄두를 낼 수 없는 거대세력, 오색마탑 중 하나와 싸우는 일이다.

     

    “당대용사 이슈타르에게는 이 사건을 알리지 않을 계획이십니까?”

    “용사를 죽일 작정이라면 전해도 상관없겠지. 그 아이는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이런 큰 사건에 휘말렸다간 십중팔구 목숨을 잃는다.”

     

    알더라도 막을 수 없는, 오히려 용사 이슈타르는 알아서는 안 되는 함정이다.

     

    “마탑은 어떻게 엮여있지?”

    “화산폭발을 억제하고 인근 네 도시의 안전을 보장하는 화산폭발재해보험 서비스 및 자연마나총량유지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겸사겸사 적색마탑 마법사들의 수련을 겸하고? 놈들에게도 오래도록 이득이 되어온 환경이었을 텐데, 어째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거지?”

     

    디스트로이어의 정보원.

    도적길드 화산지부 지부장 슈 츄러스는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이번 981년도 상반기, 드래곤교장이 저지른 주간이벤트나 아카데미 4학년 마그도나르도의 정령계오폭격사건으로 식물들이 대거 몬스터화 되고 있습니다.”

    “과연. 그때의 사태가 원인이었나.”

    “그로 인해 숲의 온도가 크게 올랐고, 화염초나 화염넝쿨 등이 속출하며 전 세계적으로 적색마탑 마법사들의 수련지가 대폭 늘었습니다. 더 이상 화산 하나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겁니다.”

     

    마탑이 변절한 이유는 알았다.

    그래도 디스트로이어에게는 의문이 남았다.

     

    “그들이 계약했다는 화산폭발재해보험 서비스. 이 서비스가 유지되는 한 화산이 터지면 적색마탑은 화산지대 인근의 네 도시, 화산4성에 막대한 보험료를 물어줘야 한다. 그런데도 일이 저질러진다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으리라 보는가.”

     

    앞뒤가 바뀐 질문이다.

    반드시 화산폭발은 일어나고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할지를 묻는 기괴한 물음.

    그러나 용사의 일에는 상식을 벗어난 대사건이 종종 일어나기 마련이고, 상식에 얽매여서는 언제나 한 발 늦게 움직이게 된다.

     

    하비를 잃은 이후.

    디스트로이어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래서 사고방식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도적길드 지부장들의 의견을 거침없이 수용할 수 있었다.

    “보험료를 물어줄 도시가 전부 사라진다면 적색마탑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도 대가를 요구할 상대가 사라집니다.”

     

    생명보험 계약을 체결한 고객이 전부 죽는 대학살이 벌어지거든 누구에게도 보험료를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파격적인 수준의 발상!

    재단에서도 적색마탑에 심어둔 고위장학생을 이용해 작정하고 공세를 펼치는 만큼 이 일을 저지하는데 필요한 힘도 커진다.

     

    “정말로 나서실 겁니까?”

    “무조건이다. 이번 작전에는 나 역시 동참한다.”

    “은퇴 후의 용사행은 처음이시군요. 일선에 나서기로 결심한 계기라도 있으십니까?”

     

    충직한 지부장 슈 츄러스의 물음에 디스트로이어는 비장한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절대로 말 못 해.’

     

    자신은 어린이애호가가 아니라고 핑크베리 교수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재단과 적색마탑의 흉계를 저지하러 나선다는 말은 배에 칼침을 맞아도 못한다.

    그의 비장한 표정과 침묵에 슈 츄러스는 언제나 그렇듯 용사는 참 분위기가 대단하구나, 생각하며 따를 뿐이었다.

     

     

    * * *

     

     

    핑크베리 교수는 환장할 것만 같았다.

     

    “아니 쟤는 갑자기 디스트로이어 교수한테 붙잡혀서 끌려가더니 시험 도중에 뭘 하고 있는 거야?”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방해 탓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전부 결계에 막혀서 가뜩이나 신경 쓰였는데 결계를 나오자마자 이번에는 메이드로 위장 중이던 미네르바 교수와 그림자에 숨어있던 브론즈 교수에게 찍혔다.

    변장이야 기가 막히게 잘했지만 오히려 너무 잘한 탓에 이제는 핑크베리 교수가 안달이 났다.

     

    “이 허접바보야! 내 얼굴로 그렇게 많은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면 아싸인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매스각키 2황녀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지만 관대한 인품은 닮지 못한 핑크베리 교수.

    망할 꼬맹이라는 어원의 가키에 훨씬 더 충실한 그녀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속이 울렁거리고 감히 시도하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였다.

     

    “씨잉. 괜히 말 걸까 봐 무서워서 당분간은 교직원 식당에 얼쩡거리지도 못하잖아!”

     

    갑자기 제멋대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우리 무도회에서 대화한 적 있지? 하고 아는 체를 할 미네르바 교수나 브론즈 교수,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면면들을 떠올리니 먹지도 않은 음식이 체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시험시간이 끝나고도 한참이 더 지나서야 무도회장을 떠나는 오크노디.

     

    “교수님. 제 점수는…”

    “채점 끝났어! 돌아가!”

     

    즈앙한테는 대충 점수를 뿌려주고 오크노디의 동선을 눈여겨보다가 재빨리 따라나선 핑크베리 교수.

     

    “야!! 너 내 얼굴로 멋대로 교수들이랑 무슨 대화를 그렇게 길게 한 거야!!”

     

    하나같이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대화만 했는지 결계에 막혀 뭐 하나 또렷하게 듣질 못한 입장에서는 아주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불렸다고 허접좆밥마냥 어깨를 움츠리고 쭈그러지는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더욱 열이 받았다.

     

    “교수님… 제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오…”

    “됐으니까 빨리 털어놔! 남의 얼굴로 멋대로 괜한 소리라도 했으면 학생과 헛소리를 나눈 거라고 오해라도 풀어야 할 거 아니야!”

     

    언성을 높이며 멱살을 잡고 앞뒤로 마구 흔들고 있자니 길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목이 찢어져라 3학년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핑크베리 교수님이 도플갱어의 목을 조르고 있어!!!”

    “뭣?! 그런 귀한 실험체를 살해하다니, 어느 연구실에서 나온 도플갱어야?!”

    “몰라. 불쌍해서 어떡해. 생포도 못 하게 죽이다니, 교수님도 정말 너무하셔.”

     

    연구원감수성이 터진 다른 3학년들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수군거리는 모습에 핑크베리 교수가 씩씩거리며 오크노디를 붙잡고 집무실로 끌고 갔다.

     

    “자, 이제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 솔직하게 털어놔. 무슨 얘기 하다 왔어?”

    “다른 분들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랑 무슨 얘기 했냐고 물은 게 다였어요…”

    “그럼 디스트로이어 교수랑은 무슨 얘기 했는데?”

     

    오크노디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낙심어린 얼굴로 실토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왜곡된 성벽에 대한 고백을 받았어요…”

    “…뭐어? 너 지금 나 가지고 놀리는 거 아니야?”

    “정말이에요! 교수님은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정확히는 피폐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사랑한다고 들었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 너무 당혹스러워서…”

     

    핑크베리 교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린이를 사랑한다니.

    그건 누가 생각해도… 내 얘기가 아닌가!!

    144cm의 작은 키.

    교직원 식당에 가도 어린이세트를 내놓는 주방장에 어린이에게만 주어지는 어린이할인서비스로 20% 할인을 받기까지!

    포인트 덜 나가니까 좋다고 넙죽넙죽 어린이세트에 어린이할인서비스까지 받아온 자신이 어린이가 아니라고 부정해봤자 믿을 교수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피폐한 아이라니, 그것도 내 얘기잖아!’

     

    드래곤교장의 장난에 휘말려서 매주 한 번씩 불려나가 고학년 교육을 대신하는 핑크베리 교수.

    야야 이것도 해봐 소리를 들으며 드래곤교장이 가능한 일을 어디까지 따라오나 시험 당하는 가여운 일상이 피폐하지 않으면 뭐가 피폐할까.

     

    ‘사랑스러움이야 뭐 내가 예쁘니까 그럴 수 있지!’

     

    결과적으로 피폐함도 사랑스러움도 어린이라는 사실도 모두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핑크베리 교수는 간접적으로 받은 고백공격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너무했네. 갑자기 그런 고백을 하다니,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너무했어!”

    “그렇죠? 정말 나빴어요!”

    “또 뭐라고 했어?”

    “지난 학기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도 했어요. 오래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말도 했고요.”

    “으므므… 손발이 뒤틀릴 것만 같아. 어떻게 그런 멘트를 칠 수가 있지?”

    “그러니까요!”

    “다른 교수들은?”

    “가슴이 좋았는지 키가 좋았는지 물었어요.”

    “고백하는 걸 봤구나!!”

     

    핑크베리 교수의 얼굴이 물에 빨간 색소를 뿌린 것처럼 단숨에 빨갛게 물들었다.

     

    “난 몰라. 내일부터 교직원식당에 어떻게 나가!”

    “제가 더 고민이에요. 부끄러워서 내일부터 밥은 어떻게 먹어요!”

    “너가 뭐가 고민이야? 그냥 먹으면 되지! 아무튼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잊어!”

    “헉. 정말요?”

    “아무튼 나한테 맡기고 넌 돌아가.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 일은 전부 다 잊어!”

     

    핑크베리 교수는 거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오크노디를 쫓아냈다.

    집무실 의자에 털썩 앉자 오크노디가 했던 말이 슬금슬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난 학기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도 했어요. 오래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말도 했고요.

     

    팡팡팡!

    작은 주먹이 쿠션을 연거푸 내리쳤다.

     

    “이 바보. 왕 바보. 고백을 할 거면 남들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이나 하든지! 아싸한테 이런 주목을 받게 하면 어떡하라는 거야!”

     

    잘 익은 얼굴을 쿠션에 묻고 신음하던 그녀가 슬그머니 쿠션을 내려 출입문을 노려보았다.

     

    “어쩔 수 없지.”

     

    아싸에게는 이럴 때에 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

     

    “중간고사 끝나면 남은강의는 전부 자습이야!”

     

    무기한 잠적.

    외출금지령.

    오늘부터 아싸 핑크베리 교수는 소문이 잦아들 때까지 집무실에 틀어박혀 외출을 금하는 히키코모리 태세에 돌입한다.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고백은?

    아싸가 닥쳐온 시련에 대비할 방법이야 명백했다.

     

    “몰라. 아무튼 다 몰라!”

     

    해결하지 않고 현실도피를 한다.

    본인이 잠적하는 사이에 오크노디가 멋대로 핑크베리 교수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백공격 의문의 피해자 핑크베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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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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