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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3

       *** ***

       

       청해를 대표하는 문파는 어느 문파일까.

         

       세인들에게 묻는다면 십중팔구 곤륜산맥에 자리잡은 곤륜파를 언급할 것이다.

         

       그런 곤륜파의 관준은 우울한 눈으로 곤륜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백의 사파 무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평시와 같았다면 감히 곤륜파의 코앞에서 무도한 짓거리를 벌이는 사파 무리들에게 치도곤을 냈을 터였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들의 곁에는 거대한 멧돼지 영물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혈교가 준동했을 때 드넓은 청해에서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라고는 단 두 곳에 불과했고 그중에서 진법이나 진법대를 보유한 문파는 오직 곤륜파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곤륜파는 혈교의 준동이 시작된 이래 계속해서 혈교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혈교의 준동 초기에 곤륜파는 어렵지 않게 혈교의 영물을 몰아냈다.

         

       다른 무림맹 문파들과 다를 바 없이 곤륜파의 삼원진 역시 녹슬어 있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영물과 함께하는 혈인들의 전력이 문제였다.

         

       영물을 이끄는 혈인들은 곤륜파의 무인들을 상대하기에는 양과 질 양쪽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혈인들은 곤륜파의 무인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고 멧돼지 영물은 혈인들을 보호하기 급급했으니 혈교는 번번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 혈교의 손에서 청해를 지켜온 곤륜파였으나 근래 사정이 크게 바뀌고 말았다.

         

       청해의 사파들이 혈교와 협력하는가 싶더니 결국에는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었다.

         

       한 손으로는 열 손을 막지 못하는 법.

         

       곤륜파 도사들의 실력은 사파 무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지만 사파의 무인들은 곤륜파의 도사들과 승부를 겨루는 대신 철저하게 피해다니며 오직 삼원진을 공격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곤륜파 도사들은 영물을 공격해 봐야 영물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없는 반면 삼원진은 사파의 공격에 쉬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으니 곤륜파의 도사들은 후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혈교와 사파 무리들의 연합은 기세를 올리며 곤륜파의 본산을 두드려 보았으나 이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본산에 설치된 방어진법 때문에 삼원진에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혈교와 인근의 사파 세력은 물러서지 않고 곤륜파를 포위한 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결국에는 곤륜파 내부가 아니라면 사파 세력과 혈교의 영물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니까.

         

       ‘벌써 포위된 지도 일주일이 지났군…’

         

       곤륜파의 도사들은 수행자이자 무인이지 군인이 아니었고 당연히 그런 도사들이 머무는 곤륜파는 문파일 뿐 요새가 아니었다.

         

       비축된 식량은 그리 많지 않았고 이제는 식량 상황도 눈에 띄게 악화되었다.

         

       ‘지금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무림맹의 지원인데….’

         

       관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지급으로 날린 전서응이 무림맹에 현 상황을 알렸을 테지만 원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황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비단 혈교가 날뛰는 지역이 어디 청해뿐일까.

         

       근래 혈교의 우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다른 지역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을 터.

         

       그런 상황 속에서 무림맹이 청해 사파들을 일소할 수 있을 규모의 원군을 보내줄 수 있을까.

         

       설령 그게 가능하더라도 원군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동과 편성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대규모 원군을 보내줄 가능성 자체가 낮았다.

         

       청해라는 변두리까지 병력을 보내면 그만큼 원군이 돌아오는 시간 역시 오래 걸리니 무림맹 입장에서 곤륜파의 지원은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직까지는 버틸 여력이 남아 있으니 무림맹의 답변을 기다리고는 있었으나 관준은 현재의 상황이 문파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많은 피가 흐르겠군.’

       

       결국 곤륜파는 불리한 상황에 스스로 뛰쳐 들어가야 하니 수백 년을 이어온 곤륜파의 명백이 오늘날에 끝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일이 잘 풀려 혈교와 사파 세력들을 몰아내더라도 곤륜파는 큰 타격을 입을 터.

         

       무엇 하나 좋지 않은 미래만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니 곤륜산을 둘러싼 사파들을 감시하는 관준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

         

       그리고 그런 곤륜파 도사들과 대조적으로 사파 세력들의 기세는 그야말로 끝을 모르고 올라가 있었다.

         

       청해의 사파 세력들에게 있어 곤륜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였지만 힘이 부족해 어찌할 수 없는 상대였다.

         

       비록 혈교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나 그런 곤륜파를 궁지에 몰아넣고 상대를 조롱하며 잔치까지 벌이고 있었으니 사파 세력들은 자신들이 청해의 지배자가 된다는 단꿈에 물들어 있었다.

         

       혈교가 위에 있는 형국이 되겠지만 무슨 상관일까.

         

       사사건건 훼방을 놓던 곤륜파만 없다면야 사파의 세력들은 이 청해에서 왕처럼 지낼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상상에 취해 있었기 때문일까.

         

       심상치 않은, 아니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섬뜩한 기세가 점차 다가오고 있음에도 사파 무인들은 겁먹기는커녕 불손한 눈길로 기세가 다가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이윽고 수풀 사이를 뚫고 몸을 드러낸 이는 위서련이었다.

         

       “오.”

         

       사파 무인들은 곤륜파가 잘 모이는 곳을 골라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던 바. 사파 무인들의 포위망에 근접한 위서련의 눈에 곤륜파의 정경이 펼쳐졌으니 위서련은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그런 여유작작한 위서련의 태도에 사파 무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저 주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흑룡기.

         

       그리고 칠흑 같은 머릿결과 섬뜩함을 자아내는 붉은 눈동자를 지닌 위서련의 모습에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상황과 술기운에 비대하게 부풀어 올랐던 사파 무인들의 자신감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고 흥겨움을 넘어 소란스러웠던 술판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과연 명산이로다.”

         

       그리고 위서련은 그저 곤륜산맥의 산세와 어우러진 곤륜파의 정경을 바라보며 감탄할 뿐 사파 무인들의 존재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위서련의 얼굴에는 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현재 위서련의 마음 속에서는 그야말로 자유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으니까.

         

       소천마가 된 뒤 위서련의 외유는 조금도 자유롭지 않았다. 천마신교의 영역인 신강에서는 당연히 엄청난 의전이 따라 붙었고 신강 외의 영역으로 나갈 때에는 누가 봐도 천마임을 알 수 있는 눈과 머리카락 때문에 마차에 갇혀 있어야만 했으니까.

         

       마음껏 흑룡기를 개방하고 자유롭게 대지를 뛰어다닐 수 있게 된 위서련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고삐 풀린 바람의 망아지 위서련은 진심으로 곤륜산의 정기에 감탄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숨만 쉬어도 절로 내공이 쌓이겠군.

         

       곤륜산의 정기를 그렇게 평가한 위서련의 눈길이 술판을 벌이고 있던 사파 무인들에게로 향했다.

         

       정확히는 사파 무인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방화와 땔감 등을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벌채해 낸 자국을 훑은 위서련의 인상이 살짝 찡그려졌다.

         

       “본좌는 정파 세력을 돕는 것이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파 무인들 입장에서는 영문 모를 소리였다.

         

       “허나 이 산의 정기는 무척이나 마음의 드는구나.”

         

       사파 무인들 사이에서 조금씩 술렁임이 새어나왔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그리고 소름끼치는 기세까지. 지금 눈 앞에 있는 자가 천마가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위서련을 천마라 인정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기이했다.

         

       어째서 천마가 홀로 곤륜산에 나타났으며 또한 곤륜파를 도우려 한단 말인가?

         

       위서련은 그런 사파 무인들의 혼란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계속해 말을 이었다.

         

       “네놈들 같이 무도한 자들이 날뛰게 두었다가는 이 산의 정기는 십년도 버티지 못하겠구나.”

         

       영산에 자리잡은 문파가 어찌하여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연을 벗 삼고, 사람을 통제하고 산세를 보존하려 하는가. 이는 사람의 손이 닿으면 자연스럽게 벌목과 채집, 개간 등이 이루어지며 필연적으로 목기의 훼손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목기의 훼손이 일어나면 수기의 흐름으로부터 토기를 온존할 수 없고 금기가 융성하게 되니 산에 흐르는 오행의 기운이 변화하여 영기의 흐름이 흔들리거나 심하면 소멸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본좌의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물러설 기회를 주겠노라.”

         

       물론 위서련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오행의 이치를 사파 무인들이 이해할 리가 없었다.

         

       사파 무인들이 이해한 것은 위서련이 자신들을 적대하려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웃기는 계집이로구나!”

         

       “제법 무공이 뛰어나 보이지만 이 많은 수의 무인과 혈교의 영물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평소 위서련과 같은 자와 마주쳤다면 곧바로 오체투지를 하거나 도주했을 사파 무인들이 기세를 올렸다.

         

       비록 흩어져 있으나 수백의 동지들이 있었고 또한 점창파의 도사들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영물까지 등에 업은 마당이다.

         

       “호오. 그렇군.”

         

       기세등등한 사파 무인들의 태도에 위서련은 잊고 있었던 사실을 하나 떠올렸다.

         

       “영물, 영물 말로만 들어 보았지 한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었으니 이 또한 흥미가 도는구나.”

         

       츠즈즈즈즈즈!!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분출되는 흑룡기의 기운에 사파 무인들은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그대들들을 빨리 정리하고 진법대가 오기 전에 서둘러 맛이나 한 번 보아야겠다.”

         

       그 말과 동시에 흑룡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사파 무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으악!”

         

       “커어억!!”

         

       이내 곤륜파의 산기슭이 순식간에 무인들이 내지르는 비명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저 경에 닿은 것만으로도 무인들이 픽픽 쓰러지는 광경에 순식간에 사파 무인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천마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귀가 따갑게 들어 보았으나 이 자리에 그 소문을 사실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수십 무인을 제압했다더니, 눈만 마주쳐도 피를 토한다느니, 천마와 손을 섞으면 영혼이 쥐어짜이는 고통을 느낀다느니 소문 자체가 허황되기 그지없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마교는 신강에만 웅크려 있었고 천마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벌써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으니 그저 과장된 옛 소문이라고 여겼다.

         

       신강의 사파 무인들 천마의 실체를 목도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들은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며 일체의 과장이 없었던 것이라는 걸.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겠다.”

         

       위서련의 칠흙 같은 머릿결이 출렁이고 붉은 두 눈이 번뜩이며 빛남과 동시에 그 신형이 사파의 무리들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한 천마가 수백 명의 무인을 압도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 ***

         

       위서련이 신강을 떠나 여행을 가 본 적이 있을까.

         

       뭐 마차에 갇혀 외진 곳만 전전하며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이동하는 걸 여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야 여행을 가 본 적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나와 흑묘가 위서련의 마차를 타고 천마신교로 향할 때의 이동이 딱 그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이동을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런 의미로 위서련은 첫 여행을 맞이했다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흑룡기를 감출 필요도 없었으며, 사람을 피할 이유도 없었고, 두 다리로 자유로이 산과 들을 누빌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

         

       그런 자유로움에서 나오는 흥을 주체할 수 없었던 위서련은 본대에서 벗어나 하루종일 제 발로 뛰어다니기 일쑤였다.

         

       그렇게 본대를 한참 앞서나가던 위서련은 결국에는 우리보다도 먼저 곤륜산을 포위하고 있던 사파 무리들과 충돌한 모양이었다.

         

       하늘을 물들이는 흑룡기가 피어오르고 소란이 이는가 싶더니.

         

       뀌이이이이익!!!

         

       이제는 영물이 내지른 것이 확실한 괴성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위지천이 그 소리를 듣고는 중얼거렸다.

         

       “서련이가 결국에는 먼저 적과 조우한 모양이군.”

         

       “그런 것 같군요.”

         

       위지천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 없었지만 우리와 함께 이동하던 천마신교의 무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야 상급자인 소천마가 적과 싸우고 있는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천마시여! 지옥염화대의 출정을 허락해 주십시오! 적 영물의 멱을 따고 오겠습니다!”

         

       “저희 빙혈산혼대가 출정하여 신교의 위엄을 보이고 오겠습니다!”

         

       “무극칠정대야말로 신속하게 영물을 처리하겠습니다!”

         

       특히 천마신교를 대표하는 여섯 진법대의 대주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지옥염화대. 빙혈산혼대. 무극칠정대. 극마멸살대. 굉천맹호대. 수호천의대.

         

       이 여섯 진법대는 천마신교 제일의 진법대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여섯 진법대간의 우열은 지금까지도 가려지지 않았다.

         

       영물과 싸울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처음으로 진법대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여섯 대주의 몸이 달아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천마 위지천 앞에 득달같이 부복한 여섯 대주는 위지천이 자신이 속한 진법대에게 출정의 명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시선을 보냄과 동시에 옆 대주들에게 견제의 시선을 날리고 있었다.

         

       “음.”

         

       드물게 위지천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뭐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한 무력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니 자연히 골치가 아프겠지.

         

       위지천은 여섯 대주를 한번 쭉 훑어보더니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예?”

         

       “성자를 돕기 위한 출정이니만큼 성자의 의향 역시 중요하다 판단되는군. 특히 선봉을 정한다는 행위는 그 의미가 각별하니 성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다.”

         

       잠시 어이가 없어서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지금…나한테 짬 때린 건가?

         

       “성자시어!”

         

       “수호천의대야말로 신교 제일의 진법대! 부디 현명한 판단을!”

         

       위지천은 한결 개운해진 안색으로 내 시선을 피해 앞을 바라보았고 대주들은 성자를 부르짖으며 난리가 났다.

         

       내 진법대를 택하지 않으면 성자고 나발이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내는 대주들의 시선을 느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소천마를 돕고 저를 도와 혈교의 영물을 처단하고자 하는 대주분들의 의기에 제가 감히 우열을 매길 수 있겠습니까. 모두의 의기가 이렇게 뛰어나니 다함께 출동하심이 어떻습니까?”

         

       대주들의 시선이 강렬해졌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빨리 내 진법대를 고르라는 시선이 아프게 박혀들었다.

         

       여기서 내가 선봉장을 정해 주었다가는 다른 다섯 개의 진법대와의 사이는 아주 박살이 나겠군.

         

       “그러나 주공은 필요한 법이니 그 주공은 가장 빠르게 현장에 도달하여 진을 형성하고 일격을 먹이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군요. 늦은 부대는 순순히 물러서 보조에 전념하고요.”

         

       그러니 이럴 때는 정해주지 않는 게 답이었다.

         

       내 말이 완전히 예상 외였는지 눈을 껌벅이는 대주들.

         

       “지옥염화대! 출진!”

         

       대주들 중에서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것은 지옥염화대 대주 염상진이었다. 외침과 동시에 달리기 시작한 염상진. 그리고 그런 염상진을 쫓아 다급하게 출발하는 지옥염화대 대원들.

         

       “출진! 출진하라!”

         

       “결코 뒤쳐지지마라!”

         

       한발 늦은 대주들과 대원들이 이를 갈며 달려나갔다.

         

       곤륜산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가는 수많은 무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음.

         

       부대간 경쟁이 과열되어 서로 어깨를 밀치며 달리기를 방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뭐 애들도 아니고 천마신교에서 손꼽히는 고수들이니 괜찮겠지.

         

       “훌륭하군.”

         

       위지천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날 칭찬했다. 그 모습은 위서련이 강짜를 부리고 되려 뻔뻔하게 나오는 모습과 똑 닮아 있어서 그냥 한숨만 내쉬고 말았다.

         

       그냥 부녀가 아주 판박이야 판박이.

         

       “이로써 본교가 움직였음을 천하게 알게 되겠구나.”

         

       “예.”

         

       중원에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

         

       여섯 무력대와 소천마 그리고 천마까지 중원에 출두했으니까.

         

       무력대와 천마의 수행 인원들을 합치면 거의 이백에 가까운 마교 무인들이 쏟아져 나온 셈이었으니 그야말로 천하가 경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건이었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곤륜파를 포위한 혈교의 무리를 공격하고 있으나 조금은 성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구나.”

         

       위지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천마신교의 병력을 어떻게 써먹을지 다방면으로 궁리해 보았으니 위지천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천마신교가 움직이리라는 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니 더욱더 극적인 상황에서 정체를 드러내는 편이 나았으리라 생각하십니까.”

         

       “바로 그렇다. 곤륜파를 구하는 건 나쁜 수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교의 참전을 드러내는 것 치고는 작은 이득이 아니겠느냐.”

         

       작은 이득이라.

         

       그 말을 듣고 나니 위지천에게 조금이나마 인간미가 느껴졌다.

         

       세상에서 어려운 일은 여럿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자기객관화였다.

         

       나 역시 심적 부담감에 짓눌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명경지수에 들었다고 착각하지 않았던가.

         

       위지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지천의 말에서 천마와 천마신교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계산해 내지 못했음이 느껴졌다.

         

       위지천의 지략과 혜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험의 부재 때문이겠지.

         

       천마신교에서도 중원의 정보야 부지런히 모았겠지만 실제로 중원의 세력과 접촉한 일이 없었으니 아무래도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큰 이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때를 기다려 혈교의 본거지를 단숨에 급습하는 것이겠지. 본교의 힘으로 단번에 혈교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테니까.”

         

       “예.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음?”

         

       “그리고 그리 될 것입니다.”

         

       위지천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이미 천마신교가 나를 도와 중원에 진출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퍼질 텐데 어찌 혈교의 본거지를 급습할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저 빙그레 웃으며 답을 내어 주는 것을 피했다.

         

       “이제는 저희도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혈교의 영물과 사파 무리들을 쓸어버린 것은 좋으나 곤륜파의 도사분들과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본말전도가 아니겠습니까.”

         

       미리 모든 것을 다 알려 주면 정작 상황이 닥쳤을 때의 재미가 떨어지는 법이었으니까.

         

       결코 진법대들의 분쟁을 나에게 떠밀어서 꽁한 것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

         

       막 발을 떼려는 찰나 시기적절하게 함성이 울려퍼졌다.

         

       [지옥염화대가 혈교의 영물을 쓰러트렸다!]

         

       혈교의 영물을 쓰러트린 것이 어지간히 기뻤는지 사자후를 통해 천지사방에 그 사실을 알리는 염상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을 움직였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판을 벌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 판을 벌이기 위해 나는 힘차게 경공을 전개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손이 멈추어 버리고 말았네요.

    이해심이 넘치는 독자님들의 댓글들을 보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많이 망설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망설임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다시 손이 움직이게 되었으니 손 닿는데까지 또 해보겠습니다.

    독자님들께는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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