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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5

        

       내가 용지맹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들켰을까.

         

       뭐 사실이 새어나갈 곳이야 차고 넘쳤다. 뭐 독고이설의 수하들과 신참들도 다 내 얼굴을 알고 있고 이설이 머물던 기루에 쳐들어왔던 요란의 수하들이라면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을 터였다.

         

       뭐 어떻게 들켰느냐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들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그리고 들켰다는 사실 자체도 큰일은 아니었다.

         

       “용지맹이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독고영천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나는 눈 한번 깜박하지 않으며 독고영천을 응시했다.

         

       독고영천이 내가 용지맹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쥐고 있다고 한들 상관없었다.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내가 용지맹이었다는 증거를 들이대면서 나를 압박해봐야 독고영천 입장에서는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천마를 등에 업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만큼은 내가 강자였다.

         

       막말로 위지천이 나서서 ‘우리 성자를 건드려?’라면서 독고영천을 박살내 버릴 수도 있는 판국이었으니까.

         

       나 역시 손해를 볼지 모르겠지만 독고영천은 나보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터였다.

         

       뭐 내가 용지맹이었다는 사실을 까발리고 싶으면 까발려 보시던가.

         

       그런 의미를 담은 미소를 짓자 독고영천 역시 웃어 보였다. 내 도발적인 대응에 충분히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는데 어째 기꺼운 모습이었다.

         

       “허허허. 한때 이설이 아꼈다는 용지맹이라는 자와 무척 닮아 한번 농을 해 보았네.”

         

       “하하하. 과연 그랬었군요.”

         

       독고영천이 내건 시험에 나름 합격점을 받은 것일까.

       독고영천은 독고이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내라고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설이 어째서 자네에게 목을 매나 싶었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군.”

         

       “과찬이십니다.”

         

       “아니. 그렇지 않네. 내가 자네의 나이 때 어땠는지 아는가? 이십 대 중반에 초절정에 올랐다는 사실에 취해 있었으며 암룡문의 소문주 자리에만 목을 맸지. 그러나 자네는 이미 화경의 경지에 올랐고 암룡문의 문주를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

         

       “그저 그런 환경이었을 뿐입니다. 문주님께서도 저와 같은 처지에 처하셨다면 지금의 저보다 더 잘 헤쳐나가셨겠지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후후, 가가. 자랑스러워하셔도 좋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쉬이 약한 소리를 입에 담으시는 분이 아니니까요.”

         

       “이런.”

         

       한 바탕 훈훈한 미소가 지나가고 독고영천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이내 본론을 입에 담았다.

         

       “혹시 요새 운남이 어찌 돌아가는지 아는가?”

         

       “알려주신다면 경청하겠습니다.”

         

       “자네, 실례. 용지맹이 일으킨 일로 인해 출동한 황군 때문에 운남의 세력구도는 적지 않게 흔들렸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본 것은 암룡문이었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내가 벌인 일들로 사도련의 문파들은 크고 작은 타격을 입었다. 이중으로 타격을 입은 속령파와 황군에게 단단히 찍힌 오독문은 물론이고 흑사문과 참호당 역시 옥계의 건으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루었겠지.

         

       반면 암룡문은 세력에도 큰 피해가 없었을뿐더러 후계구도까지 말끔하게 정비했으니 세력을 뻗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혈교가 중원에서 힘을 떨친 뒤로는 조금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네. 혈교는 적극적으로 운남에서 동맹을 모집하기 시작했으니까. 함께 다른 지역을 도모하자는 혈교의 제안은 운남 사파들 입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이었네.”

         

       독고영천이 돌려 말했지만 다른 지역이라는 곳은 사천일 것이 뻔했다.

         

       정파 세력이 강한 사천을 함께 도모하고 그 과실을 나누자는 내용이었겠지.

         

       “암중으로 운남에 그런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니 천천히 암룡문이 고립되기 시작하더군. 자네와 이설이 함께하고 있었으니 암룡문은 누가 봐도 자네의 편처럼 보이지 않았겠나.”

         

       “과연, 그렇겠군요.”

         

       뭐 운남은 누가 봐도 지역 전체가 혈교의 잠재적인 우방일 수밖에 없었다.

         

       천하가 무림맹과 혈교로 양분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운남의 사파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혈교밖에 없었으니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암중으로 혈교와 연관점을 지니고 있겠지.

         

       “그 덕에 암룡문은 운남에서 고립되어 곤란한 처지일세.”

         

       다만 암룡문이 고립되었다는 독고영천의 주장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뭐 한때 암룡문이 고립되었다는 말 자체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천마신교의 출진 이후 암룡문의 위치는 완전히 뒤바뀌었겠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사파의 생리다.

         

       지금까지는 혈교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어차피 무림맹을 택할 수도 없으니 손쉽게 혈교의 손을 잡았지만 천마신교라는 변수가 떠오른 이상 운남의 사파들은 셈을 새로이 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혈교를 손절하거나 혹은 천마신교와 손을 잡거나.

         

       어떤 속내를 품었던간에 천마신교와 함께 움직이는 나와 연결고리가 확실한 암룡문의 위상이 달라지리라는 건 확실했다.

         

       정말로 암룡문이 고립된 처지였다면 다른 문파장들을 초대하지도 못했겠지.

         

       그리고 의심하는 김에 말을 더 보태자면 암룡문 역시 혈교와 교류하고 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못할 일이었다.

         

       내가 혈교의 인사였다면 분명 암룡문에게 이런 제안을 했을 테니까.

         

       합격진의 축 중 한명인 독고이설을 호천안과 떼어 놓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하겠다고 말이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엄살을 피우는 것이 역시 사파의 거두답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방심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말려들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입을 열려던 때. 바깥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접객 중 끼어드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긴히 전할 소식이 있어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무엇이냐?”

         

       그리고 이내 소식을 전하는 시비의 말을 듣고 나는 만만치 않은 이가 한 사람뿐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령파의 문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저녁 연회가 열리기까지 두 시진이 넘게 남은 지금 이 시각에 암룡문에 도착한 악경철.

         

       그런 악경철의 행동 때문에 나는 독고영천과 어떤 합의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파할 수밖에 없었다.

         

       *** ***

         

       “얼굴이 죽상이로군.”

         

       나를 놀리는 듯한 위서련의 음성에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독고영천과는 어떤 건설적인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연회가 시작될 때까지 악경철이 독고영천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인배적인 기질이 강한 것과 별개로 악경철 역시 닳고 닳은 노강호이자 거대 사파의 주인이라는 것일까.

         

       천마신교의 방문과 연회 사이에 있는 시간동안 독고영천이 무슨 수를 쓰지 못하도록 몸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상황이 허락하면 다른 문파장들보다 먼저 위지천을 만나려는 속셈도 있지 않았을까.

         

       연회가 시작하자마 위지천 곁에 딱 붙어서 연신 손을 비비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운남의 사파들을 물로 본 것일까.

         

       “무언가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은 모양인데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술이나 마시거라.”

         

       위서련이 내 속도 모르고 큭큭거렸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흑묘가 눈총을 주었다.

         

       “아니 왜 심란한 사람을 자꾸 더 심란하게 만들어요?”

         

       “어이쿠.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군.”

         

       그리 말한 위서련은 말과는 다르게 시원하게 잔을 비웠다. 그 호쾌한 동작이 정말 근심걱정 하나 없어 보여서 괜히 심통이 났다.

         

       그래 그냥 중원에 나와서 마냥 좋다 이거지.

         

       “그대는 쓸데없이 생각이 너무 많다.”

         

       쓸데없다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놓친 기회다.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면서 인상이나 찡그리고 있어 봐야 좋을 일은 없겠지.

         

       “뭐 알겠습니다. 미련을 가져 봐야 저만 손해죠.”

         

       “흐음. 그런 의미가 아니다만.”

         

       위서련은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싱긋 웃었다.

         

       “요는 이 운남의 세력들이 혈교와 협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그게 그렇게 쉬우면 애초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지도 않았지.

         

       “그대는 참으로 특이해. 이 소천마의 적수가 될만한 무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무인스럽지 않으니 말이다.”

         

       “으음…”

         

       위서련이 내 잔에 강제로 술을 채웠다.

         

       “그대의 고민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다.”

         

       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혹시 천마께서 무슨 안배라도 해 놓으셨습니까?”

         

       “그런 걸 해 둘리가 있겠느냐? 허나 판이 그리 흐르는 것은 필연에 가까운 일이니 걱정할 것 없다.”

         

       아니 그럼 대체 무슨 자신감이냐고.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으로 위서련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위서련의 눈썹이 까닥였다.

         

       “그래, 네 고민거리를 날려 줄 작자가 찾아왔구나.”

         

       무슨 소리지.

         

       그런 생각도 잠시. 이내 거칠고 거대한 기운이 연회장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화경인 내가 느끼기에도 심상치 않은 기세.

         

       나도 모르게 독고영천과 있는 쪽을 바라보았더니 이미 독고영천의 얼굴은 이미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콰앙!

         

       연회장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기파가 쏟아졌다. 거칠고 흉폭한 기파가 장내로 쏟아져 들어오자 그 기파에 눌린 이들의 헛숨이 연회장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입구에는 기골이 장대하고 눈빛이 흉흉한 한 무인이 서 있었다.

         

       나는 그 무인의 옆구리에 걸린 도를 보자마자 그자가 참호당의 문주, 혈도 사복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경인 나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기파를 뿜으며 도를 주 무기로 쓰는 무인이 혈도 사복설 말고 또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 사복설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못박혀 있었다.

         

       바로 천마 위지천이었다.

         

       나는 그런 사복설을 보며 생각했다.

         

       설마…아니겠지?

         

       진짜로 천마에게 덤빈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분위기 파악 더럽게 못 하는 녀석이 농담이랍시고 벌인 일이겠지?

         

       “천마 위지천!”

         

       그러나 사복설은 그런 나의 간절한 소망을 확실하게 배신했다.

         

       “그대에게 비무를 청한다!”

         

       나는 몰랐지만.

         

       아무래도 사복설은 자살지망자였던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 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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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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