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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7

       범인을 잡기에 앞서 백우진은 한 차례 실험해보았다.

         

       미완에 그친 소혼살귀진.

         

       이를 완성한 뒤, 진법의 영향권 중앙에 선 그는 마찬가지로 진법에 들어와 있는 장삼과 구왕수를 향해 말했다.

         

       “자, 나한테 욕해봐.”

       “욕이라니…, 우리가 어찌 조장을 욕할 수 있겠소.”

       “그, 그래, 맞아.”

         

       물론 그들은 단숨에 넘어오지 않았다.

         

       평소 뒤끝 없는 척하면서 작렬하는 백우진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한 번은 가능할지언정 두 번, 세 번은 불가능했다.

         

       “야, 괜찮으니까 그냥 욕해 봐. 이거 그냥 실험이래도?”

       “그, 그래도….”

       “너희 진짜로 내가 싫어서 욕하는 거 아니잖아. 그치?”

       “그거야 그렇소만….”

       “그런 걸로 내가 너희를 때리겠냐, 죽이겠냐. 그냥 감정 상태만 보자고, 상태만.”

         

       두 번, 세 번, 네 번.

         

       연이어 던져지는 미끼에 두 사람의 단호한 태도도 조금씩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 이이…, 기생오라비야!”

         

       구왕수가 먼저 돌을 던졌다.

         

       사내다움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기생오라비는 멸시에 가까운 단어.

         

       물론 백우진에겐 조금도 와 닿지 않았다.

         

       이 세계도 결국 우락부락한 사내보다 자신 같은 사내를 여인들이 더 좋아함을 알기에.

         

       “음음, 더 해봐.”

         

       이에 백우진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하자, 구왕수와 장삼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도 화내지 않는 걸 보면 정말 해도 괜찮나 본데?’

       ‘어쩌면…, 이번이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몰라!’

         

       점점 두려움은 가시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 자리를 대신 메웠다.

         

       이윽고 서로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린 두 사람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 난봉꾼 자식!”

       “천하에 몹쓸 놈!”

       “남자의 적!”

       “짐승!”

         

       일견 유치해 보이는 욕부터 시작해서.

         

       “천광검신이란 별호, 사실 더럽게 유치해!”

       “뒤끝 없는 척 장난 아니고, 성격은 더럽고…!”

         

       그가 은근히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을 쿡쿡 찌르는 욕까지!

         

       “으으음, 그래….”

         

       깊은숨이 새어 나온다.

         

       발밑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열기가 어느덧 머리끝까지 도달한 상황.

         

       평소보다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화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아무리 그래도 살의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정도.

         

       평소보다 감정이 더욱 깊어진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을 듯한데.

         

       그리 진단하고 있을 즈음.

         

       “하하하, 이 녀석 왜 말이 없지?”

       “화 안 낸다고 했지? 약속했다? 응?”

       “이봐,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흥이 지나치게 오른 장삼과 구왕수가 욕을 내던지다 못해 백우진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얌체같이 손등으로 그의 배와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정도.

         

       하나 그 효과가 상당했다.

         

       ‘이 새끼들이…, 감히 나를 쳐?’

         

       공격이라고도 볼 수 없는 가벼운 손길이 공격으로 느껴진다.

         

       이대로 녀석들의 머리통에 큼지막한 혹을 남겨주고 싶을 정도.

         

       그제야 깨달았다.

         

       말다툼에 격발된 분노라는 감정이 살의라는 감정으로까지 번지게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몸이 상대에게 닿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 그래서였구나.”

         

       세 번째 사건을 일으킨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은 분명 그리 말했다.

         

       급히 지나가는 점소이와 부딪힌 몸이 균형을 잃고 상대에게 쏟아졌다고.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인 뒤, 싸움이 격해졌다고 말이다.

         

       그 말은 무엇이냐.

         

       ‘그 점소이는 일부러 몸을 부딪친 거야.’

         

       말다툼을 몸싸움으로 격상시킨 점소이가 이 사건의 범인 또는 공범이라는 뜻.

         

       추측에 불과했던 가설이 입증된 순간 모든 준비는 끝났다.

         

       덫을 놓고 놈이 걸려들기를 기다리면 그뿐.

         

       그 전에.

         

       “내가 욕만 하랬지, 언제 건드리랬냐?”

       “헉…!”

       “히이익!”

         

       흥이 오를 대로 올라 선을 넘어버린 두 사람에게 백우진의 뒤끝이 작렬했다.

         

         

       * * *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연합 내 진법이 설치된 지역에서 잠복하기를 며칠째.

         

       “아니, 이 작자가 지금 무슨 망발을…!”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너희 정파 놈들 속이 까맣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니던가?”

       “흥…! 우리가 까맣다고 한들, 날 때부터 까만 놈들만 할까!”

       “…지금 부모를 욕보이는 것인가?”

       “그대가 처신을 잘했다면 부모를 욕보일 일도 없었을 테지.”

       “으득…!”

         

       한마디 오갈 때마다 급격하게 치솟는 감정.

         

       누가 먼저 주먹을 내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즈음.

         

       은밀한 발걸음이 그들에게로 향한다.

         

       허름한 차림새로 한쪽 손에 걸레를 쥐고 있는 잡일꾼이었다.

         

       “…….”

         

       물론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다.

         

       기세 자체는 평범한 잡일꾼처럼 보였으나, 은밀한 걸음걸이는 살수의 것과 닮아 있었다.

         

       발소리와 기척을 거의 완벽하게 지워내는 것으로 보아 상승의 보법을 익힌 모양.

         

       ‘조금만 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잡일꾼으로 변장한 범인이 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마침내 한 사내를 향해 손을 뻗어갈 즈음.

         

       ‘지금이다!’

         

       조용히 숨어 있던 백우진이 마침내 몸을 날렸다.

         

       삼 장가량의 거리를 단 한 걸음으로 없앤 그가 곧장 손을 뻗는다.

         

       턱!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사내의 옆구리 앞에서 저지당한 손.

         

       제 팔을 붙잡은 상대를 뒤늦게 확인한 잡일꾼, 단목경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다.

         

       ‘백우진…!’

         

       현 중원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동시에 마교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일 순위 척살 대상.

         

       단목경이 이번 임무에 지원했을 때, 단목세가의 모두가 그를 말리려 했다.

         

       하나 그는 꺾이지 않았다.

         

       열두 살 무렵.

         

       자신과 같은 나이에 멸문지화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오직 복수만을 위해 십만대산에 다다라 낯선 땅에 새롭게 뿌리 내린 선조의 여정이 담긴 일지에 마음을 빼앗긴 탓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생각했다.

         

       ‘선조의 복수를 반드시 내 손으로 이루고 싶다.’

         

       단목경이 보기에 이번 임무야말로 그 복수를 이루기 가장 적합한 임무 같았다.

         

       평생을 반목해 오던 두 집단의 연합이, 그의 눈에는 바람 앞의 등불로 보였다.

         

       후, 하고 힘차게 불면 거세게 흔들리다 마침내 꺼져버릴 미약하고 하찮은 불.

         

       그것을 제 입으로 불고 싶었다.

         

       꺼트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밀어붙였고, 마침내 가문 사람들 또한 그의 고집을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마교를 떠나게 된 날.

         

       모두가 경고했다.

         

       백우진이라는 인물을 조심하라고.

         

       어리다고 얕봐선 안 되고, 어지간해선 그와 엮이지 말라고.

         

       분명 대단한 인물이었다.

         

       서른도 채 되지 않아 화경을 넘어 현경에 도달한 무의 재능과 더불어 심계 또한 깊어 마교의 계략을 몇 번이나 무너뜨린 불세출의 천재.

         

       하나 그뿐이었다.

         

       일이 계획대로 풀리기만 한다면 연합 내의 누구에게도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기에.

         

       분명히 그리 생각하고 몇 번이나 조심 또 조심해 가며 진법을 운용해 왔건만.

         

       ‘대체 어째서…?’

         

       그가 제 손을 붙잡고 있단 말인가.

         

       “안녕?”

         

       해맑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에 단목경의 머리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당했다.’

         

       이 모든 상황이 함정이었다.

         

       대체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는 제 수법을 알아차리고 함정을 파둔 것이 분명했다.

         

       상대의 감정을 살의로 격발하기 위해서는 작은 손짓이 필요하다는 것마저 꿰뚫어 본 채로.

         

       ‘빌어먹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수를 던졌다간 상대가 아닌 다른 쪽으로 분노가 쏠릴 수 있기에.

         

       더욱 확실하게 상대를 향해 살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실수를 가장하여 건드린다는 것이 도리어 그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차라리 세작을 이용했어야 했나?’

         

       일만 꾸미고 나머지는 연합 내 숨어 있는 세작들에게 맡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

         

       선조의 복수를, 동시에 제 능력을 처음으로 입증할 기회라는 이유에 매달린 것이 화근이었나.

         

       하나 그것도 잠시.

         

       그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붙잡힌 이상 그냥 빠져나가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복수라는 일념하에 무공을 익힌 그의 성취는 뛰어났다.

         

       고작 이립에 완숙한 화경의 경지.

         

       백우진과 그의 조원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취.

         

       하나 그것으로도 불가능했다.

         

       상대의 손에 제대로 붙들린 제 손을 아무 탈 없이 빼내기에는.

         

       하여 그는 독하게 마음먹고서 반대쪽 팔을 휘둘렀다.

         

       목표는 제 손목.

         

       ‘손을 내어주는 수밖에…!’

         

       독기 어린 한 수.

         

       어느 누가 짧은 시간 안에 제 손목을 자를 결심을 할 수 있으랴.

         

       하나 그는 가능했다.

         

       아니, 단목세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가능했다.

         

       사파보다 훨씬 더 험한 이들의 세상, 마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택한 것은 냉철하다 못해 싸늘하게 얼어붙을 정도로 효율적인 판단과 그것이 무엇이든 행할 독기였기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내리치는 손.

         

       손목을 잘라냄과 동시에 곧장 신법을 운용하여 미리 머릿속에 그려둔 도주로를 따라 도망칠 생각에 가득 차 있던 단목경.

         

       그러나 그의 시도는 첫수에서부터 막혔다.

         

       “이야, 너 보통 독종이 아니구나?”

       “……!”

         

       백우진은 그마저도 꿰뚫어 보았다.

         

       그의 경험에는 많았다.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도마뱀 꼬리마냥 제 팔과 다리를 내어주고 도주를 시도하는 녀석들이.

         

       거기에 몇 번인가 당해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독기 어린 도주를 결심한 이에게서만 나오는 결렬한 기세를.

         

       “일단 좀 가만히 있어 줘야겠다.”

         

       제 손목을 잘라 탈출한다는 비장의 한 수가 막혔음에도 단목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어떤 수를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백우진은 곧장 손가락으로 놈의 마혈을 짚었다.

         

       이내 빳빳하게 굳어버리는 단목경.

         

       “이, 이익…!”

         

       틀렸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윗줄의 고수에게 혈도를 짚인 이상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

         

       순순히 잡혀 모진 고초를 참아낸 뒤, 연합 내 심어둔 세작을 이용하여 탈출을 감행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희생.

         

       찰나의 고민 끝에 그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바로 그때.

         

       백우진이 그에게 물었다.

         

       “너 정체가 뭐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기다리고 있던 질문에 그는 눈동자만 겨우 굴려 가며 겁먹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사, 살려주시오! 내 모든 걸 다 말하겠소!”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 연합 내 인원들이 더욱 모여들기 시작하던 그때.

         

       “내, 내 이름은 단목경이오! 사흑련주께서 거둬주신 단목세가의 후예가 바로 나요.”

         

       두 가지 선택지에서 그가 택한 것은 다름 아닌 희생.

         

       “전부 련주님이 시켜서 한 일이오! 그러니 부디 나를 련주님 앞으로 데려가 주시오…!”

         

       제 목숨을 불태워 가까스로 붙어 있는 연합을 둘로 완전히 찢어버리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었습니다.

    요즘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곤 하는데, 거기서 하는 게 적응이 돼서 그런지 오랜만에 비가 와서 집에서 글을 쓰니 속도가 엄청 늦네요;

    내일은 비가 오더라도 그냥 가야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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