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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4

        

         

       “사람을…요?”

         

       “네. 사람을.”

         

       진성은 으스스한 괴담을 듣는 것처럼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을 바라보는 엘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모임 』부터 설명을 해야겠군요. 이 단체는 백인들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네?”

         

       아프리카에, 백인들로만 이루어진데다가, 사람을 연구하는 단체?

       심지어는 비밀스럽기까지 하다고?

         

       불길하고, 역겨운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길한 예감은…정확히 들어맞았다.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최소 1세기 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입니다. 흑인이 ‘미싱 링크’에 속한 존재이며, 백인은 진화가 완료된 존재라는 백인우월주의자들로 시작된 단체이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

       거기다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모임이라니.

         

       진성의 말에 아그네스와 오딜리아의 얼굴이 굳었다.

       특히나 오딜리아의 얼굴은 꽤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이 우월한 인종이라는 교만의 폐해를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사람으로서…진성의 말이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처음 시작은 미싱 링크를 밝혀내고 다윈의 진화론이 옳은 것임을 증명하겠다는 지식인들로 시작이 되었습니다만….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진화론이 정설로 받아진 뒤에는 성격이 조금 변해서, 인종별 차이를 연구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중요한 부분을 앞두고 숨을 고르듯이 말이다.

         

       “물론 단체의 성격과 닮은 어떠한 의도가 좀 들어가 있는 연구이기는 합니다만.”

         

       “…연구라 하면?”

         

       “백인이 우월한 존재이며, 가장 진화된 인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죠.”

         

       “…끔찍하네요.”

         

       “하하하. 네, 끔찍하죠. 편협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진짜로 끔찍한 건 따로 있습니다.”

         

       “네?”

         

       “이 단체가 그 연구를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표본’을 수집한다는 게 문제죠.”

         

       표본.

         

       듣기만 해도 불길해지는 단어가 아닌가.

         

       “…표본?”

         

       오딜리아는 설마 싶은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예. 표본…다른 말로는, 사람입니다.”

         

       연구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연구하기 위해서는 표본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표본을 모은다.

       사람을 연구하기에, 사람을 모은다.

         

       “이들은 인신매매를 통해 ‘평범한 표본’을 수집하고, 용병이나 부패한 국가의 군대나 경찰을 이용해서 ‘특이한 표본’을 수집하고, 자신의 인맥과 사병을 사용해서 ‘특별한 표본’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표본’으로 연구한다.

       유전자를 뜯어보고, 온갖 약품을 퍼붓고, 가위질로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며, 온갖 방법으로 유전자를 변형시키며…끔찍하고 비윤리적인 연구를 계속한다.

         

       증명하기 위해서.

       백인이 가장 우월한 인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추정컨대 ‘연구소’는 아프리카에 있고, 힘을 투사할 수 있는 곳은 동유럽 일부와 아프리카 일부 정도. 즉, 그곳에만 가지 않으면 엮일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들의 힘이 미치는 곳에 들어선다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진성은 거기까지 말하곤 마녀들을 바라보았다.

         

       마녀들은 충격적인 그의 이야기에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진성을 바라보고 있었고, 엘라는 충격이라도 받은 듯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그네스는 무엇을 떠올리는 것인지 인상을 팍 찌푸린 채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딜리아는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서 미간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하하. 그리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요? 하지만 진실로 존재하는 위협인 만큼, 말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짜악!

         

       진성은 분위기를 환기하고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손뼉을 쳐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단체에 대해서.

         

       “그럼 두 번째 단체에 관해서 이야기해드리고자 합니다.”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

         

       앞선 『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모임』과 비슷하지만,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이라는 이 단체는, 앞서 말씀드렸던 단체와 정반대입니다.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모임이 백인으로만 이루어진 단체라면,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은…오직 흑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흑인으로만…인가요?”

         

       “예. 오직 흑인만이 이 단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전통이거든요.”

         

       “…전통.”

         

       “이것 역시 자세하게는 모릅니다만…. 이 단체는 좀 오래된 것으로 압니다. 대략 3세기 전쯤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노예무역이 활발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아프리카인들을 잡아가는 유럽인들과 무슬림들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죠. 아프리카 부족들의 신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은 진흙으로 빚어졌다.’라는 것에서 따서 이러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 단체의 탄생은 노예로 잡혀가는 아프리카인들을 구출하고, 침략자들을 무찌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들은 유럽인들과 무슬림의 강력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인 중에서 같은 아프리카인들을 팔아먹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렇게 이들은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숱한 탄압을 받으며 어둠 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탄압받고 어둠 속에 숨어든 이들은 점차 변질하기 시작했다.

       용맹한 사람들, 전사들이 소속되어 있던 이 단체는 점차 종교적인 색채를 띠기 시작하였고, 식민지로서 온갖 탄압과 설움을 겪으며 점차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기독교가 아프리카에 퍼져나감에 따라 점차 음지로 숨어들어 가며 밀교처럼 변해갔으며…. 거기에 ‘진화론’과 접함에 따라 비뚤어진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현재의 『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흑인이 가장 우월하며, 가장 근원적이며 완벽한 인종이라고 주장합니다.”

         

       “….”

         

       “아프리카는 인류의 발원지이며, 아프리카인들은 그 근원에 가장 가까운…환경에 적응하며 변해간 다른 인종과는 다른 완벽한 존재라는 것이지요.”

         

       이들은 황인을 보며 말한다.

       황인은 추운 지역에서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대신 완벽함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몸집은 왜소해졌고, 힘은 빈약하게 변했다. 성장의 속도가 더뎌졌으며, 전사로서의 가능성이 깎여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백인을 보며 말한다.

       백인은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지방을 많이 축적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변화한 것은 나쁘지 않으나, 그 반대급부로 냄새가 많이 나게 되었고, 털이 많이 나게 되었고, 햇빛에 제대로 견디지 못할 정도로 피부가 하얗게 변했으며, 못 먹는 음식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다고.

         

       그렇기에 이들은 말한다.

       인류로서 원형이 되는 흑인은 가장 완벽한 존재이며, 흑인은 인류의 이상향이다.

         

       “와…! 개판이네요!”

         

       진성의 설명을 들은 아나스타시아는 감탄했다.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단체들이라니!

       심지어 그 둘이 같은 대륙에 존재한다니!

         

       이걸 개판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개판이라고 하겠는가!

         

       “하하. 그렇죠. 개판입니다. 심지어 하는 짓도 비슷하니…. 정말로 개판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지요.”

         

       극과 극.

       백인우월주의와 흑인우월주의.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원히 섞일 수 없는 두 단체는 그 누구보다도 닮아 있었다.

         

       “이 단체 역시 사람을 연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옅어진 ‘흑인의 순수성’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인종인 ‘흑인’을 완벽하게 복원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이들 역시 사람을 표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들 역시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모임과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었다.

       인신매매를 통해 백인과 황인 표본을 모으고, 아프리카 곳곳에 있는 흑인들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표본으로 모은다. 때로는 용병이나 범죄자를 고용하기도 하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표본의 경우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까지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라우 렌츠와 프라우 빈터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성은 고개를 돌려 아나스타시아와 엘라를 보며 말했다.

       목소리에 걱정이 된다는 듯한 감정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네…? 어째서…인가요?”

         

       “이 단체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프라우 빈터와 프라우 렌츠가 속해있기 때문이지요.”

         

       “…설마.”

         

       진성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짐작한 엘라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네. 이 단체는, 유전병 환자들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히익.”

         

       엘라는 진성의 말에 겁을 먹은 듯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이런. 제가 너무 놀라게 했나 보군요.”

         

       그는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이는 엘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단체는 아프리카인들로 이루어진 만큼, 아프리카 외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거든요. 인신매매 조직과 연관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기도 하고, 범죄조직들도 어지간히 멍청하지 않은 이상에야 능력자를 타겟으로 삼지는 않으니…. 아프리카에 가지만 않으면 이들과 엮일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 건 다행이네요….”

         

       “하지만.”

         

       진성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갑자기 끊어버리고, 저음으로 엘라에게 말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아프리카로 간다면 위험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

         

       그는 마치 쐐기를 박듯, 강하게 경고를 엘라의 뇌리에 새겨넣었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돌려 아나스타시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제가 왜 탄자니아로 가면 안 된다고 했는지, 이해가 가십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장을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벌이던 쥐의 소리가 사라지고 어느덧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습니다.
    냉기처럼 착 가라앉은 침묵이 이토록 감미롭게 느껴질 줄이야.

    온갖 소음을 냈던 불쾌한 이웃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약을 먹고 죽은 것인지….

    다만 처음 보는 날벌레가 수시로 보이는 것을 본다면, 천장에서 썩어가고 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어찌되었건 과할 정도로 넘쳐났던 쥐들의 세가 꺾이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겠지요.

    그리하여 저는 기쁨을 담아 약속한 것을 이행합니다!

    침묵이 다시 돌아왔음을 기념하는 3연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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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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