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63

        

         

       이러한 우연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잘 당선된 대통령이 가스폭발 때문에 사망하거나, 군부의 일인자가 갑자기 행방불명된 후 이인자가 권력을 잡는다거나, 승승장구하던 사업가가 갑자기 재산을 다 정리하지도 않고 갑자기 외국에 망명을 간다거나….

         

       뭐 그런 일들.

       그런 일상 같은 일들.

         

       치안, 부정부패….

       그 모든 것에서 오는 혼란과 불안정함은 아프리카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아프리카를 오는 이들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범죄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치안이 좋지는 않다고 하나 관습을 어기지만 않으면 해코지를 당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하고, 주의사항만 잘 지킨다면 금전을 빼앗길지언정 피를 볼 일은 별로 없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좋지 않은 치안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많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치안이 불안정한 편이지만,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명소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치안이 조금 좋지는 않은데 조심만 하면 큰 문제는 없다.’ 수준이었다.

       이는 가난을 조금이라도 탈출하고자 관광에 힘을 쏟아붓는 각국의 노력이기도 했으며, 아프리카로 여행을 오고 싶어 하는 강대국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기도 했으며, 관광객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서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평화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객관적으로 따지면 위험하지만, 가이드를 따라서 여행을 오는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

         

       …가이드를 따라서 여행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관습에 따르지 않는다면 극히 위험해지는 것이 바로 아프리카라는 곳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 말이 맞아요.”

       

       아그네스는 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그 경험들이 진성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아그네스는 딱히 거금을 내며 가이드를 고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이드 없이, 사역마들을 경호원처럼 사용하면서 아프리카 곳곳을 여행했는데….

         

       음식에 약을 타는 것은 기본.

       어디 골목 같은 곳만 들어가면 대장간에서 찍어낸 것 같은 엉성한 총을 들이밀고 금품을 요구하는 강도들을 수시로 만났고, 날이 조금만 어둑해지면 숙소로 괴한들이 떼로 쳐들어오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사역마가 위협적인 모습을 과시하고 있음에도 미쳐서 달려드는 인간들도 있을 정도였다.

         

       아니, ‘있을 정도였다.’가 아니다.

         

       많았다.

       정말로, 많았다.

         

       어디 소문이라도 퍼진 것인지 밤만 되면 떼로 몰려와서 습격했는데,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까지 있어서 아그네스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심지어 나이도 다양해서, 어린애가 AK 소총을 들고 덤벼들지를 않나, 노인네가 샷건을 쏘면서 오지를 않나….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를 습격한 이들 중 성욕이 이유인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를 덮친 이유?

       처녀의 피가 에이즈를 낫게 한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아그네스의 피를 얻어서 약을 만들려고 했다.

         

       당연하게도 그 사실을 알게 된 아그네스는 치를 떨었다.

         

       단순히 성욕 때문에 덮치는 것만 해도 끔찍한데….

       사람 피를 뽑아다가 약으로 쓰려고 습격을 한 거라고?

         

       게다가 더 치가 떨리게 만드는 것은, 그녀가 격퇴한 이들 중 사람을 습격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인간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녀를 탐지할 수 있는 주물에, 사람을 추적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사냥개와 하이에나, 거기다가 전류가 흐르는 포획용 그물총까지.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도 정조에 대한 위협은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인간 사냥꾼 입장에서는 처녀인데다가 마녀이기까지 한 아그네스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황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때문에 아그네스의 정조를 잃게 할 요소를 철저하게 차단하고자 아그네스를 노릴만한 이들을 온갖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아그네스가 이동하는 경로에 있는 성범죄자들을 죄다 죽이거나 치우기까지 해줬다.

         

       별로 달갑지 않은 친절이었다.

         

       아그네스는 그때를 떠올리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악몽 같은 경험이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좀비들이 잔뜩 등장해서 사람 뜯어먹는 영화는 잘 안 보게 되기까지 했으니….

         

       “흐음.”

         

       진성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자기 말에 집중하는 아나스타시아와 엘라.

       그리고 관심 없는 척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오딜리아의 모습.

         

       진성은 그녀들이 자기 말에 집중하는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프리카에 있는 몇 가지 위험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아그네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능력자조차 피해 갈 수 없는, 진짜 위험 말입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경고를 하듯이 말이다.

         

       “아프리카,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고, 공권력의 힘이 크지 않으며, 곳곳에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안전의 사각지대. 곳곳에 위협이 될만한 것들이 존재하는 그런 곳들이 말입니다.”

         

       “….”

         

       “그곳은 동물들이 가득한 평야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자들이 뛰놀고, 초식동물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짓밟고 다니며, 하마가 한입에 악어를 반 토막을 내는 경이로운 자연환경 속에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슬럼일 수도 있죠. 진흙으로 벽을 만들고, 폐자재를 주워다가 기둥과 지붕을 만들고, 비닐에다가 배변한 뒤 강에다가 그냥 집어 던지는 곳. 하지만 그런 것조차도 돈이 없어 갖지 못해 골목에서, 강가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가난의 둥지. 그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그리고-”

         

       톡톡.

         

       “그리고, 예. 도시에 있을 수도 있지요. 여행객들이 수없이 오가는 명소에, 명소의 근처에, 정부가 들어선 곳에, 수도에, 학교에, 병원에…그런 곳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치안이 좋은 곳에 교묘하게 숨어 일상처럼 자리 잡은 위험이 있을 수도 있지요.”

         

       진성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치고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마녀들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자, 여러분. 혹시 말입니다. 미싱 링크(Missing Link)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미싱 링크.

         

       그 단어를 듣자 아나스타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나스타시아의 모습을 보며 엘라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억 안 나요? 저번에 학교에서 배웠는데…?”

         

       “응? 언니는 그런 걸 본 기억이 없어용.”

         

       “…잤나요?”

         

       “언니는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엘라는 약을 올리는 것처럼 몸을 들썩이며 리듬을 타는 아나스타시아를 보며 꿀밤을 먹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꿀밤을 때리기에는 아나스타시아의 외형이 너무 어렸고, 그녀가 얌전히 꿀밤을 맞을 것 같지도 않았으며, 설령 꿀밤을 때리는 데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후환이 뒤따를 것이 뻔했으니….

         

       엘라는 얌전히 주먹의 힘을 풀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보드라운 손으로 입술을 살짝 쓸어내린 뒤 진성을 보며 말했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마는…헤어 박께서 말하려는 것은 혹시 ‘잃어버린 고리’를 말하는 것이 맞나요?”

         

       “네. 그것이 맞습니다. 진화론과 관련이 있는 바로 그 단어입니다.”

         

       진성은 눈웃음을 지었다.

       엘라가 정답을 맞힌 것이 기쁘다는 것처럼 말이다.

         

       “미싱 링크. 잃어버린 진화의 고리….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위험은 이 미싱 링크와 관련이 있는 단체입니다.”

         

       회귀 전, 세계 3차 대전이 터진 후 세상에 존재를 알렸던, 목적은 비슷하되 극과 극이었던 두 단체.

         

       “아마 생소한 이름일 것 같습니다만…『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모임』이라는 단체와, 『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있습니다. 혹시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니요. 처음 듣네요.”

         

       “흐음. 생소한 이름인데….”

         

       진성의 물음에 아그네스와 오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이 두 단체는 꽤 베일에 감춰진, 비밀조직 같은 단체거든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진성은 그녀들을 위로하듯 그렇게 말했다.

       이 비밀스러운 단체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진성이 그렇게 위로하듯 말하자, 아그네스와 오딜리아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비밀스러운 단체인데, 너는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의문을 담아서 말이다.

         

       하지만 진성은 둘의 의문에 딱히 답해주지 않고, 눈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회귀 전 용병 생활하며 알게 되었다거나, 세계 3차 대전 이후 악명을 떨쳐서 알게 되었다거나, 두 단체와 얽힌 적이 있다거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조직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르죠. 수상한 이름을 가진 것처럼, 수상한 짓을 하는 단체거든요.”

         

       진성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

         

       “이 두 단체는, 사람을 연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