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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6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독고영천이 눈을 부릅뜨며 사복설을 노려보았다. 연회 자리임을 의식해서 경만 내뿜지 않았을 뿐 당장이라도 사복설을 죽인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는 살벌한 표정이었다.

         

       평소에 관계가 앙숙이라 할지라도 지금 사복설은 독고영천을 통해 천마와 천마신교의 인사들과 안면을 트는 연회에 초대받은 입장이다.

         

       그런 객의 신분으로 와서는 오자마자 천마에게 시비를 건 사복설의 행동은 독고영천의 체면을 완전히 박살내는 일이었다.

         

       “천마님과 천마신교의 무인분들게 운남의 문파들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사복설은 독고영천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흥. 여전히 재미 없는 말만 주워 섬기는구나.”

         

       “….뭐라고?”

         

       사복설은 정말로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단 네놈뿐만이 아니다. 요새 천하가 시끌벅적하지만 영 재미가 없어. 영물이니 진법대니…당 내의 녀석들도 정신을 못 차리고 엄한 소리나 해대고…”

         

       마구잡이로 불만을 쏟아내는 사복설.

         

       말 자체는 중구난방이었지만 사복설의 이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무림에서 현경의 고수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림을 움직이는 축이나 마찬가지였다. 현경의 고수 한 명의 존재가 문파의 격을 바꾸고 지역 전체의 구도를 바꾸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무림은 어떤가.

         

       현 무림의 핵은 현경의 고수가 아니라 영물과 진법대였다.

         

       무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던 현경의 고수에게 무림의 현 상황은 영 탐탁지 않겠지.

         

       특히 영물도 없고, 진법대도 꾸릴 수 없는 사파의 현경 고수라면 더욱더 지금 상황이 떨떠름 할 터였다.

         

       만약 사복설이 혈교의 세력이 깨끗하게 일소되고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는 것이 낫다고 여기고 있다면 지금의 기행도 납득이 간다.

         

       사복설은 자신의 체면을 희생해 운남 세력들에게 천마의 힘을 각인시킬 심산이었던 것이다.

         

       나는 새삼스럽게 위서련을 바라보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있으셨습니까?”

         

       “뻔한 일이었다.”

         

       요새 바람 난 망아지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위서련이 달리 보였다.

         

       위서련은 현 무림의 상황에 현경 무인이 어떤 불만을 품고 있을지 정확히 예측했으니까.

         

       내 시선에 서린 감탄을 읽어냈는지 위서련이 꺼드럭거리며 말을 보탰다.

         

       “무인이란 자신의 걷고자 하는 길을 관철하는 자. 그 길이 제 이득과 상충하더라도 스스럼없이 발을 내딛는 것이 바로 무인 아니겠느냐.”

         

       “…그렇습니까.”

         

       스스로의 길을 관철하는 자라.

         

       “문파의 장이 저러는 것은 솔직히 어떤가 싶지만…뭐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깨져가며 배우는 것도 무인이 살아가는 방식 아니겠느냐.”

         

       그래 이곳은 무림이고 무림은 때론 차가운 이성보다는 뜨거운 심장이 앞서기도 하는 곳이었다.

         

       “세력이 어쩌고 구도가 어쩌고…이놈이고 저놈이고 눈치만 보려 들고 도무지 화끈하게 도를 뽑아드는 놈이 없단 말이야!”

         

       이성적으로 관점에서 보면 사복설은 그저 손해를 자처하는 어리석은 자에 불과하지만 감성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복설은 그 뒤를 따르고 싶은 낭만 있는 무인일지도 모르지.

         

       “그대도 그런 무인이오? 천마 위지천?”

         

       사복설의 도발에 위지천은 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위지천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사복설이 아닌 독고영천이었다.

         

       “내가 나서도 괜찮겠소?”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였거늘 어찌 주인의 권리를 주장하겠습니까.”

         

       독고영천도 내심 천마의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인지 천마의 물음에 냉큼 발을 뺐다. 위지천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개는 있으나 무례하다.”

         

       위지천의 꾸중과 함께 장내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공기중에 납덩이가 섞였다면 이러할까.

         

       “개인적으로 기개 있는 무인은 싫어하지 않으나, 그대와 같은 무도한 자를 상대해 주는 것은 교를 대표하는 천마로서 갖추어야 할 격에 어긋나는 짓이다.”

         

       “하.”

         

       사복설이 탄성을 토해냈다. 음성은 도발적이었으나 도발이라기보다는 위지천의 압박감을 떨치고자 하는 허세에 가까웠다.

         

       이미 사복설은 자신의 도에 손을 올리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찌하겠다는 말이오?”

         

       “자격을 보여라.”

         

       뚜벅.

         

       위지천이 사복설을 향해 걸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좁혀지는 거리.

         

       그와 함께 위지천의 흑룡기가 사위를 장악했다.

         

       “그 도를 뽑아 나를 겨눈다면 그대를 상대해 주겠노라.”

         

       뒷짐을 진 위지천의 걸음걸이는 느긋하기 그지 없었다.

         

       위지천과 사복설의 거리는 대략 7~8장. 보통 비무에서 상대를 마주하는 거리가 얼추 1장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복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아니 충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겠지.

         

       사복설 역시 그리 느꼈는지 그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가 싶더니 단번에 기세를 끌어올렸다.

         

       “얕보지 마라-!”

         

       도집에서 도가 뽑히며 은빛 도신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 위지천의 흑룡기가 쏜살같이 쏘아지며 사복설의 팔을 휘감았다.

         

       “허어…!”

         

       “이럴 수가!!”

         

       그 장면을 목도한 이들의 경탄성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나 역시 그 광경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경의 경지는 왜 절대적인가.

         

       그건 무인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거리라는 요소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기 때문이었다.

         

       화경의 고수와 초절정의 고수가 붙는다고 치자.

         

       결국 화경의 고수라고 할지라도 초절정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강기를 사용해야 하고 강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초절정 고수와 무기를 부딪치며 수를 나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화경의 고수가 초절정의 고수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것이나 수를 나눈다는 행동을 취하는 이상 그 확률이 희박할지라도 분명 변수는 발생한다.

         

       그러나 현경 대 화경의 싸움에서는 변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경 고수가 화경 고수에게 거리를 내어 주지 않고 철저하게 강환으로 응대한다면 수조차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경 고수에게는 다른 경지의 무인들과는 달리 그 거리가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파르르르!!

         

       그러나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사복설이 쥔 도가 도집을 벗어나 뽑혀들기 직전의 상태로 멈추어 있었으니까.

         

       아무리 현경의 경지가 다른 경지와 달리 거리가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한들 그 거리가 가까울수록 힘을 발휘하기 용이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도 위지천은 먼 거리에서 사복설이 도를 뽑아드는 것을 막아냈으니 도무지 위지천이 얼마나 고강한 경지에 있는지 짐작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크윽!”

         

       사복설이 당혹스러운 음성을 토해내며 힘을 주었지만 위지천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저벅.

         

       그저 느긋하게 한 걸음씩 거리를 좁힐 뿐이었다.

         

       “크하아아아앗!!”

         

       츠즈즈즈즈!!

         

       그 모습에 사복설이 이를 악물며 전력으로 내공을 방출했다.

         

       “으윽!”

         

       “허억!”

         

       그 여파만으로 장내에서는 버거운 신음성이 끊이질 않을 정도의 강한 기세. 그야말로 주변의 상황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내는 전력이었으나.

         

       “기의 집중이 부족하다.”

         

       위지천의 압박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벅.

         

       이제 거리는 삼 장 정도로 좁혀졌다. 거칠게 방출되는 내공과 팔뚝에 솟아오른 힘줄이 사복설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으나. 상황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아니 악화되고 있었다.

         

       뽑히기 직전까지 갔던 사복설의 도는 위지천과의 거리가 좁혀지면 좁혀질수록 다시 도집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으니까.

         

       “…인정하지. 그대는 나와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사복설은 그리 말하며 팔에 힘을 풀었다. 그래도 절반 이상 나와있던 도신이 온전히 도집 속으로 들어갔다.

         

       포기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사복설의 눈빛은 아직도 형형히 빛나고 있었으니까.

         

       “허나 나 역시 내 경지에 자부심이 있는 무인.”

         

       츠즈즈즈!!

         

       사복설이 대전에 내뿜은 모든 기운들이 다시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위지천의 지적을 그대로 되갚아 주고 싶었던 것일까.

         

       그야말로 기의 집중을 극도로 높여 단번에 위지천의 압박을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적수 앞에서 도조차 제대로 뽑지 못해서야 어찌 혈도 사복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콰아아아아!!

         

       발도.

         

       응축된 사복설의 기운이 일순간에 폭발했다. 그리고 그런 사복설의 기운은 이내 위지천의 흑룡기와 정면 충돌했다.

         

       그 여파로 인해 연회장 내에 격풍이 몰아쳤다. 연회장에 있는 이들의 소매가 찢어질 듯 펄럭이고 술병들이 상에서 굴러 떨어지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렸다.

         

       그런 거대한 힘을 일점에 집중시킨 사복설의 수가 먹힌 것일까.

         

       덜덜 떨리는 사복설의 손과 함께 은빛 도신이 점차 도집 바깥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복설이 도가 조금씩 뽑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나는 도무지 사복설이 도를 온전히 뽑아내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복설을 상대하고 있는 위지천.

         

       저벅.

         

       위지천은 온 힘을 다하는 사복설의 기세가 무색하게도 그저 고고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니까.

         

       저벅.

         

       거리가 2장으로 줄었다.

         

       파르르르!!

         

       조금씩 도신을 뽑아내던 사복설의 팔이 멈추었다. 사복설이 이를 악물고 목에는 핏대를 올리며 힘을 썼으나.

         

       저벅.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한 걸음 한 걸음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은빛 도신은 맥없이 도집으로 밀려났다.

         

       천천히 걸음을 떼는 위지천의 모습은 태산을 연상케 했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한들 태산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사람 대 사람. 무인 대 무인의 대결이었건만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벅.

         

       위지천의 걸음이 멈추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정확히 1장으로 좁혀졌고 사복설의 도는 결국 도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세 치.

         

       사복설이 온 힘을 다해 뽑아올린 도신의 길이는 고작 세 치에 불과했다. 그 세치 검신의 은빛만이 사복설이 전력을 다 한 결과였다.

         

       사복설은 허탈한 듯이 자신의 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세 치의 도신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도신을 밀어 넣었다.

         

       “내가 졌소.”

         

       “그런가.”

         

       “그렇소. 구워 드시든지 삶아 드시든지 알아서 하시구려.”

         

       사복설은 그리 말하며 도에서 손을 떼었다. 무인이 무기에서 손을 떼었다는 것은 저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사복설이 한 짓은 누가 봐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뿐이었으니 위지천이 사복설의 목숨을 거두어 간다 한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연회에 참석한 이들의 머릿속에는 마교에 관한 끔찍한 낭설들이 떠다니고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궁금하기는 했다.

         

       과연 위지천은 사복설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

         

       뒷짐을 지고 있던 위지천의 손이 움직였다. 그 느긋한 움직임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사복설 역시 잔뜩 긴장한 눈길로 손의 움직임을 쫓았다.

         

       휘익!

         

       위지천의 손짓에 술잔이 날았다. 연회장 내에서 거센 내공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온전히 술을 담고 있던 잔이었다.

         

       사복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 앞에 드리워진 잔을 잡았다.

         

       “볼일이 끝났다면, 얌전히 연회나 즐기고 가도록.”

         

       그 말만을 남기고 위지천은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

         

       그 느긋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복설은 이내 술잔의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위지천의 옆에 붙었다.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소?”

         

       “불허한다.”

         

       “거, 깐깐하구만.”

         

       위지천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사복설은 그런 위지천의 옆에 앉았다.

         

       “하…”

         

       그 모습을 보고 독고영천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탄식을 토해내며 이마를 짚었지만 독고영천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간신히 수습된 판을 화가 난다고 엎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깨진 병들을 치우고 음식과 술을 새로이 내오거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와 함께 연회가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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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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