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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3

       본인이 발을 내딛을 때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거리는 몇 시간에 걸쳐서 사용할 소리를 단번에 사용하고는 고요로 물들었다.

       

       돌바닥 위에 늘어선 형형색색의 털만이 방금 전까지 이 곳에 생명이 있었음을 알리는 거리 한 가운데에서.

       

       본인은 주인을 잃어버린 노점에서 곰방대 하나를 빌려 입에 물었다.

       

       으음. 역시 현대의 담배보다는 이 쪽이 마음이 편하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보면 본인이 늙기는 한 모양이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대체 동물들한테 뭔 짓을 했길래 이렇게 미움을 사는 건가요?]

       

       “나도 모른다. 본인이 동물들에게 한 일이라고는 애정을 베푼 것밖에 없다만.”

       

       복슬거리고 보슬거리며 따스하고도 귀여운 것들에게 본인이 무슨 짓을 하겠느냐.

       

       과거 신경이 사나웠던 시절에도 동물들에게만큼은 온정을 베풀었던 것이 본인일 지언데 무슨 험악한 짓을 하겠느냐는 말이다.

       

       –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 동물들이 화령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였구나.

       – 퍼리퍼리야…

       

       “퍼… 뭐? 아니 그것은 또 무엇인고?”

       

       본인이 현대에 오고 나서 수많은 단어들을 배웠다만 퍼리라는 단어는 또 처음이군.

       

       아해들이 이야기하는 걸로 보아 좋은 단어는 아닌 듯 하다만.

       

       – 어. 그게.

       – 이게 뭐냐면요.

       – 아무튼 설명해 드렸습니다.

       

       “제대로 말해라. 험한 소리 하기 전에.”

       

       – 수돈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털 달린 거 좋아하는 사람을 퍼리라고 불러요!]

       

       “무어냐. 그게 굳이 특정한 단어를 써가면서 칭해야 하는 문제인가? 복슬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않나.”

       

       안 좋은 단어인 줄 알았더니 그저 본인의 오해였을 뿐인가.

       

       이것 참. 평소에 하도 시청자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착각을 했군.

       

       “저 단어의 정의가 맞다면 본인도 퍼리라는 것이겠구나.”

       

       – …어.

       – 엌ㅋㅋㅋ

       – 천마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 아니 이거 어케 수습하냐.

       – 엔리! 장사할 때가 아냐!

       – 일단 클립은 따놨습니다.

       

       무어냐? 반응이 왜 이렇지?

       

       퍼리라는 단어의 이면에 또 다른 무언가가 숨어있는 것인가?

       

       “저기 있다!”

       “쯧. 짐승의 피를 이었으면서 어찌 저리 눈치가 없는지.”

       

       방송을 보는 아해들이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따져 물을 생각이었거늘 이런 식으로 본인의 행동을 방해하다니.

       

       자신의 털이 거칠거칠하고 풍성하면 다 용서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으음. 조금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군.

       

       역시 귀엽고 부드러운 것은 진리라니까.

       

       “잡아!”

       “거리를 지켜야 한다!”

       “저 괴물을 막아야 해!”

       

       규율은 나름대로 잘 잡혀 있군.

       

       짐승의 피를 이어서 그런가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신체능력도 뛰어난 듯 하고.

       

       허나 그래봐야 그 뿐. 의례적으로 훈련을 받았을 뿐인 이들로는 내게 상처 하나 낼 수 없지.

       

       맨 앞에 달려든 녀석의 창을 몸을 비트는 것으로 회피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서 병사의 무릎을 툭하고 건드리자 창을 내지르느라 앞으로 쏠린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기운다.

       

       쿠당탕하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나를 붙잡고자 하는 손길을 피하며 느긋이 입을 열었다.

       

       “편집자 중에 보고 있는 이 있느냐?”

       [넵! 여기 있습니다!]

       

       헛손질을 한 녀석의 턱을 걷어차 기절을 시키고.

       

       “그래. 하린아. 퍼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라.”

       […어. 그게요.]

       

       검을 휘두르는 녀석을 뒤로 넘어트려 동료들과 함께 구르게 만들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훈련의 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야.”

       [안 됩니다! 화령님! 그것만큼은!]

       “그러니까 설명을 해라.”

       

       몽둥이를 휘두르는 녀석을 농락하며 제 동료의 머리를 깨부수게 만든 후.

       

       [퍼리가 뭐냐면요…]

       

       그 몽둥이의 주인이 동료들의 원망을 사지 않도록 얼굴을 처참히 깨부숴주고서.

       

       “미쳐버리겠군. 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였단 말이냐.”

       

       마지막까지 서 있던 녀석의 팔목을 비틀어 깨갱거리는 소리가 나오게 만든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짐승 중 하나를 깔고 앉은 채 채팅창을 노려봤다.

       

       “자. 아해들아. 변명의 기회를 주마.”

       

       – 헉.

       – 난 암 것도 안 했음.

       – 판사님! 이건 저희집 고양이가!

       – 숙청 시간이야? ㄷㄷ

       – 이래서 혐냥이는.

       – ㄹㅇ. 나처럼 댕댕이를 키워야지.

       – 이거 냥냥이 혐오야!

       – 화령님! 제 채팅은 저희집 애기가 친 겁니다! 전 잘못 없어요!

       

       “…아비인지 어미인지는 모르겠다만 자기 자식에게 죄를 돌려도 괜찮은 게냐.”

       

       – 7개월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제 뱃속에서 절 조종한 거라서 ㄱㅊ습니다!]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단 자백이군.”

       

       언젠가 엔리가 방송에서 했던 것처럼 후원을 하면 살려주겠다 이야기를 했더니 죄송하다느니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느니 천마님이 순수한 게 예상 외였다느니 하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 수돈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치만! 수인 보는 화령님 눈이 이상해보였는걸!]

       

       “하린아. 이 놈은 조져라.”

       [넵! 처단하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소란을 진정시키고 난 후.

       

       바닥을 나뒹구르는 짐승들을 구경하던 나는 내 아래에서 공포를 견디느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놈팽이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이봐.”

       “뭐…뭐냐!”

       “뭔가 오해가 있는 듯 해 하는 말이다만 나는 딱히 네 녀석들을 해 할 생각이 없다.”

       

       이 곳에서 장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본인일 지언데 그대들을 해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거짓말 하지 마라!”

       “생각을 해 보거라. 내 그대들을 해할 생각이었다면 날 공격한 이들을 살려두었겠느냐?”

       

       변변찮은 공격도 하지 않고 그대들을 모두 다 제압한 것이 본인이다.

       

       막말로 적당한 무기 하나를 빼앗아 휘둘렀다면 지금 이 돌바닥엔 네 녀석들의 털 대신 피가 흘렀을 터인데 지금은 다 멀쩡하지 않으냐.

       

       “그…그렇지만.”

       

       친절히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날 바라보는 짐승들의 눈에는 공포가 서려있다.

       

       영혼의 비틀림이 만들어내는 현상이 참으로 귀찮군.

       

       그 비틀림 또한 본인이라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는 건 어찌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며 팩하고 한숨을 내쉬었더니 내 아래에 깔린 녀석이 공포에 몸을 떨었다.

       

       “됐다. 네 녀석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한들 답이 안 나올 것 같으니 그냥 이 거리의 권력자를 데리고 와라.”

       

       윗사람의 명을 따를 뿐인 네 녀석들에게 무슨 말을 한들 시간 낭비가 될 터.

       

       “내가… 아니. 그. 제가 권력자입니다.”

       “…뭐?”

       “진짜입니다! 제가 이 곳의 영주! 사만입니다!”

       

       내게 깔린 녀석에게서 시선을 떼어 주변을 살폈더니 여러 짐승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지역의 주인이라는 녀석이 굳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고?”

       “…그것이 의무니까요.”

       

       본인의 비틀림을 느끼고서 도저히 앞에 나설 수 없는 공포를 느꼈을 터인데.

       

       본능 깊은 곳에서부터 차고 오르는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렸을 터인데.

       

       도망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나섰다는 게냐.

       

       “그것 참 흥미롭군.”

       

       좋아. 마음에 들었다.

       

       생긴 것이 어떠하더라도 마음속에 협을 품고 있는 자라면 인정을 해줘야지.

       

       “자. 멍멍아. 내 그대에게 제안을 하겠다.”

       “죄송합니다만 전 개 수인이 아니라 늑대…”

       “허?”

       “아뇨! 전 멍멍이입니다! 부디 멍멍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래. 멍멍아. 내 이제부터 그대에게 내기를 제안할 것이야.”

       

       내용은 간단하다. 내 그대에게 음식을 해 줄 터이니 그를 먹고서 평가를 해주기만 하면 돼.

       

       그대가 맛있다 평한다면 이 거리에 체류하는 것을 허락해줌은 물론이고 나의 무해함을 거리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호소해야 할 것이고.

       

       혹여 그대가 맛이 없다 그런다면 내 한치 망설임 없이 이 거리를 떠나도록 하겠다.

       

       “음식에 대한 평가는 그대의 신념에 따르도록 하지.”

       

       쉬이 말해 맛이 어떻든 그대가 맛이 없다고 하기만 한다면 내 떠나주겠다는 이야기야.

       

       어떠냐. 실로 매혹적인 거래이지 않은가?

       

       “…저. 정말 떠나주실 겁니까?”

       “물론. 본인의 무에 걸고 맹세하도록 하지.”

       

       본인이 약속을 어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멍멍이 그대는 모르겠지만 이 약속을 지켜보는 공증인이 만 명이 넘게 있거든.

       

       본인이 약속을 어기는 순간 저들이 난리를 칠 텐데 어찌 이 약속을 무르겠는가.

       

       그대가 맛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 내 많은 아쉬움을 품은 채로 이 곳을 떠날 것이야.

       

       “그렇다면. 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 바보 같은 녀석.

       

       이 빈틈투성이인 약속을 받아들이고 말았구나.

       

       상황을 무를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

       

       멍멍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나는 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음식으로 맛있다는 소리 하게 하는 거 맞죠? 그쵸?]

       

       “그럼. 물론이지. 내기의 내용이 그렇잖은가.”

       

       뭐어.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 칼에 목을 들이밀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맛있다는 이야기만 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이 음식은 맛있습니다. 저희 할머니도 맛있다고 그랬습니다.

       – 이게 맞나?

       – 댕댕이 불쌍해.

       – 역시 천마님이다.

       – 마교식 내기 ㄷㄷ

       

       “농이다. 농. 설마 본인이 이런 놀이에 자존심을 팔아넘기겠느냐.”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본인은 순수하게 요리의 실력을 가지고 승부할 생각이니까.

       

       그런 식으로 시청자들을 안심시키려 해보았지만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은 누구 하나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대체 저들에게 평소 본인의 인상이 어떻기에 저러는 것일까.

       

       진정으로 극악무도한 것을 보여준 적도 없는데 저리 호들갑이라니.

       

       흐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악인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절절히 느끼게 만들어주도록 할까.

       

       “하여튼. 이제 이 거리에 무슨 재료가 있는 지나 살펴보도록 하자꾸나.”

       

       본인이 생각하는 재료들이 이 곳에 있다면 저 멍멍이는 도저히 맛없다는 소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야.

       

       – 마교도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맛있다는 말밖에 못 하는 약 같은 걸 타는 건가요?]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만. 천마와 사파의 쓰레기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느니라.”

       

       하려면 할 수야 있다만 굳이 그런 짓거리를 왜 하겠느냐.

       

       어차피 본인의 음식 앞에 저 멍멍이가 굴복할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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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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