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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4

       흉수가 존재한다.

         

       자신이 그 흉수를 잡아 오겠다.

         

       그리 호언장담하고서 회의실을 나선 백우진이 처음 느낀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잡겠다고 말을 하긴 했는데….”

         

       솔직히 그 흉수란 게 진짜로 존재하는가부터 긴가민가했다.

         

       심적으로는 분명히 존재하는 듯한데 손에 쥐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하여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다름 아닌 흉수의 존재를 확정 짓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가.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녀석이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찾아야겠지.’

         

       독도, 주술도 아닌 무언가가 그들의 행동에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부터 해야만 할까.

         

       “살해당한 사체를 보는 것은 아무 의미 없고….”

         

       만약 무언가가 개입했다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신체에 개입했을 터다.

         

       그렇다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몸을 살펴야 한다는 뜻인데.

         

       첫 번째 사건과 두 번째 사건의 가해자는 참형당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시체를 옮겨 그들의 고향 땅 어딘가에 묻어두었다.

         

       시일이 제법 흘렀으니 그들의 육신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거나, 그 과정 중에 있을 터.

         

       “그렇다면 남은 건….”

         

       다행히 그에게는 표본이 남아 있다.

         

       심지어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생생한 표본이.

         

       백우진은 곧장 그들이 갇혀 있는 지하 뇌옥으로 향했다.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으로 나뉘어 수감 된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들은 현재 징벌동 수감이 결정되었다.”

       “지, 징벌동이라니….”

       “잠깐만 들어가도 괴로워 죽는다는 그곳 말이야?”

       “맙소사…!”

         

       절규 어린 목소리.

         

       하지만 아예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그래도 일단 참형은 면했다는 거 아닌가?”

       “괴롭긴 하지만 잘 버티고 나오기만 하면….”

         

       그들은 안도했다.

         

       죽지 않았음에.

         

       징벌동은 괴로우나, 적어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말인즉, 어떻게든 버티고 나오면 삶을 연명할 수 있다는 뜻.

         

       그런 그들을 향해 백우진이 뇌까렸다.

         

       “좋냐?”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며 울려 퍼지는 음성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닫는 인원들.

         

       “너희들이 술 먹고 싸우는 통에 동료 아홉이 죽었는데, 너희는 죽지 않아 참으로 기쁘겠구나.”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우, 우리도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마, 맞아! 저기 사파 놈들이 성질만 긁지 않았어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먼저 시비를 건 쪽은 네놈들이잖아!”

       “뭐야?!”

       “내 말이 틀렸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구정물보다 더러운 정파 놈들아!”

       “뭐, 뭣…! 뒷골목이나 전전하던 왈패 놈들이 감히…!”

         

       쇠창살 밖으로 마구 뻗어대는 팔과 다리.

         

       이에 백우진은 그들의 곁으로 가 손수 문을 열어주었다.

         

       아니.

         

       콰아앙-!

         

       부숴주었다.

         

       만년한철을 섞어 만든 쇠창살이 단숨에 산산조각이 나자, 토끼눈을 뜨는 이들.

         

       “안 싸우냐?”

       “아, 안 싸우겠습니다.”

         

       정작 판을 깔아주면 안 싸우겠다며 뒤꽁무니를 빼더라.

         

       겁을 집어먹고 나서야 단합되기 시작한 이들을 보며 백우진이 명령했다.

         

       “지금부터 객잔에 들어설 때부터 싸움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빼놓지 말고 얘기해라. 만약 기억나지 않으면 미리 얘기해라.”

         

       몇몇이 곧장 손을 들려던 찰나.

         

       “어떻게든 기억나게 만들어줄 테니.”

         

       이어지는 말에 그들은 부리나케 손을 잡아 내렸다.

         

         

       * * *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듣고 늦은 새벽에야 집무실로 돌아온 백우진.

         

       그는 곧장 의자에 앉아 조금 전 들은 이야기를 정리했다.

         

       객잔에 먼저 들어온 쪽은 사파였다.

         

       그들은 최근 살해당한 사파 측의 인원을 애도하고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잠시 후 객잔에 들어와 술을 마시던 정파측의 인원이 이를 듣고서 역공을 가했더랬다.

         

       첫 번째 사건 때 죽은 백익단주를 기리며 흑익단주를 험담한 것.

         

       자기들끼리 나누던 이야기는 점점 커졌고, 과격해졌다.

         

       나중에는 얼굴만 쳐다보지 않았을 뿐, 두 집단이 싸우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서로의 몸이 닿는 일이 벌어졌고….”

         

       그것을 공격이라고 날카롭게 반응하여 난투극이 시작됐다.

         

       그 뒤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서로를 향해 무자비하게 주먹을 뻗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맞은 이들이 죽음에 이른 것.

         

       “으음….”

         

       백우진이 주목한 건 싸우기 전의 순간이었다.

         

       “우연히 몸이 맞닿았다…?”

         

       정파 쪽에선 급히 지나가는 점소이와 부딪혀 몸이 살짝 밀려났다고 했다.

         

       한데 무인이 무공 한 초식 배우지 못한 점소이에게 밀려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그렇다면 놈이 거짓말한 건가?’

         

       그것은 또 아닌 듯했다.

         

       몸을 가누지 못해 사파 쪽 인원과 부딪혀 난투극의 시발점이 된 사내는 커다란 죄책감을 떠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몸만 잘 가눴어도 누군가 죽을 일은 없었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하나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작 몸을 못 가눠서 가볍게 부딪힌 것을 공격으로 오인한 것 또한 이상했다.

         

       목숨이 걸린 외줄 타기와도 같은 싸움을 몇 번이나 반복해온 이들이다.

         

       그만큼 제 몸에 닿는 감촉에 굉장히 민감하여 그 의도를 쉬이 알아차린다는 뜻.

         

       그런 그들이 단순히 몸을 못 가눠 발생한 부딪힘을 공격으로 오인하고 받아치다니.

         

       “싸움의 발단이 시시해도 너무 시시해.”

         

       물론 이러한 과정이 전부 맞아떨어지게 만드는 마법의 재료가 한 가지 존재한다.

         

       바로 술.

         

       그들이 만약 잔뜩 취해 있었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점소이에게 밀려나는 것도, 이를 공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데 문제는 그것도 아니라는 거지….”

         

       그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술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다고.

         

       실제로 객잔에 알아본 결과, 그들이 시킨 술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가벼이 마시는 도중에 시비가 붙어 거기에 열중한 탓이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제정신인 와중에 감정이 격해져서 싸웠다는 말이 되는데.”

         

       연합 내의 인원들은 하나 같이 밖에서 고수 소리를 듣는 이들.

         

       그런 그들의 정신력이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즈음.

         

       문득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무언가가 그들의 감정에 개입했다면?”

         

       그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무언가가 흐트러뜨려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했다면.

         

       얼추 말이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는 다시 그거다.

         

       어떻게 그들의 감정에 개입했는가.

         

       백우진은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를 하나둘씩 곱씹어 보았다.

         

       “첫 번째는 연무장 가는 길….”

         

       백익단과 흑익단의 연무장으로 향하는 갈래 길.

         

       이따금 백익단주와 흑익단주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안부를 가볍게 묻고 헤어지던 곳.

         

       “두 번째는 숙소 복도.”

         

       이 또한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침소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객잔.

         

       그곳 또한 그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고 하였다.

         

       정파와 사파.

         

       양쪽 모두 객주에게 단골이라고 불리며 이것저것 공짜 안주도 받곤 한다고.

         

       “평범하게 겹치는 동선….”

         

       당연히 친분도 없는 이들이 동선이 겹치는 곳에서 우연히 만나 싸우지 않겠냐마는.

         

       평소에는 아무 일 없이 잘도 지나치던 이들이 도대체 왜 그날만 그리도 격해졌는가.

         

       그 의문만으로도 충분했다.

         

       “조사해 봐야겠어.”

         

       그들이 난투극을 벌인 장소를 샅샅이 뒤져야겠단 결론을 내리는 데에는.

         

         

       * * *

         

         

       다음날 아침.

         

       백우진은 곧장 조원들을 대동하여 사건이 벌어진 현장의 수색을 시작했다.

         

       첫 번째 장소, 두 번째 장소에서는 무엇도 찾지 못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시간이 지난 데다, 범인까지 명백하여 빠르게 처벌이 이루어진 뒤 현장 또한 정리되었기에.

         

       그러나 아직 낙담하기엔 이르다.

         

       마지막 사건이 벌어진 객잔.

         

       그곳은 여전히 현장이 보존되고 있었다.

         

       사건에 연루된 죄인들의 수가 너무 많은 탓에 처벌을 결정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

         

       그 과정 속에서 객잔은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 그대로 방치되었다.

         

       물론 객주는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받았으니 별 불만 없이 잘 지내고 있을 터.

         

       “무언가 의심 가는 거라면 작은 것도 빼놓지 말고 전부 주워 담아.”

         

       그들의 집중력은 한층 날카로워졌다.

         

       그들 또한 피부로 느낀 탓이었다.

         

       연합에 서서히 균열이 생겨나고 있음을.

         

       그러한 과정에서 정녕 흉수의 존재가 드러날 수만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 흐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존재에게 모든 칼날이 향할 테니.

         

       ‘반드시 찾아야 해.’

         

       평소에는 힘없이 뜨고 있던 눈을 부릅뜨고 바닥을 훑는 제갈연지.

         

       그러면서도 그녀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감정, 감정에 개입할 수 있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타인의 감정에 개입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수단.

         

       음식?

         

       아니다.

         

       만약 음식이 문제였다면 세 번째 사건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에서 무언가 나왔을 테지.

         

       “감정을 날카롭게 만든다…, 살심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객잔의 나무 벽에 남아 있는 검게 그을린 흔적.

         

       한데 그 모양이 제법 특이하다.

         

       “반듯한 직사각형…?”

         

       그녀는 확신했다.

         

       이 그을린 흔적은 어떤 사고로도 새겨질 수 없는, 인위적인 흔적임을.

         

       생각이 이어진다.

         

       만약 이곳에 무언가가 붙어 있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불타 없어지면서 남은 흔적이라면?

         

       “설마….”

         

       휘둥그레진 눈이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는 벽 근처의 바닥을 샅샅이 훑는다.

         

       난투극으로 인해 펼쳐진 아수라장.

         

       그사이에 미처 다 타지 못하고 남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나뭇조각 하나.

         

       그녀는 그것을 손에 꼭 쥔 채로 눈을 감아 기감을 끌어올렸다.

         

       나뭇조각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든 감각이 그 속을 헤집고 또 헤집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타버린 나무의 결을 타고 흐르는 기운.

         

       하도 희미하여 정신을 집중해도 쉬이 찾지 못할 만큼 은밀했으나.

         

       그것은 분명 진법을 이룰 때 이용되었던 기운이 틀림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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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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