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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4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사람의 정신을 홀리는 건 무리 아님?]

       

       멍멍이와의 내기가 성립된 후 두려움 가득 한 시선 속에서 요리 재료를 살피고 있으려니 후원이 날아들었다.

       

       음식이 맛있어도 음식일 뿐인데 어떻게 맛없단 소리를 못 하게 만들 수 있냐고. 그건 만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환상이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렇지. 보통이라면.”

       

       나는 그 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저 말이 옳으니까.

       

       오. 이 곳의 고기가 꽤 괜찮군. 고기 자체의 질이 좋음은 물론이고 손질까지 잘 해뒀어.

       

       어디 보자. 내가 바라는 부위가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 하다만.

       

       – 악질이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말 하다가 끊지 마!]

       

       – 보통?

       – 그게 먼 소리여?

       – 아아. 몰?루는 건가?

       –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 점점 악질이 되는 거 가타.

       

       “미안하군. 고의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겠군. 일반적으로 말이다. 그대들이 먹는 음식은 그대들 개인에 맞추어 진 것일 수 없다.”

       

       보통 장사를 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대중의 입맛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미각에 평균치를 내어 만들어낸 음식을 이야기한다.

       

       누가 먹더라도 맛있다고 이야기를 할법한 것들 말이다.

       

       “보통은 그게 정상이지. 개인에 완벽히 최적화 된 음식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수를 상대로 음식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겠는가.

       

       그런 것을 연구할 시간에 차라리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낫지.

       

       “식문화를 연구하는 자들은 요리사고 이들은 대중의 취향을 따라야만 하는 이들이니. 결국 음식이라는 것은 대중의 취향에 발맞춰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게야.”

       

       단순히 가게에서 파는 요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돈을 들여 먹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호텔의 식사에서부터 시작해 어느 자그마한 집의 가정식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곳에 퍼져나가는 요리가 대중에 맞춰질 수밖에 없단 소리다.

       

       “그러니 한 개인에 완벽하게 맞추어진 음식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지.”

       

       당장 본인이 슬로우쿡이란 게임을 하고 나서 배운 것이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었고.

       

       어느 정도 손님에 맞게 변형을 했던 4장의 음식조차도 그 기본은 대중일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솔직히 4장에서 기본이 대중이 된 까닭은 그 멍청한 세 놈 탓이 컸다만서도.

       

       “허나 지금의 본인이라면 그 흉내정도는 낼 수 있을 것이야.”

       

       본인이 지닌 요리의 실력이 아직 미천하여 반그로우가 그러했듯 눈에 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절로 감격을 할만한 요리를 만들어내진 못하겠지만.

       

       이전에 느껴볼 수 없었던 맛을 경험시켜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테니.

       

       그걸 먹는다면 분명 절로 맛있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뭐어. 만약에 본인이 실패하여 맛없다는 말을 하려 든다면 그 땐 생각을 좀 바꿔봐야지.”

       

       – 결국 결론은 맛있음(물리)넼ㅋㅋㅋ

       – 멍멍이 눈치가 좋아야 할 텐데.

       – 어차피 자연스레 눈치는 좋아질 걸?

       

       시청자들이 저들끼리 떠들어대는 것을 눈에 담은 나는 느긋이 거리의 풍경을 살폈다.

       

       중세의 풍경을 한 것치고는 좋은 재료들이 많구나.

       

       잘 된 일이야.

       

       본인의 머리에 떠오르는 음식을 그대로 만들 수 있을 듯 하니.

       

       *

       

       크나르 영지의 주인.

       

       사만은 거리에 있는 식당 중 한 곳에 앉아서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항시 당당함을 품고 있던 눈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고, 꼿꼿이 펴져 있던 귀는 축 늘어졌으며, 꼬리는 바닥에 닿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다리를 휘감았으니. 누가 보더라도 사만이 겁에 질려 있단 사실은 명백해 보였다.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라 자부하던 사만이 이렇듯 겁쟁이가 되어버린 이유는 오늘 오후 거리에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한 괴물 때문이었다.

       

       그것은 겉모습만 따진다면 별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였다.

       

       단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얇은 팔과 다리.

       

       어지간한 전사들의 가슴팍에 올까말까한 덩치.

       

       무장 하나 없이 비어 있는 손.

       

       그녀는 분명 위협이라기보다는 거리의 사람들이 도움을 줘야 할 존재와 같은 겉모습을 지니고 있었지만.

       

       정작 그 괴물의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가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 모습을 떠올린 순간 온 몸이 떨린다.

       

       그녀의 이상을 무어라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묘사할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다.

       

       본능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공포.

       

       저것이 진정 생물이 맞는지 아닌지조차 의심스럽게 하던 혐오감.

       

       텅 비어 있으나 동시에 가득 차 있기도 한 듯한 위화감.

       

       사만은 단 한 번도 그런 존재를 본 적이 없었으며 그런 존재가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생각한 적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어릴 적 밤의 주점에서 음유시인이 해주던, 어린 아이가 침대 밑으로 파고 들어가게 만들던 공포스러운 이야기 속에는 그런 미지의 공포가 존재했으니까.

       

       나무 탁자의 결을 살피며 식은땀을 흘리던 사만은 차라리 전투를 하는 와중에 죽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의 파도처럼 끝없이 스며드는 공포 탓에 정신을 놓고 돌진하던 그 순간에 죽었다면 지금처럼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떨 일도 없었을 테니.

       

       가게의 주방에서 들려오는 여러 번잡한 소리에 사만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얼굴털을 쓸어내리며 괴물이 무슨 음식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음유시인이 해주었던 괴담 속의 여러 이야기다.

       

       맛있는 음식이 알고 보면 친구의 고기였다거나. 먹는 순간 그대로 정신이 나가버리게 만드는 음식이라거나. 차라리 죽음을 바라는 꼴이 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만은 그런 것들을 괴담이 괴담인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괴담 속 괴물 같은 악몽이 눈앞에 있는데 다른 괴담이 현실이 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왜 하필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을까.

       

       이런 막중한 책임 같은 게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저 멀리로 대피한 다른 이들처럼 공포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내 주변에서 날 안쓰럽게 바라보는 병사들처럼 스스로가 입 안에 밀어 넣게 될 음식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테고.

       

       저 괴물의 앞에서 맛없다는 소리를 하며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지.

       

       영주로써의 의무가 무겁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무거웠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제발. 제발 저 괴물이 자신이 한 말을 지켜주었으면 좋으련만.

       

       공포를 견디기 위해 사만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던 그 때에 그의 코가 자연스레 냄새를 빨아 들였다.

       

       주방 안 쪽에서 흘러나오는 먹음직스러운 냄새에 사만은 방금 전까지 느끼던 두려움도 잊고 입을 헤하고 벌리고 말았다.

       

       뭐지? 약간 매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이 냄새는.

       

       

       “흡!”

       

       안 돼.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렇게 음식을 기대한다는 티를 내선 안 된다.

       

       나는 반드시 저 요리를 먹고 맛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나올 음식을 기대하는 티를 낸다면 내가 할 맛없다는 단어에 설득력이 없어질 터 아닌가!

       

       턱에 힘을 더하며 사만이 엄중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뒤편에 있는 병사들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자중하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매혹적인 냄새 앞에서는 어지간한 인내심조차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침을 꿀꺽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만 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주방의 요란스럽던 소리가 그치고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게 안에 있는 누구라도 눈길을 돌릴 만큼 매혹적인 냄새와 그를 들고 있는 미지의 공포를 지닌 존재의 결합 속에서 사만은 꿋꿋이 테이블 위를 바라봤다.

       

       고개를 드는 순간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스스로도 짐작할 수 없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의 노력은 무의미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걸음소리가 근처로 다가오더니 그의 코앞에 음식을 들이밀었으니까.

       

       접시에 담긴 것은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들어낸 스테이크였다.

       

       갈색빛의 먹음직스러운 소스가 위에 뿌려져 있고 방금 막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허연 김이 솟아오르는 그 음식의 앞에서 사만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기대가 되는가보지?”

       “무… 무슨 소리를!”

       

       전혀 그렇지 않다 답하기 위해 퍼뜩 고개를 치켜 든 사만은 괴물의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푸흐. 그래. 멍멍아. 기대하지 않았다 해도 괜찮으니 이 함박스테이크나 한 입 해 보거라. 분명 맛있을 것이야.”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칼을 통해 입에 넣기 좋도록 스테이크를 썰고. 그를 포크로 집은 후. 입 안에 넣고 그 맛을 조금도 음미하지 않고 삼킨 다음. 맛없다는 소리를 외치면 된다.

       

       그걸로 끝이다.

       

       이 이상 먹을 가치도 없으니 떠나라 그러면 되는 것이야.

       

       사만은 공포 때문인지 기대감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감정 탓에 떨리는 손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놀랍군. 어찌 이리 부드러울 수가 있단 말인가.

       

       나이프에 힘을 더할 필요도 없다. 그냥 손톱으로 꾸욱 눌러버리면 고기 아래로 파고들지언데 어찌 나이프의 날이 필요하겠는가.

       

       안 쪽에서 흘러나오는 육즙과 고기가 품고 있던 열기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김과 그를 따라 퍼져나가는 먹음직스러운 향이란!

       

       …

       

       안 돼!

       

       이 음식을 느긋이 즐겼다가는 저 괴물이 원하는 대로 되어버릴 것이야.

       

       일단 삼키는 것이다. 혀로 맛을 즐기지 않고 그냥 무작정 삼키고 맛없다는 소리를 외쳐야 해!

       

       무작정 잘라낸 고기를 포크로 집어 든 사만은 그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를 집어…삼키려했지만 사만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고기가 혀에 닿은 순간 그를 삼키는 일련의 행위가 너무 아깝다고 느껴졌기에.

       

       혀 위에 가만 내버려 둬도 녹아내리는 고기를 무얼 하러 꿀꺽 삼켜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버렸기에.

       

       쫑긋 세워진 귀와 살랑거리는 꼬리를 그대로 드러낸 사만은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입 안에 든 음식을 삼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두 손에 쥐어진 식기를 꾹 쥔 채 무거운 목소리를 냈다.

       

       “ㅈ…제…”

       “흠?”

       “제기라아알! 맛있잖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짐승의 포효 앞에 선 괴물은 피식하며 웃는 소리를 내곤 다른 병사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을 위한 음식도 준비되어 있다만. 먹어볼 테냐?”

       

       귓가를 간질이는 괴물의 유혹에 몇몇 병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흐윽. 왜 맛있는 거지? 저렇게 두려운 괴물이 만든 게 왜 맛있는 거냐고.”

       “대체 여기에 무슨 마법이 깃들어 있는 거냐.”

       “한 입 씩 먹을 때마다 음식이 주는 게 너무 아까워…”

       

       그릇에 묻은 소스 한 방울마저 싹싹 긁어먹은 후에서야 정신을 차린 사만은 저마다 다른 음식을 먹으며 울고 웃는 병사들을  살피다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내가 음식에 미쳐 이 거리를 주방의 괴물에게 팔아넘기고 말았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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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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