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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3

       단장의 고통을 참아가며 선언한 그의 처벌은 얼마 안 있어 현실이 되었다.

         

       참수는 연합 내의 인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본보기였다.

         

       “연합 내에서는 그 어떤 사사로운 범죄라도 일벌백계할 것이다!”

       “또한, 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동안은 정파와 사파라는 소속감을 잊으라.”

       “그대들은 단지 연합의 일원이며, 옆에 선 이들은 동료일 뿐이다!”

         

       사사로이 죄를 범하는 이들, 여전히 정파와 사파로 나누어 서로를 험담하는 이들을 향한.

         

       “형을 집행하라!”

         

       사흑련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익단주를 살해한 흑익단주의 목이 떨어진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감정은 다양했다.

         

       백익단원들은 통쾌했고, 흑익단원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 다른 연합의 일원들은 공포를 가슴에 새겼다.

         

       공포란 상대의 행동을 미연에 제지하는 아주 강력한 수단이다.

         

       하면 그들은 더 이상 서로를 반목하지 않고, 연합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바뀐 건 없다.’

         

       형장에 모인 이들의 배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좌측은 정파의 인원들이, 우측에는 사파의 인원들이 모여 떨어진 목을 바라보고 있다.

         

       이중 누구도, 한데 섞여 있는 이가 없다.

         

       마치 자신들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라고 주장하는 듯이.

         

       육체의 거리감이 저 정도일진대, 하물며 심리적 거리감은 어떨지.

         

       사실 그들이 하나로 융화되는 것은 크게 바라지 않았다.

         

       다만, 적어도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만은 않기를 바랐다.

         

       과연 그의 바람이 이어질지는 앞으로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 * *

         

         

       흑익단주의 목은 칠주야 동안 연합의 대문 밖에 걸려 있다가 회수되었다.

         

       그리고 회수된 그의 머리는 곱게 태워 가루로 만들어 바람에 날려 보냈다.

         

       표면적으로는.

         

       무거운 죄에 걸맞은 무거운 처벌을 내린 사흑련주는 무림맹주에게 한 가지 청했다.

         

       “부디 머리라도 온전히 고향 땅을 밟을 수 있게 해주시오.”

         

       무림맹주는 그 청을 받아들였다.

         

       “…그럽시다.”

         

       이미 죄로 목숨을 잃은 시체에 무슨 죄가 있으랴.

         

       하나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 만큼 겉으로는 시체마저 태워 없앴다고 변명한 뒤, 따로 그를 빼내어 사파의 영역에 있는 그의 고향 땅 가장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이후 한동안은 잠잠해졌다.

         

       하루아침 사이에 수장을 잃어버린 두 세력에 새로운 수장을 임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추슬러 줄지 않고 계속 늘어만 가는 마인에 힘겨워하는 청해성으로 그들을 파견 보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또 살인 사건이 벌어졌어.”

       “…….”

         

       연합 내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채로.

         

       사건의 과정 또한 첫 번째와 비슷했다.

         

       평소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 두 사람이 말다툼 끝에 감정이 격해져 칼을 뽑았다는 것.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양쪽 모두가 서로에게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는 점일까.

         

       “결국 사파의 인물은 목숨을 잃었고, 정파 쪽은 팔을 잘렸어.”

         

       한쪽은 목숨을, 다른 한쪽은 무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팔을 잃었다.

         

       첫 번째 사건이 벌어진 지 고작 열흘 만에 벌어진 두 번째 살인 사건.

         

       이번에는 무림맹주가 결단을 내렸다.

         

       팔을 잃고 의약전에 누워 요양 중인 그를 참수한 것.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림맹과 사흑련이 형식적으로나마 연합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허술한 틈을 보였다간 서로를 향한 반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을 알기에.

         

       우연히 벌어진 사건.

         

       그리고 이를 처벌하는 양쪽 맹주의 공명정대함에 별다른 탈 없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조장, 또 살인 사건이…!”

         

       불과 닷새 만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심지어 이번의 피해자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주점에서 벌어진 집단 난투극.

         

       그 과정에서 정파의 인원이 넷, 사파의 인원이 무려 다섯이나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덕분에 연합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제는 하다 못해 난투극이라니…!”

       “이를 어쩌면 좋을지.”

       “참으로 난감하군, 난감해.”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정파와 사파 내부에서 서로가 잘못했다며 손가락질하기 일쑤에, 이번에 집단 난투극을 벌인 이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려야 하는지도 문제였다.

         

       “지난 번처럼 일벌백계로 다스리면 되는 것 아니오?”

       “그것이 쉽지 않소.”

       “무엇이 그리 다르오?”

       “상해를 입히기는 하였으나, 어느 한쪽이 모두 죽은 것도 아니고, 양쪽 모두 다쳤잖소.”

         

       그것이 문제였다.

         

       난투극을 벌인 인원은 정파 열다섯에 사파 인원 열셋.

         

       서른에 가까운 인원수에 그중 아홉이 죽었다.

         

       죽은 이들은 누구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이리저리 뒤얽히는 과정에서 남들보다 많이 다쳐 죽음에 이르렀을 뿐.

         

       “그들 모두를 참한다면 어찌 될 것 같소.”

       “으음….”

         

       정도가 과하기는 하나, 다툼에 소극적이었던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이들마저 참한다는 것은 죄의 무게를 넘어서는 처벌이 될 터.

         

       그렇다고 그중에서 가장 격하게 싸운 이를 골라서 벌하는 것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

         

       과연 그들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져 갈 즈음, 무림맹주가 가장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백우진에게 물었다.

         

       “이보게, 백 조장.”

       “예, 맹주님.”

       “그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면 좋겠나?”

       “…글쎄요.”

         

       모호한 대답으로 말끝을 흐리는 백우진.

         

       그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건 그들에게 내릴 적정한 수위의 처벌 따위가 아니었다.

         

       이곳에 앉아 고민한 것은 지금까지의 사건이 벌어졌던 일련의 흐름이었다.

         

       ‘무언가 석연치 않아.’

         

       첫 번째 사건도, 두 번째 사건도.

         

       우발적인 범행이었고, 죄를 범한 이들 모두 제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받았다.

         

       조금 찜찜하기는 했으나 백우진 또한 양 세력의 깊은 골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여겼다.

         

       그런데 세 번째 사건에까지 이르고 나니, 무언가 이상했다.

         

       ‘비슷한 범행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어.’

         

       사소한 다툼으로 비롯되어 살인으로까지 번져버리는 감정의 격발.

         

       그 일련의 과정이 연합을 좀먹고 있다.

         

       가까스로 붙어 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불만 없이 활동하던 이들을 다시 갈라놓으려 한다.

         

       당선영과 장삼.

         

       두 전문가는 그들의 신체에 어떤 개입도 없었다곤 하지만, 글쎄.

         

       만약 그 둘조차 알지 못하는 무언가로 개입한 이가 있다면?

         

       그렇다면 과연 흉수로 지목할 만한 이는 누구인가.

         

       그 답은 뻔하다.

         

       ‘정사 연합의 분리를 무엇보다 바라는 인물.’

         

       정파와 사파가 평소처럼 서로를 물어뜯어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득을 보는 이.

         

       ‘천마.’

         

       그녀가 이끄는 마교의 수작질이 이 흐름을 자아낸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그들의 처벌 수위는…, 징벌동에서 폐관을 명하는 정도가 적당할 듯합니다.”

       “징벌동이라….”

       “흐음, 나쁘지 않은 방법 같구려.”

       “한동안 보이지 않게 치워두면 이야기도 자연스레 줄어들 테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빠르게 그들의 처벌을 논의한 뒤, 곧장 말을 잇는다.

         

       “제 생각에 최근 일어난 사건을 일으킨 진범이 따로 있을 듯합니다.”

         

       그가 내뱉은 말이 회의실을 무겁게 짓눌렀다.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들 모두 어느 정도는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렴 고르고 고른 인사들이 제 감정 하나 주체하지 못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데, 이에 의아함을 품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테지.

         

       하나, 그들이 의문을 품고도 이를 주장하지 못한 것은 어떤 근거도 없었기 때문.

         

       “그리 생각하는 근거라도 있는가?”

       “근거는…, 이제부터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정파와 사파는 다시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일 벌이는 회의 탓에 업무의 진척도 자체도 더뎌지고 있는 상황.

         

       “근거는 제가 찾겠습니다. 대신 여기 계신 선배님들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만약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흉수가 마교의 세작이라고 가정해 주십시오.”

         

       여기서 의문 하나.

         

       한동안 잠잠하던 마교는 어째서 갑자기 일을 벌이기 시작했는가.

         

       그 첫째로 정파와 사파의 분열을 조장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다.

         

       “그쪽도 준비가 끝난 겁니다. 웅크리고 있던 몸을 활짝 펼칠 준비가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당대의 천마.

         

       그녀는 전대들과 달리 뼛속 깊이 마교에 물든 인물도 아니었거니와, 목적 또한 불분명하기에.

         

       중원 침공?

         

       그딴 건 그녀에게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다.

         

       권력을 탐하는 이였다면 구태여 이곳까지 넘어오지도 않았을 테니.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녀의 목적이 무엇이든, 자신과 그녀는, 연합과 마교는 반드시 부딪히게 되어 있다는 것.

         

       “그러니.”

         

       이제는 다시 조여야 할 때다.

         

       한동안 잠잠한 그들의 모습에 해이해진 정신을 바짝 조이고, 긴장감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다 여기지 않고 곧장 대응할 수 있도록.

         

       “전쟁을 준비해주십시오.”

         

       명령에 가까운 부탁이 회의실에 모인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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