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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3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아예 눈치채지 못했었나요?”

        

       “대략 30초 전에 예감했지요.”

        

       “그리 늦은 건 아니로군요.”

        

        

        

        유진은 폴짝 뛰어 아래로 내려왔고, 로렌티나는 느슨하게 움직이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하여 두 명은 성 내부 넓은 광장 위에 두 발을 디디고 섰다. 두 명의 거리는 36미터였으나 사람의 잣대로 그 간격을 판단하는 것은 무지함에서나 비롯된 일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36미터를 2초 안에 좁힐 수 없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주변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시체들이 금빛의 아지랑이가 되어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곳곳에서 미묘한 금속음과 함께 무기가 바닥에 부딪혔다. 두 명은 어떠한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서로를 탐문하였다. 걸음의 간격부터 상처의 유무, 내뱉는 숨결 하나하나가 계산에 필요한 변수였다.

        

        계산이 끝난 순간 유진은 로렌티나로부터 파고들 수 있을 법한 빈틈이 결여되어있단 사실을 인식했다. 마치 불완전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신체에서부터 누락된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다른 것을 물었다.

        

        

        

       “언제였나요, 히든 카드로 출전해달란 요청을 받은 건.”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지요. 그 중 첫 번째가 뭔지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어요.”

        

       “무력.”

        

       “잘 알고 있군요.”

        

        

        

        다시 말해, 알고 싶으면 힘으로 꺾으란 소리였다.

        

        

        그리하여 두 명이 한 발자국씩 발을 내딛는다.

        

        36미터는 20미터까지 줄어들었고, 하늘은 마치 두 명의 접촉이 격발 신호인 것처럼 맹렬하게 울어댄다.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지만 강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닥쳤다. 부서진 성의 기물과 부딪혀 생겨난 난기류가 듣기 싫은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어낸다.

        

        유진은 사뿐거리는 로렌티나의 발걸음 속 무형의 스프링이 다리 내에서 한계까지 압축된 것을 보았다. 그것이 풀려나는 순간 그녀는 작은 소음과 함께 접근할 것이었다. 그 여파는 현재 불어닥치는 바람의 세기보다도 약할 것이었다.

        

        로렌티나는 묵직한 유진의 발걸음 속에 바닥을 뒤집어엎을 막대한 힘이 응축된 것을 보았다. 유진이 전방으로 도약하는 순간 발끝에 걸린 무지막지한 힘이 바닥의 바위를 짓누르고 몇 개의 조각으로 부술 것임을 직감했다.

        

        

        서로의 옷차림마저 낱낱이 훑을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두 명은 자세를 취했다.

        

        

        

       “선공은 양보하지요.”

        

       “여지껏 단 한 번도 선공한 적 없으면서.”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유진은 지면을 박찼고, 그 순간 그녀가 짓밟은 돌이 으깨지며 수백 조각의 돌 파편이 후부 방면으로 비산했다. 가녀린 골격에 짓눌려있던 파괴력이 그대로 운동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유진의 손 끝에 들린 해머가 실이 끊긴 단두대 칼날처럼 떨어졌다.

        

        해머의 손잡이, 그것을 잡고 있는 손가락과 전완근, 팔, 허리까지. 해머에 걸리는 거의 대부분의 생물체를 어렵잖게 파괴할 수 있는 힘에는 그녀의 완력만이 엮여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체를 비틀며 생겨난 원심력과 지면을 박차며 생겨난 운동에너지 역시도 섞여있었다.

        

        로렌티나의 표정이 일순간 바뀌었다. 여유로운 표정이 말끔하게 지워진 순간 해머가 작살의 옆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고, 그 순간 눈부실 정도의 불꽃이 피어오르며 어두워져가는 성 내부, 그리고 두 명의 얼굴을 한순간 밝혔다.

        

        

        

       ───콰앙!

        

        

        

        가상현실의 권능에 의해 결코 부서지지 않는 두 자루의 무기가 서로 부딪힌 순간 굉음이 터졌다.

        

        바람이 아닌 충돌점에서부터 퍼져나온 충격파에 의해 옷이 펄럭일 정도의 위력.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리력을 전부 받아내지 못한 로렌티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무릎을 꿇었지만, 그녀의 입가에선 여전히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일순간 작살이 회전하며 유진을 향해 정면으로 뻗어나왔지만, 또다시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어느새 다른 손에 택티컬 토마호크를 들었고, 구멍이 뚫린 중간 부분에 내질러진 작살을 걸쳐 끼워놓았다.

        

        그러나 로렌티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발차기를 갈겼고, 끔찍한 소리와 함께 유진은 6미터 가량 뒤로 날아갔다.

        

        

        

       “큭…!”

        

       “팔이 다 저릿저릿하군요.”

        

        

        

        당연히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이제 시작에 가까웠다.

        

        작살이라는 기이한 무기를 통해 발현되는 극도로 정련된 살인기예와 토마호크, 그리고 해머를 통해 구현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파괴. 마치 자석의 대극과도 같은 두 개의 막대한 권능이 서로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색채적 대비가 또다시 어그러진다.

        

        유진의 무기는 어느샌가 다시금 단검으로 바뀐 상태였고, 그녀는 대담하게도 자신의 눈과 신체만을 믿고는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로렌티나에게 정면으로 대적하기를 시도했다. 그 순간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결코 눈치챌 수 없는 속도의 관통 공격이 축차로 날아들었다.

        

        매 초마다 그 불길함을 더해가는 바람의 난기류 속에서 권총탄에 준하는 위력의 찌르기가 유진을 향해 빗방울처럼 쏟아졌다. 단검과 단창이 마찰하며 생겨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꽃은 태풍의 폭우였고 타오르는 스파크가 곧 구름 속에서 타오르는 뇌전이었다.

        

        

        

       ───카가각!

        

        

        

       “…!”

        

       “…감각이 예민하다는 건 이래서 골치아프군요.”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폭풍이 그치고 내막이 드러난다.

        

        옆으로 휘둘러진 작살 – 단창은 동시에 일종의 곤봉이었고, 유진은 단검을 X자로 교차하여 갈비뼈를 후려치려던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고, 로렌티나는 더욱 힘을 주며 상대의 다음 카운터 혹은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무기 사이의 힘싸움이 어지간한 자동차의 엔진이 낼 수 있는 출력을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미묘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며 2막이 펼쳐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작곡가는 유진이 로렌티나의 앞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했다 – 그리하여 서막의 악기가 정해졌고, 단검의 날이 그에 응하여 몇 번이나 공기를 찢었다.

        

        두 자루의 대거가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쉭쉭대며 공기를 저며냈고, 그것이 곧 2악장의 프렐류드였다.

        

        

        유진은 무기를 교환하는 것만으로 원초적인 파괴력과 외과의사처럼 정밀한 검로를 번갈아가며 구현했고, 로렌티나는 그것을 한 자루의 창날만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누군가의 우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그극!

        

        

        

       “…아슬아슬했네요.”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찡그린 인상, 그에 반해 광대까지 치솟을 것만 같은 웃음.

        

        적색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며 광기에 한없이 수렴할 것만 같은 감정을 투영했고, 유진은 턱을 막 관통하려던 창을 옆으로 간신히 빗겨낸 채 잡고 있었다. 로렌티나의 특기이자 단창의 특징은 극도의 하드 카운터가 가능하단 점이었으나, 유진은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막아내었다.

        

        시간이 한없이 잡아늘여진다. 두 명이 점차 엔진의 RPM을 높여가는 것에 비해 채팅창의 속도는 기이할 정도로 느려지고 있었다. 인간의 섭리를 뛰어넘은 전투는 범인의 뇌에서 논리적인 결과를 연산하는 부분의 기능을 거세시켰고, 수백만 명을 넘어 천만에 달하는 사람들의 머리가 멈춰버렸다.

        

        서로 다른 기전에서 비롯되었으나 결과는 같았다. 정밀성에서 탄생한 완벽함.

        

        둘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오직 얼마나 많은 역보정이 몸을 얽고 있는지였다.

        

        

        바로 그 결과로 인해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

        

       “후우….”

        

        

        

        보이지조차 않는 폭풍의 사이, 한 번의 빛살같은 공격이 서로 교차했다.

        

        지면에 깊숙하게 박힌 단창, 그 끝에 고정되어버린 유진의 왼쪽 발. 그녀는 모두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인상을 찡그렸고, 이윽고 정면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 그리고 그 끝자락, 왼쪽 겨드랑이에서 금빛의 피를 줄줄 흘리는 로렌티나가 있었다.

        

        5분에 달하는 교전 끝에 두 명은 드디어 한 번씩 유효타를 교환하였고, 유진은 땅바닥에 박힌 창을 그대로 뽑아들어 오른손에 들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로렌티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발로 내려쳤고, 역으로 튀어오른 검의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잡아 한 손으로 옥스 자세를 취했다.

        

        

        큭큭 웃은 상어가 덧붙였다.

        

        

        

       “버지니아 대학 동아리에서 배워온 검술이 어디까지 통용되나 보죠.”

        

       “…그놈의 대학 동아리, 진짜.”

        

        

        

        쿠웅!

        

        유진은 찔린 왼발로 진각을 밟으며 오른손에 들린 창을 그대로 수평으로 내던졌고, 로렌티나는 그것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 이젠 단검이 아니었고, 유진은 로렌티나가 든 무기를 부숴버리려는 듯 해머를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엄밀하게 재단된 정밀성에서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구현된 폭력으로. 로렌티나는 그것이 막내의 과거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진은 그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발광하는 보석으로 태어났고, 그 결정체가 로렌티나의 눈 앞에 있었다.

        

        끝이 머지 않았다.

        

        로렌티나는 자신의 패배가 그닥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 무기는 쉽게 부서질 거예요.”

        

       “그 또한 감안해야겠지요.”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어느샌가 바람은 그쳐있었다.

        

        로렌티나는 유진에게 귀속된 현실에 침범하였고, 그 대가로서 대기창으로 사출될 것이었다.

        

        

        

        

        

        

        

        

        

        

        

        

        

        

        

        

        

        

        

        

       [일반]소신발언)이제 어줍잖게 초인들끼리 전투하는 애니나 영화는 개쳐망할 것이다

        

        

       <유진과 로렌티나의 공방전 움짤>

        

        

       이게 사람끼리 싸우는거라고?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댓글][등록순]

        

       -UFC 프로레슬링 권투 전부 개좆밥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안치고 숨도 못쉬고 봤다 진짜

        

       -무슨 공방 한번 교환할때마다 불꽃이 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무슨 용광로에서 싸웠냐????????????

        

       -이건 진자로 할말이없다 ㅋㅋㅋ

        

       -이게 사람이냐 ㅋㅋ 저 안에 사람 한명 낑겨있으면 순식간에 육편쪼가리 되겠네

       ㄴ말 준내무섭게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진짜로 그럴거같아서 개무섭네 ㅋㅋㅋㅋ

        

       -팩트)300명 갈아마신 다음 로렌티나랑 싸워서 이긴거다

       ㄴㅅㅂ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시발살려주세요뭔지몰라도일단제가잘못한거같으니까목숨만살려주세요!!!!!!!!!!!

       ㄴ300명 갈아마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현자 보호법은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맞구나….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거지 ㅋㅋㅋㅋ

        

       -옛날 히어로영화 전투신은 서로 많이 봐주면서 싸운거였네 ㅋㅋ

       ㄴ그냥 전투신 만든애들이 실제 저런애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모른 상태에서 만든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게 맞는거같다 ㄹㅇ

        

       -이쯤되면 무섭다

        

       -아니 무슨 싸우면서 바닥이 패이냐?????

       ㄴㅅㅂ 이제봤네 ㅋㅋㅋ

       ㄴ너때문에 팬티 또갈아입으러간다

        

       -근데 상어눈나 역보정 걸렸다고 했나? 저게 역보정임????

       ㄴ역보정까지 걸렸으니 300명 줘패고온 비얌년이 무난하게 이긴거지 ㅋㅋ

       ㄴ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긴 하농….

       ㄴ팩트)비얌피셜 자기는 로렌티나한테 CQC 이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이벤트매치 한 두어판 남은 거 같든데 300명 불쌍해서 어떡하냐 ㅋㅋㅋ

        

       -이거 글아너 국내대회라며 시발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벤트매치 중계방입니다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오늘 대회나온 프로게이머들 오열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다이스는 저런년들 중 한사람을 이긴적이 있으시겠다?

       ㄴ헉!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당연히 이길수도있지 ㅋㅋ 꼬리뼈 까면 슬슬 뱀꼬리 자라나고있을텐데 그정도는 가능할듯

       ㄴ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비얌꼬리달인물 마셔서 새끼비얌되는 다이스 ㅇㄷ?

        

        

        

        

        

        

        

        

        

        

        

        

        

        

       “…이게 사람이야 믹서기야.”

        

        

        

       -대충 믹서기라 하죠

       -비얌이랑 맨날 붙어있는 사람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wwwww

       -네가 선택한 비얌이다!!! 악으로 깡으로!!!!!!!

       -진짜 무섭다 ㅋㅋㅋㅋㅋㅋㅋ

       -팩트)저건 역보정이 풀린 걸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카루스 공식 송출 방송 시청자가 아닌 집계되지 않는 중계방.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방을 이끌고 있는 하모니는 멍한 표정으로 이제 막 끝난 전장을, 풀썩 쓰러지는 로렌티나와 힘겹게 서있는 유진을, 이내 금빛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지는 두 명과 전투의 흔적이 새겨진 바닥을 물끄러미 보았다.

        

        도끼와 망치, 작살이 스쳐지나가고, 그에 준하면 준했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위력을 지닌 발현자들의 신체에 의해 짓밟힌 탓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돌바닥.

        

        아마 이것이 현실이었더라면 돌에 새겨진 자국들은 천 년이 가도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사학도들의 학구열을 불태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하모니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분명히 옛날에는 저렇게까지는 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가상현실에서 단련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니 녹냥씨 저양반은 모든 전투를 죄다 하드코어 모드로 한다구요

       -우주팽창속도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는 비얌ㄷㄷ

       -엥 이거 완전 만화설정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진짜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역시 현실이란 무섭다.

        

        특히나 하모니는 과거 유진과 함께 뉴욕으로 날아갔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이고 로렌티나와 로건을 비롯한 발현자들과 접촉했고, 저런 가녀린 몸 안에 저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 두 개가 서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거대한 여파까지 상상하기엔 그녀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비좁았다.

        

        물론 그녀의 냉철한 이성은 그런 생각이 그다지 쓸모가 없으며, 지금은 뇌를 반쯤 빼둔 채 유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볼거리를 즐기면 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였다.

        

        

        그러던 와중 문득 드는 생각 하나.

        

        

        

       “그건 그렇고, 옛날부터 유진 선생님이랑 로렌티나 씨랑 전력 스파링 해달라고 난리치던 분들은 이제 한을 풀었으려나 모르겠네요. 이것도 전부 유진 선생님이 글로리 앤 아너를 플레이한 덕분일테니 다들 감사해야겠죠?”

        

        

        

       -글아너님 충성충성^^7

       -냉병기…들어야겠지?????????

       -자연스럽게 광고하는거보소 녹껄룩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녹냥이협박때문에 랭크배치고사에서 암살자하러간다 딱대라 ㅋㅋ

       -ㅅㅂ 랭크오지마 개새끼야!!!!!!!!!!

        

        

        

        이 정도면 되겠지?

        

        아무튼 광고는 안 받았지만, 아무튼 유진에게 대충 도움이 될 각은 기가 막히게 잘 재는 하모니였다.

        

        어느샌가 화면은 완전히 소멸된 세션과 소파에 풀썩 주저앉은 로렌티나와 유진을 조명하고 있었고, 다음 세션은 평지에서 치뤄지는 1 : 300의 대규모 전투였다. 아예 병종까지 나눠서 치뤄질 예정이었단 점에서 시청자들은 늘어나기만 할 뿐이었다.

        

        과연 유진 선생님네 편집자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하모니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컨텐츠가 끊이지를 않네.”

        

        

        

        어쩌면 방송계는 유진의 출현 전과 후로 나뉘지 않을까.

        

        세상은 이다지도 기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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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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