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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3

       그렇게 끝난 첫 번째 합방의 반응이 꽤 괜찮았다.

        

       안 그래도 최근 편집을 배우고 있었는데, 첫 번째 편집 영상으로 올려도 될 것 같다.

        

       “공포 게임은 어때?”

        

       “공포 게임…… 말씀이십니까.”

        

       나는 잠깐 고민했다.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게임하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는 나와 무덤덤한 황제의 얼굴이 대비되는 것이 메인 컨텐츠가 되긴 하겠지만.

        

       “그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일단은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클레어의 의견을 보류했다.

        

       *

        

       우리 세 사람은 같은 방을 썼다.

        

       방 안은 침대 세 개가 나란히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책상도 개인별로 세 개가 있었다.

        

       사실 ‘충분하다’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조금 달리 보일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들어가고도 바닥에 앉아있을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하다’라고 했지만, 넓다는 개념을 조금 더 널널하게 보고 있는 사람들 눈에는 다소 비좁아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이 정도 크기의 방에도 감사하며 지냈다. 이전에 있었던 원룸은 조금…… 좁았으니까.

        

       “그래도 그때가 조금은 그립기도 해.”

        

       침대에 누워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클레어가 말했다.

        

       “언니랑 다닥다닥 붙어서 자던 거, 조금 재미있었거든. 포근하기도 했고.”

        

       “……그랬습니까?”

        

       황제는 우리보다 몸집이 훨씬 크다.

        

       단순히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어깨도 넓고 하체도 튼실했다. 누우면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1.2배에서 1.3배 정도는 면적을 더 차지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과 우리 사이에 물건으로 장벽을 쳐두고 잤으니, 나, 앨리스, 클레어는 서로 다소 붙어서 잘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참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제르나에서 클레어와 함께 지낸 적도 있고, 앨리스와 함께 지낸 적도 있지만 같은 침대에서 자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고아원에서는 낡긴 했어도 각자 침대가 있었고, 황궁에서는 서로 다른 방을 썼다. 그것도 혼자 쓰기에는 좀 너무 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방을.

        

       그러니 이런 식으로…… 여자와 붙어서 잘 일은 없었다.

        

       그래, 알고 있다. 클레어는 내 동생이다. 앨리스도 내 자매다. 당연히 나도 그런 쪽으로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으니까. 여러 가지 의미로.

        

       “…….”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언제 한 번 캠핑이라도 갈까요.”

        

       나의 말에 누군가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가 침대에 일어나 앉아있었다.

        

       나를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엔 앨리스가, 왼쪽 자리에는 클레어가 있었기에, 나도 몸을 일으켜 앉아 오른쪽을 보았다.

        

       “정말?”

        

       앨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한순간이긴 했지만, 클레어와 표정이 엄청 비슷했다. 역시 자매라서 그런가?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쪽 세상에서의 캠핑은 이쪽이 아니면 즐길 수 없으니까요.”

        

       아제르나에서의 캠핑은 그냥 야영이나 다름없을 거다. 그쪽에도 라이터라면 있지만 이쪽 세계처럼 가벼운 소재를 이용한 텐트도 없고, 온갖 취미용 캠핑용품들도 없다. 죄다 무거운 쇳덩이뿐이다.

        

       아마 우리가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쪽에선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없으면 여러모로 문제가 크겠죠. 하지만 우리 셋 중에 운전면허가 있는 이가 한 명도 없습니다.”

        

       나는 원래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한 번 세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면허가 사라졌다. 여신은 굳이 거기까지 미리 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면허야 다시 따면 되긴 하는데…… 시간이 좀 부족할지 모르겠다. 슬슬 지보는 그 빛을 거의 다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황제의 경제활동이 생각보다 여신의 심기를 많이 거슬렀던 모양이다.

        

       “면허라면 지난번에 저 사람이 땄잖아.”

        

       하지만 내 고민을, 클레어가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고개를 돌리자, 클레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었다. 클레어의 손가락이 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클레어가 말한 ‘저쪽’의 방향이었다.

        

       그 문 너머에는 반대편 방이 있다. 황제의 방이다.

        

       “……황제가 면허를 땄었습니까?”

        

       “응. 우리 원룸에 지낼 때. 그때 아침에 자주 나갔다 들어왔다 했잖아? 그 와중에 딴 모양이던데?”

        

       “그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야 물어봤거든.”

        

       “…….”

        

       어, 그러고 보니 합방할 때 레이싱이 그렇게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거 설마 진짜로 운전할 줄 알아서 한 말이었어?

        

       “그런데, 그 말은 황제도 캠핑에 참여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만.”

        

       “…….”

        

       앨리스의 눈이 크게 원을 그렸다.

        

       그렇게 눈을 굴리는 것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긴 한데, 차마 꺼내놓기 민망한 이야기일 때 앨리스가 짓는 표정이었다.

        

       “……그, 나는…….”

        

       앨리스는 입을 열었다가 나를 보고 다물었다.

        

       음.

        

       앨리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앨리스는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황제는 앨리스가 거의 평생을 동경하던 이였다. 아카데미 들어가기 전만 하더라도 앨리스는 황제의 눈에 띄기 위해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녔다. 열차에서 내가 열심히 달랜 것을 계기로 조금씩 친해져서 아카데미에 갈 때쯤에는 앨리스가 나를 자매라고 여기게 되긴 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닐 거다.

        

       그리고…… 앨리스 본인은 황제에 대해서 여러모로 혐오하는 부분도 있다. 정책적인 이야기는 밀어두더라도, 황제가 나에게 칼을 쑤셔 넣었던 건이라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황제는 앨리스의 아버지이긴 했다.

        

       “좋습니다, 그럼—”

        

       “아버지는 빼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앨리스의 마음을 헤아려 황제에게 운전을 맡기자고 하려고 했더니, 앨리스가 그렇게 딱 잘라 말해버렸다.

        

       “……예?”

        

       나는 되물었다.

        

       “굳이 저 때문에 그러신다면 사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하지만 나의 말에 앨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버지를 완전히 용서한 건 아니야. 여기서 지내는 동안에는 조금은 부드럽게 대할 예정이지만, 돌아가서는 법에 의해 심판을 해야 할 테니까.”

        

       “…….”

        

       “제국에서 있었던 일은 둘째치더라도, 너를 죽일 뻔한 사람이잖아. 내 어린 시절에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줬던 사람이 너였는데. 그리고 클레어도…… 네가 아니었다면 클레어였겠지, 아마.”

        

       나와 클레어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약간……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앨리스가 황제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유해져서 나는 당연히 앨리스가 황제를 용서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셋이서 갔으면 좋겠어.”

        

       앨리스는 그렇게 확실하게 말했다.

        

       “…….”

        

       나는 고개를 돌려서 클레어를 보았다. 클레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캠핑을 하러 간다면 결국 차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 간다고 하더라도 짐이 한가득할 테니까요.”

        

       내 그 말에 앨리스는 말이 없어졌다.

        

       진짜 면허부터 따?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 나는 황제만 두고 가는 것이…… 조금 찝찝했다.

        

       뭔가 일을 꾸밀까 봐 불안하다기보다는…… 그냥 좀 그래.

        

       “……차를 살 돈은 있으니, 황제에게 한 번 물어보기나 하도록 하죠. 황제도 차를 산다고 하면 좋다고 할 겁니다.”

        

       나의 말에 앨리스는 영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감정이지만, 나와는 반대의 이유였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해가 너무 잘 가서 문제지.

        

       “그럼 같은 텐트를 써야 하는 거야?”

        

       “……텐트는 두 개가 될 수도 있죠. 자리를 두 개 잡으면 됩니다.”

        

       내 단순한 대담에 앨리스와 클레어는 피식 웃었다.

        

       “정말로 괜찮겠어?”

        

       앨리스가 다시 한번 나에게 물었다.

        

       “저를 중요하게 생각해주시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죠. 그리고…… 저는 황제가…….”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고, 그저 장소가 바뀌어서 달라 보이는 것일지 모르는 것이긴 합니다만.”

        

       나의 그 말에 앨리스와 클레어는 잠깐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럼……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하기로 하자. 그래도 아직 돌아갈 정도는 아니잖아.”

        

       “그래, 맞아. 어차피 캠핑 용품이니 뭐니 고르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할 거고, 차를 사는데도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맞는 말입니다. 일단은 황제의 명의로 차를 사거나 빌린 뒤, 그다음 우리가 면허를 따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보험이니 뭐니 하면서 여러 가지 제약이 생기긴 하겠지만, 어차피 우리가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면허만 있다면, 소유권에 문제만 없다면 불법도 아니고.

        

       나의 말에 앨리스와 클레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황제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그런 회의를 끝마쳤다.

        

       참고로 황제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건 다음 날 식탁에 모여앉았을 때였다.

        

       본인도 모르게 회의한 건…… 좀 그런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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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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