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65

       음, 뭐.

        

       황제를 데리고 온 것은 그래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우리 셋만 놀러 나왔으면 왠지 양심이 아팠을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일상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황제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조금 웃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볼까.

        

       집에서 황제는 요리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

        

       황제가 특별히 가부장적인 성격이라 그렇게 된 건 아니고, 메뉴 고르는 사람들이 보통 나, 클레어, 앨리스 셋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우리 셋이 먹고 싶은 것을 정하고 함께 요리를 준비하고, 그다음에 황제를 부른다. 당연히 황제가 요리할 기회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 황제는 고기 굽는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평생 다른 사람이 구워준 고기를 먹고 살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직접 고기를 구웠다.

        

       “원래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버지 역할인 사람이 고기를 굽는 것이 그림이 살지만, 어쩔 수 없지요.”

        

       “크흠.”

        

       나의 말에 황제가 조금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냈다.

        

       이런 소리도, 사실 아제르나에서는 듣기 힘든 소리였다.

        

       황제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화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약간, 뭐랄까.

        

       ‘그 또한 생각하던 일이다’라는, 여러모로 엄청나게 열받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니까. 아마 그래서 주식 같은 것도 잘하는 거겠지. 망할 수도 있는 것의 가능성을 철저하게 따져서 온갖 곳에 분산투자 하는 방식.

        

       정말 궁금해서 방송 다시 보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방송 본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거의 모든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식만 해야 가능한 방식이랄까.

        

       정작 황제는 우리와 함께 놀러 올 때는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많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요리는 하지 못한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처음으로 황제의 그런 모습을 본 나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열심히 황제를 놀렸다.

        

       버너 위에서 소시지가 구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 소시지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황제가 근처까지 와 있었다.

        

       “……집게 하나 있느냐?”

        

       황제가 물어서, 나는 순순히 집게 하나를 건넸다. 집게라면 많이 가지고 왔지. 혹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구울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굽는지 알려주면, 내가 구워보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요리라는 건 생각보다 꽤 어려운 것입니다. 조금 전에도 고기 굽는 데 실패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은 구이용 삼겹살이나 목살과는 다르게, 황제가 태워 먹은 고기는 그야말로 덩어리 같은 두께의 소고기였으니까. 감각을 모르면 겉을 태워 먹을 수밖에 없다.

        

       지금 굽는 건 소시지라서 큰 문제 없을 것 같긴 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시군요.”

        

       음.

        

       너무 놀리면 지난번에 게임에서 진 걸 복수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그런데 뭐, 큰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방송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앨리스와 클레어가 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내 진짜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 포기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객기라고 하면 되려나.

        

       “그럼, 한 번 해보도록 하죠.”

        

       “좋다.”

        

       나의 말에 황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결과를 말하자면, 황제는 요리도 곧잘 배웠다.

        

       오늘 처음 굽는 것이었으니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실 나도 요리사는 아니었으니 황제를 완벽하게 가르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겉을 너무 태우지도 않고 속이 차갑게 남지도 않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처음 구워 먹었던 것이 소고기였다면, 이번에는 돼지고기였다.

        

       “이 나라의 음식은 훌륭하군.”

        

       “사실, 먹고 있는 것의 절반 이상은 외국의 음식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맛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 않으냐?”

        

       그건 맞는 말이긴 했다.

        

       솔직히, 소시지는 아제르나 것이 더 맛있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다. 아제르나의 모티브는 유럽이지 않은가. 심지어 참 괴상하게도 독일과 영국을 섞어놓은 나라고.

        

       소시지로 유명한 나라였으니 온갖 종류의 소시지가 넘쳤다.

        

       그러면서도 외식은 대부분 맛이 없었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입니다만, 아제르나의 음식을 가져다 비교하자면 이 세상 어느 나라의 음식을 가져다 놓아도 그것보다 맛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없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내 생각인데, 진짜 영국 요리를 가져다 두더라도 아제르나 요리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식자재는 대륙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데 말이다.”

        

       “그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그렇겠지.”

        

       “뭐, 나도 이것저것 배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듣자 하니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에서는 여러모로 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잖아. 천천히 오랫동안 적용해봐야지.”

        

       “캠핑와서까지 부국강병을 논할 필요는 없잖아.”

        

       클레어가 기분 상했다는 듯 말해서, 우리는 모두 웃었다.

        

       “아, 맞다, 맞다.”

        

       클레어는 손뼉을 짝 치더니 얼른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클레어는 이쪽에 와서도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했다. 시간 날 때마다 프린트해서 열심히 쟁여두는 중이기도 했다.

        

       “자, 전부 여기 보세요!”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메라를 우리에게 향했다.

        

       나와 앨리스, 심지어 황제까지 카메라 안에 담아서, 찰칵. 사진을 찍었다.

        

       “좋아, 좋아.”

        

       이제 10월이라, 해가 벌써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다. 달이 뜨지 않는 날인지, 벌써 밝은 별 몇 개는 조금씩 빛나고 있었다.

        

       황제는 그런 클레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물어보자, 황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냥, 일어나지 않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 가능성 안에서도, 아마 누군가는 당신의 계획을 막았을 겁니다만.”

        

       “그런 가능성을 생각한 건 아니다.”

        

       황제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저…… 내가 했던 일에 말려들었던 이들을 생각해보았을 뿐이지.”

        

       “…….”

        

       일개 시민이 되어보니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

        

       그런데 우리는 사실 일개 시민치고는 훨씬 잘살고 있는 거긴 한데.

        

       “……당신이라면, 아마 뒷골목에서 태어났어도 그 자리에 올랐을지 모르죠.”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정말 그럴 것 같았다.

        

       그 아제르나의 뒷골목이었다고 하더라도, 황제는 자기가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엄청나게 발버둥 쳤을 거다.

        

       그리고 그 발버둥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오히려 당신이 황제로 태어난 것이 더 안전한 일이었을지 모르죠.”

        

       “나도 가끔은 그렇게 생각한다.”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올라가서 일을 벌이는 쪽이, 올라가기 위해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희생이 덜한 법이니.”

        

       그 말에는 나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한밤중.

        

       꽤 추워졌지만, 나, 클레어, 앨리스 세 사람은 다 같이 해변에 앉아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꽤 잘 보였다.

        

       아쉽게도 종종 일러스트나 영화 같은 곳에서 나오는 것처럼 은하수가 대놓고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보이는 것보다 많은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주 아름답다 생각했다.

        

       “아제르나에 돌아가서도, 이럴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럴 수 있을 거야. 내가 황제가 될 거잖아?”

        

       “……아니, 황제랑 가면 주변에 병사들이 바글거릴 거 아니야.”

        

       “그건 감수하는 수밖에 없지. 저쪽 세상은 정말로 도적단이나 강도단이 존재하는 곳이니까.”

        

       앨리스의 말에 클레어가 치, 하고 소리를 냈다.

        

       “뭐, 그래도 놀러 갈 일 있으면 나도 데리고 가 줘. 둘이 노는데 나만 빠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매우 클레어다운 말이라서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

        

       잠깐, 우리 모두 말을 쉬었다.

        

       “……저 사람, 성격이 조금 바뀐 것 같지?”

        

       클레어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게. 적어도 제국에서 보던 모습은 아니야. 혹시 일이 실패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치기라도 한 걸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쪽 세상에서 지내본 게 큰 영향을 미쳤겠죠. 아마, 우리 세 사람이 가장 큰 원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셋이?”

        

       나는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황제는,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요.”

        

       “…….”

        

       그래, 황후는 있었다. 딸도 있었다. 능력 있는 자식들을 추려서 나름대로 아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였을까?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앨리스가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죠. 돌아가서는 조심해야 할 겁니다.”

        

       “알고 있어.”

        

       나의 말에, 앨리스는 하아,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