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66

       소혼살귀진(燒魂殺鬼進).

         

       이제는 잊혀져버린 과거의 진법.

         

       남아 있는 기록이라곤 과거 무림의 역사를 빼곡히 적어둔 기록 중에 한 줄.

         

       그리고 제갈세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진법서에 또 한 줄이 전부.

         

       진법이 잊혀지는 이유는 대충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그보다 나은 진법이 등장하였거나, 개량하여 기존의 것을 상실한 경우.

         

       두 번째는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소실된 경우.

         

       소혼살귀진의 경우는 후자다.

         

       누군가에 의해, 정확히는 한 집단의 집요함에 의해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때는 언제고, 흔적을 사라지게 한 집단은 어디인가.

         

       “소혼살귀진은 과거 정사대전 당시…, 사파에서 끔찍한 진법으로 정파의 무인들 수천 명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살진(殺進)이었어요.”

         

       때는 정파와 사파, 양쪽 모두의 존망을 건 정사대전이 이뤄지고 있던 당시.

         

       너무나도 격해진 탓에 어느 한쪽이 온전히 사라지지 않으면 예전과 같은 양립은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던 때였다.

         

       “당시 사파에는 단목세가라는, 지금으로 따지면 정파의 제갈세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가문이 있었어요.”

         

       단목세가.

         

       과거 사파의 지낭(智囊) 역할을 하며 정파의 제갈세가와 쌍벽을 이루던 가문.

         

       당시 가주이자, 사흑련의 참모였던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나의 진법을 사용했다.

         

       그것이 바로 소혼살귀진이었다.

         

       “소혼살귀진은…, 인간의 안에 내재 된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 아니,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게 만드는 진법이에요. 특히.”

         

       마른침을 한 번 삼킨 그녀가 말을 잇는다.

         

       “분노 그리고 살의. 이 두 가지 감정을 극대화해요. 말 그대로 인간의 혼을 불살라 살귀(殺鬼)를 만드는…, 극악무도한 진법이죠.”

         

       소혼살귀진의 영역 안에서는 모든 감정이 타오른다.

         

       기쁨, 행복과 같은 감정은 녹아 연료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분노와 살의는 끓어오른다.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때였어요. 모두의 마음엔 짙은 살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죠.”

         

       소혼살귀진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상대 파벌과 전쟁이 벌어지던 피 냄새 짙은 나날들.

         

       그 속에서 갑자기 분노와 살의가 들끓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소혼살귀진에 당한 정파 무인들은 이지를 상실한 채 날뛰기 시작했어요. 곁에 있는 아군을 도륙하고, 아무 죄 없는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살해했죠. 그리고 죽일 것이 사라진 끝에는…, 자기 심장에 칼을 박아 넣음으로써 생을 마감했어요.”

         

       한 번 살귀가 되면 그들은 죽을 때까지 살의를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정파 무인 수천이 목숨을 잃었고, 인근의 크고 작은 수십 개의 마을의 주민들이 살귀가 된 이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 진법은…, 정파가 승리하는 데에 시발점이 되었죠.”

         

       일진일퇴(一進一退)의 팽팽한 공방.

         

       그 탓에 양쪽 모두 세력이 크게 줄어 의미 없는 소모전만을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단목세가는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소혼살귀진을 꺼내 들었으나, 이는 도리어 정파에 승리를 안겨주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극악무도한 진법에 모두가 분노했어요. 정사지간에 속해 있던 문파들이 속속들이 정파에 편입되었고, 민심 또한 정파의 손을 들어주었죠.”

         

       소혼살귀진의 효과가 너무나도 극적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파 무인뿐만 아니라 죄 없는 백성마저 떼죽음에 이르게 만들며 공분을 샀다.

         

       모두가 그들을 지탄했고, 정파의 등을 받쳐주었다.

         

       이러한 상황에 내몰린 사파는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파는 벼랑 끝에 내몰려 항복을 선언했어요.”

         

       패배가 뻔히 그려지는 결말을 향해 내달릴 만큼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사파는 남은 전력이나마 보존하기 위해 빠르게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극악무도한 진법의 사용을 주장한 단목세가를 자신들이 앞장서서 멸문시켰다.

         

       그와 동시에 소혼살귀진의 존재 또한 세상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분명 그런 줄 알았는데.

         

       “어떻게 여기에 그 진법의 흐름이 새겨져 있는 걸까요…?”

         

       제갈세가 내에서도 기록만을 위해 남겨두었을 뿐인 진법이다.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용.

         

       그런 내용을 제갈연지가 익힌 까닭은 단순히 집념 때문이었다.

         

       백우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리하여 곁에 오래도록 남고 싶다는 집념.

         

       그것이 제갈세가 내의 모든 진법서를 읽게 했고, 그것으로 모자라 남들이 경시하는 내용마저도 머릿속에 쑤셔 넣었다.

         

       어디서도 쓸모없는 자신이 그에게서 쓰임새를 얻었듯, 쓸모없다고 여겨지던 지식 또한 언젠가는 힘을 발휘할 때가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물론 정말로 효험을 보게 될 줄은 그녀도 몰랐지만.

         

       그녀의 설명을 들은 백우진이 의아하다는 투로 되물었다.

         

       “지금 진법이 그렇게 위험한 진법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전쟁을 숱하게 경험한 백우진은 듣자마자 소혼살귀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살의와 악의로 넘쳐나는 전장에서 그보다 더 효과적인 진법은 없으리라.

         

       한데 눈앞의 진법은 무시무시한 설명과는 거리가 제법 멀어 보였다.

         

       이를 꼬집자, 그녀가 답해주었다.

         

       “진법의 흐름이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약해요. 그만큼 살의를 자극하는 힘도 약해진 거고요.”

       “그렇다는 건…?”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거예요.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 있도록.”

       “으음.”

         

       생각에 잠기는 백우진.

         

       십중팔구 지금의 계략은 정파와 사파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마교의 계책.

         

       한데 여기에 쓰인 소혼살귀진은 과거 정파를 공포게 떨게 만든 사파의 진법.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설마 진법의 정체가 탄로나는 것까지 염두에 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얼추 아귀가 맞는다.

         

       만약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살인 사건들에 흉수가 따로 존재했고, 거기에 쓰인 수단이 과거 정사대전에서 피바람을 몰고 온 소혼살귀진의 열화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파의 짓이 아니냐고 수군거릴 거예요.”

       “그렇겠지.”

         

       대다수는 그리 생각할 것이다.

         

       사파에서 과거에 사라진 소혼살귀진의 일부를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를 이용해 정파의 인원들을 죽여 없애 중원을 도모하려 했다.

         

       그리되는 순간 정파와 사파의 관계가 다시금 돌아서게 될 것은 자명한 일.

         

       “제법 머리 좋은 녀석이 수를 쓴 모양이야.”

         

       벌어지는 살인 사건의 내막을 알아내든, 알아내지 못하든 정사간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계책.

         

       자신이 아닌 다른 정파의 인원이 이를 알아냈다면 연합은 창졸간 혼란에 빠졌을 터다.

         

       하지만 백우진은 다르다.

         

       ‘사흑련주는 절대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안다.

         

       사흑련주 도굉이 이토록 음습한 작전을 지시할 만한 인물이 아님을.

         

       하물며 마교라는 공공의 적을 둔 상황이라면 더더욱.

         

       흔들림 없는 믿음은 여전히 단 하나의 적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마교 놈들이 분명하긴 한데….’

         

       의문이 남는다.

         

       그들은 어떻게 과거에 사라진 소혼살귀진에 대해 알고 있고, 이를 사용한단 말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뿐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여는 두 사람.

         

       “멸문한 줄 알았던 단목세가의 후예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그렇다면 모든 게 이해가 돼요.”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여 있던 조각들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 * *

         

         

       치열한 전쟁.

         

       하루에 수백 명이 죽어 나가는 격렬한 전쟁 속에서 누군가는 수를 써야만 했다.

         

       그리고 그 수란 결국 한정되어 있다.

         

       ‘아군을 최대한 살리고, 적군은 최대한 죽인다.’

         

       세상 모든 병법은 결국 거기에서 출발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고심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소혼살귀진이었다.

         

       이성을 갉아 먹고 살의를 증폭시켜 피아 구분을 못 하게 만드는 희대의 절진.

         

       이를 적진에 설치한다면 아군의 피해는 하나도 없이 적군끼리 싸우게 하여 크게 위축시킬 수 있으리라.

         

       모두가 찬성했다.

         

       그리하여 적들의 요충지에 설치된 소혼살귀진은 만천하에 그 위력을 발휘했다.

         

       진법을 만든 단목세가의 예상마저 아득히 뛰어넘는 참혹한 결과로.

         

       그렇게 그들은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었다.

         

       인륜지대사를 저버린 파렴치하고, 무자비한 살인마들이 득실대는 가문으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버림받았다.

         

       단목세가의 뛰어난 두뇌를 칭찬하던 이들이 돌변하여 칼끝을 겨눴다.

         

       이어지는 무자비한 학살.

         

       그 속에서 한 아이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아니, 이러한 일을 예측한 가문에서 그 아이만을 살리기 위해 모두의 목숨을 내던졌다.

         

       그렇게 수백 명의 식솔들의 목숨을 등에 업고서 살아남은 그는 다짐했다.

         

       ‘복수하리라.’

         

       복수를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만 했다.

         

       하나 중원은 철천지원수인 정파와 사파가 양립해 있는 땅.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들 모두를 적으로 돌릴 만큼 강하고, 중원을 도모하는 데에 뜻이 있는 집단.

         

       마교.

         

       살아남은 아이는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십만대산을 올랐고, 마침내 그들에게 닿았다.

         

       중원을 향한 넘실거리는 살의가 마음에 들었던 마교는 그를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하나 복수는 쉽지 않았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중원을 몇 번이고 도모하려 하였으나, 그럴 때마다 불세출의 기인이 나타나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복수에 실패할 때마다 의지는 후대로 이어졌고, 마침내 지금.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교에서 새롭게 태어난 단목세가의 12대손 단목경.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쭙잖게 서로를 향한 이빨을 감추고 연합한 정파와 사파.

         

       이들을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한다면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비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그날이 멀지 않았다.’

         

       세 번.

         

       고작 세 번의 사건으로 서로를 의심케 했다.

         

       지금도 그 의심은 나날이 커져 연합의 존속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상황.

         

       ‘앞으로 몇 번.’

         

       지금껏 해왔던 일을 몇 번만 더 반복한다면 덧없는 모래성을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현재 마교의 전력은 정사 연합을 상대로 능히 겨룰 수 있을 만한 수준.

         

       그런 상황에서 정파와 사파가 반목한다면 이보다 손쉬운 사냥은 없을 테지.

         

       “지금 말 다 했나?!”

       “내 말이 틀렸다면 어디 반박해보게.”

       “이, 이이…!”

         

       눈앞에 또 한 번의 다툼이 벌어졌다.

         

       아주 사소한 말다툼이 서로의 얼굴을 일그러뜨릴 만큼 커다랗게 불어났다.

         

       하지만 부족하다.

         

       그들이 서로의 목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선 작은 계기가 필요하다.

         

       가령…, 어느 한쪽의 몸이 상대에게 가볍게 닿는다던가.

         

       ‘지금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단목경의 것이었다.

         

       곁을 지나치는 척하며 준비해둔 한 수로 한쪽의 균형을 무너뜨려 접촉을 이루게만 하면 끝.

         

       그런데.

         

       턱!

         

       은밀하게 뻗은 손이 옆에서 뻗어 나온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잡혔다.

         

       ‘이, 이런…!’

         

       크게 당황하여 고개를 돌리는 단목경.

         

       그 앞에 한 사내가 서 있다.

         

       중원 전역에 명성을 크게 떨치며 현재 그리고 다음 세대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인물.

         

       ‘백우진…!’

         

       천광검신 백우진.

         

       그가 해맑게 웃고 있다.

         

       “안녕?”

         

       식은땀이 주르륵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