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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5

    -저희 루체스트는 드디어, 여러분들이 그토록 걱정하시던 차세대 줄기세포 프로젝트에 성공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성공시킨 연구는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아주 성공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저희 연구가 적용된 시술을 받는다면 고혈압, 당뇨, 탈모, 암, 그런 것들은 더이상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모든 질병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니, 질병 뿐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까지 완벽히 고칠 수 있게 되겠죠. 팔이 없는 사람에게 새 팔을 달아주고, 다리가 없는 사람에게 새 다리를 달아주는… 이건 더이상 공상이 아닙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면 죽은 사람까지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과가 너무 허황되게 보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택은 투자자여러분의 몫이죠.

    -현존 최고의 의료기업에서, 미래의 기업으로 도약할 루체스트와 함께할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이곳에 초청받은 여러분께만 열려있는 기회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찬란하고도 희망찬 미래에 대하여 환희에 차서 연설하는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앞으로 벌일 사업의 계획에 대하여 설명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기 위한 딱딱한 발표회가 아니라, 과거 대신관의 연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하기사, 그도 그렇겠지. 

    앞으로 모든 질병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는데, 그 누가 환희하고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벽에 기대어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루크가 중얼거렸다.

    “결국 다른 이야기는 없군.”

    -그러게요. 재미없을 정도로 어제 들은 이야기 그대로네요, 하암-.

    그러던지 말던지, 그 실체를 아는 루크에게는 흥미없는 이야기였다.

    레니에의 말대로, 이미 녀석의 입으로 직접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나 싶어서 도청하고 있었건만, 딱히 신경쓰일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건 전부 말했다는 것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지.

    루크는 휴대폰을 꺼내 그의 기밀서류를 찍은 사진들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가며 생각했다.

    “그 ‘차세대 줄기세포’ 프로젝트라는 건, 역시 이게 틀림없겠지?”

    휴대전화의 화면에 띄워진 서류를 확인한 레니에는 동의를 표했다.

    -네. 아마 그거겠죠.

    차세대 줄기세포, 그것은 서류에서 말하기로는 ‘부분 기생형 도플갱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었다.

    도플갱어와 슬라임을 교배하여 배양하는 것에 성공한 그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갔다.

    그건 신체에 문제가 생긴 부분을 도플갱어로 대체하여 생착시킨다는 것인데, 개체를 완전히 복제할 수 있는 도플갱어의 특성상 대상에 상관없이 굉장히 뛰어난 적합률을 보이고, 방식에 따라서는 기존의 신체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신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했다.

    복제된 도플갱어는 원본에 상당히 강한 공격성을 띤다는 것이다.

    그런 도플갱어를 몸에 심는다면?

    그건 그냥 안쪽부터 서서히 도플갱어에게 먹혀버리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완전히 자신의 육체가 도플갱어로 대체된 순간, 그 사람의 영혼은 더이상 그 몸에 머물 수 없게 되겠지.

    그의 몸은 더이상 그동안 영혼을 담고있던 그릇이 아니니까.

    그렇게, 그는 산 채로 죽게된다.

    뭐, 겉으로 보면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몸은 당연하고, 심지어 기억이나 성격도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까. 

    하지만 더이상 그는 자신의 몸의 주체라고 말할 수 없다.

    그것으로 벌어지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이자, 그들의 목적이라고 추측되는 사실.

    바로, 영혼 없는 육신은 흑마법에 절대 저항하지 못한다는 것.

    과거, 많은 흑마법사들이 도플갱어라는 마물에 크게 눈독을 들였던데에는 그런 이유도 없지않다.

    마법의 저항력이 의지에서 나온다면, 흑마법의 저항력은 영혼에서 나온다.

    도플갱어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없는 생물인 만큼, 영혼이 흑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굉장히 낮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기생형 도플갱어라….

    그야말로 루체스트에서 할 법한 연구다.

    아직 실현된 건 아니지만, 이 기술이 대중에 공개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이 반드시 루체스트의 실체를 파악해 무너트려야 하는 것이다.

    이 평안한 일상과, 레니에가 가꾸고 지키려했던 세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나저나, 루체스트인가. 니드호그와 시가르마타에 이어서 이런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니….’

    그동안 수집한 루체스트의 이야기와 사이먼이 가지고 있던 기밀서류들을 모조리 취합해본 결과, 그들은 정말 많은 일을 한번에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약품 테스트를 빙자한 각종 고문에 가까운 생체실험, 또는 특정 생물의 배양, 교배실험등과 같은 의료기업다운 일부터, 부동산투기, 유적 발굴 등, 의약품 제작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까지.

    뭔가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할까?

    돈 때문에? 더 많은 죽음을 위해? 아니면, 무언가 아직 자신이 알지 못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걸까?

    어느 쪽이든, 광인의 행보임에 틀림없다.

    루크는 벽에서 몸을 떼며 말했다.

    “도청은 이만 됐어, 레니에. 다른 이야기가 있으면 그때 말해주게.”

    -네에. 그럴게요. 그래도 역시 별 얘기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하기사, 심문을 해도 알 수 없었던 내용의 대화를 투자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설명회에서 털어놓을 리는 없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뭐, 일단 그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어제 맡겨둔 일의 결과를 받아볼 시간이었다.

    “내가 말했던 니드호그와 관련된 자료는 찾아봤나?”

    -계속 찾아보고 있지만, 역시 없네요. 아무래도 네트워크상으로 유통되는 정보는 아닌가봐요.

    “역시 그런가.”

    사실,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니드호그는 제대로 된 컴퓨터나 네트워크가 있기도 전에 있었던 전쟁에서 나타났다는 본 드래곤이었으니까.

    아무리 레니에라고해도, 종이와 펜으로 적힌 정보까지 해킹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세이어는?”

    -그것도 없네요. 역시 코빼기도 안 비쳐요.

    “그쪽마저 그런가?”

    이번에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소형 카메라도 잔뜩 배치해 두었고, 서드도 사이먼에게서 벗어나 입구만을 지키는 상태다.

    그런데도 세이어는 나타날 기미가 없다.

    이것은 명백히 이상한 상황.

    -루크님, 어쩌면 루크님에게 들켰다고 생각해서 아예 이번 계획에서 빠진 거 아닐까요?

    실제로 흑마법은 준비를 해야 하는 마법인데 아직까지 세이어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비슷했다.

    “뭐, 그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레니에의 말대로 세이어가 포기하고 숨어버린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애당초 그의 계획을 저지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 전시장에는 직업 박람회의 마지막 날을 맞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밤에 뜨는 달이 붉은 달이기 때문일까?

    마냥 낙천적으로 받아들이기엔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튼, 감시는 계속 해주게.”

    -네!

    그렇게 루크가 레니에의 활기찬 대답을 들으며 난간에 기대어 아래쪽을 내려다본 순간이었다.

    “응?”

    루크는 익숙한 인상의 새하얀 은발과 귀여운 분홍색 머리칼의 엘프 두명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시루드와 헬레나.

    티그 아카데미에서 알게 되어 함께 어울려 다니던 아이들이었다.

    뭔가 재밌는 이야기라도 하면서 걷는지, 표정이 꽤나 보기 좋다.

    벌써 저렇게 사이가 좋아진건가?

    -왜요? 혹시 누군가 이상한 사람이 있나요?

    “아니,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루크의 반응에 레니에는 혹시나 루크가 세이어를 발견한 건가 싶어서 진지하게 물어왔으나,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익숙한 얼굴이 보이길래.”

    -익숙한 얼굴이요? 아는 사람이 왔나요?

    “그래, 저기 아는 아이들이 있더군.”

    루크의 시선을 따라 시루드와 헬레나를 발견한 레니에는 작게 감탄하며 웃었다.

    -어머, 귀여운 애들이네요! 되게 잘 어울리는 커플이에요.

    “그대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나?”

    -네! 지금도 귀엽고, 나중에 크면 정말 보기좋겠어요. 

    루크는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명의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도운 것도 있었으니까.

    자신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잖은가.

    “그렇지?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내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힘을 좀 썼다. 아주 잘 어울리더구나.”

    -정말요?

    “그래.”

    그러자, 레니에가 정말 놀랐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니, 정말 루크님이 중간다리를 놓아주셨다고요?

    루크는 뭔가 미묘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레니에의 말투에 살짝 발끈하며 물었다.

    “뭐,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게, 루크님이 개입했으면 저렇게는 절대 안됐을거라 생각해서…. 무조건 파탄날 줄….

    “무슨 뜻이지, 그건?”

    -아뇨, 아무것도 아녜요. 뭐, 제가 착각했나보죠!

    하지만 레니에가 보인 반응은 나름 타당했다.

    그동안 보인 루크의 행동과 패턴을 분석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두명의 사이를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루크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바람에 파탄나는 결과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뭐, 사실은 실제로도 거의 그렇게 될 뻔 했고.

    잠시 그런 대화를 나눈 루크는 다시 시루드와 헬레나의 방향으로 시선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저 아이들은 무슨 일이지?”

    티그 아카데미의 견학이 예정되어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저 애들은 졸업반도 아니고 이미 자신의 직업을 굳게 정한 상태라 직업설명회가 필요한 것도 아닐텐데.

    -뭘 그렇게 고민해요? 데이트겠죠.

    “데이트? 하지만 데이트코스로 직업박람회는 너무 교육적인 느낌이 아닌가?”

    방학이라면 더 재밌는 장소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저 아이들은 여러모로 바쁜 졸업반도 아닌데다가, 딱히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자 레니에가 대꾸했다.

    -역시 뭘 모르시네, 원래 저 나이대엔 남녀가 아카데미 밖에서 만나면 다 데이트라구요?

    움찔.

    “…그런게냐?”

    -그럼요! 몰랐어요?

    “…아니, 뭐.”

    그렇게 루크와 레니에 사이에서 미묘한 어색함이 감도는 순간, 서드의 연락이 도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루드와 헬레나 깜짝등장?
    사실 이건 티그 아카데미 이야기가 나온 순간 어느정도 예견된 미래였죠.

    그나저나 레니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루크는 대체 시루드랑 데이트를 몇번이나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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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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