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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6

    서드의 호출을 받고 도착한 곳은 전시장의 지하 최하층.

    루크는 자신이 안내받은 장소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불길한 느낌이 있었다는 건가?”

    “네, 스승님. 너무 미약한 느낌이라 보고해야할지 고민하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판단하는 것 보다는 스승님이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흐음, 그래.”

    그의 말은 알겠다.

    자신의 성급한 추측으로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모든 것을 상관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따르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니까.

    하지만 보통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장소인 지하는 이렇다할 특이사항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기시설이 미흡하여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기의 질이 나쁘고, 자동차들이 모여서 내는 쇠의 향과 퀘퀘한 마력엔진의 마나더스트 냄새가 나는 것이, 서드의 말이 없었다면 굳이 이렇게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은 공간.

    하지만, 솔직히 말해 오히려 그렇기에 가장 가능성이 있는 장소였다.

    매일 드나드는 수많은 차량, 그 속에는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든 들어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흑마법과 관련된 무언가’도 레니에의 눈을 피해 차에 실려 몰래 들어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좋아, 일단은 주변을 좀 둘러보도록 하지. 뭔가 수상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알려주게.”

    “예.”

    루크와 서드는 그렇게 따로 갈라져 수색을 시작하기로 했다.

    목적은 주로 주차된 차들의 안쪽을 살피면서 무언가 수상한 물건은 없는지, 또는 수상한 인물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차 유리를 통해 안쪽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그렇게 금방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서있는 곳이 에이레스에서 손꼽히는 대형 전시장의 주차장인만큼 주차된 차의 수가 결코 적은 게 아니었을 뿐더러, 대부분의 차량에는 운전자의 눈과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선팅을 하기 마련이었기에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유리창 가까이까지 얼굴을 가져다 대어야만 겨우 안쪽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그마저도 일반적인 차량이 아니라 차체가 비교적 높은 트럭같은 차량이라면 유리창을 통해 안쪽을 보기도 쉽지 않고.

    하지만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수는 없는 법.

    “흐음….”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유리창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하여 안쪽을 살펴보았지만, 있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컵홀더나 손잡이등 공간이 있는 곳마다 쑤셔박아놓은 에너지 바 포장지와 휴지, 껌종이 등의 쓰레기와 시트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작은 과자 부스러기, 조용히 고개를 까딱거리는 먼지낀 2등신 인형 장식물 뿐.

    그 불결한 광경에 루크는 결국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윽!”

    루크의 중얼거림을 들은 레니에가 물었다.

    -거기 뭔가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그냥, 더러운 쓰레기가 너무 많이 보이길래 탄식한거다.”

    -아.

    하긴, 루크는 원체 자신의 주변이 더러운 것도 잘 참지 못하는 편인데다, 혹여 어지럽히는 경우가 있더라도 뒷자리는 깔끔하게 해놓는 성격이었으니까.

    “청소좀 하지, 이런 차를 타가며 돈을 벌고 싶을까.”

    그것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면, 트럭과 같은 차량을 모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단순히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트럭은 어딜 가든 불편한데다, 연비도 승용차와 비교하면 좋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트럭은 자신의 일터가 아닌가?

    일터를 조금만 더 깔끔하게 가꾸어놓으면 자신의 기분도 좋고, 능률도 좋아질 텐데.

    그러면 누구보다 자신이 좋은 것 아닌가.

    대체 어째서 그리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한탄을 늘어놓자 레니에가 말했다.

    -바쁜 거겠죠, 청소나 세차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뭐,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과연 성녀라고할까, 그것은 굉장히 이타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자기중심적인 루크는 아직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에 굉장히 미숙했다.

    그래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겠지.

    보기엔 그저 ‘더럽고 불쾌할 뿐인 차내’일지라도, 한발 떨어져 다르게 보면 ‘그만큼 치열했던 삶의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사람들은 다 저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요.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거죠. 루크님도 지금은 먼지 투성이인걸요?

    레니에의 말에 루크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지적이군, 레니에.”

    하긴, 자신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었나.

    자신도 지금은 마찬가지로 여러 차들의 내부를 확인하느라 묻은 먼지들 때문에 청결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더러운 게 좋아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잠깐 먼지를 털어낼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지.

    아마 그 트럭의 주인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자 루크는 자신이 보아야했던 그 더러운 차내가 이내, 식당에 갈 여력조차 없어 차 안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때워야 했던 흔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일을 마친 뒤에는 무언가를 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지쳐버려서 청소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딱한 노릇이다.

    “그래, 뭐.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는 거겠지.”

    마음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청소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나 여유가 자신에게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은 자신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 정도가 자신이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체면치레였으니까.

    루크는 먼지묻은 손을 서로 부딪혀 툭툭 털어내며 서드에게 통신을 보냈다.

    “이쪽은 이상없군. 그쪽은 뭔가 발견했나?”

    -아뇨. 전부 보았습니다만, 수상하거나 위협이 느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과연, 저쪽도 별 수확은 없었던 모양이다.

    “흠, 그런가. 알겠네. 일단은 합류하지.”

    -예.

    그렇게 말하고 통신을 끊은 루크는 이후 가슴께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여성의 몸은 다른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참 귀찮단 말이지.”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왜 이렇게 묻는 건지 원.

    작을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됐는데, 지금은 속옷을 입을 때에도 가슴의 모양을 잡아주어야 하는 등, 상당한 수고가 동반되고 있다.

    평생 다니는 여성들도 가끔은 신경쓰지 못하는 게 자신의 가슴이다.

    그러니까 거의 100년간 인간남성이었던 루크가 고작 반년도 안되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러자 레니에가 퉁명스럽게 끼어든다.

    -그러면 줄이시던가요.

    루크의 불만이 레니에에겐 그저 ‘있는 자의 기만’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도대체, 일단은 11살이라면서 몸을 왜 그렇게 키우신 건데요? 그때가 편했으면 10살때로 되돌려요.

    레니에의 갑작스런 태클에 루크는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

    “이건 내 신체가 서클의 경지를 따라가니 어쩔 수 없잖은가.”

    -그럼 폴리모프로 줄이면 되죠?

    “아니,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도…….”

    가슴을 줄이는 폴리모프를 상시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껏해야 속옷을 입는데 드는 수고따위보다는 훨씬 더 힘들고 답답한데, 굳이 마력을 낭비해가며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 뿔을 숨기느라 걸어둔 폴리모프도 있는 와중에, 추가적인 조건을 설정해가며 그 폴리모프를 일상적으로 유지하려면 그것도 상당히 수고가 든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평소에 조금 귀찮음을 감수하고 말지.

    그녀라고 그 불편을 모르는 것이 아닐텐데,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대도 폴리모프를 유지하는데 정신력이나 마력이 얼마나 소비되는 일인지 알것 아닌가?”

    실제로 그녀도 워낙 어린아이수준의 작은 체형이었던 탓에 출정식과 같은 각종 행사에서는 여왕으로서 위엄을 보이기 위해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곤 했었다.

    그 때마다 귀찮고 답답하다며 찾아와 항상 칭얼댔는데, 그 불편을 잘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하는 건 배려가 아니지.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기’를 이야기한 성녀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 몰라요! 당신은 역시 큰게 좋은 거 였어! 옛날에 거유로 폴리모프했던 것도 그냥 핑계 댄 거였죠!

    레니에의 외침에 루크는 크게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건 모함이야!”

    그때는 정말로 그게 최선이라서 그렇게 선택한 거지!

    그야, 가슴이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여성의 상징이니까!

    그러니까 결코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열변을 토하자, 레니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하며 말했다.

    -아, 몰라요 몰라. 아무튼 다음에 제 몸 만들땐 크게 만들어줘요. 루크님취향에 맞춰 보다 더 커질거니까요.

    “아니, 그대가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는데…….” 

    -뭔가요, 그 석연찮은 반응은? 제가 당신보다 커진다니까 막 걱정이 되시나요? 

    그에 루크는 잠시 레니에가 커다란 가슴을 달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봤다가, 뭔가 끔찍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저었다.

    커다란 레니에라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레니에가 아니잖아.

    설마, 1년새에 성장한 자신을 본 소르비가 느낀 감정이 이런것이었을까?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다보니 소르비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어버린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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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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