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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6

       경지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본인에게 있어 상당히 어색한 일이었다.

       

       과거 정파의 무리에게 쫓기며 살적에는 살아남기 위하여 경지를 숨겼고, 그 후 신교의 멍청이들을 피해다닐 적에는 그 놈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경지를 숨겼으니.

       

       본인이 무림에서 살던 생애의 대부분을 경지를 숨기며 살아온 탓에 본인은 경지를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는 것에 익숙했고 그 버릇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지.

       

       그러한 탓일까. 여태까지 본인은 단 한 번도 본인의 모든 것을 드러내보이겠노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느 자그마한 마법사가 나의 혼이 지닌 비틀림이 얼마나 괴악하게 보이는 지 알려주지 않았다면.

       

       반그로우가 그 혼의 비틀림이 전생의 본인과 지금의 본인 사이의 괴리에서 시작됨을 되새겨주지 않았다면.

       

       본인은 이런 발상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을 테니까.

       

       스스로의 경지를 숨기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던 사람이 어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

       

       허나 지금은 아니지. 본래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발상을 할 수 있게 된 나는.

       

       스스로의 생각을 시험해보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진 나는.

       

       이러한 시도를 해보는 데에 별 다른 망설임을 지니지 아니했다.

       

       느긋이 저택의 정원에 발을 디딘 나는 풀밭을 걸으며 서서히 본인을 둘러싸고 있던 것들을 거두었다.

       

       – 저택 난리나겠네 ㅋㅋㅋ

       –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험악하게 생긴 깡패가 놀자 그러는 데 즐길 수 있는 거임?

       – ㅁㅊ

       – 아 몰라. 아무튼 즐겨.

       

       일단 화면 바깥에 머무르는 시청자들은 본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구나.

       

       물론 실제로 보는 것과 한 번의 과정을 더 거쳐 보는 것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겠지만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대개의 시청자들이 본인이 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건 이 저택에 있는 이들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니까.

       

       천천히 발을 움직여 저택의 앞에 도착한 나는 별 힘 들이지 않고 저택의 문을 열었다.

       

       이전처럼 본인이 경지를 숨기고 있었을 때라면 지금쯤 여러 짐승들이 이 입구에 도열하고 있어야 했다.

       

       나라는 인간에게서 스며 나오는 비틀림을 눈치 채고 본인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어야 한단 말이다.

       

       허나 내 눈에 비치는 것처럼 저택은 그저 평온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곤 가득한 하품 소리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를 다그치는 부모의 목소리.

       

       덜그럭 거리는 그릇들의 소리. 투덜거리는 사용인들의 목소리.

       

       여러 자잘한 걸음 소리.

       

       그 모든 것이 이 저택이 일상을 향유하고 있음을 알렸으니.

       

       이 소리는 본인에게 있어 스스로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만족스러움에 웃음을 지은 나는 발소리를 죽인 채 저택의 안을 살폈다.

       

       요즘 털갈이 시기라 그런가 청소가 너무 힘들다 이야기하는 몇 사람의 사용인을 구경하고.

       

       대체 그 놈의 가게가 무엇이기에 영주님이 한숨을 내쉬는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쥐어 싸매는 요리사를 보고.

       

       아이들에게 잘 시간이라 이야기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내일도 본인의 가게에 갈지 말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그 끝에 이 저택의 주인. 멍멍이가 도사리는 방 앞에 도착을 했다.

       

       – 아니 진짜 머지?

       – 왜 동물들이 화령 눈치 못 챔?

       – 천마님이 자기 기척도 못 숨기겠냐.

       – 이런 걸로 왜 호들갑임?

       – 뉴비들 겁나 많네.

       – 동물들한테는 못 숨겼었다고!

       – 화령 옛날 방송 다시 보고 와라.

       

       난리가 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귀엽다 생각한 나는 웃음을 흘리며 방의 문을 열었다.

       

       “…흠?”

       

       그 안에 발을 들인 순간 본인은 당혹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쩡히 공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할 멍멍이가 거품을 문 채로 뻗어 있었던 것이다.

       

       눈이 돌아간 데다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그 모습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다.

       

       과거 본인을 앞에 둔 약자들이 흔히 보였던 반응이니까.

       

       본인이 근처에 다가왔음에도 정신을 차리질 못하는 멍멍이의 모습에 본인은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들었다.

       

       앞서 저택에서 보았던 풍경을 생각해보면 압도적인 경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본인의 비틀림을 감추겠다는 계획은 실패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주변에 본인이라는 재앙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그 어떤 이상조차 눈치 채지 못했으니.

       

       대개의 이들은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끝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경지의 앞에서 그 어떤 이상조차 찾아내지 못했더랬다.

       

       허나 대개의 이들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던 이 멍멍이는 달랐다.

       

       그래도 한 도시의 주인이라고 나름 강함을 지녔던 멍멍이는 본인이 드러낸 경지를 마주하면서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허어. 이것 참.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생각했거늘 이 또한 말끔한 해결법은 아니었던 모양이야.

       

       완벽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위안을 삼아야 할까.

       

       어찌되었든 대부분의 이들은 본인의 비틀림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해질 터.

       

       영주가 본인의 가게에 방문하게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

       

       잠시.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다만.

       

       이 멍멍이가 지닌 경지는 이 거리에 머무는 자들에 비하여 높긴 하다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높을 뿐이다.

       

       회사에 있는 자칭 초월자들이나 신선놈팽이들이나 심지어 백주나 바루보다도 못한 것이 이 놈이란 말이다.

       

       그런 멍멍이조차 거품을 물어버렸을 지언데 이 멍멍이보다 한참은 더 높은 경지에 머무는 이들이 본인을 본다면 어찌될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본인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기에는 지금쯤 집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백호 녀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를 본 나는 굳어버린 미소와 함께 방송의 소리를 차단하고.

       

       음.

       

       제대로 차단된 것이 맞겠지?

       

       살짝 당황을 했더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군.

       

       에잉. 그냥 본인의 권능으로 주변에 소리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차단해두자꾸나.

       

       이렇게까지 하면 문제없겠지.

       

       “그래. 백호야. 무.”

       “아라님!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신 건가요오오오오!”

       

       전화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백호의 외침에 양 귀를 틀어막았다.

       

       하이고. 이 놈. 그거 잠시 쉬었다고 목청이 아주 좋아졌구나.

       

       몇 시간만 더 쉬었더라면 아주 사자후를 질러 댔겠어.

       

       …백호 녀석은 호랑이일 터이니 사자후가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호랑이에게 사자와 같은 울음소리가 그러는 것은 실례일까?

       

       “제 말 듣고 계세요?!”

       “아아. 물론. 계속해라.”

       “지금 회사에 난리가 났어요! 아라님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쓰러졌다고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더니 지금은 회사가 마비될 지경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에 본인은 무언가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자다가 사장님한테 이 이야기 듣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세요?! 대체 방송에서 뭘 하고 계시길래 사장님이 절대 방송 보지 말라 그런 이야길 하시냐고요!”

       “…어어.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구나. 내 해결을 해줄 테니 진정해라.”

       “정말 해결 해주시는 것 맞죠!? 저 진짜!…”

       

       백호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나는 본인의 입 밖으로 새어나온 연기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여전히 이 방식이 완벽히 실패했다 생각하지는 않는다만. 최소한 방송에서 써먹지는 못할 것 같구나.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이 모두 다 일반인이 아닌 한 이것을 쓰기엔 무리가 있으니.

       

       참으로 아쉬운 일이야.

       

       이를 이용한다면 이 곳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재차 한숨을 내뱉은 나는 여느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경지를 숨겼다.

       

       그리고서 얼마 있지 않아 멍멍이가 발작을 멈추었고 저택 여기저기에서 울음소리, 비명소리,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으며.

       

       “영주니이이임!”

       “괴물!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제기랄! 음식에 홀리는 것이 아니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발칵 열림과 동시에 본인을 향한 적의가 공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소란의 한 가운데에 선 나는 가만 곰방대를 피우다가 가볍게 혀를 찼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하기는 글러먹은 듯 하군.”

       

       *

       

       결국 내기에서 승리를 한 것은 엔리였다.

       

       본인이 수인의 거리에서 쫓겨나 새로운 세상을 돌아다니는 동안에 엔리는 최선을 다해 장사를 이어나갔고 본인보다 먼저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때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았던 본인이다만 결국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장사라는 것은 본인의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손님과 본인의 합작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만약에 본인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본인이 패 할 일이 있었겠느냐.

       

       “아라 씨. 아라 씨. 이거랑 이것 중에서 뭐가 마음에 드세요?”

       

       그리고 그랬더라면 지금 내 옆에서 무슨 메이드복을 입을지 물어보며 깐족거리는 엔리도 없었겠지.

       

       “…그냥 아무거나 하세요. 둘 다 마음에 안 드니까.”

       “에이. 그래도 호불호라는 게 있잖아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셔야죠!”

       

       마음에 드는 쪽을 택하라고? 어느 쪽이건 본인이라는 인간에게 어울릴 종류의 옷은 아니잖은가.

       

       나풀나풀 거리는 이 옷이 본인처럼 험악한 인간에게 어울릴 리가 있나.

       

       일반적인 옷도 잘 못 고르는 것이 본인이니 그냥 네 마음대로 해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더니 엔리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정말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죠?”

       

       라고 말을 했다.

       

       으음. 아니다. 엔리.

       

       내 잠시 짜증이 나 판단을 잘못한 모양이야. 그대의 마음대로 하지 말아다오.

       

       최소한 본인에게 선택지 정도는 주면 좋겠구나.

       

       그래야 본인이 지닌 존엄을 지킬 수 있을 터 아니냐.

       

       “이미 끝났어요! 한 번 내뱉은 말을 되돌릴 수는 없답니다!”

       “자꾸 그러면 내 힘을 쓰는 수밖에 없다만.”

       “협박 금지! 이건 아라 씨가 선택한 벌칙이잖아요! 무력으로 협박하시면 곤란해요!”

       

       이런 식으로 엔리와 시시한 감정 다툼을 하고 있으려니 본인의 전화기가 울렸다.

       

       누구지?

       

       편집자인가?

       

       본인이 하도 방송을 오랫동안 한지라 편집할 게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마는.

       

       엔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기를 집어 든 나는 거기에 적혀 있는 사장이란 명칭을 보고 한 쪽 눈을 치떴다.

       

       “무어냐. 지난 번의 소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이야?”

       “아하하. 비슷하죠”

       “비슷하다니?”

       “지난번에 음식 심사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일정이 잡혀서요.”

        “아아.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것이었나. 말만 해라. 그 쪽에 맞추도록 하지. 그런데 말이다. 그것이 본인이 일으킨 소란과 무슨 관계인 것이야?”

       “아라님께서 일으킨 소란 때문에 한 가지 부탁을 더 드려야 할 듯 해서요.”

       “부탁?”

       “네. 메이드복을 좀 입어주셔야겠습니다.”

       “…뭐?”

       “메이드복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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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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