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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4

       *** ***

         

       “후우.”

         

       무림맹주 연천백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소식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혈교와의 싸움은 점차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혈교의 준동이 시작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무림맹 소속 문파들 중에서도 비교적 진법을 잘 보존해 온 문파들은 혈교의 영물에 대적할 수 있을 수준까지 전력을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무림맹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혈교의 우호 세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며 혈교와의 대립 양상이 단순하게 진법대와 영물의 구도를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암중으로 손을 잡는 것을 넘어서 동맹이 되었을 공표하는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었으니 혈교의 세력은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불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혈교의 행보에 천하의 정파들이 무림맹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무림맹은 천하에 굵직한 정파들이 모인 단체였으나 당연하게도 천하 정파의 모든 세력을 품는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이유로 무림맹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무림맹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문파들이 훨씬 더 많았다.

       

       비록 무림맹이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으나 결국 혈교의 힘이 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혈교의 세력이 결코 약하지 않음이 증명되었고 그런 혈교에게 맞서고 있는 세력은 무림맹이 유일했으니 자연스럽게 무림맹의 그늘을 찾게 된 것이다.

         

       연천백은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연천백 홀로 집무를 보던 집무실은 크게 넓어져 제갈세가, 사마세가 등에서 파견된 지낭들이 무림맹의 업무를 분담해 처리하고 있었다.

       

       혈교의 준동이 일시적인 사태가 아님을 깨달은 무림맹 소속 문파들이 무림맹에 힘을 더해준 결과였다.

         

       무림맹이 무림맹이라는 이름답게 정말 천하를 논하는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지만 연천백의 얼굴에는 그저 근심이 가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벌어지겠구나.’

         

       혈교와 무림맹은 현재 천하를 양분하는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적대감을 품은 두 세력의 힘이 커져만 가고 있으니 비대화된 두 세력이 충돌하는 순간 천하는 돌이킬 수 없는 전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야말로 대전(大戰)이라는 이름이 붙을 법한, 무림의 역사에 다시 없을 거대한 싸움이 벌어지겠지.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싸움이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천하는 엉망이 될 것이다.

         

       연천백은 대전의 여파로 엉망이 된 천하를 상상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혈교가 승리한다면 연천백의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보다도 더 참혹한 일들이 천하를 덮칠 터였지만 과연 무림맹이 승리하더라도 무림의 평화를 지켰다 할 수 있을까.

         

       노강호인 연천백은 자신이 평생동안 경험한 무림의 생리를 떠올렸다.

         

       무림의 생리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 생리 중 가장 지독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그는 망설임없이 은원을 택할 것이었다.

         

       은원(恩怨).

         

       한 사람, 혹은 하나의 문파에서 생겨난 은원조차 대에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이 무림이었다.

         

       그렇다면 무림맹과 혈교의 대전에서 생겨날 은원은 어떨까.

         

       무림맹과 혈교의 대전은 온 천하를 뒤덮을 은원을 낳게 될 것이고 한번 돌아가기 시작한 은원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며 온 천하에 불똥을 뿌리게 될 터였다.

         

       혈교가 쓰러지더라도 천하 어딘가에 떨어진 그 불똥은 언젠가 천하를 뒤덮을 화마가 되어 다시 나타나겠지.

         

       무림을 덮친 화마는 다시 불똥을 남길 것이고 그 불똥은 언젠가 또 다른 화마가 되어 무림을 덮칠 것이다.

         

       연천백은 생각했다.

         

       그 은원의 연쇄가 끊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할까.

       

       노강호이자 무림맹주인 연천백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후우.”

         

       연천백이 좋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숨으로 달래고 있을 때였다.

         

       콰당!

         

       “맹주! 맹주님! 급보입니다!”

         

       사마가의 책사 한 명이 온갖 소란을 다 떨며 연천백에게 서신을 전했다. 연천백은 다급함과 흥분으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책사에게 서신을 전해 받았다.

         

       대체 무슨 서신이길래 이리 호들갑을 떤단 말인가?

         

       “으음.”

         

       연천백은 무거운 눈으로 서신을 바라보았다. 한 장의 서신에는 처음 보는 문양이 찍혀 있었고 또 한 장에는 곤륜파의 직인이 찍혀 있었으니까.

         

       일주일 전 급히 원군을 청하던 곤륜파의 서신을 떠올린 연천백은 마음의 각오를 하며 서신을 펼쳤다.

         

       최악의 경우 곤륜파가 멸문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아니?”

         

       그러나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도 서신을 읽은 연천백의 얼굴에는 명백한 경악이 떠올랐다.

         

       “천마신교가 움직였다고?”

         

       연천백의 경악성에 모든 책사들의 고개가 연천백 쪽으로 돌아갔다.

         

       “맹주님, 천마신교가 움직였다는게 무슨 소리입니까?”

         

       책사 중 누군가가 질문했으나 연천백은 이미 서신의 내용에 정신이 팔린 뒤였다.

         

       사파 무리와 멧돼지 영물을 이끄는 혈교 세력에게 포위되어 서서히 고사되고 있던 곤륜파에 홀연 소천마가 나타나 사파 무인들을 일소했다고?

         

       그리고 그 뒤로 진법대가 여섯이나 나타나서 혈교의 영물을 처치해버렸다?

         

       마지막으로는 천마와 뇌검낭인 호천안이 나타나 함께 중원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허허….허허허…”

         

       서신의 모든 내용을 읽은 연천백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연천백은 혈존의 함정에 빠지기 전 자신을 찾아와 일이 틀어지면 천마신교로 향하겠다고 말했던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말로 호천안이 마교를 움직이는 일에 성공했단 말인가?

         

       그것도 진법대가 무려 여섯이나 움직이고 천마와 소천마까지 나서다니 이건 지원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마교의 주 전력이 통째로 움직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었다.

         

       연천백은 도무지 서실에 적힌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자연히 연천백의 시선은 두 번째 서신으로 향했다. 경험 많은 노강호이자 천하 수많은 세력에 대한 정보를 머리에 담고 있는 연천백조차 처음으로 보는, 둔기가 그려진 인장.

         

       연천백은 그제야 그 인장이 바로 천마신교를 나타내는 인장임을 깨달았다.

         

       천마신교의 공식적인 서신이라니.

         

       어쩌면 무림 역사상 처음으로 발행된 천마신교의 서신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연천백은 서신을 펼쳤다.

         

       [천마 위지천이 무림에 고한다.]

       [본 교는 오랜 침묵을 깨고 중원행을 결정하였으니 이는 혈교를 상대하기 위함이다.]

       [어찌하여 본 교가 오랜 침묵을 깨고 중원행을 결정하였는가.]

       [그 이유는 천하가 도탄에 빠짐을 염려해서도 아니며 혈교라는 세력에게 원한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런데도 중원행을 결행하는 이유는 중원무림에는 뇌검낭인이라 이름난 신교의 성자에게 보은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분명하게 고하겠다.]

       [신교의 앞을 막아서는 자, 신교의 적으로 대하겠다.]

       [성자의 앞을 막아서는 자, 신교의 적으로 대하겠다.]

       [혈교의 우방을 자처하는 자, 신교의 적으로 대하겠다.]

       [이는 당대 천마 위지천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바이니 곧 신교의 뜻이니.]

       [중원의 모든 이들이 머릿속에 똑똑히 새겨야 할 것이다.]

         

       서신의 모든 내용을 읽은 연천백은 고개를 들었다.

         

       천마라는 심상치 않은 이름과 그보다 더 심상치 않은 연천백의 행동에 연천백을 주시하고 있던 모든 군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네들 지금 하고 있는 일들 모두 내려놓게.”

         

       연천백은 방금전까지 읽은 천마신교의 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 포고문을 전 중원에 모르는 이가 없도록 뿌리게나! 지금 당장!”

       

       이내 무림맹의 모든 전서구가 무림 방방곳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천마신교의 준동 소식은 전 무림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리고 그 시각.

         

       무림의 새로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천마신교와 호천안은 운남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 ***

         

       과연 인간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모여든 인파를 보고 있자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머릿속에 천마신교, 아니 마교란 어떤 존재인가.

         

       사람의 생살로 포를 떠 씹어 먹으며 웃을 수 있는 괴물. 강해질 수만 있다면 인간성을 버릴 수 있는 마공을 스스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자들. 눈만 마주치면 칼부림을 벌이지 않고는 견딜 수조차 없는 광인들.

         

       그런 소문이 마냥 편견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천마신교에서도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마공을 몰래 익힌 자들을 늘 존재해왔고 그들은 결국 이성이 무너지거나 마공의 습득 사실을 발각당해 중원으로 도주하는 일은 주기적으로 벌어졌던 일이었다.

         

       마공에 미친 무인들은 천마신교 전체의 무인에 비하자면 극극소수에 불과했지만 결국 중원에 노출된 마교의 무인이란 작자들은 십중팔구 마공에 미친 자들이고 나머지 십중일이는 그런 미쳐버린 마인들을 망설없이 처치하는 척살대였을테니 결국 세인들이 본 마교 무인들은 미친놈이거나 냉혈한이었던 셈이다.

         

       중원무림에서 마교라는 두 글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마교의 인사들을 직접 제 눈으로 보기 위해 몰려든 이들이 있다니.

         

       인간의 호기심은 때로는 공포조차 이기는 모양이었다.

         

       “흐음. 이곳이 그대의 터전인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그야말로 촐랑거리는 망아지처럼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던 위서련은 그나마 도시에 들어서서는 체면을 의식해 무게를 잡았다.

         

       그 모습에 흑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독고이설은 정중하게 답했다.

         

       “그렇사옵니다. 천마신교에 비할 바는 아니나 암룡문 역시 문파 치고는 나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 이 옥계는 충분히 암룡문의 터전이라 할 수 있지요.”

         

       “흐음. 그런가.”

         

       위서련의 눈빛이 반짝였다. 중원에 나온 이래 처음으로 문파에 초빙되었으니 그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저희 암룡문에서는 아버님이 귀빈 맞이를 준비하고 있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 말하는 독고이설의 어깨는 평소보다 한 치는 올라가 있었다. 그 이유는 간 큰 구경꾼들이 수근거리는 놀라움과 경탄 어린 대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저기 저 분은 독고이설님이 아닌가?”

         

       “세상에! 뇌검낭인과 함께 움직인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참말이었나보네!”

         

       “소천마와도 친분을 닦으신 모양이야!”

         

       천마신교의 세력과 함께 옥계로 돌아온 상황을 금의환향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독고이설이 암룡문의 소문주라는 직함을 넘어선 명성과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일 것은 확실하다.

         

       “이제 암룡문의 정경이 보이는군요.”

         

       멀리서 암룡문의 대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대문 앞에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무인이 가장 앞에 서 있었는데 그 기세만으로도 흑패 독고영천임이 확실했다.

         

       용지맹일 시절 코빼기도 비추지 못했던 암룡문에 귀빈으로 초대되는 날이 올 줄이야.

         

       세상 살고 볼 일이었다.

         

       “암룡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인은 무림에서 흑패 독고영천이라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천마 위지천이오.”

         

       “소천마 위서련이오.”

         

       “부족하나마 귀빈을 맞이할 준비를 해 보았으니 어서 드시지요.”

         

       “초대에 감사드리오.”

         

       위지천이 나에게 손짓을 보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가 천마와 동석할 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독고영천에게 보여주기 위함이겠지.

         

       두 천마와 함께 나란히 서자 독고영천의 눈빛이 번뜩였다.

         

       천마신교에서 내 위치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숙소를 마련해 두었으니 우선은 여독을 푸시지요. 저녁에는 귀빈분들을 환영하는 연회를 열까 합니다. 운남의 명망 있는 문파들 역시 초빙하였으니 그 자리를 빛내 주실 수 있으신지요.”

         

       “환대 감사하오.”

         

       나 역시 적당한 방을 하나 배정받았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있었더니 온 몸이 뻐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화경 고수가 어깨에 힘 좀 주고 있었다고 몸이 뻐근해진다는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니 그냥 심적으로 불편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내가 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가가, 쉬고 계십니까?”

       

       나와 단 둘이 있을 때는 은근슬쩍 날 가가라고 부르는 독고이설이 날 호출했기 때문이었다.

         

       독고이설이 날 찾아오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미련없이 몸을 일으켰다.

         

       “아버님께서 잠시 뵙자고 하시더군요.”

         

       예상했던 용건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영천 입장에서는 운남의 문파장들과 천마가 한 자리에 모이는 저녁 연회가 열리기 전에 나와 대화를 하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갑시다.”

         

       독고이설은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설령 아버님이 무슨 요구를 하더라도 굳이 응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구의 승낙 여부와 관계없이 아버님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모두 취하실 분이니까요.”

         

       “음.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문주님의 귀에 들어간다면 경을 치지 않겠소?”

         

       “괜찮습니다. 저는 이제 암룡문의 소문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니 아버님께서도 절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독고이설이 날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자 잘 만난 탓에 팔자가 피었다 할 수 있겠지요. 안 그런가, 용지맹?”

         

       날 수하로 두었을 때의 말투를 흉내내는 독고이설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쿡쿡 웃은 독고이설은 독고영천의 방에 도착하자 이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아버님. 접니다. 뇌검낭인 호천안 대협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오거라.”

         

       나는 포권을 해 보이며 찬찬히 독고영천을 살폈다.

         

       독실에서 나와 독고이설을 맞이하는 독고영천의 모습은 아까 위지천과 위서련을 접대할 때와 달리 지배자로서의 기백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 같이 강렬한 의지와 욕망이 번뜩이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거대 사파의 수장다운 모습이었다.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뇌검낭인 호천안이라 합니다.”

         

       “반갑소. 이설의 아버지인 독고영천이오.”

         

       나를 살피는 독고영천의 눈빛을 흘려넘기며 이 자리에 온 이유를 떠올렸다.

         

       이제 온 천하에 천마 위지천의 격문이 퍼졌겠지만 그 격문 한 장만으로 혈교의 우호 세력들이 떨어져 나가리라는 건 과한 기대였다.

         

       천마신교가 지닌 힘에 대해서는 그 소문만 무성했지 그 실체를 본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파 세력들이 위지천의 선언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그 힘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천마신교와 천마의 힘을 증명할 것인가.

         

       뭐 혈교와 동맹이라 선언한 사파들을 다 때려 부수고 다니면 증명이야 되겠지. 그러나 그런 행동은 지나치게 효율이 좋지 않았다.

         

       지역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혈교와 확실한 연결고리를 드러낸 사파들 중에서는 세력이 크거나 명성이 높은 문파는 극히 드물었다.

         

       뭐 그런 문파들일지라도 그 지역의 명문정파들을 거꾸러트릴 야망을 품은 만큼 충분히 큰 세력이라고 할 수는 있었지만 천마신교가 지닌 힘을 증명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꼬맹이들을 쥐어 박아봐야 누가 그 힘을 인정해줄까.

         

       그렇기에 나는 운남에 왔다.

         

       천하에서 가장 사파의 세력이 강한 이곳을 단번에 휘어잡아 천마신교의 힘을 만천하에 증명하기 위해서.

         

       “말씀을 편히 하시지요. 사석에서도 존칭이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 말을 편히 하겠네.”

         

       나는 독고영천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며 생각했다.

         

       꼭 힘을 보이기 위해서 피를 봐야만 할 필요는 없다.

         

       천마신교의 방문으로 말미암아 운남의 사파들이 혈교와의 동맹을 포기한다면 충분히 신교의 힘을 보였다 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독고영천이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놀랐네. 천마신교의 무인들과 천마께서 이곳 운남을 목적지로 삼으실 줄이야.”

         

       독고영천의 눈빛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이곳 운남에는 혈교의 영물도 없지 않는가.”

         

       독고영천의 말은 사실이었다.

         

       엄밀히 말해 혈교의 적은 영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진법과 진법대였다.

         

       그런데 정파 세력이 없다시피한 이 운남에 진법대가 있을 리가 없으니 당연히 혈교에서도 영물을 보내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이곳 운남은 천하에서 유일하게 혈교가 영물을 파견하지 않은 지역이라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영물은 없을지 모르나 혈교의 세력은 또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호오.”

         

       운남은 혈교의 침공에서부터 자유롭다.

         

       그렇기에 운남의 사파들은 거리낌없이 혈교와 동맹을 맺을 수 있을 터였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운남의 세력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암중으로 혈교와 수많은 교류를 가졌겠지.

         

       그리고 눈앞에 있는 독고영천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독고이설이 내 일행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득을 볼 기회를 마다할 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지금부터 나는 독고영천의 머릿속에서 혈교라는 선택지를 지워야 했다.

         

       “그래.”

         

       그러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독고영천의 말이 이어졌다.

         

       “용지맹이라는 이름으로는 방문하지 못했던 암룡문에 발을 들인 소감이 어떤가?”

         

       …아무래도 간발의 차이로 선공권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래간만의 예약연재로군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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