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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6

       

        

        

        

        

        

        

        

       “드디어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군요, 막내. 축하해요.”

        

       “죽겠네요, 진짜.”

        

        

        

        오후 7시.

        

        글로리 앤 아너의 국내 대회와 이벤트 매치가 끝난지 3시간이 지났을 무렵, 태양이 슬슬 수평선 아래로 떨어져내릴 즈음 조심스럽게 아무도 모르는 뒷길로 빠져나온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이 그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렌티나였다.

        

        주변에는 산책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나를 보기 위해 외부에서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사실 오늘 이토록 외부로 늦게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늘 치뤄졌던 가상현실 내 모의전의 파급력에서 비롯된 인기는 내겐 조금…달갑지 않았으니.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반박이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완충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일까.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줬을 뿐인데 엄청나게 거대한 리액션이 되돌아온다면 조금 당황스럽단 말이지.

        

        

        

       “꽤 오래 기다렸을 것 같은데.”

        

       “그 말대로, 꽤 기다렸지요. 알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고맙게 받도록 하죠.”

        

        

        

        스윽.

        

        유리문을 조심스럽게 닫은 뒤 과거의 상관과 함께 번화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용산역 방면이었다. 혹시나 몰라 이카루스 기어의 스텔스 기능과 방음 기능을 동시에 활성화하여 주변에 소리가 새어나가는 걸 막았고, 거기에 약간의 디스트랙션을 포함.

        

        아마 사람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결코 그 정체를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설령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도 빠른 보폭으로 인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휙 지나쳐버릴 예정이었고.

        

        아무튼, 이제는 후일담에 대해 논할 시간이었다.

        

        

        

       “여태까지 했던 것들 중에서 오늘이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300명과 싸웠던 것 때문인가요, 아니면 저와의 교전이?”

        

       “둘 다 합쳐서요.”

        

        

        

        작은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 즈음에 와서 툭 터놓고 말하자면, 상대가 총을 들지 않은 이상 사람 수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당장 300명이라는 숫자도 내가 결정한 건 아니기도 했고…아마 내 체력을 효과적으로 소모시켜 잡기 위해서는 인간병기급 유저 1천 명 가량을 데려와야 승산이 있지 않을까.

        

        현실이었다면 한 명을 잡기 위해 정예병 1천 명을 소모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라고 하겠지.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오늘이 실로 힘들었던 이유는…바로 이 몰래 찾아온 손님이기도 한 상어 때문이었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300명을 정면에서 꺾는 건 내게는 상당히 버거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 끝에서 등장한 게 최종보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젠가 말한 적 있었지만, 만약 이 양반이 역보정 없이 등장했다면 나는 아마 서서히 갉아먹히다 머리든 목이든 심장이든 간에 .50 AE급 파괴력을 지닌 찌르기를 맞고는 대기창으로 사출당했을 것이었다.

        

        그나마 역보정이 걸렸기에 어떻게든 대미지 누적 비율을 1 : 1로 맞추며 이길 수 있었던 거지.

        

        

        

       “그것도 그렇고, 그 괴상망측한 전기톱은 도대체 누가 준 거예요?”

        

       “만우절 업데이트 때 쓰던 물건이라나 뭐라나요. 흥미가 생겨서 가지고 와봤지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용해보겠어요?”

        

       “그걸 정면에서 받아낸 저는 어떻겠어요.”

        

        

        

        물론 로렌티나는 단 1도 상관하지 않는 듯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이 양반이 그런 걸 신경이나 쓸까. 좌우지간 그 이야기 말고도 아까 벌어졌던 1 : 300에 대해서는 나눌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으므로 주제는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첫 번째 전투보다는 두 번째 전투에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았다.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다음이 있다면 무기를 주워서 쓸 수 있게 하는 건 금지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 다음엔 사람을 집어던져야 하나….”

        

       “하이구, 어련하겠어요.”

        

        

        

        그치만 뭔가를 집어던지지 않는 이상 원거리에서 타 유저들을 견제할 수가 없단 말이지.

        

        특히나 기병들과 근거리에서 싸운다는 건 말 그대로 자살행위였다. 내 주먹 속도에 얼추 근접하는 속도로 날리는 말 뒷발차기의 위력은 끔찍하기 그지없었고, 내 몸에 난 수많은 유효타들 중에서도 그게 가장 아팠다. 물론 통각은 없었지만 HP 손실 비율로 봤을 때 그러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장창을 집어던진 건 실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조금 더 일찍 집어던졌더라면 20명의 기병 중 절반 이상을 대기창으로 사출시켜줄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거리가 그닥 멀지 않았던 탓에…뭐어, 어쨌든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던 와중 어느덧 거대하기 짝이 없는 용산역 인근이 눈이 들어왔고, 오늘은 한 곳에서 진득하게 식사를 즐기기보단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하기로 결정.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용산역과 반쯤 합치되다시피 한 쇼핑몰 1층에 있는 한 버거 가게였다.

        

        버거를 주문하고 적당히 아무 자리에 앉았다.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그건 둘째치고, 저라면 그렇게 하긴 어려웠겠지요. 제 전투 방식은 철저하게 대인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1 : 1 모의전이라면 몰라도 다양한 병종이 혼재된 다수전에선 막내만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일장일단이지요.”

        

       “그렇게 말하기엔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특히나 우리 같은 사람들의 존재 이유가 이전에 예측되지조차 않았던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막내가 어느 정도 부러워지는 것도 사실이고….”

        

       “에….”

        

       “사견일 뿐이니 그닥 신경쓰지 마시길.”

        

        

        

        그게 무슨 사견이야.

        

        그래도 이 양반은 원래 스타일이 이랬으니…요컨대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말 사이에 자연스럽게 본심이 살살 묻어나오는 그런 느낌이었고, 정말 신경쓰였다면 트레이닝을 통해 알아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넣을 사람이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될 뿐이었다.

        

        그 와중 내가 받아온 햄버거 4개 중 2개를 게눈 감추듯 한 자리에서 깔끔하게 삭제시킨 로렌티나는 마침 내게 보여줄 게 있다며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이내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뭘 보여주나 했더니 로건에게 온 메시지였다.

        

        

        내용 전문은 이러했다.

        

        

        

       -[Logan : 너희들을 죽여버리겠다]

        

        

        

       “…푸큽.”

        

       “아무래도 불똥이 꽤 세게 튀어버린 모양이네요.”

        

        

        

        그 짤막한 메시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우리가 싸우는 동안 얼마나 많은 메시지를 받았는지를 그 짧은 한 마디로 알 것만도 같았다.

        

        이 사람이 한국으로 발령이 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로렌티나는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북극곰 안 마주치게 조심해야겠네요.”

        

       “어차피 휴가 쓰고 하와이로 도망갈 거라서 상관은 없어요.”

        

       “복귀한 이후 더 유닛이랑 연합훈련 잡히면 어쩌려구요?”

        

       “….”

        

        

        

        짤막한 정적.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저는 북극곰에게 잡히는 즉시 막내의 위치를 불 거고, 그건 불가항력이라는 점을 미리 말하도록 하죠. 이해해주리라 믿어요.”

        

       “아유, 진짜.”

        

        

        

        반 년.

        

        아마 반 년 안에 나는 로건에게 길로틴 초크를 당할 예정이었다.

        

        여름이었다.

        

        

        

        

        

        

        

        

        

        

        

        

        

        

        

        

        

        

        

        

       “이곳이 유진의 나라입니까? 굉장히 잘 하는 유저들 다수 존재하다! Korean Selection Match 스트리밍 다량의 재미 함유!”

        

       “…쟤 뭐래니?”

        

       “도대체 뭔 번역기를 쓰는 거야.”

        

        

        

        유진이라는 태풍이 커뮤니티를 한 번 휩쓸고 사라진 뒤의 주말.

        

        수많은 사람들이 유진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든 간에, 그녀는 백수십만에 달하는 시청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 글로리 앤 아너 운영팀과의 광고 계약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음을 통보했다.

        

        무려 2달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글아너 강점기. 평균적으로 초대형 스트리머가 한 번 게임 광고를 받았을 때 아무리 길어봐야 1주일에서 2주일 가량 방송을 시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진은 그의 네 배나 되는 기간 동안 글로리 앤 아너 광고를 시행한 것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모두가 예측 가능한 게임 광고 방송 컨텐츠를 때려치우고는 대놓고 랭크 게임으로 돌입했고, 게임사에서도 모션을 지원하지 않는 단검 두 자루를 들고는 모든 랭크를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대박이 났다.

        

        

        그러나 유진은 그것이 시작이라는 듯 그의 몇 배에 달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SSM에 들려 글로리 앤 아너 프로게이머들을 트레이닝이란 명목으로 두들겨팼고, 현재도 커뮤니티 유저들이 입을 모아 난상토론을 펼치는 암살자 클래스를 창조했으며, 이벤트 매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국내 글로리 앤 아너 프로게이머들 간의 대회를 제물로 삼아 벌어진 두 번의 이벤트 경기, 그리고 유진은 전설이 되었다. 이는 무려 1 : 300이라는 경이적인 교환비의 전투를 연달아 치루는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증명 가능했다.

        

        당연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유진은 전 세계를 통틀어 무려 3천만 명의 시청자들의 망막 위로 수많은 전투 기술을 마스터한 EM급 발현자가 전력을 다할 시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니.

        

        

        그러나,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글로리 앤 아너의 광고도 언젠간 끝나기 마련.

        

        유진은 자신이 쌓아온 다크 존 커리어를 무너뜨리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정도로 과감한 한 수를 둘 만한 사람은 아니었고, 때마침 GoH 국내 대회가 종료된 주의 휴일에는 다크 존의 KSM이 겹쳐있었다.

        

        글로리 앤 아너는 유진으로 인해 유입된 수백만 명의 신규 유저를 끌어안았지만, 다크 존은 유진이라는 존재를 아는 수많은 유저들 – 가상현실 전반에 흩뿌려진 – 과 시청자들을 KSM으로 몽땅 흡수하였다.

        

        그리하여 상황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KSM이 한층 더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토요일,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100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아시아 예선전으로 향하기 위해 피로 피를 씻는 대혈전을 치르고 있는 오늘, 과열된 열기를 한층 더 가열차게 만들어줄 이벤트 매치가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하나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전광판에 띄워진 유저 랭킹이 변동한다.

        

        그 사이에 다이스와 유진은 없었다. 하지만 하모니라는 이름이 존재했다. 그것도 무려 3등과 4등을 계속해서 이동하고, 때로는 1위까지도 찍었다가 다시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위아래에는 잉크와 미카엘, 갬빗이 존재했고, 이들은 서로 엎치락뒤치락 중이었다.

        

        물론 그 아래에도 10개의 구단에서 배출된 유저들이 한무더기나 있었고, 이들 전원은 유진의 손길이 닿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저들의 시선이 어쨌든 간에, 아시아 예선전에 큰 무리 없이 진출할 수 있는 유저들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고, 그 사이에는 하모니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수많은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예술에 가까운 트랩 운용과는 별개로 – 하모니는 주변을 둘러보며 묘하게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작년에 유진 쌤이 뿅뿅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건 본 적 있었는데, 이제 여기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저도 이제 제법 다크 존 잘 하는 거 같지 않아요?”

        

        

        

       -뿅뿅거리며 돌아다니다(보이는 모든 적들을 광선검과 뿅망치로 짓눌러 터뜨리고 으깨 부쉈다)

       -이사람의 눈에는 도대체 무슨 콩깍지가 낀것인가ㅋㅋ

       -이미 유진바라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지 반년이 훌쩍 넘은 녹냥이는 비얌이 무얼 해도 예뻐보인다….

       -이?제 제?법?잘한?다?

       -미카엘 잉크 밴딧을 50% 확률로 폭사시키는 년이 뭘 겸손을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영영 다른 세계로만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선망의 경지, 그 중에서도 수많은 재능과 노력을 갈고닦은 이들을 발 밑에 두어야 가능한 위치.

        

        수없이 많은 스크림을 통해 갈고닦아지며 자신의 실력이 얼마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지 오래인 여타 프로게이머들과는 다르게, 유진이라는 규격 외의 괴물 아래에서 폐관수련을 끝마치고 나온 하모니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정상의 공기는 너무나도 상쾌했다.

        

        

        그리고 그녀가 KSM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

        

        이벤트 매치가 거기에 있었다.

        

        

        

       “…기억하기론 이것도 약간 배틀로얄 비스무리한 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근데 무기가 막 뿅망치랑 젤리 수류탄 같은 거였었나?”

        

       “그렇죠. 좀 많이 앙증맞아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근데 이제 뜬금없이 저거넛 비슷한 것도 나오니까 조심해야 할 걸요.”

        

       “아, 미카엘 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와 저 두명이 같은라인에 서는걸 살아생전 볼 줄은 몰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하모니 너는 강해졌다.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진짜 그런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왜진 ㅋㅋㅋㅋㅋㅋ

       -팩트)이번년도에 같이 미국으로 출국할 가능성도 있다

        

        

        

        오늘도 시청자들은 연이어 호들갑 중이었다.

        

        미카엘은 곧 있으면 이벤트 매치가 시작된다며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는 다시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고, 하모니는 경기가 시작되기까지의 남은 시간을 알리는 30초라는 타이머를 확인하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내뱉었다.

        

        플레이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30초가 흘렀을 때, 하모니는 맵 전체에 들어찬 달콤한 냄새를 맡고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푹신푹신한 바닥, 주변에 떨어진 장난감 총, 수류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앙증맞게 생긴 솜뭉치들과 누가 봐도 근접무기처럼 생긴 뿅망치. 과자로 만들어진 집과 뿅뿅거리며 돌아다니는 SD 캐릭터들까지.

        

        하모니의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연이어 상한을 경신 중일 즈음, UI 최상단에 표기되는 숫자.

        

        601.

        

        

        그 애매모호한 숫자에 수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아니. 분명 듣기로는 이번 이벤트 매치는 100명의 KSM 참가자와 500명의 일반 유저들을 모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근데 왜 601명이지…?’

        

        

        

        그 말대로.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주변을 돌아다니는 유저들은 서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 상황이 도대체 왜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고, 하모니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고 그 순간.

        

        하모니의 머릿속에서 최악의 가설이 떠올랐다.

        

        

        

       “아니, 잠깐. 이거 설마-”

        

        

        

       ───콰아앙!

        

        

        

        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지막까지 보이지 않던 단 한 명을 찾기 위한 노력은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두툼한 무언가가 마치 슈퍼히어로와 같이 착지한 것이었다.

        

        주변에 생긴 미터 단위 크기의 크레이터.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뚠뚠한 그것. 온통 백색으로 빵빵하게 부푼 패딩 사이에서 옹졸하게 삐죽 솟아나온 뱀의 꼬리. 누가 보아도 푹신해보이는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해당 유저의 청색 눈동자에 어린 푸른 색의 살기는 하모니의 영혼에까지 각인된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그제서야 추가로 세션에 투입된 한 명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SD와는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유진의 입에서부터 서릿발같은 선고가 뿜어졌다.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을 텐데요.”

        

        

        

        철컥!

        

        그 순간 백색 패딩을 갖춰입은 SD 유진의 왼손에서 광선검이, 오른손에서 로켓 런쳐가 나타났다.

        

        오늘 이벤트 매치 – 플레이풀의 키워드는 도살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것으로 글로리 앤 아너 외전은 종료입니다

    이제 대략 4~5편 사이로 이뤄진 짧은 징검다리 외전 한두 개를 지나 하와이로 출발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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